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피치 레몬 에이드 (부제; 네버렌드 알바)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61010/29f3dcafeef75b4a4eaabb5e408d7b42.gif)
놀이동산 개장 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꽉꽉 물리는 손님에 자조적인 한숨만 내뱉었다. 어쩜 이렇게 많이 몰릴수가 있을까. 그나마도 다행으로 숨을 돌릴 수 있는 건, 하루종일 마이크를 입가에 달고 '환상의나라, 네버랜드로.' 멜로디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짓은 정말 나에게는 토기를 일으킬만한 것이어서 아까 전 주문을 받았던 츄러스만 종이에 꼭꼭 싸맬 뿐이었다. 놀이동산 이미지에 맞는 깜찍하고 상큼한 모습이어야 한다고, 압박에 눌리다 못해 쓴 토끼귀가 거슬린다.
"좀 쉴래?"
"아니, 됐어. 개장한지 얼마나 됬다고."
그래도 다행인건, 이 놀이동산 정 가운데에 위치한 이 가게에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이 내가 그나마로써 위안할 수 있는 것 이었다. 앞에는 이제 보기만 해도 어질한 회전목마가 돌아가고 있고, 그 앞에는 꺅꺅거리는 소음만이 존재하는 롤러코스터가 자리하고. 참을 수 없는 환경에도 내가 꿋꿋이 버텨낸 건 이 남자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에게 기대어있다. 나와 동갑인 것이 더 날 편하게 만들었던 것도 있지만은, 날 배려해 주는 행동 하나하나 자체가 좋다는 것. 그게 내가 이 지긋지긋한 곳을 관두지 못하는 이유다.
"아니, 뭘 이런걸 씌워놓냐."
"그러니까 말이다."
나와 같은 색과 모양의 토끼귀를 만지작 거리며 투덜대는 정국이에게 심심하게 답했다. 얼마전까지도 이런것 따윈 쓰지않고서도 일했건만 무슨 바람이 불어서일까 어느새 내
머리 를 차지한건 하얀색의 토끼귀 머리띠였다. 이런식이면 얼마있지않아 바니걸 복장도 입힐 기세 였다. 전정국이 나를 보고 씨익 웃어넘기는데 그게 또 섹시해서 괜히 아랫입술을 약하게 물었다.
"우리 처음 만났을때 생각하니까 웃기다."
프하, 샌소리로 작게 바람소리를 냈다. 자연히도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를 말릴 생각은 없었다. 천천히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첫만남이 고새 지나가, 허벅지를 찌르며 큰웃음을 참았다. 처음 알바를 왔었을 때 정국이는 이미 자리하고 있던 알바생이었다. 원래 있던 형이 갑자기 빠진 후에 내가 들어왔던 것이라, 전정국은 나에게 참 많이도 틱틱댔었다. 그것을 또 곱게 마주할리 없는 내가 주문을 받다가도 짜증을 내고, 손님에게 음식을 주면서도 정국이에게 고스란히 돌려주었던 터라 그걸 보시던 손님들은 매일 우리가 싸우는 장면을 구경하다 가곤 하셨다. 나중에서야 안건데, '놀이동산 훈남 훈녀' 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동영상도 있더라. 지금에서야 보면 이불을 팡팡 차대며 얼굴을 붉힐 게 뻔했다.
"쟤네 이쁘다."
"응? 어디?"
"저기."
정국이의 손끝이 자리한 곳엔 가볍게 뽀뽀를 나누는 학생 커플이 서있었다.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과 맞지않은 장면이라 내가 잘못 본건가 괜스레 눈가를 박박 닦으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달큰한 애정을 나누는 학생들만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전정국의 옆구리를 꾹꾹 눌러짚으면서 퉁명스레 대답하면 내 얼굴을 그 큰손으로 잡아넣으면서 코끝이 닿을랑 말랑하게 가까이있는 부드러운 정국의 손이 볼을 미약하게 꼬집고서는 떨어져내린다. 거울에 비춰진 동백꽃마냥 발갛게 물든 볼이 맘에 안들어 되려 볼을 부빗댔다.
"아이고, 이거 귀여워서 원."
"진짜, 하지마!"
"하면, 뭐. 뭐어."
토끼귀를 달고 깐족대는 꼴이 마냥 아기같았지만 그렇다고 놀려댔다가는 그 마저도 빼버릴것이 뻔했다. 토끼귀를 껴도 어쩜 넌 이리 남자 답냐며 잘 구슬려 사진이나 찍어놓고 대대손손 웃어재껴야 겠다고 생각하며 입꼬리를 얕게 말았다. 하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서도 눈길이 가는건 본능이었다. 보기좋은 사람이 한번 더 보게된다고. 맞는 속담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정국이가 딱 그랬다. 뭐 이렇게 잘생겼냐. 눈을 있는대로 찢고 가능한 대로 흘깃대면서 그의 눈,코,입을 훑으면 또 그 모양새에 오히려 거울로 내 얼굴만 한 번 더 들여다 보게 됐다. 나는 참 평범하게 생겼다고 또 깨닫던 순간이었다.
"누나!"
"ㅇ... 예?"
거울을 보면서 괜스레 얼굴을 메만지면 카운터 앞으로 얼굴을 불쑥 내미는 여섯의 남학생들이 보인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보아 현장학습 나왔겠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고개만 갸우뚱 해 보이면 제들끼리 어깨를 툭툭 치는 등의 제스춰를 보이며 예쁘게 웃는다. 요즘은 고등학생들도 안 징그럽고 잘 생겼네. 플라스틱 명찰에 곱게
새겨진 이름을 한명씩 확인해 보면 김남준, 김석진, 민윤기, 김태형, 정호석 그리고 박지민. 카운터에 기대어 여섯이서 똘망이게 뭉쳐 쳐다보는 꼴이 너무 귀여워 작게 웃음지었다.
"뭐 드시겠어요?"
"누나! 누나, 남자친구 있어요?"
동문서답이라 하던가 이런 상황을. 뜬금 없는 질문을 받은 내가 어버버 거리면 자기네들끼리 낄낄대고 웃다가 카운터 위에 곱게 매니큐어칠 된 내 손을 잡는다. 제일 가운데 있던 김태형이라는 아이가 내 손을 잡고는 이리저리 흔든다. 여섯명의 남학생에게 제대로 붙잡힌 내가 어쩔 줄 모르고 뚱한 얼굴을 지으면 잡은 내 손을 더 흔들면서 물어온다. 없구나! 없죠!, 손을 까딱까딱 흔들며 확신하는 꼴에 아니라고 강한 부정을 했어야만 했는데 얼빵진 얼굴로 더듬거리면서 긍정의 답만 내뱉은 내가 바보같았다.
"누나 몇살이에요?"
"네...?"
"아, 누나 반말하세요! 몇 살이에요?"
"어... 어?"
벙쪄서 세상이 빙빙 돌아가는것 같았을 때 옆에 잠자코 앉아있던 정국이가 살갑게 웃으면서 내 손을 가볍게 떼어냈다. 그리고 제 손에 웅크러지게 꽉 잡아 넣었다. 카운터 쪽으로 더 가까이 오더니 여섯명의 남자아이들에게 딱밤을 먹였다. 그러면서도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이 지금 표정과 맞는 상황인가 싶을 정도로 부스러지게 웃고있는 꼴이 우악스러웠다. 갑작스레 딱밤을 먹은 아이들이 정국이를 째리면서 크게 빽 소리지르면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받아쳐내는 전정국이 신기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어린것들이, 뭐 먹을거야."
"아! 아저씨 뭐예요!"
"씁, 아저씨라니. 이 누나 남친이다, 왜."
"아이씨. 누나! 뭐예요! 남친 없다면서! 씨!"
뭐 먹을거야. 정국이가 퉁명스레 아이들을 끌이면 입술이 툭튀어나와 머리만 매만지면서 츄러스 여섯개요! 한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나에게 진짜에요? 하고 물어오는 통에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츄러스 다섯개를 꺼내 설탕을 뿌리고 종이에 곱게싸서 다섯의 남자아이들에게 쥐어주면 내가 크면 누나 뺏으러 올거니까 여기서만 일해요. 알았죠? 한다. 귀엽다 못해 깜찍해 죽겠는 통에 손으로 입을 막고서 귀까지 입을 걸었다. 놀이기구들이 있는 쪽으로 향하면서 한명씩 기어이 손을 흔드는 통에 같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너 바보지."
정국이 쪽에서 잔뜩 가시가 돋은 말이 날아오면 휙하니 고개를 돌려 있는 힘껏 눈살을 찌푸렸다. 팔짱을 끼고서는 고고한척 고개를 드는 꼴이 워낙 허세 같아서, 어깻 죽지를 주먹으로 밀쳤다. 전정국이 남친이라니.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타임이라 사람이 하나 둘씩 더 늘어난다.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주걱으로 퍼 담다가 옆에서 툭 치는 느낌에 고개를 돌리면 빤히 날 쳐다보는 정국이가 보인다. 너 있다가 나 좀 보자. 잔뜩 얼은 표정으로 말하는 게 추워 알았다며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평일이라 현장학습 온 학생들이 빠지고 나니 이곳을 찾는 사람은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야."
평소에 정국이 답지 않게 있는대로 구긴표정이었다. 할 짓이 없어 핸드폰만 만지작 대다 그냥 얼굴만 한번 훑고서는 요즘 뜨는 아이돌이라는 게시글을 눌러 앨범자켓이라는 사진을 한 장씩 저장중이었다. 그래봤자 나중에는 보지도 않지만. 아직도 팔짱을 낀채로 내 핸드폰을 휙하니 손에서 빼앗아들었다. 방탄? 뭐냐 얘넨? 한껏 구부정한 말투였다. 나중에는 나까지 짜증이 나버려 그냥 핸드폰을 다시 빼앗았다.
"알 거 없잖아."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냐."
"알 거 없다고 하는게 섭섭해, 넌?"
손님도 없겠다, 이제 퇴장시간은 다가오겠다. 아까부터 잔뜩 허세를 부리는 꼴이 탐탁치가 않았다. 눈에 자꾸 거슬려왔다. 눈에 힘을 주는 꼬라지 조차도 그냥 짜증났다. 지금도 그렇고. 정국이 쪽은 보지도 않은채 딱딱한 말을 내뱉었다. 시선은 자꾸 신인 아이돌에게 꽂으면서도 잔뜩 화난 정국이가 느껴져 몸을 보이지 않게 비틀었다. 뚜벅이는 소리가 이내 커지더니 내 얼굴쪽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전정국이 내 앞에 서있었다.
"핸드폰."
아까와는 사뭇 다른 억눌린 목소리이기에 마지막 발악을 하듯 다시 시선을 핸드폰으로 꽂았더니,핸드폰을 잡아채 한쪽 벽으로 던져 넣었다. 아이폰이라 화면 잘 깨지는데. 한숨을 크게 내뱉고서는 나도 함께 일어섰다. 처음에 투닥대면서 싸우던 분위기와는 매우 다른 어떤것이었다. 자의적으로 짓던 가오넘치던 표정이 아닌 정말 화난 표정을 지어 당황함을 한껏 입에 넣었다. 한숨을 크게 젓곤 머리를 내리까는 모습의 정국이가 오늘따라 커보였다. 내 떨리는 어깨를 잡은 네가 머리를 내리깐채로 입을 열었는데 긴 앞머리에 표정은 보이지 않아 답답할 뿐이었다.
"왜 이래, 전정국?"
"너 알잖아."
"뭘."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따박따박 끊어 말한 네가 긴머리로 가렸던 얼굴을 내 어깨에 잘게 묻었다. 쌔액쌔액 내뱉는 숨이 달떠있었다. 아까 말하려던게 이거였어? 달달 떨리는 입술을 윗입술로 잘근이면서 물으면 그저 내 어깨 위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한다. 내가 아는 거, 알고 있었어? 잔뜩 얼은채로 물어볼까 말까 하던 질문을 그저 미지근하게 물었다. 그러면 아까와 같이 고개만 끄덕였다. 꽤 가까이 붙어있는 정국이 에게서 섬유유연제 냄새가 강하게 풍겨온다. 그러고 보니 전정국은 나에게 많이 맞춰왔다. 내가 자신에게 좋아하는 행동을 하기 보단, 싫어하는 행동을 고쳐왔고, 가끔은 날 설레게 밀당도 해보였고. 난 알리가 없었지만 나름의 정국이는 알아달라면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바보야, 말을 해야지."
"......."
"널 좋아한다. 지금처럼 말을 해야지."
"....."
"전정국, 좋아한다."
내 어깨에 처량히 붙어있는 너의 겨드랑이 사이로 내 몸을 더 깊게 끼워넣었다. 폭 안기는 느낌이 싫지만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담배냄새가 싫다며 찡찡대는 날 위해 담배대신 두 달넘게 사탕을 끼고 살았고, 땀 냄새가 싫다고 섬유유연제 한통을 게워냈고. 작은 소리로 피식 웃어보인 니가 잔뜩 안겨 있는 나를 더 세게 안았다. 뜨겁기보다는 따뜻하게 닿는 너가 좋았다.
"사랑한다."
퇴장시간 까지는 훨 남은 시간이었다만, 우리에겐 그런 것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밖에서 찰칵이는 소리와 띵동하는 동영상 소리를 제외하고선 말이다. 그래도 상관없이 날 두텁게 안아오는 몸짓에 그냥 피싯하며 웃어버렸다. 솔솔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에 실린 츄러스 냄새가 좋았다.
***
워낙 예전에 써둔 글이라서... 혹시 오타나, 이름이 전정국이 아니라면 댓글 주세요.
아, 또. 이해가 안되는 표현이 있으시면 물어봐주세요!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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