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텀 왕거지인 갈빛집 기다리시기 힘드시죠? 알아여 내 똥손을 원.망.원.망.
마찬가지로 거지같은 단편이나 보시죠! 상하로 나뉩니다. 등장인물 자꾸 고아만드는 세륜 나
백도러아니었어요 물으신다면 저는 매맞아 쌉니다
나는 고아다.
"백현아, 저기 해 떨어지는것 좀 봐라. 예쁘지않아?"
제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버려진 애새끼.
"백현아, 너 또 무슨생각해? 매번 넋을 빼놓고는 말야."
아무것도 아냐. 성의없는 대답에 예희가 입을 댓발 내밀었다. 사실 해 사라지는건 아까부터 보고있었어 예희야. 이제는 해를 삼키려 달려드는 구름과 빽빽한 건물을 무의미하게 응시하며 백현이 고개를 틀었다.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쏟아지는 피로를 감당할 재간은 없었지만 제 양부모의 말을 무시할 배짱도 없었다. 내가 조절 가능한 선에 위치한 피로보다는 양부모의 손에 쥐인 내 저녁밥이 중요했다. 제 옆에 까치발을 들고 일몰을 지켜보는 자그만 여자애의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힐끔 시계를 쳐다보았다. 저녁 먹으러 가자. 나 부축 좀 해줄 수 있어? 으응. 여자애는 웃으며 백현의 팔 아래로 파고들었다.
식사시간은 조용했다. 요즘 정치에 대해 지껄이는 양아비나 열여덟이나 먹은 예희에게 반찬을 덜어주는 양어미를 묵시할 뿐이었다. 매니큐어를 덕지덕지 칠한 양엄마의 손 끝에서 지독한 화학물 냄새가 진동했다. 잘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양념된 풀떼기와 남은 한숟가락을 급히 씹어 목 끝까지 밀어넣고 나자 불편한 공기를 뱉어낼 수 있었다. 비운 접시와 수저들을 서둘러 포개었다. 가짜 보석들로 촌스럽게 장식된 발을 걷어내려는 찰나 붕대를 칭칭 감아 맨 발목을 잡아끄는건 예희에게 밥을 떠먹여주던 양엄마의 부름이었다. 너 다음주부터 공장 나가는거 알지. 네? 방금 들었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 문장은 더 이상 뱉어지지 않았다. 걷으려던 발을 마저 걷었다. 층계참의 넝쿨장미에 창백한 월광이 잘게 부서져 내렸다.
큐브의 활어(活漁)
W.거북
아아, 저기, 잠시만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손가락의 마디가 부서질 듯 아려왔지만 머리통을 걷어차이는 것보다는 나을테다. 마지막으로 나를 세게 걷어찬 흰수염의 사내가 내게 침을 탁 뱉고는 뒤돌았다. 이게 며칠만이더라. 첫 출근 이후 가끔 나는 공장의 나이먹은 노동자들에게 이유없는 뭇매를 맞았다. 또 가끔은 저들이 서로 치고 박는 꼴을 볼 수 있었다. 저런걸 두고 동족상잔의 비극이라고 하나. 그 쌈박질의 현장을 보고있노라면 거진 대가리가 터져 실려나가는 꼴을 심심찮게 목격하게된다. 싸움의 주동자는 매번 흰수염의 사내다. 짬이 좀 되나보지? 그래봐야 공장 노동자들 주제에 위계질서 하나는 칼같이 따져든다. 입술서 스미는 피를 훑었다. 이내 반장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무리를 해산시켰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차례로 시멘트바닥에 가래침을 뱉으며 흩어졌다. 공장에 들어온지 꼭 한달 되는 날이었다. 물론 다리는 다 나았다.
첫번째 월급. 얻어맞아 피딱지가 붙은 입술로 받아든 가볍기만 한 하얀 봉투는 곧장 양부모의 손에 넘어갔다. 귀신같이도 내 월급날을 알아내는 양어미의 손에 내 막노동의 산물을 쥐어주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대부분은 양어미의 치장에 들어갔으나 양아비의 월급이 들어오는 날에는 식탁에 고기반찬이 올랐다. 체중감량이라는 명분 하에 내게 제 고기반찬을 모조리 밀어주는 예희가 때로는 사랑스러워 보였다. 버려진 고아의 매일은 그런대로 순탄했다. 세상은 살 만 하다. 참, 어제는 양어미가 층계 입구의 발을 새로 갈았다. 시뻘건 큐빅들이 식탁의 불빛을 굴절시키며 유치하게 빛났다. 양엄마의 취향은 항상 본인같았다. 발이 지 분신도 아니고.
***
"백현아, 백현아!"
황급히 기상한다. 지금이 몇시지.
"백현아, 너 공장 안가니? 어서 일어나! 나랑 나가자."
침대 탁상의 시계를 낚아챘다. 다섯시 이십분. 화들짝 놀랐지만 이른 시간이었다. 문 너머로 자꾸만 예희가 나를 재촉했다.
"백현…!"
"예희야? 왜 이렇게 일찍…"
"백현아, 너 오늘 눈온다는 소문 못들었니? 어서 옷입어, 어서…"
여자애는 나를 보챘다. 삼십분은 더 자도 되는데. 별 수 없이 얼굴에 물칠을 하고 바지에 다리를 꿰었다. 살이 좀 붙었다고 바지가 끼었다. 이를 악물고 바지를 추켜올렸다. 다리가 조였다. 분홍색 격자무늬 셔츠를 대충 걸치고 문의 잠금쇠를 풀었다. 흥분한 듯 예희의 볼은 발갛게 물들어있었다. 예희는 쉴 틈 없이 조잘대며 내게 팔짱을 끼었다.
"백현아, 오늘 눈이 오면 그것이 첫눈인데, 첫눈에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사랑이 이뤄진대. 신기하지 않니?"
"그냥 말도 안되는 미신 아닐까."
"에이, 그래도 신기하잖아."
중앙공원까지 걸어 나온 후에는 개미떼같은 군중들을 볼 수 있었다. 시끄럽게 웅성이는 소리가 영 좋은내용을 포함하지는 않았다. 폐쇄구역 밖의 고위층들이 잠시 들른것이 틀림없었다. 폐쇄구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굴러들어온 금덩이들에게 구걸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철새무리에서 이탈한 돌연변이처럼 그들과 떨어져 공원을 빙빙 돌았다. 공원 중심에 굳게 박힌 시계탑의 시침은 비명을 지르며 어느새 여섯시를 찔러댔다. 고위층들의 이동수단으로 보이는 것이 빠르게 이동했고, 사람들은 아쉬운 듯 흩어졌다. 눈은 내리지 않았다. 예희는 실망하며 학교로 향하는 또래들의 무리에 섞여들었다. 나는 공장을 향해 달렸다. 조금만 늦으면 지각이었다. 밭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뭐 하나 도움되는게 없었다. 공장까지 오는길에는 무려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히기도 했다.
***
"안녕하세요. 도경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남자애는 내 또래로 보였다. 댕그러니 큰 눈과 짙은 눈썹이 인상을 남기는 얼굴이었다. 도경수는 제 앞에 병정처럼 세워진 노동자들을 쭉 둘러보았다. 떠들썩해지는 분위기를 반장이 가라앉혔다. 허공을 무표정으로 응시하는 도경수의 기괴한 위화감이 온 공기를 감쌌다. 나와 눈이 맞물렸다. 도경수는 지극히 사무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도경수는.
내 바로 옆자리에 배치된 도경수는 일에 열심이었다. 인사말 이후로는 입을 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간간히 도경수를 흘깃대며 쳐다봤지만 도경수는 제 앞의 기계장치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일에 미친놈 같기도 했다. 종국에는 머리를 기계 앞까지 쳐박고 일하다가 반장의 귀가통보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노동자들에게 인사하기 시작했다. 도경수는 나와도 친분을 쌓고 싶어했다.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내미는 손을 잡았다. 무슨 행위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도경수는 사교성이 좋은 사람 같았다. 사실 나중에야 알아챈 사실인데, 도경수는 여실히 일하는 짐승들을 한 손에 잡아 뒤흔들고 있었다. 여타의 노동자들처럼 생채기를 달고 다니지도 않았다.
***
"백현아, 무슨 생각해?"
"아, 너 처음 공장 왔을 때 생각."
"나 그때 너보고 웃었는데 기억 나?"
"어. 완전 비즈니스 미소"
도경수가 웃었다. 고의는 아니었어.
"백현아, 너 그거 알아?"
"뭘?"
도경수가 나를 보고 웃었다. 사무적이지 않은 도경수의 웃음. 도경수는 몸을 기울여 내게 귓속말했다.
"첫눈 오던 날에 어깨 부딪힌 거, 그거 나야."
"첫눈? 나 눈오는 날에 누구랑 부딪힌 적 없어"
"아냐, 잘 생각해봐. 너 그때 네 여자친구랑 같이 나왔잖아."
"아. 그때 정말 눈이 왔었어? 근데 그거 내 여자친구 아냐."
"그럼?"
"친구야. 그냥 친구."
"그렇구나. 그럼 그때 나랑 부딪힌건 기억 나는거야?"
응. 고맙게도 도경수는 더 물어보지 않았다.
그날 정말로 눈이 왔구나.
***
폭설이다. 눈보라가 미친듯이 내 방의 창문을 두들겼다. 허공을 째는 바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곰팡이냄새가 진동하는 베개로 머리를 감쌌다. 헛구역질이 나왔다. 두터운 솜이불은 내 키에 짧았다. 몸살감기로 시린 발가락을 연방 꼼지락댔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경수가 보고싶었다. 지금쯤이면 반장이 사람들을 해산시켰을까? 눈물이 찔금 나왔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옷이란 옷은 전부 껴입는다. 담요도 목에 두른다. 혼자 산다고 한 경수의 집 주소가 적혀있는 쪽지를 몇번이고 펼쳐보았다. 가다가 얼어 죽지만 않으면 좋겠다. 거실에는 예희가 있었다. 예희는 정신이 빠진 표정으로 대문을 여는 나를 관망했다. 줄어든 예희와 나의 시간과 늘어난 경수와 나의 시간. 사람들을 제 편으로 만드는 경수와 만년 외톨이인 나. 웃음이 많아진 경수와 웃음이 줄어든 예희. 경수와 예희와 나. 위화감은 시간으로도 상쇄되지 않았다.
변변한 겨울옷도 없이 거리에 나온 나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많았다. 아랑곳않고 목적지를 되새기며 뛰었다. 마차가 이리저리 나를 피해다녔다. 차라리 얼어죽어도 좋으니 경수를 보고싶었다. 고맙게도 내 삶에 친구는 두명이나 되었으나 오늘은 예희보다는 경수가 보고 싶은 날이었다. 불가항력의 갈망. 그것은 지금 내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중앙공원의 시계탑 앞에서 거칠어진 숨을 골랐다. 머릿속마저 눈보라로 채워지는 것 같았다. 공교롭게도 그곳에는 도경수가 있었다.
"백현이?"
너는 내이름을 꼭 그렇게 불렀다, 경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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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아 김우빈 암 투병할 때 공양미 이고 기도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