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어렸을때부터 늘 함께했던, 그러니까 흔히들 말하는 불알친구가 한명 있다. 고등학교도, 중학교도, 초등학교 유치원 그리고 심지어 태어난 병원까지. 부모님들도 우리 못지않는 오랜 친구 사이라 우리 둘은 좋든 싫든 늘 함께였다. 그 불알친구의 이름은, "야! 최승철!!" "뭐, 이 가시나야." 성수고 외국인이라 불리는 최승철 되시겠다. 생각해보면. 어렸을적 최승철은 꽤나 귀여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땐 얼굴이 여자앤지 남자앤지 구분도 안갈정도로 예뻤던데다가 (딸을 낳고싶어하셨던 이모가 꽤, 자주 머리에 리본을 달아주고 레이스가 풍성한 원피스를 입히시긴했지만)체구도 작고 지금과는 다르게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어서 내가 늘 옆에 끼고 데리고 다니며 지켜주었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때 갑자기 눈높이가 달라지더니 사춘기가 오면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최승철은 그때부터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몰래 담배를 핀다던지, 패싸움을 하다가 걸려 잠시 정학을 먹는다던지...그땐 정말 이모 눈에 눈물마를 날이 없었고 나 또한 최승철을 멀리하곤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패싸움을 하고선 동네 파출소에 잡혀온 최승철을 비장하게 마당으로 끌고온 이모부가 빠따로 비오는 날 먼지나게 두들겨 팬 후로 정신차린 최승철은 변호사가 된 제 형을 따라 법조인이 되겠다며 열심히 공부했고 지금은 교내에서 다섯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 나? ...나에 대해선 노코멘트 하도록 하겠다. 아무튼 그렇게 정신차린 최승철은 나랑도 다시 예전의 사이로 돌아가 지금까지 별탈없이 잘 지내고 있다...근데. 그런데. "...지금 내 생일이 4시간밖에 안남았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단 말이지 이 개새끼가...." "가시내야. 말좀 예쁘게해라. 여자애 입에서 개새끼가 뭐냐, 개새끼가." "아 오빠! 최승철 왜 연락 안되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이노무 새끼 요즘 나한테 말도 안하고 늦게 들어온다고!" 우리 집 소파에 앉아 태연히 귤을 까먹고 있는 이 분은 최승철의 하나뿐인 형이자 정신적 지주, 최승현씨 되시겠다. 지금은 이렇게 츄리닝 차림으로 꼬질꼬질하게 누워있지만 사실 사법고시를 최연소로, 한번에 패스하신 대단한 사기캐다. 더불어 큰 키에 허벌나게 잘생긴 얼굴까지. 최승철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잘생김이랄까. "아씨...분명 오늘 우리 집에서 밥먹는거 아는데 왜 안오냐고. 아 최승철...!" 손에서 폰을 놓질 못하고있는 내 모습을 보며 혀를 쯧쯧차는 승현오빠를 무시하며 입을 빼죽 내밀었다. 알아서 오겠거니...싶어도 최근 최승철의 이상행동을 보면 또 그런 생각이 슬금슬금 들어가고 불안과 짜증만 빼꼼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암흑같던 중학교 이후로 한번도 수업시간에 졸거나 딴짓을 하지않던 최승철이 최근 며칠동안 온종일 멍 한 얼굴로 필기도 안한채 칠판을 바라보거나 아님 엎어져 자고있고, 연락도 씹고 나를 거의 대놓고 피하고있으니 영문을 모르는 나로썬 분통이 터지는거다.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도 통 얼굴을 볼수가없으니 물어볼수도 없고. 한숨을 푹 쉬며 다리를 끌어모아 안았다. 나는 왜 너를 좋아해서 이러는지. 벌써 1년째다. 너를 남몰래 좋아한건. 날이 갈수록 더 더 좋아해서 힘들어 죽겠다. 너는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건 기억하고있을까. 흘끗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벌써 30분이나 지나있었다. 저놈의 시계는 눈치도 없이 돌아가고 지랄이야 지랄이. 괜히 화풀이를 하며 핸드폰만 바라보고있는데 갑자기 최승철한테서 문자가 왔다. '야' '나와' 으엉? 다급하게 확인하니 분명 너에게서 온 문자가 맞다. 그것도 바로 지금. '어딘데?' '니네 집앞.' 아니 집앞까지 왔으면 그냥 들어오지 뭘 하는건가싶지만 일단은 주섬주섬 겉옷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집앞 가로등 밑의 익숙한 형체에 내가 반갑게 다가가 어깨를 툭 밀치니 흘끗 돌아본 최승철이 씨익 웃으며 완전히 나를 향해 뒤돌아섰다. "나왔냐? 왜 이리 늦어" "웃기시네. 니가 문자 보내자마자 나왔구만. 왔으면 들어오지 왜 부르고 난리야." "아...그냥...야. 눈 감고 손 내밀어봐." 내가 괜시리 퉁명스레 말하자 멋쩍게 뒷목을 쓸어내린 최승철이 뜬금없는 부탁을 했다. "...왜?" "아 좀. 해보라면 해봐." "아 알았어." 시키는대로 눈을 감고 손을 내미니 손가락에 차가운 감촉이 닿아왔다. "눈떠." "...이게 뭐야?" "뭐긴 뭐야. 반지지." "아니 그러니까. 니가 반지를 왜 샀냐고." "예전에 니가 나한테 그랬잖아. 18살 생일땐 반지 선물로 받고싶다고. 어때. 맘에 드냐?" "..." 말문이 막힌 나는 기대에 차 방글방글 웃는 그 얼굴을 보며 아무말도 없이 반지를 바라봤다. 솔직히, 내가 반지를 받고싶다고 했던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렸을때 그냥 흘리듯 한 말일수도 있고 장난삼아 해본 말일수도 있을텐데. "...그걸 안잊어버리고 이렇게 사온거야?" "응. 예뻐? 맘에 들어? 아 왜 대답이 없어" "니가 돈이 어디있다고 이런걸 다 사와. 이거 꽤 비싸보이는데..." "이 오빠가 널 위해 애좀 썼지. 몇주동안 알바한다고 힘들었어 나-" 장난스레 칭얼거리며 눈썹을 뉘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 터져나왔다. "...뭐야. 너 울어? 야, 왜 울어! 선물이 너무 감동적이었냐?" "...너...요즘에 계, 속...피곤해보였던게....흐...이것 때문이었, 어?" "아니이, 야. 그런거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 상등신아! 진짜...나는 기억도 못하는 말인데 그걸 기어코...바보냐 진짜..." "...알았어. 내가 바보네. 그러니까 그만 울어. 응? 뚝." 미안함과 고마움에 내가 쉽사리 울음을 그치지 못하자 나를 꽈악 안은 최승철이 다정하게 내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만울어. 응? 웃으라고 준 선물인데 울리기만 하네" "고마워...미안해...나 때문에 진짜...흐엉....고생하고" "나 고생 안했어. 좋아하는 사람한테 쏟는 시간은 고생이 아니라 정성인거야." "...뭐?" "나 너 좋아한다고 이 울보돼지야. 3년 전부터 좋아했다고. 몰랐지?" 전혀. 눈치도 못챘다. 너무 놀라 나오던 눈물마저 멈췄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최승철을 올려다보자 낮게 웃으며 내 이마에 꽁 하고 자기 이마를 가져다대었다. "좋아해 김아미. 예전부터 말해주고싶어서 죽는줄 알았네." "내가 잘해줄테니까 이제 친구말고. 애인하자. 콜?" 모티브는 정은지&서인국의 All for You 에서 따왔습니다! 승행설.....승처라 난 너의 행동들을 응원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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