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없었을 때는 온통 암흑이었다. 신은 가만히 존재하다 문득 심심함을 느껴 세상을 창조했다. 그는 우주를 만들어 그 안에 많은 행성을 창조하는 동안에는 그 고질적인 심심함을 조금은 떨칠 수 있었으나 결국 세상을 만들 고 난 뒤에는 다시 심심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여러가지의 어떤 것들을 만들었다. 머릿 속에 나오는 대로 만들다보니 영 보기 안좋았다. 게다가 그것들은 얼마-시간의 개념에 구애받지않고 존재하는 신에 비해- 살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조물딱대다 신은 다시 지루해져버렸다. 그는 해를 만들어 위에 올려놓고 낮잠이나 자기로 했다. 실컷 잠을 잔 후, 그는 곧바로 자신의 손과 발을 보았다. 그리고 어떤 것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꽤 정교했다. 마침내 그 창조물이 완성되었을 때, 신은 기분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겼다! 신은 '못' 생긴 것들로부터 '잘' 생긴 창조물의 차이를 주기 위해 후자의 창조물에게 이름이란 것을 주었다. 그것은 신도 없는 것이였다! 그 창조물의 이름은 바로 버논이었다.
1. 우주대왕 버논
버논을 만들고나서도 수정작업은 계속되었다. 신은 그에게 속눈썹을 붙이고 손톱과 발톱을 넣어주었다. 게다가 구강구조까지 만들어주었다. 그러자 버논은 제 목에서 나는 온갖 소리로 노래를 만들어댔다. 그것은 솔직히 별로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신은 언짢은 소리에 언짢은 마음이 되어 그를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버논을 보면 마음이 무뎌졌다. '잘' 생긴 버논이 눈을 깜빡이며 '뀨우우?'했기 때문이다. 구엽다! 구여워서 못 죽이겠다! 신은 금방 마음을 고쳐먹었다. 하지만 그 소음들을 계속해서 참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신은 하얀 생명체 하나와 검은 생명체 하나를 더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이름을 붙여주었다. 에미넴과 스눕독이였다. 그들은 창조되자마자 이상한 노래를 불렀다. 후에 그것은 랩이라고 일컬어진다. 아무튼 그것은 버논이 냈던 소리와는 달리 즐거운 소리였다. 신은 이 즐거움을 버논이 배우게끔 하기 위해 그 둘로 하여금 버논을 가르치게 했다. 그렇게 버논은 그들로부터 랩을 배웠고 그 재주로 가끔 신을 즐겁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다시 진부해진 신은 또다른 세상을 창조하려 아무것도 없는 無인 곳으로 차원을 넘어가려 했다. 그러면서 그는 버논을 데려가고자 하였지만 버논은 원하지않았다. 퍽이나 섭섭해진 신은 대신 자신의 '잘' 만든 창조물인 버논에게 한가지 힘을 주고 떠났다. 그것은 바로 '우주'신의 능력이었다!
버논은 스스로를 '우주대왕'이라고 칭했다. 그리고 나서 우주를 돌보기 시작했는데, 그 중 각별히 여긴 것은 바로 지구라는 아주 작은 행성이였다. 버논은 푸르렇고 누러면서도 초록빛이 나는 그 영롱한 색에 반해 그 곳에 살고 싶어졌다. 마침 그 곳에는 태양-신이 따뜻하게 낮잠자려고 만들어놓은 것 -이 있었기에 버논 역시 등이나 붙이고 자려고 지구로 내려왔다. 그리고 거기서 영영 만나지 못할 줄 알았던 에미넴과 스눕독을 만났다. 이 때에는 시간의 개념이 없었지만 노후라는 것은 자연히 존재했기에 에미넴과 스눕둑은 굉장히 변해있었다. 오직 우주신인 버논만이 파릇파릇했다. 그리고 버논은 직감적으로 그들이 이 세상에서 소멸-죽음-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영원하지 않은 삶을 영원한 존재의 버논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원함을 잇지 못하는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며 선물 한가지씩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버논은 말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그러자 에미넴과 스눕독은 말했다. 너무 외로워요! 지루함도 아니고 외로움이라니! 그래서 버논은 처음으로 창조물을 만들어내었다. 그것은 하얀색도 아니고 검은색도 아닌 노란색이였다. 이것은 후에 심슨으로 불린... 아니다. 게다가 그 창조물은 자신과 에미넴,스눕독과는 매우 많이 달랐다. 가슴이 부풀어올랐고 달려야할 게 달려있지않았다. 아! 알아차렸다. 그것은 바로 신과 비슷했다. 버논은 자신을 창조해주었던 신을 생각하며 여러가지 창조물들을 많이 만들어댔다. 그 후부터 지구라는 행성에서는 어느 한 종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후에 그것은 인간이라고 불리었다.
그 상태로 시간이 흐르자 당연히 에미넴과 스눕독은 소멸했다. 그리고 그 소멸을 멀리서 지켜본 버논이 살짜쿵 눈물을 훔치며 생각했다. 인간이란! 다시 또 영락없이 시간은 갔고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행성들은 그 안에서 지들끼리 창조되고 발전해갔다. 버논은 구태여 손쓰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우주신의 역할이 굉장히 지루함을 느꼈기에 손가락 까딱하지않고 가만히 우주를 떠다녔다. 그 지루함이 별 하나가 생성되고 사라질 동안의 시간동안 계속되자, 우주신이고 나발이고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차오르게 되었다. 그때! 정말 오랜만에 신을 만났다. 신은 역시 신이었기에 지루해하는 버논을 알고 그를 위해 나타나준 것이었다. 신은 곧바로 그에게 말했다. 무엇을 원하냐? 버논은 답했다. 저에게도 죽음을 주세요!
영원이라는 것의 고독과 외로움은 태생부터 영원이였던 신만이 감내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버논은 태초부터 신이지는 못했다. 신은 모든 걸 예상했다는 듯이-사실 별 생각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툭 하고 밀어내었다. 그러자 그는 지구 안으로 추락하게 되었고 모든 기억을 잊고 인간으로서 살아가게 된다.
1998.02.18. 지구에 있는 어느 곳에서! 버논은 태어났다. 막 세상 밖으로 나온 버논은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의 등을 두드리는 간호사의 야무진 손길에 그냥 우와아앙 우와아아앙 하고 울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누군가의 품에 들어가있었고 그 누군가는 버논에게 이러한 말을 했다.
오르랄랄, 깍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