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의 관계.
w. F코드
***
성규의 손에서 무참히 구겨져 바닥으로 떨어진 명함을 바라보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가 위로하듯 우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지나치려했지만 우현의 손이 성규의 손목을 단단히 잡아 세우는 바람에 더 이상 걸음을 내딛지는 못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거 같은 피곤함에 신경이 예민해진 성규가 거칠게 우현의 손을 뿌리치자 우현이 그런 성규의 앞으로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자신에게 고개를 숙인 우현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곧 우현의 손에 들린 구겨진 명함을 보자 자신에게가 아닌 명함을 줍기 위해 숙인 고개라는 걸 알고는 살짝 아쉬운 마음에 혀로 마른입술을 축였다. 더럽게. 우현의 손에 쥐어진 명함을 보고 별 생각 없이 말을 내 뱉은 성규가 갑자기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우현의 행동에 놀라 살짝 뒷걸음치자 우현이 그런 성규의 옆으로 명함을 들이대고는 무언가 비교하는 듯 성규와 명함을 번갈아봤다.
“더럽네”
“그니까 땅에 떨어....”
“너”
자신이 잘 못들은 줄 착각하는 성규에게 우현은 친절하게 자신의 손에 들린 명함을 성규에게 내밀었다. 명함보다 더 더럽다고 너. 우현의 말에 성규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지만 우현은 아까 성규가 자신에게 그랬던 거처럼 개의치 않는 다는 듯 구겨진 명함을 손을 쫙쫙 피더니 성규의 바지 주머니에 꽂아주었다.
“너.....지금 뭐하세요?”
감정을 누른다고 눌렀지만 살짝 떨려오는 목소리는 성규가 지금 화를 참고 있다는 걸 보여줬고 우현은 그러한 성규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있었지만 성규의 화를 풀어주기는커녕 오히려 화를 돋우려는 듯.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라는 엄청난 대사와 내뱉으며 성규의 바지에 살짝 닿은 손을 재빠르게 떼어내고는 탁탁 털어냈다. 마치 더러운 걸 만졌다는 듯 행동하는 우현의 모습에 결국 폭발한 성규가 거칠게 팔을 휘둘렀지만 순간적으로 아려오는 허리에 주춤하며 우현에게 쉽게 손이 잡혀버렸다.
“진짜 직업은 청소하시나봐?”
잔뜩 비아냥거리는 성규의 말에 우현이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자 성규가 우현에게 잡힌 자신의 손을 들이밀며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쓰레기를 너무 덥석 잡으시길래. 자신이 그랬던 거처럼 스스로를 쓰레기통이라 비유하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자 표정을 굳힌 성규가 자신의 바지춤에 반쯤 고개를 내밀고 있는 구겨진 명함을 꺼내들었다.
“명함? 종이 쪼가리 하나가지고 허세는 씨발”
“이 종이 쪼가리가 너보다 더 비싸”
“너 내가 이딴 골목길에서 섹스 한 번했다고 날 몸 파는 새끼로 생각하나 본대. 난”
“섹스하고 난 뒤에 돈 받는 게 몸 파는 거 아니면? 봉사활동인가?”
“씨발 듣자듣자 하니까 너!!”
“뒷주머니”
“뭐?!”
자신의 뒷주머니를 가리키는 우현의 손짓에 성규가 신경질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자 분명 아무것도 없어야 할 주머니 안에는 빳빳한 종이가 잡혔고 밖으로 꺼내자 그건 종이가 아닌 만 원짜리 3장이었다. 아까 그 남자. 우현의 말에 성규가 손에 잡힌 3만원을 구겨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마땅한 직업 없이 그저 마음 맞는 남자들과 즐기면서 그 남자들한테 돈을 받았던 성규지만 한 번도 자신이 몸을 팔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는데 왠지 3만원을 보자 정말로 자신이 몸 파는 꼴이 되어 버린 거 같은 불쾌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김성규?”
우현이 부른 자신의 이름에 성규가 우현을 돌아보자 언제 떨어진 건지 우현의 손에는 자신의 민증이 들려있었다. 내놔. 성규가 내민 손바닥 위에 민증을 내어주던 우현이 갑자기 다시 민증을 뺏어들자 성규의 표정이 말할 것도 없이 구겨졌다.
“민증 갖고 싶으....”
“아, 씨발!!!!!”
결국 제 화를 이기지 못하고 땅에 발을 구른 성규가 우현의 손에 들린 민증을 한번 우현을 한번 째려보더니 그대로 골목 안을 빠져나왔다. 씨발, 씨발, 아오 씨발!!! 진짜!! 골목 안을 빠져나와서도 화가 나는지 끊임없이 욕을 중얼거리던 성규가 길 한복판에서 멈춰 소리를 질렀지만 그 누구도 성규를 제지 시키진 않았다. 집으로 오는 길까지 이십분이면 될 거리를 중간 중간 멈춰 서서 욕을 하고 다시 돌아가서 우현을 죽여버릴까 고민을 하는 바람에 한 시간이나 걸렸다.
집으로 오자마자 누구 하나 죽일 거 같은 이 기분을 풀고 싶어서 유일하게 할 줄 아는 물 풍선게임을 다운받았지만 게임 시작한지 10초 만에 스스로 자살해 버린 캐릭터에 더 분노감을 느낀 성규는 미련 없이 휴지통 안으로 게임의 위치를 옮겨버렸다.
“오늘은 바지를 까는 게 아니었어”
***
늦게까지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잠이 안와서 이불만 뻥뻥 차다 해가 뜨는 걸 보고서야 잠에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울린 초인종 소리는 어느새 문이 부셔져라 두드리며 소리 지르는 소음으로 바뀌었다. 무시하고 무시하려 했지만 곧 다가오는 방세날짜와 비어있는 통장잔고가 생각나자 혹시라도 집주인이 내려올까 무서워 후다닥 현관으로 다가가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문을 열자 문 밖에는 얼굴이 벌게져서는 더럽게 온 얼굴에 눈물 콧물을 다 묻힌 남자가 서 있었다.
“김성규!!”
“우리 집 어떻게 알았어?”
“저번에 너 여기로 들어가는 거 봤어”
스토커가 따로 없네. 아직도 현관에 서서 질질 짜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졸려 머리를 부여잡고 냉장고 문을 열어 물을 마시자 들어오라는 말도 안 했는데 멋대로 들어온 남자의 모습에 다 마신 물병을 아무 곳에나 던지고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남자가 그런 성규의 팔을 잡았다.
“왜 연락 안했어?”
“핸드폰 잃어버렸어”
“거짓말”
“응 거짓말이야”
“너 진짜!! 모텔에 카드랑 핸드폰 왜 버렸어?”
“나 졸려 나중에 얘기해”
“나랑 아예 끝낼 생각인거야!?”
“당신 회사 정도면 대기업 아니야?”
“뭐?”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건가 싶어서......”
“김성규!!”
“질렸어”
“성규야....”
“아니다 질렸다는 건 내가 당신을 사랑했을 때나 가능한 말이니까. 그것보단 당신이 재미없어졌다는 표현이 맞겠네”
성규의 말이 그렇게 충격이었는지 남자는 좌절하며 바닥에 주저앉았지만 성규는 그저 그런 남자를 보며 피곤해죽겠는데 왜 하필 지금 온 건지 짜증만 날 뿐이었다. 그래도 마지막 인사라고 있어주려고 했는데 십 분이 다되도록 아무 말 안하고 앉아만 있는 남자의 모습에 슬슬 지겨워진 성규가 차마 방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남자를 지나쳐 소파에 등을 기대로 앉아 눈을 감았다.
조용한 공기에 몰려오는 피곤을 떨쳐내지 못하고 잠에 빠져들 때 쯤 느껴지는 인기척에 성규가 무거운 눈을 뜨자 성규 앞 까지 걸어 온 남자가 빠르게 성규의 목을 감싸 쥐었다. 차라리 죽어! 그럼 적어도 내가 너의 마지막은 될 수 있잖아. 성규의 목을 쥔 손에 점점 힘을 주는 남자 때문에 성규의 몸이 소파 옆으로 쓰러졌고 삽시간에 성규의 얼굴이 붉어지며 호흡이 넘어갔다. 금방이라도 죽을 거 같이 파닥이는 성규를 바라보는 남자의 입 꼬리는 살며시 올라가 있었고 눈은 새빨간 핏줄이 서 있었다. 손을 떼어내려고 해도 이미 숨이 모자란 몸에 힘이 들어 갈 리가 없었다.
“죽어 성규야. 제발, 나를 위.......”
“푸하- 하아, 쿨럭, 쿨럭- 하아”
“괜찮아?”
“쿨럭, 쿨럭”
숨은 트였지만 얼마나 세게 눌렸는지 기침이 나올 때 마다 아파오는 목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젓자 우현에 의해 소파 아래로 떨어졌던 남자가 몸을 일으켜 성규와 우현을 번갈아 봤다. 얼이 빠진 표정으로 성규에게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에 우현이 남자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성규의 앞을 막아서자 어정쩡하게 걸음을 멈춘 남자가 잔뜩 벌게진 눈으로 우현을 주시했다.
“너, 너 뭐야.......니가 뭔데, 니가 뭔데 성규 앞을 막아서는 건데!?!!!”
“당신 이거 살인미수야”
“마지막이 아니야? 내가, 내가 마지막이 아니었어?”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는 남자의 모습에 우현이 성규를 쳐다봤지만 성규는 여전히 목이 아픈지 목을 감싸 쥔 채 우현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결국 한숨을 내쉰 우현이 핸드폰을 꺼내들어 경찰을 불렀다. 그리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성규의 목을 조르던 남자는 미친 사람처럼 자신이 마지막이 아니냐는 말만 중얼거렸다.
“여긴 어떻게 왔어”
“민증”
“잡아가는 김에 저 새끼도 좀 잡아가라 할 걸”
“다 들려”
“다행이네. 들으라고 한 소린데 똑똑히 들려서”
“민증 돌려주러 온 거면 민증이나 내놓고 빨리 꺼져”
피곤하다는 듯 두 눈을 누르는 성규에게 우현은 민증 대신 노란 봉투를 내밀었고 봉투를 열어 볼 생각이 없는지 그저 자신을 멀뚱멀뚱 바라보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대신 봉투를 열었고 봉투 밖으로 나온 건 하얀 에이포용지에 까만 글씨가 적힌 종이였다.
“이게 뭐야?”
“계약서”
“뭐?”
“여기 지장만 찍어”
“하, 내가 약 먹었냐?”
“욕 보다야 약이 낫지 않나?”
다시 봉투를 열어 속 안에 든 빨간 인주를 꺼내 뚜껑을 연 우현이 성규를 바라봤다. 내가 용감한 시민 상을 받는 다고 하는 순간 엄청난 취재진이 몰릴 거야. 근데?, 상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어야지. 더 이상 우현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성규는 직감 적으로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우현에 말대로 정말 우현이 기획사 대표 사장이라면 용감한 시민 상을 받는 다는 기획사 대표를 취재하러 오는 취재진이 한명쯤은 있을 거고 그 다음은 이유를 그리고 그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자신의 신상은 장담하지 못 할게 충분했다. 얼굴 하나로 모든 사람의 신상을 캐내는 무서운 요즘 내 시상이 털리는 건 한 순간이라 생각한 성규가 긴장했는지 손에 땀이 차 손바닥을 바지에 한 번 쓸어내렸다.
“공개 적으로 커밍아웃 하고 싶지 않으면 지장 찍어”
“지금 협박 하는 거냐?”
“그렇게 보인다니 다행이네요. 안 통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내 지장 비싸”
“10억”
“..........”
“그 지장 여기에 찍는 순간 다음 김성규씨의 지장의 가치를 10억으로 만들어 드리죠”
우현의 말에 성규가 손톱을 물었다. 공개 적으로 저 새끼는 영웅으로 나는 게이새끼로 전략되느냐 마느냐가 달린 문제였다. 공개적 게이라고 해서 딱히 나쁘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와이프와 아직 태어 난지 백일도 안 된 그 남자의 아들이었다. 병신 같이 그게 왜 신경이 쓰이는지 몰라도 지금 제일 눈에 밟히는 건 남자의 휴대폰 속에 저장되어 있었던 아내와 그 아내의 품에 안긴 아이였다.
“10억으로 못 만들면?”
“김성규씨는 자신한테 그렇게 자신이 없나 봐?”
“지금 이거 자신 없으니까 말 돌리는 거지?”
“약속드리죠. 그 엄지손가락 하나 만의 가치를 10억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난 성규가 우현의 손에 들린 인주를 빼앗아 인주가 뭉개지도록 엄지손가락을 인주 위로 있는 힘껏 눌러 내리더니 읽지도 않은 계약서의 새빨간 인주가 묻은 엄지손가락을 꾹 눌러 내렸다.
“한 가지만 확실히 하죠”
“또 뭐”
“이제부턴 내가 갑 니가 을이라는 거”
“까고있네”
너무 늦어서 지성지성 캡틴박 말고 이보영 예비남편 지성말고 사과 지성지성
어쩔 수 없어요. 저는 갑이고 그대들은 을이니까 ^_^ b
갑은 을들을 사랑합니다. 암호닉 신청을들 신알신, 외 독자들 다들 좋아요
신알신 꾹 누르면 다음 3편은 쪽지로 업뎃 소식 알려줌, 알려줌
응답하라 을들이여 |
유자차, 생크림, 망태, 꾸꾸미, 민트초코칩, 수박바, 감성, 요노르, 풍선, 완두콩, 피앙, 규때, 테라규, 규밍, 펩시, 소라빵, 롱롱, 퐁퐁, 뚜근뚜근, 늦여름 빠진 분들 있으면 말해주세요. 제가 난시가 심해서 가끔 글이 혼동이 되서 잘 못......ㅈ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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