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것이 슬픈 생각이 든다. 당신도 그러겠지만

슬퍼도 당신은 그에 버금가는 힘을 가졌으면 한다. 

이 돈으루 기차를 타고 먼 데루 가라. 그리고 행복하여라. 

 

글씨는 다신 안 쓰기루 한 거 알잖여. 

다시 쓰기루 하면 안 되나? 

그걸루 형수를 붙잡진 못한단 말이네. 

아름다이 보내줄 수는 있지.

[상근이]

상황/역할이 있는 톡은 상황톡을 이용해 주세요
카톡, 라인 등 외부 친목시 강제 탈퇴됩니다

[슈가 립스]

신경숙 <새야 새야> 중

[슈가 립스]

아름다이? 글씨가 그런 일을?

[슈가 립스]

그럴 수 있으리란 생각을 작은놈은 한 번도 안 했다.

[슈가 립스]

작은놈은 그제서야 큰놈이 밑줄 그어 온 문장을 모아 보았다.

[슈가 립스]

#

[슈가 립스]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던 동백꽃 말이에요.

[슈가 립스]

큰놈이 밑줄 그어 온 곳은 뚝뚝, 이었다.

[슈가 립스]

이게 무어지?

[슈가 립스]

작은놈은 땅바닥에 막대기로 글씨를 썼다.

[슈가 립스]

꽃이 떨어지는 소리.

[슈가 립스]

소리?

[슈가 립스]

움직이는 것들에게선 소리가 나.

[슈가 립스]

어떻게 알어?

[슈가 립스]

귀에 들리는 거야.

[슈가 립스]

큰놈은 적막한 제 귀를 쓸쓸히 만져 보았다.

[슈가 립스]

큰놈은 하늘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기러기를 보았고 저 새는 무슨 소리를 내는가, 물었다.

[슈가 립스]

작은놈은 또 막대기를 집어 들었다.

[슈가 립스]

포르르, 라고 썼다가 작은놈은 휘저어 내렸다.

[슈가 립스]

그런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큰놈이 포르르, 를 느끼겠는가.

[슈가 립스]

작은놈은 기러기 날아가는 소리를 땅바닥에 적었다가 지웠다.

[슈가 립스]

그리운 소리.

[슈가 립스]

#

[슈가 립스]

물은?

[슈가 립스]

헤어지는 소리.

[슈가 립스]

뱀은?

[슈가 립스]

눈이 감기는 소리.

[슈가 립스]

때까치는?

[슈가 립스]

대문 여는 소리.

[슈가 립스]

바람은?

[슈가 립스]

잠깨우는 소리.

[슈가 립스]

기차는 무슨 소리를 내지?

[슈가 립스]

과거로부터 도망치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