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 진짜 한 번만 더 볼 꼬집으면 진짜 니 꼬추 확 짤라뿐디."
"가시나가 꼬추가 뭐고 꼬추가. 니 학교가서 꼬추 캐봐라 서울 애들은 그런 말 듣고 가만히 안 있는디."
"니한테만 칼껀데? 서울 남자애들 앞에서는 요조숙녀인척 해가지고 다 꼬실껀데?"
내 말에 김종인은 어이없다는 듯 미간에 주름을 팍 새기고는 버스에 올라탔다.
김종인과 나는 경상도 두메산골에서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한 시골뜨기들이였다.
공부에 욕심이 있으셨던 부모님의 강력한 주장으로 혼자 서울로 상경하게 된 난 슬픔에 빠져 방학 임에도 학교에 매일 찾아가 책상에 엎드려 한 없이 울고 또 울었었다.
부모님 원망도 해보고, 서울에 대한 원망도 해보고, 하지만 내 마음은 달래지지 않았다.
그 때 였다.
옆 집 불알친구 김종인도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한다던 소식이 들렸던 건.
잔액이 부족합니다-
"내가 충전하라 캤나 안캤나."
"깜빡할 수도 있지 뭐라카기는."
내 요금까지 계산 한 김종인이 내 볼을 세게 꼬집었다.
진짜 김종인은 나한테 꼬추를 짤려봐야 정신을 차리지 싶다.
빨개진 볼을 부비며 버스에 하나 남은 자리에 달려가 냉큼 앉자 김종인이 옆에 와 선다.
새로운 교복을 입은 김종인이 꽤 낯설어 김종인의 교복 상의를 밉살맞게 구겼더니 김종인이 내 손을 쳐 낸다.
죽고싶나.
한 대 세게 때리지도 않으면서 겁만 주는 김종인이 웃겨서 그냥 혀를 쏙 내밀고 창 밖을 내다보았다.
헐.
"야, 김종인 니 자 보이제? 저 있잖아, 자전거 타고 가는 남자!"
"어, 보인다. 왜?"
"니 우리 동네에서 저래 잘생긴 애 본 적 있나. 장난 아이다. 여가 서울이긴 서울인갑다. 피부 뽀얀거 봐라."
"기생오라비 같구만. 야, 됐다. 내가 더 낫다."
김종인의 어이없는 드립에도 내 눈은 창문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날리는 머리를 이따금씩 만지던 자전거 탄 남자애는 김종인과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고 난 환호성을 질렀다.
엄마, 아빠. 나 서울로 오길 잘한 것 같아요.
"야, 야, 야. 천천히 걸어라. 디비지겠다."
"니는 아까 그 남자애 보고도 내가 천천히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내 학교 가자마자 그 남자애 부터 찾을꺼다. 좀 도와도. 알겠제?"
"내가 니가 하는 일을 왜 도와주는데. 나도 진짜 엄청 예쁜 여자 찾을꺼다."
"그러든가."
"엄청 예쁜 여자 찾는다니까?"
"알겠다고. 와카는데 알겠다니까 내 지금 바쁘니까 말 걸지마라. 내 먼저 간디."
두메 산골에서 자란 걸 티라도 내는 듯 경사가 심한 언덕인 등교길을 단번에 주파한 내 어깨를 누군가가 돌려 세웠다.
"이거 떨어뜨렸는데."
친구들에게 생일선물로 받았던 꽃 동전지갑이였다.
평소에 소중히 아끼던 거라 고맙다며 고개를 연신 숙이는데 신발이 구두다.
의아한 생각에 고개를 드는데 정장을 입은 사람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다.
서울은 선생님들도 굉장히 멋있구나 감탄하다 중학교 때 우락부락했던 체육 선생님이 생각 나 괜스레 웃음이 난다.
"안 잃어버리게 조심해."
"감사합니다."
"니 또 뭐 일갓나? 니 칠칠맞은 건 알았지만 조심 좀 하라니까."
"언제 또 이까지 올라왔노? 곹 입학식 하니까 운동장에 가있자."
"절대 니랑은 같은 반 안됐음 좋겠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니 얼굴 보기도 지겹다 이제."
1-A
임시 반 푯말을 들고 있는 남자애 앞으로 가 김종인과 투닥투닥 줄을 섰다.
김종인 같은 애 말고 아까 버스에서 봤던 그런 왕자같은 애랑 같은 반이 되게 해주세요 하느님.
평소에 믿는 종교도 없으면서 괜히 알라신, 부처님을 들먹이며 간절하게 빌었다.
항상 그렇듯 애국가제창과 교장선생님의 지루한 긴 설교에 자꾸 눈이 감기던 차에 반 배정을 한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반 발표에는 이번에 새로 부임한 김준면 선생님이 수고해주시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음악교사 김준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종인 4반,……………………4반……………이상 자신에게 배정받은 반으로 가주시길 바랍니다."
지긋지긋한 인연, 아니 악연이 따로 없다.
김종인과 나는 또 같은 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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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