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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마치 살갑고 다정한 고양이 같았다. 붉은 석양이 온통쏟아지는 창 앞에서 손등을 덮는 부드러운 니트를 입고 결 좋고 긴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당췌 꼭꼭 숨겨가며 보여주지 않는 일기장에 연필로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자주 창 앞에 앉아있는데 의자를 가져다 두어도 항상 그옆에 주저앉기 때문에 얼마전에 푹신하고 둥그런 러그를 깔아 놓았다. 차갑고 단단한 인테리어와 어울리지 않는게 아니냐며 지나가던 재형이 녀석이 훈수를 두었지만 아이가 그 위에 앉는다면 그렇지 않을거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주변을 나른하고 따뜻한 에너지로 가득 채우는 아이는 꼭 몇년전엔가 친구녀석이 잠깐 맡겨주었던 도도하고 기품있던 그 고양이와 느낌이 같았다.


"어? 교수님~"

 

나를 발견하고 생긋 웃어보이는 하얀 얼굴이 예쁘고 좋아 마주 웃어보이며 앞에 서 보이자 창밖을 가르키며

저 밖으로 보이는 바다와 기울어진 해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몇번을 말해도 질리지 않는듯, 늘 뜨는 해가 그리도 예쁘고 고마운 기특한 녀석.

 


"또 이렇게 바닥에 앉아있지. 연구실에 있으래도."


"이거 예뻐요.. 그리고 이 건물은 어디든지, 어느 구석이든지 너무 사랑스럽고 좋은걸요. 하나도 빠짐없이 근사하고 멋지니까. 교수님이 만드셨으니까요."

 

 

늘씬한 손가락으로 제가 깔고 앉은 러그를 상냥하게 쓰다듬다가 예의 그 말을 또 꺼내서 또 심장을 뻐근하게 만들었다. 아이는 정말이지 매번 진심을 다해서 말했기 때문에, 내게 있어서는 건축에 대한 영감이 끊이지 않고 솟아오르는 듯 했다. 아이를 만나기 전에는 어떻게 이 일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눈앞의 아이는 금새 적고있던 일기를 정리해 가방에 넣고 잽싸게 둘러맨 뒤에 내 앞으로 뛰어와 두 팔을 벌렸다. 자연스레 상체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 하니 두 팔을 목에 감고 깡총 뛰어올라 허리에 가느다란 두 다리를 감아왔다.

 

 

 

"꼬맹아. 살 빠졌어?"


"으응, 아니요 쪼금...."

 

 

가벼운 녀석을 받쳐들고 사무실안의 방으로 들어가며 문을 닫자 가만히 내 머리를 만지던 손끝이 갑자기 멀어지더니 아이의 빨간 입술이 코 끝에 살짝 닿았다. 자연스레 감긴 눈을 떠 아이를 바라보니 얼굴도 발갛다. 주저없이 작은 입술에 입을 맞추고 더듬더듬 소파에 앉아 아이를 뉘였다. 목에 감겨있던 손이 잠깐 떨려 어깨에서 멈추기에 입술을 떼어 눈을 마주하니 넓은 사무실이 다 보이는 통유리를 작게 가르켜 보이고. 어차피 아무도 없는데요, 아가씨. 해봤자 울상이 되어 고개를 절레절레. 옆 탁자위에 있던 버튼을 눌러 불투명으로 만든 뒤에 다정한 눈빛으로 마주하면 곧 녹아들 것 같은 혀끝이 입술사이로 살짝 새어나와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시 입술을 맞댔다. 솜사탕 같은 아이. 내 사랑하는 너.


 

 

 

--------------------------------------------------------------------------------------------------------------

 

은사님 성화로 계약직 교수 생활을 일년간 했던 젊은 건축가 아저씨 (예를 들면 약간 더 젊은 김도진씨 같은 느낌이랄지)와 학생으로 만나 

그의 건물과 그를 모두 진심으로 사랑하는 고양이를 닮은 사랑스런 꼬마 아가씨(아이유.... 혹은 원더걸스 소희양 같은 느낌?)로 망상한 조각.

아이는 끝까지 교수님 소리를 놓지 않고, 간혹 어떤 때에만 아저씨이 하고 부를것 같아요. 이를테면 키스 후 쭉 이어지는 그런.. 어떤 장면에서라든지.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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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대박이에여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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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우왕....이거 좋은데요? 더 보고 싶어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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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우왕 굳굳....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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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짜이양 라일ㅇㅎㅇ롫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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