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이불을 두르고 뒤척였다. 팔과 몸통의 땀이 보채 결국 이불이 하나로 뭉쳐 옆구리에 안겨졌다. 공황. 잠을 자도 피곤했고 배 부르게 먹어도 배가 차지 않았으며 양껏 게임을 해도 즐겁지 않았다. 이게 언젠가 부터 도를 넘어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으며 딱히 무슨 일을 하지 않아도 지루하지 않았다. 이불을 계속 옆구리에 차고 안아보아도 푸석하게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불이야 원래 그런 촉감이지만 나는 무언가 다른 것을 기대하였나 보다.
"얼굴에 기름이 흐르네."
"...."
"누가 잘해 주나봐."
"...."
의미없는 말이었다. 내가 며칠째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나는 내 볼을 살며시 쓸어보았다. 피부가 제멋대로 푸석해져 있었다. 연달아 밥을 먹지 않은 날이 손가락으로 셀수 없을 정도였다. 그저 어줍은 침묵을 깨기 위한 한마디였다.
"밥은 먹었어?"
"...."
"왜 말이 없어."
"...."
말할 용기도, 말할 힘도 없었다. 대꾸할 말도 없었고 짧게 대꾸하려니 사이의 공기가 너무 어색했다. 빤히 바라볼 수 도 없어 나는 형의 얇은 티셔츠로 눈길을 돌렸다. 못보건거네. 누가 사줬나. 형은 저런 스타일 안 좋아하는데. 연달아 물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연노랑색이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형과 어울리지 않았다. 더구나 형은 저렇게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거?"
"...."
"신경쓰지마."
"...."
고작 나오는 변명이 그거라니. 여자가, 여자친구가 사줬다고 하면 시원하게 주먹이라도 날렸을텐데. 형의 어줍잖은 말에 내 자세도 엉거주춤 해졌다. 나는 내 눈에 아무것도 담지 않은, 혼이 빠져버린듯한 시선으로 멍하니 형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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