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도경수
야자가 끝났다. 좀비처럼 앉아있던 애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간다. 평소 같으면 나도 재빨리 가방 안에 책과 필통을 넣고 나갔을텐데 오늘은 놓고 가는 게 없는지 괜히 몇 번 더 확인 해보고 가방도 느리게 정리했다.
내가 너무 느리게 행동했나? 조금 느리게 행동하려고 했던 것뿐인데 내 주위에 아무도 없다. 아니, 주위뿐만이 아니라 교실이 아예 텅텅 비었다. 교실 앞문을 보니 도경수가 자물쇠를 손가락에 걸친 채 벽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빨리 가방을 들고 뛰어 나갔다. 그리고 도경수 몇 발자국 뒤에 섰다.
그런데 도경수가 교실 문을 잠굴 생각을 안 한다. 이상하다.
“야.”
한참을 그러고 있던 도경수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도경수가 갑자기 뒤를 돌아서 나를 부른다. 이렇게 도경수가 먼저 말을 걸어준 건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왜?”
도경수와 눈이 마주친다. 눈이 마주친다는 게 이런 기분이었나? 기분이 좋다 못해서 꼭 날아갈 것만 같다. 계속 이렇게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얼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아서 내가 먼저 피했다.
“네가,”
쿵.
“나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쿵. 쿵.
“이러는 거 시간 낭비야. 나 따라다닐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더 해.”
심장이 발밑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나도 내가 이렇게 도경수를 귀찮게 할 줄은 몰랐다. 누구를 좋아해 본 적도 처음이었고, 좋아하는 사람한테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나는 모든 게 처음이었다. 처음 고등학교를 배정 받았을 때 느낌은 '절망'이었다. 집 앞에 위치한 여고가 아니라 집에서 약 15분에서 20분 남짓한 남녀공학이라니.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나는 여고에 가고 싶었다.
수정이는 처음부터 자기 집 근처인 (내가 배정받은) 고등학교를 1지망으로 적었다. 그 덕에 같이 다닐 친구는 생겼다만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는 고역이었다.
하지만 입학식 날 도경수를 보고는 여고 갈 생각을 했던 내가 어리석음을 느꼈다. 도경수는 그냥 완벽하게 내 이상형이었다. 정말 만화 아니, 내 상상을 찢고 나온 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완벽한 내 이상형이었다.
강당에서 입학식을 끝마치고 반에 갔더니 도경수가 맨 앞자리에 앉으려 하고 있었다. 미친! 이건 운명이야. 운명이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어! 하고는 옆에 있던 수정이에게 우리 두 번째 줄에 앉자. 응? 우리 공부해야지. 수정이는 중간에 앉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공부를 해야 한다는 내 말에 알겠다고 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밤톨같은 뒤통수를 보니 미칠 것만 같았다. 본 지 몇 시간도 안 됐는데 이럴 수 있는 건가? 아무튼 도경수가 자기 뒤에 있는 나한테 유인물을 건네줄 때가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도경수 더 유심히 쳐다봤다. 내 불같은 시선을 느꼈는지 그냥 유인물을 뒤로 넘겨도 되는데 뒤를 돌면서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나는 그때마다 쳐다보지 않은 척했다. 그래봤자 빨간 내 얼굴이 쳐다 본 걸 알아서 증명해줬겠지만. 그리고 마침내 이름도 알아냈다! '도경수' 이름마저도 귀엽다. 게다가 성이 ‘도’인 건 성이 정말 신의 한수다. 김경수, 최경수, 이경수, 박경수 다 이상한데 도경수는 정말 이름부터가 다 해먹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자꾸 동그란 뒤통수가 아른 거렸다. 미친 거 같아서 억지로 자려고 누우면 뒤통수가 천장에 둥둥 떠다녔다. 결국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이 중증이 계속 이어져 나는 도경수 덕후가 되었다. 학교에서도 도경수하면 1반 반장? 공부 잘하는 애? 귀엽게 생긴 애? 잘생긴 애? 이런 반응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저런 반응이었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김여주가 따라다니는 애?’ 이게 도경수를 지칭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내가 도경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말은 조금(사실은 많이) 부끄럽지만 모르면 그 사람은 정말 주변 일에 매우 무관심하거나 혹은..
정말 간첩일지도 모른다.
세 달이 지난 6월. 알고 보니 도경수는 엄청난 ‘철벽남’이었다. (사실 나한테만 철벽을 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도경수는 나를 엄청 귀찮게 생각하고 있다. 그게 딱 봐도 '귀찮아.'라고 보일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아주 아주 가끔씩은 우울해 했다.
게다가 오늘은 야자가 끝나고 옆집에 사는 도경수와 같이 가려고 하다가(사실 2m정도 떨어져 따라 다니는 거에 가깝다.) 기어코 좋아하지 말라는 도경수의 말까지 들어버렸다. 도경수는 그 말을 끝마치고는 가버렸다. 나는 엄청 우울해하면서 중앙현관으로 내려갔는데 도경수가 있었다.
갑자기 밤중에 비가 내렸다. 그리고 도경수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중앙현관에 있는 도경수를 보고 뭐지? 말은 그렇게 해놓고서 자기도 나한테 관심은 있었던 건가. 하고 김칫국을 마셨지만 도경수 손을 보고는 탄식했다. 아, 우산이 없구나.
방금 전에 좋아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는데 걸어야 하나? ...아무래도 안 거는 게 좋겠지. 나는 도경수 옆으로 걸어가 우산을 폈다. 나는 우산 소리이 팡! 하고 펴졌다. 뜬금없지만 언제 들어도 좋은 소리다. 흐흐. 무의식적으로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우산을 쓴 채로 도경수를 쳐다 봤다. 도경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밖으로 한 발 내딛었다.
“..야.”
그러자 도경수가 나를 불렀다. 뒤를 돌아 도경수를 돌아봤다. 그리고는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왜?”
나 우산 없는데.
그래서?
... 같이 쓰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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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인사드려요! Habit입니다. 이 글은 분위기만 생각해보고 충동적으로 썼던 글인데 충동적으로 올려봤어요.
사실 저는 쓰고 싶은 글이 되게 많아요. 소재도 엄청 많은데.. 아쉽게도 아직은 여러분께 보여드릴 글이 없네요.
상상하는 건 좋은데 글로 옮기기도 힘들어서 그런지 완결된 글이 없어요. 아무래도 제 시간도, 제 필력도 딸려서 그런 거 같아요.
처음인데 말이 길어졌네요TT
이 글을 기다리시는 분이 있다면 아마 단편으로 올라올 거 같아요. 그리고 첫사랑은 시리즈로 나올 계획이에요.
9명 멤버 모두가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대는 하지 마시고 기다려만 주세요! 현재는 백현이부터 쓰고 있어요.
엄청나게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글은 언제 올지 모르겠어요. (영영 안 올 수도...)
완성된 글이 올라오면 이 글은 내려갑니다. 다들 예쁜 하루 되세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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