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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night in Paris 4
w.지젤










추워..

아무것도 입지 않은 맨 다리가 이불 밖으로 빠져나왔는지 싸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허리에 둘러져 있는 팔, 등에 맞닿아 있는 너른 가슴. 춥다고 혼자 중얼거린 목소리를 들었는지 안고 있던 팔에 힘을 주어 나를 더 끌어안는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남준과는 다르게 난 소매가 한뼘은 더 긴듯한 긴소매 맨투맨티를 입고 있었다. 내가 어젯밤 이걸 입고 잠들 여유가 있었던가? 맞지 않는 사이즈를 보니 정사 후 까무룩 잠든 저를 일으켜 남준이 제 옷을 입혔나보다. 변태.. 입힐꺼면 바지도 입혀주지.


해가 어슴프레 뜨기도 전인 이른 새벽, 쌀쌀한 공기와는 다르게 남준의 품은 따뜻했다. 맞닿아 있는 단단한 몸과 팔에서 느껴지는 포근함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떳다. 태아처럼 누워있는 몸을 조금 더 둥글게 말아 남준의 품에 내 몸을 더 깊숙히 밀어넣었다. 제 품에 붙어오는 나를 느낀 남준이 힘있게 나를 끌어안는다.


".. 더 자지 왜"
"잠이 안와"



하얗게 드러난 목덜미에 천천히 입을 맞추던 남준이 잠이 안온다는 내 말에 자장 자장- 노래를 부른다. 그 목소리에 푸스스 웃음이 터졌다. 양 팔로 나를 꼭 껴안는 남준에 그 품 안에서 꿈틀거리며 돌아누워 그를 마주보았다. 잠결에 낮게 깔린 목소리, 선이 굵은 눈코입. 아직 잠에 취한건지 반쯤 눈을 감고있다 뒤 도는 나를 보곤 그 상태로 입꼬리만 씨익- 올린다. 잠이 안온다고 할 때마다 불러줬던 자장가. 어릴적 프랑스로 입양되어 무슨 노랜지 몰랐던 내게 남준은 아기를 재울 때 부르는 노래라고 가르쳐줬었다.




"이제 겨우 5시야- 눈 감고 더 자."

아기 다루듯 등을 천천히 토닥이는 손길에 남준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오르락 내리락, 고요한 가운데 울려퍼지는 숨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

저녁잠이 많은 저와는 달리 아침잠이 많은 남준이기에 품에 조금 안겨있다 숨소리가 깊어진 걸 듣고는 지민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짝 열린 커튼 틈 사이로 동이 터오는 에펠탑이 보였다. 타워 끝부터 밝아오는 해를 보며 천천히 창틀에 다리를 올리고 스트레칭을 하다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다.




집에서 10분정도 걸으면 나오는 세느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걷다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체력을 길러야했다. 이제 곧 월말평가다. 발레리노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발레리나를 리프트 할 수 있냐는 것. 지민의 머리에 지난 월말평가가 떠올랐다. 최악이었다. 무작위로 짝지어진 여자 동기를 박자에 맞춰 들어야 했다. 굳게 입을 다물고 달려오는 동기를 향해 팔을 뻗었다. 여자 동기는 무릎을 다쳤고 지민은 팔목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었었다. 지민의 늘어난 팔목 인대를 위해 남준은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해야만 했다.





"하아...하아..."

지민은 멈춰서서 가쁜 숨을 골랐다. 쌀쌀한 파리의 아침, 다 식은 땀이 뺨을 따라 흘렀다. 입고 나온 후드집업의 지퍼를 목 끝까지 올렸다. 식탁 의자에 걸려있던걸 집어들고 나왔는데 알고보니 제것이 아닌 남준의 옷이었다. 헐렁거리는 품과 긴 소매를 보니 남준의 품에 안겨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지민이었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끙끙대기만 했던 어제가 생각났다.


쇄골을 더듬던 입술, 골반을 부여잡는 큰 손, 잘 빠진 남준의 구릿빛 피부. 저를 안아오던 긴 팔, 뜨거운 몸과 노골적인 대화까지. 하지만 무엇보다 지민을 달아오르게 했던 것은 남준의 눈빛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눈빛. 민감한 성감대만을 골라 집요하게 애무하는 것과는 다르게 본 게임에서는 아기를 다루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지민의 이곳저곳을 만졌다. 제 밑에서 야한 소리를 내는 지민을 눈도 깜박이지 않고 진하게 쳐다보던 남준이 생각나 강바람에 식어가던 지민의 얼굴이 다시금 달아올랐다.




지민아. 하고 부르는 남준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했다. 남준이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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