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김태형] 페어플레이 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6160/3c39ad7ae70653b93af23696c6a142d5.jpg)
페어플레이
부제 : 헤어진 남자친구와 한 집에서 산다는 것은
#6
W. 뽀베
상대방이 왜 좋은지, 혹은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있다거나 했던 경험이 있는, 어쩌면 연애가 아닌 짝사랑을 하고 있을 이들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받아본 적이 있는 질문일 것이다. 나 또한 장기간의 연애를 하며 수도 없이 들어본 질문이기도 하고. 처음엔 그저 부러움만이 담겨 있던 질문들은 연애의 기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점차 호기심을 첨가하기 시작해, 단순히 상대방을 좋아하는 마음의 무게를 물어보려는 의도가 아닌, 아직도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있냐는 것을 묻기 위한 의도로 변질되어간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나는 언제나 같은 답을 내놓곤 했었다. 내가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 그 이유라거나, 그를 향한 마음의 크기 따위는 필요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그런 대답을.
이는 지금까지 좋아하거나 마음을 나눴던 이들 뿐만 아니라, 김태형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었던 대답이었다. 내가 김태형을 좋아한다,라는 하나의 정직한 문장이 필요한 것이지, 굳이 다른 좋은 수식어들을 더해 그 문장을 꾸밀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그러한 생각이 나를, 그리고 우리의 연애를 뒷받침 해주었기에 그 긴 시간이 정의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내가 지금껏 해 온 연애에는 확실하게 상대방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는 전제가 있었기에, 부수적인 것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상대방을 향해 다이빙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 전제가 확실하지 못하다면? 문득 머리를 강타한 질문에 여태까지 맞춰왔던 나라는 퍼즐이 모두 어긋난 기분이 들었다.
현재의 기분과 감정이 딱 그랬다. 과연 나는 김태형을 좋아하고 있는건가. 확신에 찬 얼굴로 내 앞에 서 있는 김태형을 보며 선뜻 이 기분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가 없었다. 이미 한 번 실패해본 연애였기에 더욱 그랬을까. 아마도 그랬기에 다시 김태형이란 바다에 발을 담그기 더 주저했던 것이리라 짐작한다. 무모하게 뛰어든 바다 밑으로 점점 더 깊숙히 들어가며, 마침내 닿은 바닥에 제 몸을 부벼보고 왔기에. 짧은 시간 동안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여전히 내게로 시선을 고정한 채 내 답을 기다리고 있는 김태형의 눈을 피해 고개를 떨궜다. 우리가 과연 다시 그 행복들을 맛 볼 수 있을까. 현재로서 내가 내놓은 답은 ' 아니 '였다. 우리가 전에 맛보았던 행복들은 그것들이 모두 처음 경험해보았기에 가능했던 것이었고, 지금의 우리는 처음이 아니니까. 자꾸만 입을 열기가 주저되었다.
" 완전히 싫은 건 아니라고 해줘. "
" ... ... "
" 그래야 내 마음이 좀 편할 것 같아서. "
" ... ... "
" 미안하다고도 하지마. "
" ... ... "
" 아직 내가 제대로 답을 들은 건 아니잖아? "
김태형은 나를 너무도 잘 알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답을 내놓지 않는 내가 답답했던지 김태형은 다시금 입을 열어 더딘 상황의 진행을 멈추었다. 그로 인해 조금의 시간은 벌어둔 것 같아 안심이 되는 한편, 언젠가는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을 알았기에 불편한 마음을 완전히 거둘 수는 없었다. 저 또한 내 눈을 마주하기는 불편했던지 눈을 내리깔은 채 입꼬리만 비죽 올린 김태형은 멋쩍게 뒷통수를 긁적이더니 하나씩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그런 김태형을 따라가는 것 뿐이었다. 옆에서 나란히 걸었던 조금 전과는 달리, 또다시 벌어지기만한 김태형과 내 사이를 알려주기라도 하듯 둘 사이에 벌어진 간격차가 차마 숨기지 못한 마음 한 켠을 쿡쿡 찔러왔다.
*
" 그냥 다시 시작해. "
" 네 일 아니라고 말이 쉽지? "
"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냐, 넌. "
" 아니, 마음에 확신이 안 선다고! "
" 네가 언제 확신가지고 누굴 만난 적은 있냐? "
" ... ... "
" 지랄도 진짜. 김태형이나 너나 똑같아. "
그나마 같이 고민을 해줄 친구라고는 정수정 뿐이었기에 다급히 호출을 했더니만, 내놓는 답이 저거라니. 망연자실을 하며 테이블에 이마를 박았다. 내 앞에서 편안하게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던 정수정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찬다. 네가 언제 김태형이랑 깊은 대화를 나눠본 적은 있냐고. 투덜거리며 입술을 비죽여대자 톡 튀어내온 내 입술을 제 손가락으로 꼬집은 정수정이 여태껏 제가 김태형과 나눠온 대화를 나열하며 입술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아, 알았어, 잘못했어! 금방 꼬리를 내려 정수정의 비위를 맞춰주었다.
" 뭐가 그렇게 문제인데, 넌. "
" 솔직히, 예전 같지 않을까봐 겁나. "
" 너넨 예전 같으면 큰일 나. "
" 내가 김태형한테 잘해주지도 못할 것 같고. "
" 언젠 잘해준 적 있어? "
" 야, 군대 기다려 준 것만 해도, 어? "
" 너희가 사귄 기간만 몇 년인데, 당연한거지. "
" ... 그래도. "
" 그냥 다시 헤어질까봐 걱정되는 거잖아, 넌. "
" ... ... "
" 원래 연애의 끝은 이별이야. 몰라서 그래? "
내가 말하는 내내 비관적인 태도로 나를 지켜보던 정수정이 말끝마다 토를 달아댔다. 그것에 열이 뻗쳐 소리를 지르자 이내 더 큰 소리로 나를 나무라는 정수정이다. 그 말이 토씨 하나도 틀린 게 없었기에, 또다시 찌질이가 되어 잠자코 정수정의 말을 듣기만 했다. 나 못지 않게 연애에 대한 가치관만은 확실하게 정립한 정수정이 연애의 끝은 이별이라며 열변을 토해냈다. 이내 열변을 마친 정수정은 제 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기며 나를 노려보았다. 무언가 더 따지고 싶긴 같긴 한데, 보나마나 정수정에게 다시금 묵살을 당할 것이 뻔했기에 그냥 입을 다물었다. 쟤는 뭐 저렇게 맞는 말만 하냐고. 물론 그래서 부른거긴 하지만.
타이밍 좋게 주머니에서 진동이 윙,하고 울려왔다.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키자 상태바에 뜬 노란 아이콘이 눈에 띈다. 오늘 저녁 먹고 가. 수신인은 김태형이다. 얘는 무슨 저녁을 맨날 밖에서 먹는다니. 여기나, 저기나 아주 가관이다. 심통이 난 얼굴로 테이블에 핸드폰을 내려놓자 정수정이 김태형이냐며 바로 정곡을 찔러온다. 무서운 기집애. 고개를 끄덕거리자 허,하며 코웃음을 친 정수정이 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다른 사람들이 보면 분명 그럴 걸? "
" ...? "
" 쟤네는 왜 안 사귀고 저 지랄이냐고. "
" ... ... "
" 고집 피우지 말고, 빨리 김태형한테 답이나 해. "
" 무슨 답. "
" 야, 이 멍청아! 지금까지 뭐 들었어? "
" 그러니까, 그 답을 하라고? "
" 그래, 멍청아. "
미국에서 살다 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정수정이 연신 스투핏거리며 나를 욕했다. 나도 내가 멍청이인 건 아는데! 그 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분명 이 문제는 내 자존심 또한 깊게 연관되어 있으리라. 내가 스스로 자책을 하고 있는 동안,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을 가져간 정수정이 제 손가락으로 친히 액정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뭐하는거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몰려오는 불안감에 정수정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낚아채 화면을 확인했다. 아, 정수정, 이 미친.
[ 나 혼자 밥 먹기 싫은데 ]
[ 나랑 같이 밥 먹으면 안돼? ]
이미 김태형이 읽기까지 했다고 친절하게 1 표시까지 사라져 있는 꼴이 더욱 가관이었다. 기가 차 정수정을 바라보자 얄밉게 어깨를 으쓱해보인 정수정이 답장은 어떻게 왔냐며 제 고개를 들이민다. 그 조그만 머리통을 밀어내려 옥신각신하다 새롭게 창에 뜬 김태형의 답장에 또다시 얼음이 되어버렸다. 그럼 나 집으로 갈까? 이, 망할! 창을 켜놓고 있던 탓에 1 표시는 바로 사라져버렸고, 머리를 쥐어잡고 어떻게 답장을 할 지 고민하는 나와는 달리 가볍게 내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간 정수정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제가 대신 답장을 하기 시작한다. 이미 반쯤 포기한 상태였기에 가만히 정수정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자 몇 번 더 액정을 두드린 정수정이 내 눈 앞으로 핸드폰 화면을 가져다댄다.
[ 아니 나 밖이야 ]
[ 밖에 어딘데 ]
[ 집 앞에 카페 ]
[ 거기로 갈게 ]
[ 기다려 ]
이미 상황은 급전개되었고, 멘탈이 나가버린 내 어깨를 토닥인 정수정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디 가는데! 당당히 제 갈 길을 향해 가는 정수정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쳤다. 데이트 즐기라고 빠져준다. 웃음을 한가득 짓고 대답한 정수정이 어깨를 들썩거리며 카페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 또다시 테이블에 엎어져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내 몫이고. 가만히 엎드려 정수정에 의해 속도 위반을 할 정도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순간들을 곰곰히 되짚어보았다. 결론은, 나는 이제 망했다는거다. 또한, 정수정은 절대로 가까이 할 인물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내가 아주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던 걸까. 가게 문이 열리는 것을 신경도 쓰지 못했는데, 언제 들어온건지 김태형이 내 어깨를 툭 쳤다. 물론 처음엔 그게 김태형인줄도 몰랐지. 정수정이 다시 들어온 줄 알고 욕이라도 한바가지 해주려 고개를 들었다 보이는 김태형의 얼굴에 까무러치며 놀란 건 아마 올해의 이불킥 베스트에 들 것이다. 퇴근을 하고 바로 온 듯 말쑥하게 수트 차림을 한 김태형을 어색하게 마주했다. 속으로 온갖 욕을 한 것은 덤이요.
" 자는 중이었어? "
" 아, 아니... "
" 뭐해, 나가자. "
" 어어, 응. "
김태형의 말에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꾸미기라도 하고 나오는건데. 수트 차림의 김태형과는 대조되게 청스키니진에 가디건 하나만 덜렁 걸친 내 모습이 원망스러워졌다. 화장도 기본 화장만 겨우 마쳤는데. 아마 지금쯤이면 립스틱도 다 지워졌겠지. 거울을 확인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도 없는 것이, 정말로 가시방석에 앉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았다. 이게 다 정수정 때문이야. 이 영악한 기집애 같으니라고. 쭈뼛거리며 김태형의 옆에 서서 걷기 시작했다.
" 밖에 나온 김에 외식이나 할래? "
" 아, 어. 외식 좋지, 그래. "
" 거기 갈까, 우리 자주 가던 데. "
" 너 좋은대로 해. "
차는 언제 또 이렇게 세차를 해놨대. 초라한 내 모습에 비해 자꾸만 비교되는 김태형의 깔끔한 차림새가 미울 지경이었다. 익숙하게 김태형의 차에 올라타긴 했다만, 오랜만에 앉은 조수석이 그렇게 불편할 수 없더라. 경직된 상태로 앞만 보고 있으니 앞서 문을 열어주었던 김태형이 운전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아, 나도 안전벨트. 횡설수설하며 안전벨트를 찾고 있자 먼저 안전벨트를 손에 들고 선수를 친 김태형이 손수 내 안전벨트를 채워주었다. 이런 과한 친절은 필요 없는데. 안전벨트를 매주느라 가까이 다가왔던 김태형의 상체와 체취가 내 몸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예전에 봤던 해리포터 영화에서 돌처럼 굳어버린 사람들이 나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마치 그 주문에 걸려버린 사람인 마냥 망부석처럼 앞만 쳐다보았다.
안 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다 잊어버렸네. 섭섭하다는 듯 말하는 김태형 덕에 입 안에 더욱 가시가 돋혔다. 그럼 안 탄 지가 적어도 한 달은 넘었을텐데! 볼멘 소리를 내려다 말았다. 대꾸 않는 나에 김태형도 딱히 무어라 할 생각은 없었는지 말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나저나, 김태형이 운전하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인데. 괜히 마음이 들떠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다행히도 김태형은 운전에 집중하느라 이런 나를 보지 못한 듯 싶었다. 날카로운 표정으로 운전대를 잡은 김태형의 모습이 무언가 새롭게 다가왔다. 분명 수없이 봤던 모습인데, 주책맞게 심장은 왜 이렇게 날뛰는지. 정수정의 말대로 그냥 내 마음이 가는대로 하는 게 답일까.
김태형이 운전하는 것을 더 오랫동안 보고 싶었지만, 식당이 가까웠던 탓에 금방 차를 멈춰세웠다. 그래도 주차하는 모습까지 봤으니 여한은 없다. 김태형 몰래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차에서 내려 조금 걷자 김태형과 사귀던 시절 자주 가던 식당이 눈 앞에 금방 나타났다. 이모는 잘 계시려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 이모, 저희 왔어요. "
" 아이구, 오랜만이디야. 뭐하고 지냈어? "
" 그냥, 그럭저럭 지냈죠. "
" 우리 서방은 살이 쫙 빠졌네. 어여 앉어. 맨날 먹던 걸로 주면 되지? "
" 네, 이모. "
반갑게 김태형과 나를 맞아주신 이모를 뒤로 하고 식당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김태형과 마주앉아 밥을 먹는 것도 꽤 오랜만인 것 같고. 모든 게 변함이 없는데, 변한 것은 김태형과 나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색한 침묵으로 일관하기도 잠시, 식사가 금방 나와 숟가락을 손에 들었다. 어색함을 이겨내기 위해 오로지 식사만을 하고 있는데, 우리 둘을 흐뭇하게 지켜보시던 이모가 문득 직격타를 날려오셨다.
" 둘이 결혼 계획은 없고? "
" ... 아직, "
" 곧 할 생각이에요. "
" 참말로? 경사네, 경사. "
" 그래도 아직 구체적인 건 아니니까요. "
" 그려, 그려. 결혼하면은, 어? 애 몇 명 순풍 낳고 잘 살아여지. "
" 이모도 참. "
아무런 필터링도 없이 날아오는 직격타 덕에 오늘만 벌써 두 차례 멘탈이 나간 나에 비해, 김태형은 멀쩡한 얼굴로 허허 웃어보인다. 그 모습에 더욱 마음이 불편해져와 괜히 애꿎은 물만 꿀꺽꿀꺽 들이켰다. 김태형은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방싯거리며 느릿느릿 숟가락을 움직였다.
" 잘 먹었어요, 이모. "
" 오야, 담에 올 땐 아 하나도 데리고 와. "
" 노력해볼게요. "
식사를 마친 후에도 대답은 김태형의 몫이었다. 민망함에 재빨리 식당 밖으로 뛰쳐나와 차에 올라탔다. 어차피 마주치게 될 김태형의 얼굴이 머릿속에 두둥실 떠올라 자꾸만 나를 괴롭혔다. 느긋하게 인사를 마치고 온 김태형은 커피까지 홀짝이며 운전석에 앉는다. 그런 김태형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애써 창 밖만을 응시했다. 그럼에도 김태형의 시선이 내 뒷통수에 따갑게 박혀오긴 했지만 말이다. 한참이 지나 종이컵을 내려놓은 김태형은 그제서야 제 안전벨트를 매기 시작했다.
자꾸 안전벨트 안 맬래? 김태형의 말에 정신을 차려 내 상체를 훑어보았다. 아, 이번에도 안 맸구나.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곤 안전벨트를 잡자 내 손 위로 제 손을 겹쳐온 김태형이 매는 법부터 다시 알려줘야겠다며 차근차근 손을 움직인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람. 옛날 옛적에나 타봤던 썸을 다시 타보는 느낌이다. 꽤나 간질간질한 것이, 연애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 생소하기도 하고. 탁, 소리와 함께 안전벨트가 단단히 채워지고, 이번에도 김태형은 내 마음 속을 마구 헤집어놓은 다음에야 제 몸을 내게서 멀리 떨어트려 놓는다.
" 안 가? "
" 뭔가 이러고 있는 게 좋아서. "
" ... ... "
" 이러니까 진짜 다시 사귀는 것 같기도 하고. "
" ... ... "
" 그래서 답은 언제 해줄 예정인데? "
" ... 글쎄. "
" 너 지금 밀당하는거지. "
" 밀당은 무슨 밀당이야. "
" 내가 이렇게 당기는데도, "
" ... ... "
" 자꾸 밀어내는 건 좀 너무한데. "
운전할 채비를 마쳤음에도 운전대를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 김태형에 의아한 목소리로 그를 재촉하자 해맑은 얼굴로 또다시 나를 헤집어놓았다. 덕분에 떨떠름하게 고개를 돌린 나에게 아이 같은 말투로 답을 할 것을 요구하던 김태형은 알아차렸다는 듯 밀당이란 단어를 꺼내왔다. 대체 그런 발상은 어디서 나오는거야. 어이가 없어 김태형을 쳐다보니 이미 반쯤 확신한 얼굴로 투덜대기 시작한다. 그러더니만, 말투와는 반대로 내게 고개를 훅 들이밀곤 헤헤 웃어보이는데, 그런 행동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뻔 했다. 아무래도 건강검진을 한 번쯤 받아봐야지. 코 앞으로 다가온 김태형의 얼굴에 숨을 헙 들이쉬며 다짐했다.
" 제발, 어? 이렇게 들어오지 좀 마. "
" 이거 봐, 또 밀어내잖아. "
" 이게 왜 밀어내는거야. "
" 나는 이렇게 당기기만 하는데, 나빴어. "
" ... 얼굴은 좀 치우고 말하지. "
" 싫은데? "
진득하게 들러붙어오는 시선에 부담스러워 고개를 돌리자 아예 내 턱을 손으로 붙잡더니 얼굴을 점점 더 가까이하는 김태형이다. 이래서 정수정이 우릴 욕했구나. 초조하게 눈알을 굴리며 시선을 피해봐도, 그 눈빛이 너무나도 신경 쓰여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내 눈을 향하던 시선이 조금씩 밑으로 내려가 입술에 닿았을 때, 김태형이 입술을 부비기라도 한 마냥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분위기가 묘한 것이, 정말 입술이 닿아올 것 같기도 했다. 김태형에게 잡혀버린 고개는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김태형은 짖궂은 표정으로 나를 놀리기만 하고. 무엇을 하든 진퇴양난이었다.
계속 해서 눈을 감고 있음에도 특별하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 탓에 다시 눈을 뜨자 여전히 코 앞에 닿은 김태형의 얼굴이 보였다. 드라마 같은 데서 보면 뭘 기대한 거냐며 쉽사리 떨어지곤 하던데, 젠장할 김태형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보인다. 떠진 눈을 감으려하자 그새를 놓치지 않은 김태형이 제 입술을 내밀어 기어코 우려했던 상황을 벌이고 말았다. 내가 지금 뭘한거지. 당황스러움에 눈만 바삐 깜빡거리며 아직도 떠나가지 않은 김태형을 바라보았다.
" 이젠 대답할 마음이 생겨? "
" ... ... "
" 그래서, 대답은? "
나른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는 김태형과, 진해져버린 분위기, 그 모든 것에 나는 약자다.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김태형은 여유롭게 웃어보일 뿐이고, 결국 속이 타는 것은 나다. 할 수 없이 나는 우물쭈물거리던 입을 살짝 벌린다. 그러자 피하지 않은 김태형 덕에 또다시 생생하게 맞닿아온 그 감촉이, 나를 더욱 무장해제시켰다. 그러니까, 내 대답은 말이지. 내게 고정된 시선에 답을 던지기 시작했다.
| 더보기 |
으아, 안녕하세요! 뽀베입니다ㅠㅠㅠ 제가 이번에도 또 거의 한 달이나...늦게 와 버렸네요... 하지만 2주 쓰차여서...그랬다는 거...꼭 이해해주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에요 사실 제가 병신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떡글이나 올리고 총총총 사라지고ㅠㅠㅠㅠㅠㅠ 제가 죄인이네요 엉엉.... 사실 6화는 정말 더럽게 안 써지더라구요... 5화를 개같이 끊어놔가지구... 하지만 이번 6화 역시! 개같이 끊어놨다는 거! 7화를 기대해주세요 여러분! (?) 아 참 이제 페어플레이도 얼마 안 남았네요 홍홍 곧 투표를 해야겠어요! 무뚝뚝한 윤기가 찾아올지, 능글거리는 정국이가 찾아올지! 그럼 전 이만....7화는 조만간 꼭 올리도록 할게요 엉엉 |
| 암호닉 |
설날, 침침, 은하수, 카누, 눈부신, 민윤기, 호독, 윤기야 나랑 살자, 비비빅, 춘심이, 슙디, 민빠답없, 인사이드아웃, 시레, 재연, 양요섭, 라 현, 울컥, 태형오빠, 퓨어, 정글곰, 짐짐, 계란말이 |

인스티즈앱
"여기서 끝내자" 38년 간병 끝, 친딸 살해...'암 판정' 엄마 오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