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지훈이를 데리러 가보실까.
"꺄하하!!"
좀 나와주라. 부석순.
l일곱 유치원l
w.보따리
고목나무에 매미마냥 찰싹 달라 붙어 있는 세 놈을 겨우 떼어 놓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하나는 못 떼고 나왔지만.
뒤늦게 달려와 왼다리에 매달린 석민이가 죽어도 떨어지기 싫은 듯 아무리 살살 달래며 떼어 놓으려해도 요지부동이길래
그냥 안고 나와버렸다.
어찌나 고집이 세던지 눈가가 촉촉해진게 내가 더 고집을 부렸다면 금방이라도 빼액 울었을 것이다.
내 목을 두 팔로 꼭 감싼 석민이를 데리고 유치원 밖으로 나왔다.
유치원 봉고로 가 문을 연 뒤에 석민이를 차 안에 태우고는 지훈이를 찾아주기를 부탁했다.
녜ㅡ! 하면서 꾸물꾸물 뒷자석으로 가던 석민이는 이내 지훈이를 발견한 듯 차 뒷자석으로 쏙 들어간다.
아직 제 이름을 제대로 발음 못하는 것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지훈이는 형아라고 호칭을 알려줘도 굳이 꼭 지후니ㅡ지후니ㅡ 하는 석민이.
아마도 덩치가 저보다 훨씬 작아 그런가 보다.
지훈이가 어지간히도 안일어나는지 지훈이의 팔을 붙잡아 낑낑 끌어당기려 하는 석민이의 작은 엉덩이가 보인다.
저렇다 다칠까싶어 나도 얼른 차에 올라타 아이들에게로 간다.
등을 잔뜩 굽히고 어기적 어기적 다가가자 석민이는 나를 올려다보고는, 지후니 자꾸 코ㅡ 자는데 어떡하지? 하며 눈을 꿈벅인다.
아휴, 그러게. 어떡하지?
석민이에게 대꾸를 하며 작은 지훈이를 안아올렸다.
나가자며 석민이의 등을 슬슬 밀어내고는 봉고에서 내려 문을 닫았다.
지훈이도 챙겼겠다, 이제 유치원으로 들어가려는데 석민이가 걸음을 떼지 않고는 내 치마자락을 붙잡고 가만히 올려다본다.
뭔가 싶어 눈빛으로 응? 하며 내려다 보는데 두팔을 위로 올리며 안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석민이.
결국 조심히 무릎을 굽혀 석민이까지 안아올리고 나서야 유치원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지훈이가 조그만해서 다행이지, 둘을 겨우겨우 안고 들어가는데 두 팔이 뻐근해 미치는 줄.
하여간. 이석민 고집은 알아줘야한다.
이제야 하나 끝냈다. 다음은 한솔이 깨우기.
품에 꼭 안겨있는 석민이를 먼저 내려놓고 지훈이도 살살 깨워서 아이들 있는 곳으로 보냈다.
아직도 반은 꿈나라로 가 있는게 일일이 가방 벗겨주고 겉옷 벗겨주고 다 해줘야한다.
지훈이의 작은 가방과 겉옷을 들고 사물함으로 가며 한솔이를 확인한다.
지훈이의 짐들을 정리하고는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어 ABC 초콜릿을 하나 꺼내 쥐었다.
머리를 쓰담아주며 나긋나긋 말해주니 내 손길에 더욱 기대서는 자세를 고쳐 잡아 더욱 깊이 잠드려는 것 같다.
안되겠다. 초콜릿을 만지작거리며 부스럭 부스럭 소리를 냈다.
그제야 좀 더 꿈틀거리는 한솔이.
한솔이가 얼른 일어나서 친구들이랑 놀아야 맛있는 초콜릿 간식 먹을텐데ㅡ 하며 유혹하니 반쯤 눈을 뜬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한솔이 눈 앞에서 작은 초콜릿을 살살 흔드니 씨익 웃으며 움직이는 한솔이.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어날 것 같이 굴면서도 절대 사물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커다란 눈을 꿈벅이면서 쳐다만 보고 있을 뿐.
나오자,나오자ㅡ 하면서 한솔이를 불러보지만 오히려 두 팔을 벌려 안아달라 떼 쓸 뿐이다.
"한솔이가 빨리 일어나면 선생님이 친구들 몰래 초콜릿 하나 먼저 줄게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솔이는 벌떡 일어나 사물함에서 폴짝 나온다.
얘 노린거야. 맨날 이거 노리고 여기서 자는거야. 맞지, 최한솔?
한솔이를 밉게 쳐다보며 웃은 뒤 초콜릿을 까고 한솔이 입에 쏙 넣어준다.
오물오물 녹여먹으며 와다다 친구들에게로 달려가는 한솔이를 보고는 나도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석민 꾸러기, 권순영 꾸러기 이리로 와주세요ㅡ!"
자리에서 일어나자 발에 채이는 가방을 보고 두 아이를 부른다.
아이들은 내 목소리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을 툭 놓고는 내게로 달려온다.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춘 뒤 아이들에게 말을 하려는 순간
그들이 먼저 눈치를 채었는지 말도 하기 전에 알아서 가방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짜식들, 진작에 그랬음 얼마나 좋아.
"녜."
"똑똑한데? 그런데 앞으로는 선생님이 순영이,석민이 부르기 전에 순영이랑 석민이가 유치원 왔을 때 해줬으면 좋겠어요."
"응,맞아! 승철이 형아가 아까 하는 거 봤구나? 순영이랑 석민이도 그렇게 할 수 있죠?"
간만에 장난치지 않고 가만히 대답하는 두 녀석이 귀여워 앞치마 주머니에 있는 초콜릿을 꺼내 하나씩 입에 물려줬다.
칭찬과 함께 머리를 슥슥 쓰담아주니 기분 좋게 웃는 두 녀석.
둘도 오물오물 초콜릿을 먹으며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하이고 이제야 슬슬 수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일단 수업 시작도 전에 장난감들을 이리저리 어질러놓은 것들 좀 정리시키고 말이다...
"보석반ㅡ!"
"녜ㅡ"
쳐다도 안보고 대답하는 아이들.
온통 신경은 제 손에 쥐어진 장난감들에 있다.
조그마한 손들로 이리저리 로봇 팔 다리들을 움직여보고, 블럭을 쌓아보고.
애들아, 그거 조금 이따가 다 할거야.
제발 아침인사 좀 제대로 하자...
"이제 갖고 놀던거 다 제자리에다 가져다 놓고 선생님 앞으로 모여주세요ㅡ"
"녜"
내 말에 제일 먼저 반응하는건 역시 맏형들이다.
미운 일곱살이라지만 그래도 제일 연장자들이라고 웬만하면 척척 말도 잘 듣는 예쁜 아이들이다.
한번 빗나가면 돌이킬 수 없지만… 후.
지수는 제 옆에서 책을 너저분하게 어질러 놓은 찬이 몫까지 얌전히 치워주고 있다.
찬이가 들고 있는 것까지 책꽂이에 정리하려하는데 그만 찬이가 울음보를 터뜨렸다.
나는 빠른걸음으로 다가가 찬이를 안아올리고는
"고마워, 지수야. 찬이것까지 다 치워줬네? 역시 지수 형아가 최고예요."
찬이의 울음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수는 내 말에 겨우 얼굴을 피고는 마지막 책까지 가지런히 책꽂이에 꽂았다.
나도 찬이를 안은 채로 아이들이 장난감 치우는 것을 조금씩 도왔다.
그런데 어째 민규의 기분이 별로인 것 같아 보인다.
어깨가 축 쳐진 것이 걸음도 느릿느릿.
아까 가지고 놀던 로봇을 꼭 껴안고는 나무 블럭을 대충 정리하고 있다.
아, 아마도 아까 정한인형에게서 진 것 때문인가.
입을 주욱 내밀고는 우울함을 내풍기며 나무 블럭 한 조각, 한 조각을 박스에 담고 있다.
어느 세월에 치울래, 민규야.
결국 민규에게 다가가 같이 나무 블럭을 치우며
"그건 민규 새 로봇이야?"
"그런데 약해요."
"왜ㅡ? 엄청 커다란게 민규처럼 힘이 쎄보이는데?"
"정하니 형아 인형한테 맞았어요. 이제 죽었어요."
큭. 벌써 니 마음 속에선 죽인거니, 민규야?
갑자기 로봇을 죽여버린 민규에 당황을 했지만 최대한 웃음을 잃지 않으며 민규에게 말을 붙였다.
"아니야~ 이렇게 눈을 똑바로 뜨고 있는데? 분명 민규가 밥 잘 먹고, 양치 잘 하고, 착한 일 많ㅡ이 하면 점점 힘이 더 세질거예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날 보는 민규에 나는 내 말 믿어봐! 라는 표정으로 답해주었다.
내 말에 조금은 힘이 붙은 것 같은 민규에 머리를 두어번 쓰담아주었다.
"근데 밍구로봇이 정한 형아 인형 막 때렸어요."
겨우 달랬는데…!
어느 새 옆으로 와선 같이 나무 블럭을 치우던 원우.
우리의 대화를 가만히 듣더니 순진한 눈빛으로 나에게 말한다.
다시 시무룩해진 민규.
"그으래…? 괜찮아, 앞으로 민규는 착한 일 많이 해서 착한 로봇이랑 놀거거든!"
민규에게 그렇지ㅡ? 하는 얼굴로 바라보니 민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풀린건지 안풀린건지, 잘은 모르겠다만.
원우는 뭣도 모르고 제 몫을 다 치운 뒤 우리를 지나쳐 통통 튀어나갔다.
이제 다들 얼추 정리한 것 같다.
몇몇 아이들은 벌써 교실 중앙으로 가 줄 맞춰 옹기종기 서 있다.
그런 형아들을 본 찬이가 내려달라며 발버둥을 치길래 바닥에 조심히 내려놓으니 오도도도 형아들에게로 간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치우는 승철이와 승관이를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모두 줄을 맞춰 모였다.
이제 진짜로 수업 시작하자, 보석반 꾸러기들아ㅡ!!
| 보따리 |
그래서 수업 언제 시작한대요? 저 쌤 무능력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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