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서 보이는 종희와 태민의 실루엣을 애써 무시하고 지나치려고 했다. 진짜로, 배가 아파오는 기분이었다. "최민호!" "..김종희?" 지나치려고 했지만 종희가 불러세웠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뒤를 돌았다. "뭐야, 왜 혼자야? 귀분이랑 진기는?" "그냥 둘이 까페 보냈어." "너는? 너 이디야 밀크티 좋아하잖아." "배아파서." "많이아파? 어떤데?" "걱정할 정도 아니야. 나 먼저 간다." 너는 이태민이랑 시시덕대고 있으면서 내가 걱정이 되긴해? 민호는 종희와 태민의 손을 번갈아 보았다. 머리 끝까지 무언가가 솟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이태민을 죽기전까지 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겼다. 뒤에서 태민과 종희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배가 찌르듯이 아파왔다.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 뭔가 이상해서 식탁에 가보니 쪽지가 있었다. 종희네랑 밥먹고 오신다는 부모님의 쪽지였다. 다행이였다. 민호는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정리를 할 시간이었다. "..김종희?" 민호가 다음날 문을 열고 나왔을때 현관 문 앞에는 종희가 서 있었다. "지금 7시 20분인데 니가 어떻게 나온거야?" "오늘 일찍일어났지! 너 죽 만들었어! 맛있겠지!" 죽은 왜? 너 아프다매! 어제 너희 엄마아빠 늦게들어오셨잖아. 걱정되서 쌌음 ㅎㅅㅎ. ..감사. 뭐야!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 고맙다고 말 하면 되는거 아닌가? 뭐 더 바라는게 있는거야? ..없어! 빨랑 가기나 해! 알겠어. 화창한 아침이었다. 오랜만에 일찍 나온 종희 덕분에 민호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죽 때문일지도 몰랐다. 어젯밤 깔끔하게 정리를 한 덕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최민호 너네 반 같이가!" "왜?" "너 먹는거 봐야겠어. 이진기가 뺏어먹는거 막아야지. 내가 죽쒀서 개 줄 일 있나!" "진짜 나 때문에 싼거야?" "당연하지!ㅎㅅㅎ!" "착하네." 턱-하고 민호가 종희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종희는 속으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번도 최민호와의 접촉에 놀란 적이 없었으며, 더욱이 최민호의 손길이 이렇게 다정한 적도 없었다. "최민호! 김종희!" "어? 이진기. 귀분아!" 저 멀리서 귀분과 진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저 둘도 같이 등교했음이 분명했다. "너네 둘이 같이왔어?" "응. 오다가 만났네? 근데 너 손에 그 보온병 뭐냐?" "그러게 뭐야?" 귀분이 슬쩍 본 종희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쫑희 너가 얘기해 봐. 그거 뭐야?" 아 진짜 김귀분 쟤 왜저래.. 종희가 슬쩍 귀분을 째려보고 말했다. "죽이야. 내가 최민호 만들어준거야. 불만있냐? 어? 나 간다! 김귀분 가자!" 다다다다 쏘아붙이고 종희와 귀분이 사라진 자리에는 벙 찐 표정의 민호와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진기의 웃음만이 남아있었다. 최민호, 김종희! 너희 둘다 (사귈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줄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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