* 저 시점에서 나이는 미자이지만.... 그냥 성인으로 치고 봐주세요#_#
* (@)안에는 영어 [@]안에는 중국어에요! 자체번역 그런거 음슴...
3
태환은 다시 한번 자신의 단순함을 한탄했다. 그저 방을 쓸 수 있다는 생각 하나에 생판 모르는 남을 따라 온 것, 그래 거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바로 태환이 낯을 가린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인지, 그들은 한 방에 들어온지 10분동안 아직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각자 긴 소파의 양 끝자리에 앉아서 멀뚱멀뚱히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묘한 긴장감에 태환은 내려놓았던 가방끈을 꼭 쥐었다.
그런 태환과는 달리 남자는 오히려 그 침묵을 즐기는 듯한 여유를 보였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침묵 속에서 10분이라는 시간은 태환에게 아주 길게 느껴졌다.
침묵을 깨고, 조금은 어눌한 듯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름이 뭐예요?")
("태환. 박태환이에요. 그쪽은요?")
("나는 쑨 양 이라고 합니다.")
약간의 어색함과 긴장감이 감도는 대화는 쑨의 주도 하에 계속되었다. 대화랄 것도 없고, 쑨이 질문을 하면 태환이 대답을 하는 식이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태환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쑨에게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들 사이는 무척이나 가까워져 있었다.
남자들 수다가 여자 못지 않게 무섭다더니, 그들은 서툰 영어로도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쉴 새 없이 도란도란 떠들어댔다.
-
긴 대화가 끝나고 숨을 돌리는, 싫지 않은 침묵이 찾아왔을 때, 태환은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 자존심이 상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나이에 비해 큰 키지만 수영선수로서는 작은 편에 속하는 태환은 큰 키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본능적으로 선망하게 되었다.
그 마음은, 190은 훌쩍 넘어보이는 쑨양을 봤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쩌면 공항에서 자기도 모르게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던 것도 큰 키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쑨은 잘생기기까지 했다. 태환도 동글동글하니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쑨은 누가 봐도 혹할만한 미남형이었다.
그래서 태환은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마음속에서 미묘한 패배감이 자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 거기까진 괜찮았다. 그 정도 패배감이야 아무 때나 들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태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근본적인 문제는 쑨이 태환보다 두 살이나 어리다는 것이었다.
"나이가 벼슬이다-" 라는 식의 사고방식을 즐기지 않는 태환이었지만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 대한 패배감은 그에게 있어서 꽤나 비참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쑨은 서투른 영어로도 화려한 언변을 구사하며 태환의 혼을 쏙 빼놓았던 것이다.
원체 솔직하고 단순한 성격때문에 태환은 그가 묻는 말에 순순히 답했다. 하지만 쑨은 태환이 묻는 질문을 이리저리, 하지만 태환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피해갔다.
태환은 대화하는 내내 상당히 기분이 좋았지만, 침묵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다가 자신이 그에게 던진 질문중에 유효했던 건 딱 세 개. "이름이 뭐예요?" 와 "몇 살이에요?" 그리고 "어디서 왔어요?" 밖에 없었음을 깨닫고 더욱 더 깊은 패배감에 빠져들었다.
태환이 자신만의 세상 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쑨은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로서는 여유를 찾기 위한 여행이었으니,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었다.
뜻밖에 자신보다 어려보이지만 두 살이나 많다는 귀여운 형 (게다가 동양인이다)과 잠시나마 함께 지내게 된 것도, 쑨에게는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
사실 쑨은 자신의 여러 가지를 숨길 의도는 없었다. 그냥, 태환과 함께 계속 대화하고 싶어서, 그가 던지는 질문이 이게 마지막일까… 하는 이상한 아쉬움에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은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태환이 그의 말들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을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태환 못지 않게 쑨도, 아주 단순한 성격이었다.
또다시 침묵을 깨고, 이번엔 조금 더 또랑또랑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짐, 안풀어요?")
태환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패배감이고 뭐고, 며칠동안 같이 지내게 될 사람인데, 필요없는 감정은 치워두자는 생각에서였다.
("아, 네. 풀어야죠")
쑨도 역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그냥 이 상황이 즐거운 듯 했다.
-
쑨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방 자체는 정말 컸다. 그런데 정작 침실은 단 한 개 뿐이었다. 물론 침대가 아주 커서 건장한 두 사람이 눕고도 자리가 한참은 남았다.
태환은 자신이 무슨 여자라도 되는 양 정조를 지키네 마네…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생각은, 태환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몇 초만에 끝났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과의 동침은 여전히 찜찜했다. 쑨은 머뭇거리는 태환의 모양새를 보며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아, 역시 귀여워. 같은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여기서 자요, 난 밖에 소파에서 잘게.")
쑨의 말에 놀란 건 태환이었다. 호텔이 집은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집주인은 쑨이었고, 자신은 그저 얹혀사는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아니에요! 그냥 같이 자요.")
어감은 이상했지만, 주객전도가 되어버린 이상한 상황에 태환은 역시나 생각을 거치지 않은 단순한 발언을 내뱉어 버렸다.
("그래요? 그럼 그러지 뭐.")
두 사람은 자리에 누웠다. 낯설어서 잠을 못 이룰것 같다며 고민했던 태환은 머리를 붙임과 동시에 잠이 들어버렸고, 쑨은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어여 돌아왔어요ㅠ.ㅠ
독자님들 보고싶어서........*.*ㅋㅋㅋㅋㅋㅋ
재밌게 읽어주세요~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조인성은 나래바 초대 거절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