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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차학연] 수영부 차학연과 뚱바어택 너비쨍썰 C2 ~E | 인스티즈







 

 

 

  C - 2
후회도 이런 후회가 없었다. 왜 하필 택운 선배를 골랐을까, 라고 자책하며 나는 진심으로 나에게 를 했던 선유를 죽일 거라고 다짐 했다. 그냥 재환 선배를 고른 다음 오늘 처음 만난 사이긴 하지만 성격 좋기로 소문난 선배이니 선배 때문에 당황했다고 투정부렸으면 어느 정도 받아 줬을텐데. 
어색함으로 인해 숨통이 막혀서 한숨마저도 제대로 못 쉬겠다. 손에 쥐가 나서 조심스럽게 주먹을 말았다가 폈다.



  "……."
  "…."




이렇게 둘이 아무 말 없이 서로 바라보고 있는 지 대략 10분 정도 된 거 같다. 아, 그러고 보니 내 점심밥…. 잘 가요 내 사랑. 흡. 아, 정말 울고 싶다. 이 선배는 전생에 석고상이었는지 지금까지도 표정 변화가 하나도 없이 무섭게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니, 노려보고 있는 것 같다. 눈에서 땀이 난다. 우는 게 아니라 선배를 너무 노려보고 있어서 그런 거다.



  "선배 눈싸움 잘하시네요…."



괜한 개드립 때문인지 선배의 입가가 작게 경련을 일으켰다.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빌어야 한다고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말해."  
  "네?…뭘? 아니, 뭘요? 무엇을? 네에?"



뇌에 버퍼링이 걸린 것이 분명하기에 속사포처럼 불완전한 말의 조각들이 버벅거리며 튀어나왔다. 이젠 선배의 미간이 찌푸렸다.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속으로만 나는 크게 울분에 찬 외침을 뱉었다. 선배만 없었다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해탈의 춤을 췄을 거다.
아냐, 정신 차려. 상대는 학연 선배의 평생지기라고 불리는 택운 선배야 무조건, 무슨 일이 있어도 잘 보여야 해.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계속 떠나가려고 하는 정신을 강제로 붙잡아 뇌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게요…일단 죄송해요. 하아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친구랑 술래잡기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여기 들어온 것 같아서 둘러보다가 운 없게 재환 선배에게 걸려서 이렇게 된 거에요. 절대 고백…막 그런 이상한 거 할 생각 절대 없어요. "
  "그래서 친구는?"
  "모, 모르겠어요. 어딨을까요…?"
  


그걸 왜 나한테 묻냐는 듯한 선배의 눈빛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리 봐도 저 수영장으로 뛰어들고 싶단 말이지.



  "혹시 수영장에 빠져서…."
  "…이재환 같아."



선배가 한심해 죽겠다는 눈빛과 말투를 무차별적으로 나에게 날리고 고개를 뒤로 돌려 슬쩍 수영장을 바라봤다. 구라쳐서 죄송해요.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애꿎은 하복 셔츠 끝자락을 괴롭혔다. 학연 선배, 그럴 일은 정말 지구가 두 개로 갈라져도 없겠지만 나 좀 구하러 오시면 안 될까요? 아냐, 지금은 과학 선생님이라도 여기서 날 구해주면 당장 품에 안길 수 있을 것 같아. 흑흑.



  "아, 토할 것 같아 진심…."
  "뭐?"



아직도 너무 어색하고 미칠 것 같아서 작게 내뱉은 말인데 귀도 좋으신 택운 선배는 들으셨다. 멋있네요, 퇴화된 부분이 하나도 없고. 



  "하핫, 선배 제가 과수원 사줄까요?"
  "모카커피."



아, 커피 1500원이나 하는데. 안 그래도 뚱바사느라 돈 없어서 죽겠구만. 애절한 눈빛을 보내며 돈이 없다는 것을 어필하려는데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리신다. 선배나 나나 서로에게 첫인상 제대로 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좋은 쪽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네…."
  "사와." 
  "네…."



선배는 유유히 넓은 등판의 뒷모습을 보이며 수영장을 나섰다. 죄송합니다아…. 에휴, 그제야 쌓였던 한숨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31일은 최악의 날이야, 좋긴 개뿔이. 아악!! 나는 머리카락을 제멋대로 헝클어트리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 * *



  "야, 이재환."
  "어, 왜."
  "아까 그 여자애 있잖아."
  "누구?" 
  "수영장에 있던 얘."
  "아아, 근데 걔, 뭐?"
  "나 걔 알 것 같은데."
  "뭘?"
  "…정체?"
  "사람이잖아."
  "…."
  "이래서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 거에요, 조장짱."
  


학연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콩나물 무침을 재현의 식판 위로 던졌다. 재환의 비명 소리가 급식실에 울렸고 학연과 홍빈은 얼른 식판을 들고 재환을 피해 도망쳤다. 




 

 

 

  D.
드디어 5만 원은 100원 하나 남기지 않고 흔적없이 지갑에서 사라졌다. 오늘은 선배를 좋아하기 시작한 지 42일째였고 이제 와서 초코빵이랑 불량식품을 사 먹을 걸, 이라고 책상에 머리를 박고 후회 중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말처럼 첫사랑은 이렇게 힘들고 아프구나. 근데 나는 심적으로만 힘든지 알았는데 왜 이렇게 경제적으로 힘든 걸까. 텅 빈 지갑이 가슴을 후벼 팠다. 



  "야, 오늘 급식 너무 맛없었어. 먹을 게 하나도 없더라."
  "오늘 매점 사람 터질 듯."
  "근데 나, 빵 안 먹고는 야자까지 못 버티겠어. 매점 가자. 야, 너도."



책상 위에 축 늘어진 나의 등 위에 손바닥을 내려놓고 꾹 누르는 선유의 행동에 나는 윽, 하고 단말마의 비명을 내뱉었다. 안돼, 나 돈 없단 말이야. 라고 힘없이 대꾸하자 선유가 코웃음을 쳤다.



  "너 어제 엄마랑 싸워서 간신히 2만 원 얻었다고 카톡 방에서 말했잖아."
  "아씨…몰라. 굶을 거야." 
  "미친X. 너 이래도 선배는 몰라요."  
  "안 닥치냐? 다 내가 좋아서 하는 짓이야! 살 빠지고 계속 조공 바치고 얼마나 좋아!!"
  "그저 안쓰럽습니다."



선유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힘내라는 듯이 등을 살짝 두드렸다. 동정 따위 하지 마, 난 너희랑 다르게 사랑하는 중이니까! 라고 외치니 민아가 옆에서 앤의 혼자 하는 사랑을 불렀다. 죽고 싶냐, 너네?! 고개를 거칠게 드니 민아랑 선유가 깔깔댔다. 도움 안 되는 년들. 내가 꼭 학연 선배랑…사, 사귀어서 너희 코를 납작하게 눌러준다! ……흡. 흐윽. 알아 나도, 그럴 일 없다는 걸. 아, 내 눈물.



  "아, 빨리 뚱바 사러 가자. 15분밖에 안 남았어!" 
  "내일 사면 돼. 오늘 뚱바 줬어."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들이자고."
  "지금 사면 식어서 맛없단 말이야!"  
  "그럼 오늘 가져가서 냉장고 보관을 하든지 아니면 오늘 두 개 주던지. 암튼 너 매점 꼭 가야 해!"



싫다고 계속 발버둥을 쳤지만 결국 나는 양옆으로 민아와 선유에게 끼인 채 매점으로 질질 끌려갔다. 진짜 오늘 살 필요 없다니까? 시끄러!! 배고프다고 선유가 신경질을 냈다.




  



  "아줌마. 오늘 좀 깎아주시면 안 돼요?"
  "뭘 깎아줘. 안돼." 
  "너무 매정한 거 아니에요? 내가 매일 뚱바 사러오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죠!"
  "뭐라는 거야. 어서 안 가?"
  "나 매일 뚱바 사느라 진짜 5만 원 다 날렸어요. 아잉, 아줌마. 서비스가 있어야 장사가 잘되죠."
  "충분히 장사 잘되고 있거든?"



속에서 열불이 일어난다. 하, 학연 선배고 뭐고 다 때려 치우고 싶다. 아, 물론 말만 이러는 거다. 그냥 내 심정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한 비유랄까? 그래, 내가 어떻게 선배가 좋아하는 뚱바를 버릴 수 있겠냐. 하지만 너무 화가 나는걸! 내가 진짜 뚱바 하나 300원 깎아서 800원으로 사보겠다고 이 난리를, 으아악!  
깎아달라고 난리 치는 내가 너무 창피하다며 민아랑 선유는 매점 우측에 있는 탁자 의자에 앉아 맛있게 빵을 먹고 있었다. 우리 매점 아줌마 진짜 무서운데. 눈빛이 택운 선배처럼 너무 무서워서 지릴 것 같다. 흑흑. 하지만 선배에 대한 나의 사랑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속으로 외치며 나는 계속 매점 이모한테 애원했다.



  "이모, 인정을 베풀어봐요. 내가 많이 깎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고작 300원인데! 그리고 우리 매점 뚱바는 왜 이렇게 비싼 거에요. 마시는 것 주제에 1100원이라니."  
  "딴 거 먹어라, 그럼."
  "안돼요. 그건!"




이모가 슬슬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넘어오는가 했더니 열을 받는 가 보다. 안 되겠다. 애교를 부려야겠다. 그런데 뒤에서 헉,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선유의 목소리 같아서 뒤를 돌아보니 얘가 매점 문 쪽을 보며 놀라고 있었고 민아는 아예 등을 돌린 채였다. 뭐지? 선유의 시선을 따라 매점 문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후광이 쏟아졌다. 그래서 나는 울며 주저앉고 싶었다. 수영부 선배들이 매점으로 들어왔던 것이었다. 하필 뚱바 깎아달라고 내가 난리 치고 있는 이 시점에 말이다. 
나는 당장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며 입술을 질겅질겅 깨물었다. 아, X됐다. 요즘 왜 이렇게 운이 없냐. 살기 싫어졌어. 나를 기억도 못 하겠지만…아, 나 너무 못생겨서 기억할 수도 있겠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핳, 얼른 튀어야지. 민아랑 선유는 벌써 탁자 의자를 정리하고 매점에서 사라졌다. 극단적 이기주의자들이 분명했다.




  "오늘만이야. 다음부터 절대로 안 깎아줘, 알았어?"
 


타이밍 한 번 죽여준다, 시부엉. 하지만 본능적으로 나는 이모의 장갑 낀 손에 800원을 내려놓았고 뒤통수 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왜, 주문하는 소리가 안 들리고 내 뒤통수가 뜨거워서 녹아내릴 것 같은 거죠? 녹슨 톱니바퀴처럼 삐걱거리는 목을 돌려 선배들 쪽으로 바라보았다. 오로지 택운 선배만이 모카커피를 매점 아저씨에게 주문하고 있었고 학연 선배와 재환 선배, 홍빈 선배가 나를 보고 있었다.
인사를 해야 하나? 아니, 나를 기억하고 있나? 안 해줬으면 좋겠다.



  "수영장에서 본 애다."
  "안녕, 너 근데 뚱바 산 거야 방금?"



역시 이재환. 가장 생각 없어 보이는 데 예리하다. 정말로 쓸데없이. 아뇨, 제 손이 샀는데요. 으허허헝.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 친구가 사달래요."
  "누구 친구?" 
  "아까 뛰쳐나간 검은색 긴 머리요."
  "아…."




재환 선배가 싱긋 웃는데, 왜인지 모르게 압박당하는 느낌이다. 뭘 나한테 캐낼려는 거야, 이씨. 학연 선배의 시선은 뚱바에서 나의 얼굴로 올라왔다. 아니에요, 나 아니에요. 선배 캐비닛에 뭐가 매일 놓여 있는지 저는 몰라요. 진짜로.




  "그래, 그럼. 아줌마 여기에 맨날 뚱바 사가는 여자애 알아요?"
  "저, 알아요!!"




아, 이재환 저 뭣 같은 놈. 지금까지 만남 중에서 도움 하나도 안 돼. 시방. 매점에 그런 사람은 당연히 나 하나밖에 없으니까 매점 아줌마가 나를 가리킬 것이 뻔해, 나는 내 뛰어난 순발력으로 아줌마의 입을 막았으나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매점의 모든 이목이 나에게 집중됐다. 사실 수영부 선배들과 단독으로 이야기하고 있던 것만으로도 예전부터 이목을 받고 있었다.





  "그, 공부 진짜 잘하고 엄청 엄청 예쁘게 생긴 여자애가 맨날 사 먹어요. 공부하기 전에 뚱바 먹으면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예쁜 애?"
  "네, 그냥 상여신."




하하, 나인 거 절대 모르겠지스벌…. 의심조차도 안 하겠지왜 좋아해야 하는 데 눈물이 날까. 진짜 못 찾겠네요 재환 선배, 힘내요재환의 선배의 눈이 빛났고 홍빈의 선배의 눈도 빛났으나 학연 선배는 작게 웃고 있었다. 뭔가 나를 비웃는 듯한 묘한 웃음이었으나 너무 설레서 가슴이 요동쳤다. 정말 선배는 내 심장에 안 좋은 것 같아. 내 명을 단축시키는 존재야. 




  "저 이제 가볼게요."
  "빠빠룽."




빠빠룽은 무슨 얼어 죽을. 정말 엿 날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꾹 참고 나는 뚱바를 두 손에 꽉 쥔 채 후들거리며 선배들의 지나 매점 문으로 향했다. 숨을 들이쉬고 학연 선배의 옆을 지나는데 - 




  "잘 가."




세상은 멈췄다. 그리고 학연 선배의 달콤한 목소리는 내 귓속으로 들어와 귓바퀴를 지나갔고 달팡이 관도 지나 여러 신체 조직으로 가서 심장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그 짧은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내가 뭘 들은 거지? 심장을 떠난 선배의 잘 가라는 인사는 뇌로 올라와 모든 나의 사고를 백지장을 만들어버렸다. 
나는 매점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더러운 아스팔트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난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잘 가? 잘 가라고? 다치지 말고 조심해서 가라고? 인사한 거지 지금? 나한테?! 으아아아아아악!! 정말 거짓말 하나 안 하고 눈가가 화끈거렸다. 으허어어엉, 어머니 딸이 돈을 처발라가면서 뚱바를 사갔던 정성을 보고 하늘이 감동했나 봐요. 난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다. 매점 안에 있을 선배에게 절을 하고 싶었으나 안 그래도 지금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나를 보고 을 보는 듯한 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얼른 몸을 추스르고 이 이야기를 애들에게 해주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갔다. 구름을 나는 기분 플라아아아. 








 
 
E.
매점에서 수영부를 만나고 일기장에다까지 써둔 학연 선배의 잘 가라는 인사가 있었던, 나에겐 아주 큰 사건이었던 그 때 일은 벌써 2주 전의 이야기였다. 잘 가, 라는 선배의 목소리를 잊어버렸다. 내심 그 때처럼 자주 수영부 선배들을 한 번이라도 더 만날까 싶었지만 그 이후로 선배의 머리털 하나 보지 못해 요즘 나의 기분은 땅을 뚫고 내핵까지 들어갈 정도로 우울했다. 어디 대회에 나간다고 한 것 같은데, 연습으로 바쁜 가 보다.
그렇다고 2주 동안 나나 수영부가 아주 조용히 학교생활은 아니었다. 존재자체가 나에게 브이텍인 학연선배 외 수영부들은 나에게 들은 말 때문인지 우리 학교에서 공공연하게 수영부 남자선배들이 뚱바애호가인 여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났고 매점에선 항상 뚱바가 제일 먼저 매진되었다. 이게 다 어쩌다 여자애가 뚱바를 먹으며 걸어가고 있으면 큰소리로 저 여자애가 아닐까?!, 라고 외치고 다닌 재환 선배 때문이었다. 아, 정택운 선배도 문제였다. 뚱바만 보면 뚱바의 주인공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본다고 하던데, 정말 다들 왜 갑자기 그러는지. 님들은 내 사랑 학연 선배의 캐비닛에 뚱바가 들었는지 강냉이가 들었는지도 몰랐으면서. 그리고 그 뚱바 주인공 찾으면 뭐하려고?! 나 찾으면 내가 학연 선배한테 고백이라도 할 줄 알아? 아닌데?!! 띠바, 단지 궁금증 해소를 위해 그런 짓들을 하고 다닌다면 정말 때릴 거야, 몰래. 나는 아침시간에 선생님이 나누어 주신 유인물을 신경질 적으로 마구 구겼다. 생각할수록 짜증난다. 뚱바는 나와 학연 선배만을 위한 거였는데 학교를 돌아다니면 들고 있다니. 결국 유인물은 북 - 소리와 함께 찢어졌다.
 
 
 
 
"짜증난다. 아, 정말 수영부 개;자식들. 아오……."
"비쨍아 10분 지났어!"
 
 
 
선유의 말대로 점심시간이 시작된 후 딱 10분이 지나서 나는 재빨리 책상 서랍 속에서 뚱바를 꺼냈다. 그리고 내 옆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나는 민아의 손목을 콱 잡아당겨 다시 의자에 앉혔다. 민아의 인상이 있는 대로 구겨졌다.
 
 
 
"안 한다고 했다, 내가."
"일주일 내내 초코빵 사준다니까? 민아야, 제발. 내 첫사랑 존중 좀."
"그러다가 걸리면 어쩔 거야? 나 이번 주 내내 그 짓 하느라 10년은 늙는 기분이었어."
"아잉, 친구가 갔다 달라 했다고 하면 되지."
"친구 누구냐고 물어보면."
"으헤헿, 튀어야지."
"꺼;져."
 
 
 
가장 화나는 건 뚱바녀 찾기에 돌입한 수영부 선배들 때문에 내가 수영부까지 가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학연 선배한테만 안 들키면 되는 게 아니라 이젠 수영부 모두, 즉 4명의 눈을 피해서 갔다 두어야한다. 그리고 들키는 순간 난 마포대교로 달려가 뛰어내려야한다. (무섭게도 재환 선배는 며칠 전에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뚱바녀에 대해 거짓말 하는 거 아니냐고 너 아니냐고 추궁을 했다. 촉이 드럽게 좋은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나 정말 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 엉엉.) 하……. 그래서 월요일부터 지금까지 민아에게 욕이란 욕은 다 먹고 구박과 핍박을 먹으며 민아에게 대신 학연 선배 캐비닛에 넣어달라고 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좀 튕기더니 이젠 거의 혐오하는 수준으로 싫어한다. 왜냐면 갈수록 수영부의 조사망이 좁혀오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스릴러를 찍고 있다. 민아가 욕을 하며 반을 나섰고 나는 교과서 위에 오른쪽 뺨을 붙였다. 눈에서 땀이 흐른다. 첫사랑 한 번 하기 겁나 힘드네. 젠장.
 
 
 
 
 
 
 
* * *
 
 
 
 
 
학교에 오자마자 불금을 외치고 민아에게 뚱바 셔틀 자리를 부탁한 지 딱 5일째의 어느 화창한 금요일이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음 주부터는 자신이 무단결석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안 해줄 거라고 바득바득 우긴 민아를 잘 달래 수영장으로 보내고 선유와 라임 배틀을 하며 얼른 민아가 와서 급식실에 갈 생각을 하고 있던, 평소와 별 다를 바 없던 날이었다. 뒷문이 열리고 민아가 왔나 싶어 시선을 그쪽으로 던지는데, 민아의 표정은 아주 이상했다. 똥씹은 표정 같기도 했고 어떻게 표정을 지어야할 지 모르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터덜터덜 우리의 앞에 떡하니 선 민아의 오른손에 내가 쥐어준 뚱바가 그대로 있는 것을 나는 발견했다.
 
 
 
"야, 왜 다시 가져왔어?"
"아, 그게 있냐 ― "
"다시 안 갔다 와?! 초코빵 뱉어내고 싶어?"
"선배 캐비닛 열었는데 뚱바만 10개 있더라."
"응?"
"드디어 누가 소문을 냈나봐, 뚱바녀 좋아하는 사람이 학연 선배라고. 물론 학연 선배 입으로 절대 그런 말했을 리 없었지만. ……소문이 안 나는 게 이상했지. 그렇게 대놓고 찾아다니는데."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는 기분을 나는 그 때 직접 느꼈다. 몇 번이고 두 눈을 느리게 깜박이며 민아가 속사포처럼 내뱉은 말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어려운 말은 하나도 없는데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민아가 한숨을 쉬며 나에게 뚱바를 건넸고 나는 그 뚱바를 한 번 민아를 한 번 바라보고는 목구멍에서 뜨겁게 소용돌이치는 붉은 어떤 것을 느꼈다. 손끝이 차갑게 식어갔다.
 
 
 
"악, 어떤 개;같은 년들이?!!"
 
 
선유가 벌떡 일어났고 허공에다 성질을 내며 나의 어깨를 흔들었다.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입을 열면 지금 속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화와 왠지 모를 서운함이 거침없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 더 입을 꽉 다물었다. 선유는 내 상태를 보고 제 가슴을 쾅쾅 치더니 주인을 잃어버린 나의 뚱바와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 나는 책상 위로 엎드렸다.
 
 
 
 
 
 
 
* * *
 
 
 
 
 
"아, 배불러 죽을 것 같아. 하나만 먹어주면 안 돼?"
"즐."
"짱 시륨."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몇 번 선생님한테 지적을 받고 청소도 대충해서 담임 쌤한테 잔소리 들은 것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벌써 하늘은 내 미래처럼 깜깜해져서 나는 민아와 선유와 함께 하교를 하고 있었다. 두 손에 뚱바를 든 채로. 선유는 가방을 가지고 사라진 지 몇 분 안돼서 다시 내 옆으로 왔는데 가방을 거칠게 열더니 족히 10개가 넘어 보이는 뚱바를 내 앞에 쏟아냈다. 당황한 내가 이게 뭐냐고 경악하며 물어보니 정말로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학연 선배 캐비닛에 있던 뚱바를 다 들고 왔다고 했다. 내 것만 안에 예쁘게 놓아두었다고 했는데, 나는 그 순간 선유의 행동이 너무 어처구니없이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웃었다. 근데 문제는 어떻게 이 많은 뚱바를 없애는 거였다. 민아는 돈도 아낄 겸 그것을 선배에게 하루에 하나씩 주라고 했지만 나는 어떤 애들이 준건데, 내가 다 엿 먹이겠다고 먹겠다고 했다. 벌써 4개째. 진짜 토할 것 같다. 목구멍까지 뚱바가 차서 어디선가 출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친구들한테 나눠주려고 했는데 고작 몇 명밖에 안 먹고 선유랑 민아는 한 개씩 밖에 안 먹고, 내 가방엔 아직도 많이 남았고! 으악. 하, 집에 가서 남동생에게 다 먹여야겠다.
 
 
 
 
"야, 근데 너 이제 어쩔 거냐."
"으웩, 입 열면 뚱바가 넘어올 것 같아."
"더러워, 저리 가."
"야, 어떻게 할 거냐고!"
"아, 뭘!!"
 
 
 
 
마침내 끝을 보인 뚱바를 버스 정류장 옆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배를 부여잡고 민아에게 기댔는데 민아가 거칠게 나를 밀어냈다. 아이 차가워.
 
 
 
 
"너 계속 뚱바 줄 거야?"
"……못 주겠지. 어떻게 주냐, 나 말고 수십 명의 여자애들이 주고 달려들 텐데. "
" 없는 것들 따라할 걸 따라해야지."
"괜찮겠지. 그거 준다고 선배가 내 정성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고 돈도 없는데. ……잘 됐네."
"그래, 안 준다고 네가 선배 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마자. 힘내, 우리 비쨍이."
 
 
 
그렇게 우울한 이야기들만 하다가 선유와 민아랑 헤어지고 우리 아파트가 보일 때쯤 참고 있던 눈물이 속수무책으로 흘러나왔다. 이건 진짜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여우같은 친구에게 뺏긴 느낌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응? 나한테.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리 없이 통곡하고 있는 나를 보고 엄마와 동생이 기겁했지만 나는 얼른 내 방으로 가 문을 걸어 잠그고 베개가 다 흥건히 젖을 만큼 울었다. 지금껏 선배를 좋아했던 마음만큼 오늘은 선배가 딱 그만큼 미웠다.
 
 

 

 


 

 

 


@.
안녕ㅎㅎ독방에서 여기로 왔어! 불규칙한 연재때문에 많이 애타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신알신은 참 좋은 거잖아 그치? 그리고 눈팅때문에 약간 화가 나기도 해서....ㅎ....신알신 꼭 신청해주고 다음편부터 30P씩 받을 예정이야. 다음편에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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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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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신알신!!!완전 너비쨍?이라고해도되낰ㅋ 썰 둄마죠음 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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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완전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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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겁나좋아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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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신알신!!!! A~C1첫번째 댓글 비쨍임 ㅠㅠㅠㅠ 신알신할게요 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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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신알신 이밤에 설레ㅐㅁ ㅠㅜㄹ휴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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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신알신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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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비회원이라서 신알신을 할수없어서 그저 애통할 뿌니다..☆★ 아휴ㅠㅠㅠㅠ너무좋다진짜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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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저도신알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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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신알신!!!!!!!!! 다음 글 올라올 때 까지 기다릴게!!!!!!!!!!!!!!!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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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나 독방에서 봤는데!!!짱재밌어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 갈게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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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신알신했다 ㅠㅠㅠㅠ 너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 대박이다 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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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완전재미떠유ㅠ퓨ㅠㅠㅠㅠㅠ제가설레요ㅠㅜㅜㅠㅜ신알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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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늦게와도 좋아ㅠㅠㅠㅠㅠ이거 짱짱좋아ㅠㅠ♥신알신하고가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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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신알신햇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비쨍비쩅 진짜대박됴아써류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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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신알신!!!ㅠㅠㅠ너비쨍ㅠㅠㅠ고마웡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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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
신알신하구갈게여ㅠㅠㅠ진짜 독방에서부터 완전 재밌게봐서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사랑합니다ㅜㅠ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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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
신알신하고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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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8
신알신 완료!!!!!! 둄마 죠타 ㅠㅁ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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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9
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좋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ㅅ알신할게 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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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0
아ㅠㅠㅠㅠㅠㅠㅠㅠ왜 다 갖다놓는것일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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