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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때는 야간자율학습시간 때였다. 일명 창천동 호랭이라는 수학 선생님이 감독을 맡고 있어서 지민은 나가 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다른 친구들과 같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친구들 중 없는 한 명은 간이 풍선만한건지, 패기 넘치게 수업이 끝남에 따라 홀연히 사라졌지만 말이다. 그 아이와 지민의 인연은 특별하다면 특별하고, 질기다면 질기다고 할 수도 있다. 지민이 홀로 미국에서 홈스테이하던 시절에 만나서 한국으로 귀국한 다음에도 우연히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으니.
 "박지민!"
 지민의 뒷자리에 앉아있던 아이가 조그마한 소리로 한빈을 불렀다.
 "왜."
 "김태형 어디 간 지 아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넌 알 줄 알았지. 모르면 됐다."
 아이는 딱히 중요한 질문도 아니었는지 이내 펜을 잡고 다시 문제를 풀기 시작했고 지민도 앞으로 돌아 다시 책에 시선을 뒀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태형은 야자를 빠질 때마다 지민에게 같이 나가지 않겠느냐고 물어봤었는데 오늘은 인사 한마디도 없이 나갔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지민은 창천동 호랭이 모르게 책상 밑에서 휴대폰을 꺼내 태형에게 문자를 보냈다.
-ㅇㄷ
 잠시 후 다리 사이로 짤막한 진동이 느껴졌다.
-학교
-안 나감?
-응
 태형이 어디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다가 지민은 큰 맘먹고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학교 건물은 총 3층인데 교실이 있는 3층을 쭉 둘러본 결과 태형은 없었다. 계단을 저벅저벅 내려가 2층까지 둘러보고 없다고 판단하던 찰나에 음악실 문이 약간 열려 있는 걸 봤다.
 단순히 문이 안 닫힌 줄 안 지민은 아무 생각 없이 문을 닫아주려고 다가갔는데 틈 사이로 인영이 보였다. 음악실 안은 어두웠지만 바깥의 불빛 덕분에 안에 사람이 있다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기다란 책상 위에는 덩치가 왜소한 남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미약한 조명으로 비춰진 얼굴은 지민이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 마주 보는 자세로 서 있는 사람은 지민이 굳이 자세히 살필 필요도 없는 사람이었다. 신은 신발만으로도, 앉아있는 남자아이의 몸을 만지는 바쁜 손만 보고도 맞출 수 있는 사람. 태형이였다. 문제는 그 둘이 같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둘이 취하고 있는 자세와 하는 행동이었다.
 작은 틈 사이 지민의 눈은 눈알이 떨어질만큼 확장됐다. 놀란 마음에 억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지민은 조용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한두 발짝 뒤로 물러나면서 도망치려고 했다. 지민은 정말로 모르는 척해주고 싶었고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절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흘러가면 이 일이 지민, 그리고 태형 두 학생의 인생에 있어서 몇 번 없을 일명 '존나심쿵'한 사건이 되었을까. 지민은 뒷걸음질 치다가 바보같이 자신의 신발 끈을 밟고 엉덩이뼈 부셔져라 차가운 복도에 꽈당 넘어졌다. 그 순간 음악실 안에서 나던 옷 스치는 소리와 숨소리도 멈췄다.
 지민은 엉덩이가 아파서 가만히 앉아있다가 음악실 안에서 누군가가 문 쪽으로 걸어오는 소리를 듣자마자 고통도 잊고 벌떡 일어나서 복도의 반대쪽으로 냅다 뛰었다. 한 절반쯤 갔을까 슬쩍 뒤돌아봤더니 태형이 서 있었다. 와이셔츠는 반쯤 풀어진 채로, 머리는 헝클어진 채로. 그 둘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서로를 외면했다.
 "씨이이-발."
 지민은 낮게 욕을 읊조리다가 다시 천천히 뛰기 시작해 계단을 요란스럽게 내려갔다. 또 신발 끈을 밟아 넘어진 건 애교.
 친구의 뒤꽁무니가 사라지자마자 태형은 지금 이 일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지민과 똑같은 욕설을 내뱉었다.
 "Fuck."
 차이점이 있다면 영어라는 점 정도.
 "아오, 씨."
 태형은 벽에 기대앉으면서 온갖 발버둥을 다 쳤다. 머리도 때려보고 허공을 뻥뻥 차보고 눈도 질끈 감아봤지만 불쌍하게도 이것은 꿈이 아니었으며, 지민과는 내일도 만나야 하는 사이였다.
 "무슨 일이에요?"
 음악실 안에서 키 작은 남학생이 교복 단추를 잠그면서 나왔다. 지원과는 달리 볼은 여전히 상기 돼 있었고 태형이 다시 자신을 만져줬으면 기대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몰라... shit."

-----

 어쩌지. 어떡해. 어떻게? 왜? 하... 지민은 야간자율학습이 끝나자마자 잽싸게 가방을 챙기고 나와서 친구들을 팽게치고 홀로 하교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끊임없이 혼잣말로 저런 말들을 중얼거린 것이다.
 집으로 가서 씻고, 페북하고, 컴퓨터할 때까지도 저랬다. 심지어 지민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야동 시청시간 때마저도 자신이 뒤돌아봤을 때 마주쳤던 태형의 얼굴 밖에 생각 안 나서 집중하지 못했다. 결국 누나들의 앵앵거림을 잠시 접어두고 지민은 초록검색창을 켰다.
 뭐라고 검색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신중하게 한 자 한 자 쳐내려 간 검색어는 '친구가'였다. 그리고 그 밑으로 뜨는 연관검색어들을 읽었다. 지민의 눈을 사로잡은 검색어는 마지막 줄에 있던 '친구가 하는 걸 봤어요'였다. 한다는 게 뭘 한건지는 우리 모두가 알 테니 쉿.
 침을 꼴깍 삼키면서 조심스럽게 검색어를 클릭한 지민은 무슨 더러운 거라도 만졌다는 듯이 화들짝 놀라면서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실눈을 떴더니 화면에 뜬 건 온통 지식인(=초딩밭) 검색 결과였다.
 신빙성 없는 자료들의 향연에 다시 야동을 켤까 생각한 지민은 그래도 읽어보자 결심하고 여러 질문을 읽어내려갔다. 친구가 쓰리피하는걸 봤다는 질문자도 친구도 최소 야동 배우인 어이없는 질문을 읽자 더 보기가 싫어져 지민은 마우스를 창 닫기 버튼으로 옮겼다. 그런데 그 바로 밑에 지민 자신과 똑같은 상황에 처한 질문자의 글을 봤다.

질문: 우연히 친구가 남자랑 하는 걸 봤어요 (참고로 친구 남자임)
내용: 안녕하세요.. 저랑 제 친구는 불알친구까진 아니더라도 꽤 오래 본 사이인데요...둘 다 남자입니다. 어쩌다가 제 친구가 남자랑.. 그거.... 하는 걸 봤어요.........하... 확실한건 걔가 억지로 당한 것도 아니고 정말로 원해서 한 것 같았다는 점...이것만으로도 멘붕인데 쟤랑 눈이 마주쳐서... 제가 안다는걸 걔가 알아요....어떡하죠ㅠㅠ 자주 볼 수 밖에 없는 사이라...ㅠ 내공 100겁니다..

 짜증 나지만 어쩐지 공감되는 저 점들을 바라보며 지민은 한숨 쉬었다. 그리고 스크롤 해서 밑으로 가 답변을 읽었다.

답변1: 걍 모르는 척 하세요. 아는 척했다가 괜히 어색해집니다.
답변2: 호모나 게이뭐람
답변3: 대화로 풀어보심이 어떨까요... 아 그리고 후기 부탁드려요
답변4: 목격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ㅎㅎ
답변5: ㅋㅋㅋㅋ답변4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수줍은 ㅎㅎ 뭔데ㅋㅋㅋ

 "호모나? 일코? 뭔 소리야 씨벌탱."
 오히려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 지민은 결국 컴퓨터를 끄고 책상에 엎드려 머리를 싸맸다. 마음속으로 아래 층에서 티비 시청하시는 부모님을 애타게 부르다가 급기야 믿지도 않는 주님에게 정답을 가르쳐달라고 외쳤다. 당연히 그런다고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상태로는 공부도 못하겠고 골치만 아플 거라고 바른 판단을 내린 지민은 침대에 누워서 잘 준비를 했다. 한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 쯔음에 태형의 그 당황한 낯짝이 또다시 떠올라 벌떡 일어났다. 이내 다시 누웠지만 말이다. 이 난리를 한 시간 동안 치다가 지친 지민은 딱 한 마디 내뱉고 잠들었다.
 "좆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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