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늦게 올려드려서 죄송합니다ㅜㅜ
수고가 많으세요!!
뚜기 프로젝트 - 불편한 진실 |
"안녕하십니까! 영업 2팀 신입 김성규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 속에 성규가 건넨 인사에는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괜히 머쓱해진 성규가 어깨 밑으로 떨어진 가방끈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제 자리로 가서 앉았다. 텅 비어있는 자리에 성규가 잠시 팔을 베고 누웠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일어났다.
"신입!"
혹시 커피 드실래요? 아, 나는 밀크커피로. 나는 안 먹어. 성규가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물어보고는 구시렁대며 휴게실로 향했다. 왜 나한테만 시켜? 인턴한테 시키지. 성규가 볼에 바람을 넣고 입을 한껏 튀어나오게 한 채로 문을 잡아당겼다.
"신입?"
내 이름 신입 아닌데…. 속으로 중얼거리던 성규가 입에 바람을 더 빵빵하게 불어넣었다가 이내 곧 제 앞의 남자가 팀장인 것을 깨닫고는 황급히 바람을 뺐다.
"네, 네! 영업 2팀 신입 김성규…"
그래? 그럼 난 가볼 테니까 수고해. 자판기 커피를 다 마신 우현이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휴게실을 나섰다. 아 뜨, 뜨! 우현이 버린 종이컵만 뚫어지라 쳐다보던 성규가 컵에 물이 넘치는지도 모르고 계속 따르다가 손이 데었는지 손을 급히 컵에서 떼어 내었다. 아, 다시 타야겠네….
"여기 커피요."
날씨도 더운데 조금씩 쉬면서 하세요. 성규가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커피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신입! 거의 커피를 다 건네주던 찰나에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성규가 고개를 위로 올려 확인했다. 아, 여기 커피요. 마지막으로 커피를 책상 위에 올린 성규가 쟁반을 옆구리에 끼고는 팀장의 자리로 향했다.
"신입, 이거 복사."
우현이 성규 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모니터만 쳐다보며 종이를 성규 쪽으로 건넸다. 하마터면 떨어질 뻔한 종이 무더기를 힘겹게 받아낸 성규가 끙끙거리며 인쇄기로 향했다. 이걸 언제 다 해…. 성규가 종이 무더기를 옆 테이블에 올리고는 종이 한 장을 집어들었다. 그러자 머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성규가 고개를 돌렸다.
"아!"
그제야 옆에 종이 무더기를 확인한 성규가 뭐가 잘못됐는지 깨달은 듯 아, 라며 작은 탄식을 지어냈다. 뭔 이런 얘를 신입으로 뽑았어. 옆으로 지나가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성규가 눈썹을 팔자 모양으로 늘어뜨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양옆으로 세게 흔들고는 종이 무더기를 양손으로 집어 들었다.
"신입! 그거 다 하고 커피 좀!"
이거 다 하려면 한 시간은 거뜬히 걸릴 것 같은데…. 속으로는 구시렁거리면서 정작 나오는 대답은 '네!' 였기에 성규가 제 입을 손으로 두어 번 때렸다. 하지만 때리자마자 입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
신입이라는 이름을 달고 회사를 다닌 지도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나있었다. 하지만 아직 영업 2팀에 신입사원은 들어오지 않았기에 여전히 자신은 신입으로 불리고 있었다. 게다가 우현이 심부름을 잔뜩 시키는 바람에 하루 동안 쉴 틈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자꾸만 와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성규가 우현을 생각하니 저절로 짜증이 샘솟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는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오늘도 처음 입사할 때와 같이 활기찬 인사와 함께 가방끈을 꼭 쥐고 사무실로 들어섰다.
"신입!"
우현이 저를 부르자 또 심부름을 시키려고 하는구나, 하며 두 눈을 감았다가 떴다.
"넥타이 똑바로 매."
말도 더럽게 안 듣네, 맨날 말대꾸나 하고. 우현이 성규 셔츠의 단추를 잠그고 책상에 있는 넥타이를 집어 성규의 목에 둘렀다. 고작 단추 한 개 가지고 저러네, 미친 팀장. 사실 요새 들어 자꾸만 더워지는 날씨에 성규가 단추 한 개만 풀었다 싶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와 잔소리를 해대는 우현이었다.
"왜 저만 옷차림 가지고 그러세요? 지금 다른 사람들도 다 단추 풀고 있는데."
우현이 얄미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뒤로 돌아 제 자리로 갔다. 그러자 성규가 주먹을 꽉 쥐고는 씩씩거렸다. 우현이 의자에 앉자, 성규가 넥타이를 다시 벗어 책상 위로 올려두었다. 왜 나한테만 그래, 진짜. 뭐 전생에 내가 죄라도 지었나. 어? 성규가 자신이 들릴 만큼의 목소리로 우현의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진짜 미친 팀…"
으아! 네, 네! 그러던 중에 갑자기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고 말 거는 명수에 성규가 놀랐는지 펄쩍 뛰었다. 그리고 곧 그 사람이 남우현이 아님을 안심하는 표정과 함께 자신이 방금 한 행동이 창피해 울상을 짓는 표정이 섞여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냈다. 그 표정을 보고는 명수가 웃음을 터트리자, 성규가 두 눈썹을 늘어뜨리고는 울상을 지었다. …왜 웃어요.
"미안해요, 그냥 나는 커피 마시면서 쉬엄쉬엄 하라고 왔는데."
명수가 건네는 커피를 두 손으로 받은 성규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명수도 그럼 화이팅! 이라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자판기 커피가 아닌 스타벅스라고 적힌 커피를 받아든 성규가 빨대로 입을 가져가 한 입 마시고 책상으로 올려놓자마자, 어떤 손이 나타나 성규의 커피를 가져갔다.
"팀장님!"
성규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우현을 쳐다보자 우현이 커피를 살짝 흔들더니 사무실을 나갔다. 성규의 목소리에 다시 성규 자리로 다가온 명수를 확인하고는 성규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죄송할게 뭐가 있어요. 어? 고개 들고. 오늘 점심 같이 먹어요."
***
"성규 씨! 밥 먹으러 가요."
성규가 키보드를 누르던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은 뭐 먹어요? 성규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명수 쪽으로 걸어가려던 찰나였다.
"야, 신입."
미친 팀장…. 성규가 뒤를 돌아 명수에게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팀장님한테 가봐요. 밥은 나중에 같이 먹고. 명수의 말에도 성규가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자 우현이 뒤에서 성규를 불렀다. 신입, 빨리 안 와? 그 말에 성규가 주먹을 쥔 양손을 관자놀이 쪽으로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이내 곧 손을 떼고 명수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우현의 책상으로 향했다.
"…왜 부르셨습니까."
…네에. 성규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축 늘어진 대답과 함께 모니터를 살펴보았다. 평소에는 혼자 잘만 하면서, 왜 밥 먹으러 가려고 하니까 이래? 우현의 옆에서 앉지도 못하고 우현이 입력시키는 숫자들만 쳐다보던 성규가 속으로 구시렁거리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30분도 안 남았네…. 배고픈데. 성규가 잠시 시계를 보고는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옮기고는 다시 속으로 구시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러면 내 밥은? 나는 점심도 못 먹고 일하는 건가?
"미친 팀장, 자기가 내 밥 사줄 거야 뭐…"
우현이 탁탁, 키보드를 누르던 손을 멈추고는 성규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성규가 자신이 제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다시 말해봐. 우현이 성규의 손을 아래로 끌어내리고는 말했다.
"어…, 이 말이 갑자기 왜 나왔죠?"
하하하. 성규가 손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어색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잠시 미간을 좁히고 있던 우현이 마우스로 몇 번 클릭하여 컴퓨터 창을 꺼버리더니 컴퓨터까지 껐다. 갑작스러운 우현의 행동에 성규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우현을 쳐다보고 있자, 컴퓨터 모니터까지 끈 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성규의 손목을 잡았다.
"어, 어디 가세요!"
***
"명… 품 초밥…?"
우현이 성규의 손을 잡고 무작정 도착한 곳은 차로 10분 거리인 회전초밥집이었다. 성규가 고개를 들어 간판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끌어내려 우현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성규를 보고 있던 우현이 재빨리 시선을 피하고는 성규의 손목을 끌었다. 그런 우현에 성규가 푸 흐흐, 하고는 웃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빈 자리에 마주 보고 앉은 성규가 바로 접시를 하나 들어 올려 테이블 위에 두고 초밥을 입에 넣더니 우현에게 물었다.
"웬 초밥집이에요?"
그냥 넌 점심 안 먹었으니까. 라고 대답하면 쉽게 끝날 것을 저렇게 말해서 괜히 더 기분 좋게 만든다. 성규가 돌아가는 접시들을 기분 좋게 쳐다보다가 먹음직스러운 초밥이 담겨있는 접시를 들었다. 그리고는 젓가락으로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는 우물우물 씹었다. 팀장님은 안 드세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우현이 접시를 가져와 초밥 한 개를 입에 넣었다.
"팀장님. 커피는 맛있으셨어요?"
그 말에 우현이 초밥을 들어 올리던 젓가락을 멈추고는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성규가 뭐 하는 건지 싶어 계속 쳐다보자 우현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며 성규를 쳐다보았다.
"걔 좀 이상해."
명수 씨가 뭐가 이상해요. 말도 안 되는 변명에 성규가 또다시 웃음꽃을 피웠다. 지금 웃어? 우현의 말에 다시 한 번 터지려던 웃음을 성규가 꾹 눌러담고는 초밥을 가져와 입에 넣었다. 그렇게 성규가 초밥을 한창 먹고 있었을 때, 제 앞으로 불쑥 초밥이 담긴 주황색 접시가 제 접시를 밀어내고는 자리를 차지했다.
"……?"
…그거 내가 먹은 커피 대신이야. 우현의 말에 성규가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미친 팀장은 아니네. 성규가 기분 좋게 초밥을 젓가락으로 들어 올려 입에 넣고는 다시 우물우물 씹었다. 입안에 퍼지는 알싸한 고추냉이의 맛에도 웃음은 떠날 줄을 몰랐다.
***
"명수 씨, 정말 죄송해요."
명수의 말에 성규가 울상을 지은 채로 허리를 숙여 몇 번이나 인사했다. 저번에 명수와 한 약속을 지키려 밥을 먹으러 나가려고만 하면 자꾸만 불러세우는 우현이었다. 그 횟수를 세자면 열 손가락이 넘어 발가락으로 세야 할 정도였다. 그래서 정작 우현에게 가면 처음과 같이 자신이 틀리게 한 건 없느냐느니, 아니면 그냥 보고 있으라느니, 그런 쓸데없는 말만 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명수가 나간 지 십분 정도가 흐르면 갑자기 컴퓨터를 끄고 향하는 곳은 초밥집이었다. 벌써 몇 번 째야…. 이제는 초밥만 생각하면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팀장님."
그,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얼굴이 빨개진 성규가 손등으로 볼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그런 성규가 귀여운지 우현이 성규를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럼 다른데 가고 싶은 데라도 있어? 우현이 웬일로 다정하게 말하자 애써 가라앉힌 얼굴이 다시 붉게 달아올랐다. 성규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손을 들어 양옆으로 휙휙 저었다. 아, 아뇨. 그냥 가요.
***
밥을 다 먹고 들어선 사무실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흡사 만화에 나올법한, 종이도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자꾸만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전화기를 내려 놓을 틈 없이 다시 받고. 그 광경에 성규가 넋을 놓고 서 있자 우현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멍하니 뭐해? 빨리 가서 일해.
"성규 씨! 이거 좀 부탁해!!"
겨우 정신을 차린 성규가 자리에 앉을세라 성규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성규가 종이를 한 뭉텅이를 들고는 인쇄기 앞에 섰다. 그리고는 종이를 인쇄기 옆 작은 책상에 올려놓고는 인쇄기 버튼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그리고서 뭔가 허전한지 성규가 고개를 뒤로 돌려 시계를 확인했다. 아, 이쯤 되면 그 목소리가 들릴 때가 됐는데….
"성규 씨! 나 커피!"
익숙한 그 목소리에 성규가 씩, 하고는 웃었다. 네! 힘찬 목소리와 함께 성규가 인쇄를 시작했다. 조금씩 익숙해지는 회사 일에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마냥 밝게만 느껴져 성규가 그보다 더 밝은 웃음을 지었다.
***
커피 드시면서 하세요. 성규가 쟁반 위의 커피잔을 책상으로 내려놓으며 말했다.
"팀장님도 커피 드시면서…"
으아! 성규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려고 하던 순간, 우현이 별안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성규를 두 손으로 밀쳤다. 그에 바로 성규는 자리에 엉덩방아를 찧고는 엎어졌고, 그 덕에 커피가 쏟아져 성규는 흰 셔츠가 온통 커피색으로 물들었으며, 성규는 뜨겁다며 울상을 짓고는 집게손가락으로 셔츠를 조금 들어 올려 몸에서 떨어지게 했다.
"미안, 미안해."
우현이 어쩔 줄을 모르고 서 있다가 책상 위의 휴지를 발견하고는 휴지를 계속 뽑아서 손에 들었다. 그리고는 그 휴지로 성규의 배 위를 톡톡 두드려 닦았다. 닦을 때마다 성규가 뜨거워서인지 인상을 찌푸리자, 그때마다 우현은 미안, 미안. 이라며 커피를 닦아냈다. 우현이 대충 닦아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성규도 고개를 들어 올려 우현을 바라보았다.
"내가 집에서 내 옷 가져올게, 사이즈는 대충 맞을 거야."
우현이 성규에게 말하고는 책상 위의 차키를 챙겨 사무실을 나갔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있던 여직원이 물티슈를 들고는 성규에게 다가왔다. 성규 씨, 괜찮아?
"벌써 다 닦았네, 이거라도 대고 있어요. 물티슈는 그나마 차가우니까."
이거 화상 입으면 어쩌나. 여직원이 물티슈를 뽑아 성규의 몸 위에 덮어놓고는 명수 씨가 얼음 가져오면 그걸로 얼음찜질 좀 해요. 라고 하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물티슈로 몸을 닦아내던 성규가 갑자기 등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니 명수가 얼음이 담긴 봉투를 들이밀었다.
"여기 얼음이요."
얼음을 건네준 명수가 제자리로 돌아가자, 성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우현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쟁반을 치우려고 손을 뻗자, 슬쩍 보이는 모니터 화면에 성규가 더 가까이 가서 화면을 확인했다. '망원동 근처 맛집'이라는 검색어에 성규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아예 자리에 앉아서 마우스로 몇 번 클릭하다가 밑에 내려져 있는 창을 하나 클릭하자, 이 근처 맛집에 대한 후기가 나와 있었다. 그리고 책상을 보니 노란색 포스트잇에 주소까지 적혀 있었다. 다시 웃음이 터진 성규가 애써 웃음을 눌러 담고는 포스트잇에 삐뚤삐뚤한 글씨를 적어놓았다.
'팀장님 저 닭갈비 먹고 싶어요'
***
이제 우현과 성규가 점심시간마다 같이 밥 먹는 것은 일상이었고, 심지어 집이 같은 방향이라 우현의 차를 타고 퇴근도 같이했다. 오늘은 아침 일찍 회사에 걸어가던 중 운 좋게 우현을 만나 차를 타고 회사에 온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인쇄기를 붙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로 누군가 지나가는 듯싶더니 다시 뒷걸음질로 제 뒤에 섰다. 그리고는 탁자 옆에 종이를 건네주면서 하는 말이,
"주, 주말에 시간 있어?"
그래? 얼떨떨한 성규의 앞으로 우현이 눈을 반으로 접어 웃음을 보이더니 성규의 어깨를 손으로 두어 번 치고는 사무실을 나갔다. 성규가 손에 우현이 건네준 종이를 들고 우현의 뒷모습만을 쳐다보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렸다.
"주말에 전화하면 꼭 받아! 꼭!"
열린 문 사이로 우현이 몸만 내밀고는 손으로 전화기 모양을 만들어 귀 옆에서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 모습에 성규도 우현과 같이 눈을 반으로 접은 채 배시시, 하고는 웃어 보였다.
***
온종일 전화기만 들여다보던 성규에게 벨 소리가 한 번 울리자, 성규가 놓칠세라 재빨리 액정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세 시까지 사거리로 나와. 그 말만 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린 우현에도 성규는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팀장님!"
성규의 목소리에 우현이 차 창문만 내리더니 고개를 살짝 까딱였다. 그에 성규가 차 문을 열고 타자, 시원한 바람이 쑥 들어오는 느낌에 성규가 아, 살 것 같다. 라며 손으로 부채질하는 시늉을 했다. 우현이 시동이 꺼져있던 차에 시동을 켜고 앞으로 나아가자 성규가 고개를 돌려 우현을 보더니 물었다.
"근데 어디 가요?"
아, 그렇구나. 성규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여전히 멈추지 않는 웃음을 머금고는 성규가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푸른 나뭇잎이나, 아니면 사람들 소리와 어우러진 매미 소리나, 그 어느 것 하나 안 예쁜 것이 없었다. 그렇게 창문만을 바라보다가 도착한 영화관에서는 우현이 시계를 확인하더니 성규에게 여기 앉아있어, 라고 하고는 어디론가 가더니 큰 팝콘과 콜라 두 개를 품에 한 아름 안고 나타났다. 성규가 그 모습을 발견하고는 우현의 품에 있는 콜라와 팝콘을 빼 들었다. 제가 들게요.
***
"우와, 완전 짱이에요."
성규가 손을 들어 손동작을 열심히 하면서 조곤조곤 말했다. 그 모습에 우현이 살짝 소리 내 웃자, 성규가 말을 멈추고는 우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우현이 다시 표정을 바꾸고는 아무것도 아니야, 라면서 손을 저었다. 우현을 쳐다보던 성규가 입을 열어 물었다. 하지만 근데 이제 우리 어디 가요? 라는 성규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우현이 성규의 손을 잡고는 차로 데려갔다.
"오늘 진짜 곱창 먹고 싶었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차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곱창집이었다. 사실 이 며칠 전부터 곱창, 곱창 입에 달고 살던 성규라 우현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 데려온 곱창집에 성규가 웃는 것을 보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는 우현이었다. 여기 곱창 2인분이요! 주위에서 퍼지는 곱창 냄새에 우현과 성규는 입맛을 다셨다.
"진짜 팀장님이랑 이 근방 맛집이란 맛집은 다 간 거 같아요."
아주머니가 내온 곱창을 불판 위로 내려놓던 성규가 우현을 보면서 말했다.
"…우리 이 세상 맛집 다 가보자."
그게 무슨…. 성규가 우현의 말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집게로 곱창을 집었다. 그런 성규에 우현이 손을 들어 머리만 몇 번 긁적이더니 성규가 들고 있던 집게를 뺏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야 이 멍청아.
"네? 멍청이라뇨!"
어? 사귀자고! 평생! 죽을 때까지 맛집만 찾아다니자! 우현이 말을 끝내고는 그제야 붉어지는 볼에 탁자 밑으로 고개를 숙였다. 어……. 팀, 장님…?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성규가 우현의 말을 다시 속으로 곱씹어보다가 달아오르는 얼굴에 손등을 가져다 대서 애써 식혔다. 그러다가 고개를 든 우현과 눈이 마주치자 이번엔 성규가 고개를 푹 숙였다. 붉은 귀만 빼꼼 내민 것이 귀여워 우현이 푸 흐흐, 웃음소리를 내며 손을 뻗어 성규의 머리칼을 헤집었다.
"성규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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