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ake me for a complete fucking crap, don't you?"
"Oh, come one J. It'll be fun."
아무리 생각해 봐도 구준회는 나를 그저 병신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야 내게 이런 무례한 발언을 일삼을 리가 없다. 구준회는 미소를 머금은 뻔뻔한 낯짝을 미세하게 일그러뜨리며 나를 막아섰다. 더 들을 가치도 없는 말이라 생각해 piss off, 하며 되받아치고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자 구준회가 어깨를 으쓱이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락커가 있는 복도를 빠르게 걸어나가자 구준회가 커다란 개새끼마냥 쫄래쫄래 나를 쫓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커다란 등짝에 대충 걸쳐져 있는 값비싼 백팩이 구준회의 걸음걸음마다 달랑거릴 것이 분명했다.
"니가 날 병신으로 보지 않는다면 그딴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제발 따라오지 말고 꺼져."
"Oh, wow, J. you speak korean fucking well."
구준회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구준회는 내가 파티에 가지 않는다면 수업 시간 내내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며 나를 쪼아댈 작정인 것 같았다. 나는 씩씩대며 화학실 옆으로 쭉 도열된 락카들을 두 눈으로훑었다. Kim Jin Hwan. 내 이름이 쓰여진 낡은 락카가 눈에 들어왔다. 옆에 연필로 아무렇게나 쓰여진 Asian peanut 이나 fucking yellow twat 같은 욕지기들은 이미 통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별 신경쓰지 않은지는 꽤 오래 되었다. 이미 백인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이 학교의 구조에서 몸집도 작고 피부가 희멀건한 아시안 남자애가 멸시를 받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치만 나도 딱히 내 겉모습만을 보고 욕지기를 지끼며 낄낄대는 머저리같은 무리와는 별로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아주 가끔 그 질 낮고 무례한 언사들이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긴 했었으나 난 어깨를 두어번 으쓱이는 걸로 그들을 싸그리 무시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학교에선 동양인이 흔치 않다. 한국인은 더군다나 더욱 그랬다. 가뜩이나 키도 작고 남자다운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 탓에 내가 머저리 취급을 받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러나 외적인 부분은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고, 그걸 신경쓰지 않는 애들과 어울리면 될 일이었기에 사실상 그렇게 힘들거나 외롭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들의 사회에서 내가 무시받는 건 당연한 얘기였기도 했으니.
그러나 구준회는 달랐다.
구준회의 어머니는 영국과 한국의 혼혈이였고 아버지는 한국인이셨다. 따지고 보면 구준회에게는 영국인의 피가 약 25% 밖에 흐르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빌어먹게도 녀석의 성장 수준은 또래 백인애들과 엇비슷하거나 월등히 우수했다. 농구를 즐겨 하는 탓에 보기 좋게 그을린 피부와 균형 있게 자리한 근육 뿐만이 아니라, 180을 훌쩍 넘어서는 키와 떡 벌어진 어깨 같은 것들이 녀석을 더욱 빛나게 했다. 신체조건이 뛰어난 백인과 흑인 또래애들과의 시합에서도 구준회는 밀리는 법이 없었고, 오히려 그들보다 우수한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또한 녀석은 두뇌회전도 빠른 편이었다. 어떻게 보자면 영악하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녀석은 명문이라 불리는
LSE에 거뜬히 합격할 법한 머리 또한 가지고 있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굴곡이 덜한 얼굴이나 검은 머리 같은 것들이 구준회가 빼도박도 못하는 동양인의 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곤 했지만, 우뚝 솟은 콧대라던가 움푹 파인 눈두덩이라던가 혹은 암녹색의 묘한 눈동자 색 때문인지는 몰라도 서구적인 분위기를 띌 때가 더 많았다.
어쨌던 구준회는 이 학교의 여학생들의 흠모의 대상이었으며, 남자애들과는 대부분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호전적인 인상의 구준회는 생긴대로 사교적이었고, 쾌활했으며, 똑똑했다. 누군가를 다루는 일에도 익숙한 녀석이었다. 어쨌거나 구준회는 이 학교에서 파급력이 상당했다 이 말이었다. 어떤 여자애든지 한번쯤은 그와 자보고 싶어했다. 동급생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까지 그를 좋아해 마다않았다. 분명히, 구준회는 매력적인 남자애였다. 물론 그건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가끔 구준회는 약간 어딘가 미친 개새끼처럼 행동하곤 했다. 특히 내게는 더욱.
"I bet you wanted to fuck Chloe, don't you?"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구준회는 일종의 또라이였다.
탁한 암녹색의 눈으로 구준회가 나를 담으며 물었다. 짙은 눈썹이 구준회가 말할 때마다 꿈틀거렸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며 저렇게 즐거워 하는 걸 보니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구준회가 말하는 클로이라는 여자애는 구준회의, 말하자면― 일종의 여자친구였다. 그리고 클로이와 나는 꽤 친한 친구 사이였다. 구준회는 내 동정딱지를 떼 준다는 명목으로 제 여자친구를 사용하겠단 말 따위를 내게 꺼내고 있었다. 병신 같아도 이런 병신같은 경우가 없다. 아마 클로이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구준회가 요구한다면 클로이는 쓰리썸이든, 혹은 구준회의 친구라면 누구라도, 혹은 이방인과도 잘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클로이는 구준회의 말이라면 대번에 Well, okay. 를 외치는 금발의 예쁘장한 여자애였다. 클로이는 학교에서 제일 이슈인 남자애가 자기와 붙어있고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몸을 섞는 것을 항상 분에 넘치게 기뻐했다. 클로이는, 뭐랄까. 눈이 멀어 있었다. 구준회에게 단단히 빠져 그 애가 장난처럼 지껄이는 말에도 뭐든 최선을 다해 하는 애였다 이거다. 그런 여자애를 가지고 구준회가 지금, 나와 그 여자애 사이의 관계성 자체를 무너뜨리려 시도하고 있는 거였다.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권유였다.
"You talking about like shit! 내가 동정이든 말든 도대체 니가 무슨 상관이야? Seems a bit fucked up."
"That's unkind, mate."
구준회가 실망한 듯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미친놈. 욕이 비어져 나오려는 것을 애써 꾹 참고 락카에 아슬아슬하게 달린 쇠고리를 손가락으로 제꼈다. 멈춰 선 채로 두 손 그득히 들고 온 레포트들과 발표 자료들, psychology 교과서를 아무렇게나 쑤셔넣었다. 구준회는 능글맞게 웃어보이며 얄궂은 얼굴로 내 오른쪽 어깨를 붙잡고 여전히 설득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었다. come on, you little fucker. 마구잡이로 난잡하게 헝클어진 락커룸이 내 머릿속 상황과 비슷해보여 우악스러운 욕지기가 잇새를 비집고 새어나올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옆에서 끊임없이 지껄이는 구준회 덕분에 이제는 관자놀이께가 지끈지끈하게 울릴 지경이었다.
"I said fuck off."
구준회는 한국말을 잘 쓰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유학생인 나는 한국말이 훨씬 익숙하고 편한 데에 비해 어릴 적부터 영국에서 살아온 구준회는 영국식 발음이 짙은 영어를 즐겨 쓰는 편이었다. 그런 내 상황을 구준회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So what? 우리가 같은 한국인이라는 교집합을 명백히 가지고 있었음을 구준회는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절대 먼저 한국말을 쓰던가 하는 등의 사려깊은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는 거였다. 대신에 구준회는 싱겁게 웃으며 스쳐 지나가듯 저딴 말을 지껄일 뿐이었다.말하자면 처음 만날 날부터 구준회는 나에 대한 배려가 당최 하나도 없었다 이거다.
"You almost 17. You're gotta get laid before your birthday otherwise you can't be my friend, obviously."
그럼에도 나는 구준회를 잘 따르는 편이었다. 당당하고, 똑 부러졌으며 자기 관리에도 열심히인 그 모습에 뭔지 모를 동경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사근사근하지는 않아도 구준회가 내뱉는 유쾌한 농담들이나 가벼운 욕지기들이 좋았다. 같이 있으면 재밌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즐거웠다. 지겨울 새가 없었다. 무엇보다 무표정일 때와는 다르게 그 시원하게 말려 올라가는 입매를 좋아했다. 구준회는 그 웃음을 때에 맞게 잘 사용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사람을 잘 홀렸다.
"Alright, please shut the fuck off."
구준회가 응당 말도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걸 한 두번 들어준 건 아니지만서도 이렇게 밀어붙이는 데에는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 클로이와 자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파티에는 끌려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로 다음 교시 수업인 Philosophy 교과서를 꺼내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 구준회의 목소리를 짓씹듯이 먹어버렸다.
"그쯤 하지. 김진환도 싫다잖아."
흰색 자수로 백 넘버를 새긴 조던 저지를 넉넉히 입고 손목엔 아대까지 착용한 바비가 반대쪽 복도에서부터 걸어오고 있었다. 농구공과 교복과 여벌의 티셔츠가 들어있을 것이 틀림없는 가방도 함께였다. 물기에 살짝 젖은 머리를 흩뜨러뜨리며 유들유들하게 웃어보이는 바비에게 Hey up, 하고 인사를 건네자 여느때처럼 바비가 커다란 손을 허공에서 너울거렸다. 바비는 한국에서 온 교포였다. 어릴 적부터 구준회와 함께 자랐던 터라 둘 사이에는 어떤 깊은 유대같은 것이 있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둘은 정말 상극인 녀석들이었다.
바비는 제가 좋아하는 것 말고는 세상 만사에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따분해하기 일수였는데, 자기 스스로가 그 고독을 잘 다루는 편인 것 처럼 보였다. 운동을 좋아해서인지 체육 시간에는 훨훨 날아다니면서도 당최 흥미가 없는 과목들에는 도무지 노력조차 하지 않고 책상에 엎어져서 잠을 퍼질러 자거나 fuck off, 따위의 말들을 뱉으며 파티에 갈 준비를 하곤 했다. 그 덕에 바비의 성적표엔 F뿐만 아니라 G가 가득했다. 차마 점수를 매길 수 없는 성적이 그 애의 성적표엔 가득했다 이 말이었다. 그런 바비와 구준회가 어떻게 친구가 된 건지는 애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아이러니였다. 누가 봐도 성실하고 똑부러지고 싹싹한 구준회와 느긋하고 당최 흥미라곤 없는 것 같고 따분한 표정을 잘 짓는 바비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으니.
김지원은 음악과 약을 즐겼다. 그 애는 밤이 되면 파티에 가서 대마나 마리화나, 엑스터시 같은 종류의 것들을 제 스스로 팔뚝에 꽂아넣어 주입한 뒤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곤 했다. 음악이 나노 단위로 쪼개져서 제 몸을 관통하는 듯한 느낌이라나 뭐라나. 바비는 누군가와 몸을 섞고 문란하게 부벼대는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 분위기와 몽롱한 느낌만을 찬미했다. 그렇기에 나는 바비가 여자애들과 몸을 비벼대고 질척하게 혀를 섞는다던가 하는 모습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바비는 가끔 웃었고,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스테레오 앞의 소파나 테이블에 걸터 앉아 고개를 느릿하게 흔들거나, 아주 가끔 신이 날 때는 종횡무진 온 파티장을 무법자처럼 누비고 다니며 음악을 느꼈다. 약에 취한 바비는 퇴폐적이었으며 매력적이었다. 그 애 만의 독특한 인상이 더욱 빛을 발했다. 그래서 나는 바비가 약을 하는 것이 아주 싫지는 않았다.
바비는 술 냄새와 약효가 채 가시기도 전에 주섬주섬 씻지도 않고 제가 듣는 수업의 맨 뒷자리에 앉아 피곤함에 곯아떨어지기 일수였다. 그게 내가 아는 바비의 생활 방식이었다. 구준회는 대체로 그런 바비를 한심하게 생각하며 쓰레기 같은 것만 먹지 말고 비타민이나 과일 같은 것들도 먹으라며 권하곤 했지만 바비는 그저 엿먹으라며 가운뎃 손가락을 내밀 뿐이었다.
"Oh, fuck the pair of you."
구준회가 답답하다는 듯이 지껄였다. 바비가 킬킬 웃으며 물기가 가시지 않은 팔을 내 어깨에 턱하니 올려놓았다. 가볍지 않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점심이나 먹자며 바비가 식당으로 나를 끌고 가는 내내 뒤에서는 분명히 재밌을거야. 넌 동정딱지 떼고, 애들은 좋은 구경하고. 술 취한 상태면 아무도 니네 둘인줄 모를걸? 그냥 파티 중에 누군가 술이 떡이 돼서 떡친다고만 생각할거야, 따위의 말들을 구준회가 쏟아내는 중이었다. 바비에게서는 옅은 비누향이 났다. 어제도 파티에 갔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집에 기어들어갔다고 했으니 바비는 분명 아침 수업을 제끼고 북관 건물의 빈 강의실에서 퍼질러 자다가 농구를 하고 느긋하게 샤워를 한 뒤 이제서야 첫 번째 끼니를 먹으러 가는 길일 것이다. 바비의 생활패턴이야 뻔했다.
뒤에서 뭐라뭐라 중얼거리는 구준회의 말들은 싸그리 무시하고 바비와 함께 식당을 향해 걸었다. 구준회가 이 재밌는 걸 도대체 왜 몰라주는거야, 하며 뒤에서 불평했지만 그 뿐이었다. 구준회는 더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았다. 바비가 내 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조용하게 속삭였다. 저 개새끼가 또 시작이군. 나는 숨을 죽이고 웃었다. 그러게 말야. 그러자 뒤에서 fuck. 하고 작게 지껄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속이 다 후련했다.
*
"오, 생각보다 존나게 구린데?"
바비는 한국말을 즐겨 쓰는 편이었다. 어릴 적부터 영국에서 살아오긴 했으나 그의 가족들이 전부 한국어를 구사하기 때문이었는데, 그 탓에 구준회보다는 사실상 바비와 대화를 하는 것이 내게는 좀 더 편했다. 바비는 실없는 농담들을 자주 했고, 자주 웃었다. 무엇보다 구준회처럼 내게 뭔가를 요구하고 귀찮게 한다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바비가 급식으로 나온 정어리 튀김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샐러드와 정어리라니. 끔찍하구만. 난 그냥 감자튀김이나 먹는 게 낫겠어. 앞에 앉은 구준회가 제발 제대로 된 음식을 좀 쳐먹으라며 잔소리를 했지만 역시나 바비는 구준회에게 piss off, wanker. 하며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칠 뿐이었다.
"So, you guys are coming to the party tonight, yah?"
앞에 앉은 클로이가 다시 한 번 쐐기를 박듯 물었다. 오늘은 클로이네 집에서 파티가 있는 날이었다. 외국에서 사업을 하시는 부모님이 며칠 간 집을 비웠기 때문이었다. 클로이네 집은 넓고, 무엇보다 부유했다. 분명 빵빵한 스테레오와 비싸고 고급스러운 술들이 넘쳐날 것임에 분명했다. 바비가 힘겹게 정어리 튀김을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약은 내가 챙길까? 그러자 다시 옆에 앉은 딜런이 말했다. 아니. 약은 한빈과 내가 이미 챙겼어. 레트로 이스턴 블록시클. 알바니아산 엑스타시야. 바비 너도 마음에 들걸? 딜런이 싱글싱글 웃으며 말하자 바비가 예의 그 행복해 죽겠단 표정을 지으며 밥을 먹다말고 일어나 딜런과 포옹하며 그 애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곧 있을 별천지의 행복감에 젖어 딜런이 방심한 사이에 I love you, mate! 하며 바비가 장난스레 뺨에 입술을 가져다대자 딜런이 욕지기를 하며 바비를 밀쳐내는 걸로 그들이 포옹은 끝이 났다. 바비는 딜런의 반응이 웃겨 죽겠다는 듯 낄낄거렸고, 딜런은 질색팔색을 하며 좆까라고 소리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파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바비는 온 몸이 근질거려 죽겠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딜런과 김한빈은 우리와 같이 다니는 무리의 애들이었는데, 딜런은 밝은 갈색의 머리칼을 가진 북유럽계 혈통의 잘생긴 남자애였고, 김한빈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학교에 몇 없는 한국인 중 하나였다. 특히나 김한빈은 김지원과는 각별하게 친한 사이였는데, 서로의 가족끼리가 친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때문에 연말행사 때나 가족 행사가 있는 날이면 둘은 친형제처럼 불려다니며 같은 집에서 명절을 보내곤 했다. 김한빈네 아버지가 조금 먼 곳에서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김한빈은 기숙사에서 살게 되었고, 거기서 룸메이트로 같이 지내게 된 것이 딜런이었다. 딜런은 쾌활하고 정신없는 남자애였는데, 바비와 쿵짝이 잘 맞아 약을 즐겼고 파티를 즐겼다. 다만 바비와 다른 점이 있다면 딜런의 목적성에 있었다. 딜런은 여자애들과 떡치는 것을 취미라면 취미로 삼는 남자애였으니, 뭐 김지원과 다른 목적을 가지고 파티를 즐기는 거에 대해서는 말 다한거다.
딜런이 즐겁게 낄낄거리는 와중에도 클로이는 구준회의 옆에 앉아 떨어질 생각을 않았다. 구준회는 당연하다는 듯이 클로이의 야트막한 허리춤을 쓰다듬으며 그 애의 뺨과 목에 꽤나 농도 짙은 키스를 했다. 밥을 먹으면서 딱히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닌 것 같아 인상을 찌푸리며 그것 좀 안하면 안돼? 하고 묻자 구준회는 씩 웃으며 그럼 니가 대신 할래? 하고 물었고 나는 다시 Jesus, fucking hell. 하고 중얼거린 뒤 지친 표정으로 꾸역꾸역 눅눅한 감자튀김을 입 안으로 쑤셔넣었다. 옆에 앉아 있던 김한빈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가벼운 욕설을 내뱉으며 맛대가리 없는 양송이 스프를 뒤적거렸다.
"그래도 파티는 재밌을거야."
스프를 몇 숟갈 퍼먹다 말고 김한빈이 말했고, 내가 대답했다.
"그러게. 구준회 저 새끼가 내 동정 떼준다고 지랄만 안 하면."
*
짤들은 글 속 딜런의 이미지에요! 2편에선 그웬, 3편에선 클로이의 설정 이미지들을ㅇ 짤로 가져다 바치겠슴니다..^^..!!!
허윽.. 심해 특별편과 함께 차기작인 네이키드 독스 01편을 같이 드려요~~!!! 네이밍 센스 최.악.... 해석하ㅕ면 벌거벗은 개들... 정도가 되겠네여...ㅋ.... 하찮
심해를 읽어주신 분들께... 뉴에라를 드려요..^^ (도랏)
개인 블로그에서 조금 더 빠르게 연재를 할 거구요, 대신 블로그보다는 글잡에 글을 올릴 때 조금씩 수정을 더 하게될것같아요 흑흑
정말... 지금 과제해야 하는데... 도른자...^^... 정말 이것만 올리고 떠나겠습니다 총총....
전작인 심해에서 기를 넘나 빨려버려섯.... 문체 신경 안쓰고 손 풀겸 가볍게 쓰는 글이라 영드 스킨스의 내용과 캐릭터들이 분명히 많이 겹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세이브 분량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로 연재할 수 있을 것 같구욤~~
일단은 담주 주말까지 쭉 죽음의 시험기간을 보내는 중이니 담주 토욜 저녁 혹은 일요일 쯤에 2편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당 다들 남은 주말 잘보내시구 월요일... 힘내시길... (힘 1도안남)
앗 그리고 심해 텍파는 블로그에 올릴 것 같슴당..^^ 그럼 다들 좋은밤되세요!!! 전 허겁지겁 과제하러 ㅁ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