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E YOU
W. 일편현심
02
" 이 얼굴로 학교…. "
데일밴드를 붙여 상처를 가려보지만 그게 더 흉해 보여 짜증스럽게 데일밴드를 떼자 살에 딱 달라붙은 밴드는 징한 아픔을 남기고 떼어진다. 남우현의 이마에도 흉한 상처가 지지 않았다면 이 아침부터 남우현의 멱살을 잡고 쌈질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 이었다. 한참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이리저리 보며 남우현을 씹고 있을때 아침을 먹으라는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냥 가방을 매고 방에서 나와 곧장 현관으로 향했다. 저 새끼와 면상 마주보고 앉아 밥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아줌마한테는 좀 미안 하지만 이건 아줌마가 이해해야 한다.
성규가 아무 말 없이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서자 우현의 엄마는 우현의 등짝을 때리며 우현을 흘긴다. 우현의 얼굴에도 상처가 나긴 했지만 왠지 제 아들놈이 먼저 잘못했을거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 밥이 넘어가? 얼른 형 따라가! "
" 아, 씨! 누가 형이야? "
" 말대답 할래? "
다시 손을 들어올리는 자신의 엄마에 우현이 몸을 사리며 가방을 들고 툴툴 거리며 현관을 나선다. 아주 그냥 발목을 밟아 부러트려야 했어. 저 꼴을 하고도 학교는 존나게 잘도 기어나가네. 미친놈. 우현이 입안에 남은 밥알을 마저 씹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 너, 얼굴…? "
" 괜찮아. 신경쓰지마. "
" 아빠가 또 때리ㄴ, "
" 아ㅡ 진짜 아침 부터 구리게. "
현관을 나서자 담배를 피는 형과 마주치고 형은 내 얼굴에 대해 궁금해하며 잡은 팔을 놓아주지 않았다. 근데 그걸 지금 남우현이 보고 참견하는거고. 저 새끼는 하루라도 내 신경을 안건들이면 개거품 이라도 물고 쓰러지나보다.
" 내가 그랬는데 왜요? 똑같은 해주려고? "
" 남우현 그냥 갈 길 가라, 좀. "
" 아침 부터 박고 싶어서 안달난 저 새끼나 가라고해, 씨발. "
" 남우현! "
사랑도 우정도 아닌 딱히 무슨 단어로 포장할만한 순수한 관계가 아닌건 사실 이지만 남우현이 형에 대해 저렇게 말할 자격은 없었다. 항상 내가 먼저 자자고 해서 형은 자준거고 힘들어하는 날 항상 먼저 생각해준건 형 뿐 이었다. 아빠? 날 자식으로 보지 않을게 뻔 했다. 그렇다고 아줌마? 아줌마 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할까. 그럼 남우현? 이제 형제가 된 이상 저 새끼와 난 아무 의미 없다. 내 주먹에 맞은 남우현이 날 밀었고 계단을 한, 두개 남겨두고 서있던 난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그 틈새를 노려 남우현이 내 위로 올라탄다.
" 내 입 갖고 내가 말하는데 니가 무슨 상관이야. "
" 비켜. "
" 싫은데. "
" 부탁 아니야. 형으로써 명령이야. "
" 형? 씨발, 이 새끼 골때리네. 누가 내 형인데? "
" ……. "
" 난 남우현. 넌 김성규. 나한테 존나 쳐맞으니까 대가리가 맛이갔어? 난 남씨고 넌 김씨야. 근데 누구맘대로 니가 내 형이고 가족인데. "
남우현의 주먹이 올라갔고 우현의 팔을 잡은건 형 이었다. 아무래도 아직 미성년자인 남우현은 성인인 형보다는 힘이 약한지 반항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난 쓰러진 몸을 일으켜 먼지투성이가 된 교복을 털었지만 이미 먼지가 뽀얗게 뭍어난 교복은 더 더러워질뿐 이었다.
" 니가 싫어도 어쩔수 없어. 남우현 너랑 나랑은 형제고 가족이야. "
왜냐면 난 가족이 갖고 싶거든.
* * *
기분이 꽝 이다. 상처투성이 얼굴 플러스 먼지 투성이 교복으로 등교를 한 나는 하루종일 내내 남들의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 학교에서는 나름 조용히 지내는 편 인데 이런 식 으로 눈도장이 찍히고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는 사실이 좆 같았다. 이게 다 남우현 때문이다. 좆질 못해서 안달난 새끼. 게이도 아니면서 왜 지랄인지도 모르겠다. 모험심이 아주 하늘을 찌른다. 나랑 잘만큼 자놓고 또 뭘 바래?
" 성규야. "
" 형? "
집 앞에 거의 다다르면 보이는 골목 입구에 형이 서있었다. 조금 술에 취한듯 비틀 거리는 형의 모습에 얼른 형을 부축 했다. 회식했어? 하는 내 물음에 형이 응, 한다. 근데 왜 집에 안들어가고? 너 보고싶어서. 실 없는 웃음 끝에 걸리는 헛구역질 소리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나 술주정 싫어하는거 알잖아.
" 미안. "
형의 손이 내 뒷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다 내려가 목 언저리에 안착한다. 어, 이거 뭐야, 지금. 당황한척 하는 내 놀리는 어조에 형이 푸스스 웃는다. 어우, 술냄새. 짜증나, 알아? 내 투덜 거림에 형이 알아, 알아 하며 혼잣말을 한다.
" 많이 취했다, 형. "
아침에 니 동생이 그러더라. 너 좋아한데. 성규, 넌 알고 있었어? 가족 되자고 하는 니가 나쁜새끼 라며 이를 갈던데? 아주 너 죽여버릴 기세더라. 내뱉지도 못한 말이 입안에서 웅웅 거린다. 호원이형, 취했다고. 집 가자. 평소에 자신의 이름을 잘 안부르는 성규 였기에 조금은 놀란 호원이 피식 웃더니 듣기 좋네, 한다.
" 뭐가? "
" 니 입에서 나오는 내 이름. "
" 나 한테 아주 푹 빠지셨네. 이러다 형 장가 못가도 내 책임 아니다? "
성규가 먼저 건물을 빠져나가고 호원 한테 붙잡힌 우현은 호원을 향해 으름장을 놨다. 솔직히 호원의 입장에서 어린 꼬맹이의 말도 안되는 허세로 보일 뿐 이었지만 두렵고 감당이 안되는건 따로 있었다. 성규의 말마따나 진짜 장가를 가지 못할거 같다는 느낌. 성규는 호원을 연애감정으로 잘해주는게 아니었다. 하지만 호원은 성규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게 무서웠다. 처음에는 이 어린놈과 뭐하는건가 싶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감정이 감당이 안되었다.
" 좋아해. "
술김. 온전히 술김 이다. 그래, 주정, 술주정. 호원의 눈이 성규의 눈을 빤히 바라본다.
" 술주정 고약하네. "
헛웃음을 치는 성규에 서운해 하는것도 잠시, 자신의 입술에 닿는 성규의 입술에 호원이 성규의 허리와 목을 잡고 깊게 혀를 섞었다. 혀를 섞으면 섞을수록 요동을 치는 호원의 심장과는 달리 성규의 마음은 편안해진다. 만약에 형이 내 가족이 되었더라면, 형도 남우현 처럼 굴었을까? 남우현, 남우현. 때려죽이고 싶은 좆만한놈. 얼마동안의 키스 후 호원이 성규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몸을 축 늘어트린다. 왠지 밤이 길어질거 같은 예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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