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지훈] 장애인 프리뷰
w. 청춘봉
비가 적적하게 내리는 오후였다. 아니, 살결에 느껴지는 온도로 가늠하건데 아직 동이 트지 않은 고요한 새벽일 것이다.
나른하게 비춰지는 스탠드의 불빛에도 보이지 않는 듯 허둥대는 한 소년이 안쓰러웠다.
위태롭게 작은 종이 위에 한 자 한 자 채워지는 글씨들이 알아 볼 수 없게 흩날렸다.
아직 물이 채 빠지지 않은 진달래색의 머리가 눈에 띄었다.
달빛에 반짝였다.
마치 그 모습이 연못을 비추는 달빛과 같아 창 밖의 새가 슬피 울었다.
'너도 내 처지가 불쌍하니?'
깊은 한숨이 적막을 깨고 작은 방을 한 웅큼 감싸쥐었다.
네가 내 머리결을 만지며 낙엽색이라고 달래던 모습이 그립다.
'난 알고 있었어, 민규야. 내 머리가 갈색이 아니라 연분홍이라는 걸.'
너의 하늘 같았던 얼굴이 그립다.
"……그리워."
다시는 볼 수 없는 너의 얼굴이.
어두웠던 창에 하얀 햇빛이 들 때, 그는 고개를 숙여버렸다.
밝아져가는 하늘을 볼 수 없는 그는 어두운 고독 속에 홀로 남겨져 슬피 울고 있었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