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 01
오늘따라 날씨도 화창했다. 창문 너머 바라본 하늘은 티 없이 맑았고, 지저귀는 새들과 모여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걸음을 바삐 하는 사람들. 아빠가 내게 그 말을 전하기 전 까지는 모든 게 평소와 다름없었다.
" 아니, 왜 내가, 아니, 그냥 알바 구하면 되잖아. 왜 나한테 시켜? 나 내년에 고3이야. 공부해야 한다니까? "
" 용돈 끊는다. "
" ...아, 알았어.아, 뭐 언제부터 나가야 되는데요? "
" 일찍 올수록 좋지. 아빠 요즘 많이 힘들다 ㅇㅇ야. 기댈 곳이 너 밖에 없어서 그래. "
복합적인 감정이 섞이며 순간 짜증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방문을 쾅, 소리나게 닫아버렸다. 아빠 저런 거에 상처 잘 받으시는데. 아- 모르겠다. 고2가 피시방 알바라니, 담배 냄새와 욕설이 난무하는 피시방에서, 카운터 알바라니. 분명 양아치 같은 사람들이 잔뜩 밀려올 것이다. 그리고선 내게 묻겠지,
" 화장실 키 좀 주세요. "
" ... "
" 저기요. "
" ㅇ, 아. 여기 키... 저기 복도 끝에 있어요. "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나는 우리 동네에서 먼, 좀 많이 먼 피시방에서 카운터를 봐주고 있었다. 그놈의 돈, 용돈만 아니었어도. 시간은 또 더럽게 안 간다.
가끔 친구들을 따라 놀러 왔을 땐 느끼지 못했는데, 모든 자리가 다 보이는 카운터에서 사람들을 보고 있다보면 기분이 굉장히 오묘하다. 저쪽에선 키보드가 부서질 듯 내리치며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저쪽에선 초조한 마음으로 티켓팅을 하는듯한 내 또래의 여자아이, 또 이쪽에선 페이스북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주말 저녁의 피시방은 터져나갈 듯 소란스럽다. 문을 열고 들어오고선, 피시방이 만석인 걸 보고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나가는 학생들, 혹시 여기 내 아들이 온 적 있냐며 인상착의를 설명하시는 아주머니,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서있는 험상궂은 아저씨.
" 학생, 컵라면 갖고 오라고 콜 누른 지가 언제인데. 뭐 해? "
" ...네? "
" 컵라면 시켰잖아, 13번. "
" 아... 죄송합니다. 바로 갖다 드릴게요. "
" ...예. "
" ㅇ, 아 저기...! "
" ... "
" 계란…. 넣어드려요? "
* Ep 02
집에 도착해 양말을 벗으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는 욕이란 욕을, 짜증이란 짜증은 다 내면서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 하루는 정말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짜증 났다. 아침에 새로 산 립스틱을 바르려다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생채기가 나질 않나, 사람 가득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다가 가방끈이 걸려 억, 소리를 냈던가 하면. 핸드폰에 고개를 처박고 걷다가 정신이 팔려 그만 다리를 삐끗하기도 하고, 또 방금 집으로 오는 길에는 버스카드 잔액이 부족해 민폐를 끼치질 않나. 오늘 하루는 진짜 최악이다.
/
" 나 못 해 먹겠어. "
" 뭘? "
" 아니, 아빠 피시방 도와드리기로 했거든? 첫날부터 망쳤어. 난 왜 살까, 수정아. "
" 급식 먹으려고. "
" ... "
" ...너 오늘 하루 종일 축 처져있는 거 알아? 물에 젖은 생쥐마냥 힘이 쭉 빠져서는, 오늘 니가 얼마나 좆같았는지 모르지? 이러니까 너가 남친이 없는 거야. "
학교가 끝나고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아까 수정이가 내뱉은 말이 계속 신경 쓰여, 머리에 계속 맴돌아 수업도 잘 듣지 못 했다. 뭐, 평소에도 수업을 그렇게 귀담아듣는 편이 아니긴 했지만.
" 야, 수정아. "
" 어? "
" 나는 왜 남자친구가 없을까? "
" 그러게. "
" 아니, 너가 생각하기에 내가 왜 남친이 없는 것 같아? "
" 성격. "
" 성격? "
" 응. 너 너무 재미도 없고, 철벽도 심하고, 싸가지도 없고, 응. 그래. "
" ...내가? "
" 어, 너 그 일 생각 안 나? "
아마, 내 기억으론 5달 전쯤이었을 거다. 새로운 학년의 시작이라는 설레임에 반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들떠있었고 나 또한 새로 만난 친구들, 새로운 환경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때 좀 야시꾸리한 소문이 하나 있었는데, 어떤 남자애가 나를 좋아한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이 하나 돌았었다. 물론 믿지도 않았고, 그 소문이 잠잠해질 때쯤 일이 터졌다. 학교에 가기 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페이스북을 둘러보다, ' 4월 ㅇㅇ일 고백 데이래.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좋아요, 없으면 댓글. '
페이스북에 접속 하자마자 맨 처음 뜬 글이 이 글이었기에, 아침부터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애써 기분을 추스르고 학교에 도착했을 때, 왜인지 수정이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
" 너 표정이 왜 그래? "
" ...아닌데? "
" 뭐가 아니야, 무슨 일 있어? "
" 아니, 없어. "
" ...뭐야. "
" 야, 매점 가자, 나 배고파. 배고파서 그래, 나 빵 하나만 사줘. "
그렇게 수정이와 별 볼일 없는 얘기를 나누며 매점에 도착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어느샌가 멀찍이 떨어져 어쩔 줄 몰라하는 정수정, 우릴 감싸고돌아 길게 서서 웅성대는 아이들, 그리고 내 앞에서 쭈뼛거리는 덩치 큰 한 남자아이까지, 도대체 이게 무슨 개 같은 상황인지, 나는 그냥, 초코에몽을 하나 사서, 그냥, 교실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게 끝인데.
" ... "
" 저기, ㅇㅇㅇ맞지?. 저기…. "
" ...뭐야, 용건만 말해. "
" 나, 너 번호 좀. "
순간 누가 망치로 내 머리를 세게 가격한 듯 머리가 하얘졌다. 이름도 모르는, 심지어 방금 전까지 나와 저 남자아이가 같은 학년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던 덩치 큰 남자아이가 내 앞에서 수줍은 듯 몸을 배배 꼬며 번호를 요구하는 모습이, 참 볼만했다. 잠깐 고민하다, 그냥 거절하는 게 상호 간에 좋을 것 같았다. 게다가 잔뜩 풀어헤친 건지 터진 건지 모를 정도로 속살을 훤히 뱉고있는 와이셔츠에, 폴폴 풍겨오는 담배냄새, 코팅이라도 한 듯 고정되어있는 머리 하며, 수줍게 내밀고 있는 핸드폰. 정말 내가 싫어하는 행동만 골라서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어렸을 때부터 고치지 못한 버릇이 하나 있는데, 사람들의 이목이 내게 집중되거나 발표를 할 때, 남자와 대화를 할 때 만 나오는 버릇이다. 이게 뭐냐면,
" 내가 왜 그래야 돼? "
" ...어? "
" 니가 뭔데 나한테 번호를 달라 말라야. "
" ...? "
" 그리고 너, 학생 맞아? 옷차림이 그게 뭐야. 너 같으면, 너 같은 애한테 번호를 주고 싶겠냐, 너는 ? "
" ... "
" 번호는 무슨, 나는 지금 너랑 이렇게 마주보고 대화하는 것 자체가 짜증나거든. "
" ... "
남자가 내게 말을 걸어오기만 하면, 그 때 부터 말투가 180도 변한다는 거다. 그렇게 모진 말들을 내뱉고 뒤를 돌아선 순간부터, 입술을 꽉 깨물고 머리를 콩콩 쥐어박으며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
" ...생각나. 그니까 입 밖으로 꺼내지 마. "
" 하여튼 ㅇㅇㅇ싸가지 없는 건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아야 해. 너 막 사람한테 상처 주기, 울리기 뭐 이런 대회하면 1등 하는 거 아니야?
" 닥치라고. "
" 그때 그 남자애 표정 존나 웃겼는데, 막 나한테 너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막 말하면서, 지가 사준 빵 다 내놓으라고 하면ㅅ... "
" ... "
" ... "
" ...그러고보니까, 나 매점으로 데려간 거 너 아니야? "
" ...어? "
" ...야. "
" ㅇㅇ야, 초코에몽 사러갈까? "
빌어먹을, 오늘도 알바다. 그래도 오늘은 전과 달리 평일이니까, 그러니까 피시방에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게 위로아닌 위안을 하며 초코에몽을 하나 사 피시방 안으로 들어가는데. 사람이 없긴 개뿔이. 엊그제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단축수업을 한 건지, 뭘 한건지 피시방에는 초등학생들도 넘쳐났다. 나와 교대를 하는 알바 오빠가 내 어깨를 토닥거리며 키를 넘겨주는데 마음이 복잡미묘해, 하마터면 눈물이 터져나올 뻔했다.
/
카운터에 앉자마자 피시방 문이 세차게 열렸고,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 2명이 들어왔다. 아, 상냥하게.
" 어서 오세여. "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한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꾹 다물고 가만히 있질 않나, 나머지 한 명은 짜증이 난다는 듯 저 벙어리를, 아니 저 남자를 툭툭 치질 않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 야. "
" ...어? "
" 병신아, 몇 시간할 거냐고. "
" ...2시간. "
보아하니 저 병신이라고 칭해지고 있는 남자가, 저 병신이라고 칭한 남자에게 셔틀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
" 저기에서 이용권 뽑으시면 되세요~ 혹시 어떻게 하는지 모르시겠으면 저 불러주세요. "
" 야, 니가 뽑아와라. "
저 남자는 이제 이용권을 뽑는 것까지 저 병신한테 시킨다. 아니, 저 남자한테 시킨다. 자기는 뭐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이쯤 되니 슬슬 저 남자가 짜증 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저 가해자가 또 입을 열었다.
" 야, 전정국. "
저 남자 이름이 전정국, 인가보다. 이름도 잘생겼다.
" ...모르겠어요. "
순간 화들짝 놀라 그만 들고 있던 초코에몽을 떨어뜨려, 바닥이 지저분해졌다. 아, 이건 또 언제 청소해.
" ...뭐래 병신이. "
" 저 이거 어떻게 뽑는지 모르겠어요. "
" 아, 네, 자리 골라서 앉아계세요. 제가 뽑아다 드릴게요. "
" ... "
" 아 병신아 뭐 하는데, 가자고. "
" 저기... "
이만하면 갔겠지, 하고 바닥을 닦은 뒤 뒤를 돌아 표를 뽑으려는데, 전정국이라는 남자가 또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냥 들어가서 게임이나 했으면 좋겠다.
" 네? "
" 여기, 4000원... "
" 아, 네. "
" ... "
" ... "
" ... "
저 남자들이 피시방 안쪽으로 들어감으로써 비로소 어깨에 힘을 풀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빠한테 잘 말씀드려서 알바를 관두던가 해야지, 남자와 얘기만 하면 말투가, 정신이 이상해지는 고질병 때문에 사고를 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결심했다. 피시방 알바는 내 적성이 아니다.
" ㅇ... "
" 안돼. "
" 아직 뭔지 얘기도 안 했거든요? "
" 알바 그만하고 싶다고? "
" ㅇ,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아, 응. "
" 그냥 해. "
" 아니, 남자 손님만 들어오면 머리도 하얘지고 말투도 이상해진다니까? 그냥 용돈 안 받을 테니까, 다른 사람 구해. 나 진짜 못하겠어요. "
" 시끄러워. "
" 아 왜에에. "
" 시끄러워. "
" 그럼 사고쳐도 난 몰라. "
" 한 두ㅂ…. "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 문을 쾅, 머리카락이 약하게 흔들릴 정도의 바람이 불 정도로 세게 닫아버렸다. 아빠 또 상처받으실 텐데, 그러고보니 나는 항상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말을 저질러놓고 후회한다. 이것도 고쳐야 하는데, 그나저나 내일은 또 어떻게 버티지.
* Ep 03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소리를 신경질적으로 꺼버리며 시작한 아침은,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오늘따라 항상 붓던 얼굴도 붓지 않았고, 어제 저녁에 사둔 초코에몽을 마시며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핸드폰을 꺼내려 주머니에 찔러넣은 손에 잡히는 지폐들 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단 한 명의 사람도 타지 않았다. 신호등의 빨간불도 내가 걷는 타이밍을 맞춰 초록불로 바뀌는가 하면, 마침 입안이 심심해지려던 차에 교문 앞에서 나눠주는 광고지들과 사탕, 왠지모르게 오늘을 일이 술술 잘 풀릴 것 같았다.
체육 시간이었다. 오늘은 야외 수업이 아닌 교실에서 수업을 한다고 한다, 그것도 성교육.
"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진다는 건. "
" 보통 첫 눈에 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
" 이성과 교제를 할 때에는. "
" 언제나 몸가짐을 조심해야 하는데, 특히 여자는 항ㅅ... "
이런 고리타분한 수업을 들을 바에는, 차라리 지금 피시방으로 달려가 알바를 하는 게 더 재밌을 것 같다. 이게 무슨 성교육이야. 그나저나 선생님이 나눠준 유인물에 적혀있는 내용을 천천히 읽어 보는데, 사랑의 유형에는 첫눈에 반한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상형을 만나면 도파민이 분비된다나 뭐라나, 난 그런 거 믿지 않는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첫눈에 반했어요, 번호 좀 주세요. 하고 사랑고백을 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난 누군가가 내게 첫눈에 반했다는 둥, 안색이 좋아보이신다는 둥, 뭐 그런 얘기들을 빌미로 내게 고백을 해온다면 가차없이 차버릴 것이다.
" 야 ㅇㅇㅇ, 나 좋아하는 남자 생김. "
" ...어? "
" 3학년에, 그냥.. 있어, 아. 있다고. "
" ...니가? "
" 응 내가. 근데 인기 존나 많아. 그냥 주위에 여자들이 가득해. 진짜로. 그냥 여자들에 싸여있다고 해야되나, 근데 철벽쳐. 존나 발리지 않냐, 그리고 막, 아, 너 알려나? "
" 그래서 그게 누군데. "
" 3학년에 김원우 오빠라고. 알아? "
" 아, 김원우. 아. "
" 헐, 알아? "
" 아니, 몰라. "
" 아 뭐야. "
" 그래서 뭐 어떻게 할거야, 고백 할 거야? "
" 야, 여자애들한테 매장당할 일 있냐. "
" 그럼 그냥 포기 할 거야? "
" 아니, 날 좋아하게 만들거야. "
" ...아, 어... 응, 그래. 응원할게. "
/
학교가 끝나고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며 어김없이 피시방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얼굴 상태가 말이 아니었기에 주위의 사람들의 좋지 않은 시선이 내게로 다 꽂히는 것만 같았다. 왜인지 벌거벗은 듯한 느낌도 들어 전화를 받는 척 하며 걸음을 빨리하다, 또 넘어졌다. 일이 술술 잘 풀리긴 개뿔. 얼굴이 시뻘개져 얼른 피시방 건물로 들어갔다. 누가 보면 내가 맨날 피시방에 죽치고 사는 줄 알겠다. 알바 오빠와 교대를 한 후 카운터에 가만히 앉아 손님이 들어오면 어서 오세여, 나가면 안녕히가세여, 음식을 시키면 갖다드리고, 이게 내 일이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계 초침만 바라보고 있는데, 전에 그 남자들이 또 들어왔다. 이번엔 다른 남자도 같이 왔다. 또 다른 가해자인가, 아니면 피해자가 2명인가. 아니면 셋이 그냥 친구인가. 그런데 전정국이라는 남자가 전과는 달리 능숙하게 이용권을 뽑는다. 분명 전에는 나한테 부탁한 것 같은데, 뭐 얼마나 지났다고 손에 익은건지.
하필 저 남자들이 카운터 바로앞에 앉은 탓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고개를 들자마자 마주치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기분탓인지 나를 계속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 저 남자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나까지 유치해지는 기분이다. 뭐, 방심을 하지 말라던지, 뿡뿡 이라던가, 뒤통수에 쏘지 말라던가, 남자들은 게임을 하면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아지나보다. 그 순간 콜이 울렸고 진열대에서 컵라면을 가져와 끓이는데, 번호를 확인해보니 저 남자들이다.
" 여기 주문하신 컵라면 3개 나왔습니다~ "
" 아, 씨발. 존나게 매달리네. 야, 난 너한테 관심 없다고. 몇번 말해. 너 내 돈보고 만나는거 다 알아. 그만 전화해라. "
" ...? "
" ... "
" ... "
" ...또 뭐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콜버튼 눌러주세요. "
내가 방금 잘못 들은건지, 아니면 셋이서 무슨 내기라도 한건지, 갑자기 알 수 없는 말들을, 뭐, 존나게 매달린다느니, 돈보고 만난다느니, 저걸 지금 나 들으라고 한 얘기는 아니겠지. 어느새 시간이 꽤 흘러 밤이 어둑해지고, 저 남자들도 슬슬 나갈 채비를 하는 것 같았다. 손걸레를 들어 자리를 정리할 준비를 하는데, 그 순간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또 피부가 굉장히 하얀 남자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저기요. "
" 네? "
" 아까 저새끼, 아니, 쟤가 한 말 있잖아요. "
" 무슨... "
" 뭐, 돈 보고 만난다, 연락하지 마라, 그 시답잖은 소리요. "
" 아.... "
" 그거 신경쓰지 마세요. 그거 그냥, 우리 셋이서 게임 하나, 아 그냥, 쟤 이상한 애 아니라고, 아 그냥 신경 끄라고. "
" ... "
" 야, 나와. "
" 아, 안녕히가세요. "
손님들이 거의 나간 후 자리를 정돈하다, 피시방 오빠와 다시 교대를 한 후 나갈 채비를 했다. 시계를 확인하려 핸드폰을 키자마자 환하게 밝혀지는 주위에 눈가가 찌푸려졌다. 눈을 찡그려 시계를 확인해 보니, 10시가 훌쩍 넘어버린 시간에 마음이 허해졌다. 피시방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아랫층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노랫소리인지 괴성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목소리에 또 한 번 눈가가 찌푸려졌다.
낮에는 더울거라 생각해 학교에서는 하복을 입었지만, 시간이 없어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바로 피시방에 왔던탓에 몸이 덜덜 떨려왔다. 하필 갈 곳 없는 내 시선이 닿는 곳에는 또 죄다 커플이다. 그렇게 추운지 아예 꽉 끌어안은 채로 걸어가는 커플들 하며, 수줍은 듯 입가에 미소를 띄며 손을 맞잡고 걸어가는 커플, 싸우는 건지 심각한 분위기를 내뿜는 커피숍 안의 커플, 커플은 이리도 많은데, 난 혼자다. 갑자기 마음 한 켠이 시려오기 시작했다.
잘 알지 못하는 동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는 길거리에서 밤에 맞는 공기는 꽤 쌀쌀했다. 이럴 때 남자친구가 달려와서 안아주면, 되게 따뜻할 것 같다.
안녕하세요, 염치없는 제가 또 찾아왔어요,, 돌은 던지지 말아주세요,,, 제목 참...ㅎㅎ... 내용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요? 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 글은 방탄소년단이 형제라면 어떨까 에서 정국이 시점으로 진행되었던 ㅇㅇㅇ와의 이야기가, 이번에는 ㅇㅇㅇ의 시점으로 진행될 거예요. 제가 썼던 참 지우고 싶은 퀄리티의 형제라면은 개그 중심의 글이라 문체도 되게 왔다 갔다 하고, 글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그렇게 재미가 있던 것도 아니었죠... 다시 한 번 사과 드립니다,,,
아무튼 지금 이 글은 프롤로그, 프롤로그 입니다. 근데 프롤로그가 본편보다 분량이 많은 것 같네요. 아,, 또 말이 길어졌네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그리고, 독방에서 이 제목을 본 것 같으셔도 그냥 모른 척 해주세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