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력.
"..."
"..."
3년 동안 짝 사랑같은 외 사랑을 진행 해오다가 이제서야 짝 사랑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상대가 하는 짝 사랑이 아닌, 내가 해 온 짝 사랑이란걸 오늘에서야 깨닳았다. 도대체 얼마나 무심했기에 도로 한 복판에서 여자와 어깨를 두르며 저리도 해맑게 웃으며 지내고 있는 김태형을 알아채지 못 했던건지, 알지 못 했다. 조금만 더 눈치가 빨랐다면, 지금 이런 상황이 내 앞에 놓이진 않았을 것이라 말하고 싶다. 우리가 헤어지는 이 시점에 뭐라 말 해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태형아, 얘기 좀 하자."
"왜."
"..."
"신경쓰이니까 빨리 말 해."
"이제 신경 안 쓰일거야, 헤어지자 태형아."
눈물이 벅차오르는 걸 애써 막으려 눈을 꼭 감도는 뒤 돌아 그대로 걸었다. 중심을 잡지 못 해 휘청거리는 몸은 오른 쪽 벽돌로 된 담장에 부딪히고, 몰려오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새 빨갛게 변했다. 벽을 짚으며 한 걸음씩 걸어가며 숫자를 셋 부터 거꾸로 세었다. 삼, 이, 일.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너는 어느새 너의 집으로 들어가 너의 집 앞 센서등은 까맣게 바뀌어버린지 오래였다. 그럼 그렇지, 내 주제에 무슨 너를 잡겠다고 그 많은 노력을 했던걸까.
2. 둘째 날.
눈물이 흐르다 못 해 터져 나와서 입을 막았다. 그래도 새어나오는 탓에 이불에 얼굴을 묻고는 귀를 막았다. 저 건너편에 위치한 책상에서는 네가 앉아서 내 이름을 부르며 이거 어떻게 해? 저거 어떻게 해? 하며 물어보는 잔상과 헛소리가 들렸고, 거실에서 영화를 보며 재밌다고 웃으며 나를 부르는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눈을 감으면 저 어두운 곳에서 나의 이름을 부르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서 있는 너의 모습이 보였다. 울음소리가 너의 소리를 감추어주었고, 눈물이 너의 모습을 감추어 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감추어 주긴 커녕 더 보고싶은 효과만 줘서 더욱 더 너를 그리게 만들었다. 나는 지금 네가 너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