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다가가지 못합니다..
제가 언제나 바라보는 장소는 그와의 11m..
오늘도 여지없이 학교를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커피숍에 왔다.
야자도 빼먹고 온터라 조금은 두근두근 한 아르바이트.
점원옷을 입고 앞치마를 두르고 거울을 보고 주문대앞에 선다.
"주문하시겠어요?"
"냄새가 좋네요."
아니 대뜸 주문하겠냐 물어보았더니 냄새가 좋다고 하는 손님.
생긴건 멀쩡하게.. 아니 잘생긴사람이 왜 저럴까.
집에 무슨 나쁜일이라도 있어서 정신적 쇼크를 먹은건 아닐까.
"손님, 주문해주세요."
"그쪽은 냄새 안좋아요?.. 나만 좋은건가..?"
"ㄴ..냄새요?"
냄새가 좋다고 하길래 코를 킁킁 거려 냄새를 맡았다.
아무냄새도 안나는데... 혹시 커피냄새가 좋다고 하는건가..?
.. 아니, 그보다 주문은 안하고 왜 자꾸 냄새타령인지..
"저희는 원두를 직접 갈아 커피를 내놓기 때문에 커피맛이 진하고 향도 강합니다. 어떤커피로 하시겠어요?"
"아뇨, 커피 냄새 말고 그쪽 냄새요. 커피향이 온몸에 배여서 마치 커피로 샤워한것같네요."
"ㄴ...네?"
"음.. 전 카푸치노 로 주세요."
내가 잘못들은건가 하지만서도 지금은 돈을받고 일하는 시간이라 딴짓은 금지다.
언제 어디서 지점장님이 보고 계실지도 모른다.
지점장님은 매우 매우 무섭다.
한달에 한번, 혹은 두달에 한번씩 각 지점장님들 끼리 모여 앞으로의 회사 발전이라던가.. 그런 얘기를 종종하고 술도 많이 마시고 오시는데..
항상 나한테만 화풀이를 하신다. 내가 아직 이곳의 막내라 그런가 보다.
어서 내 밑으로 다른 알바생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커피숍의 이름은 '11m' 다. 커피향이 11m 까지 퍼졌을때 가장 맛있는 커피가 나온다고 사장님이 그렇게 지으셨단다.
11m 에서 일하는 알바생은 나를 포함하여 총 3명.
테이블 정리 담당 대성형, 이형은 도라에몽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있다. 간혹 사이비교주 같은 느낌을 받는달까나?
또 다른 한명은 나와 함께 주문을 받는 승현이형, 이형이 이곳에 제일 오래 있었다. 사장님이랑 아는 사이라서 알바 아닌 알바생 인셈이다.
이렇게 세명이 있다보니 당연한듯이 혼나는게 항상 나다.
승현형은 이곳의 터줏대감 이며 사장님이랑 아는 사이라 혼난걸 본적이 없다.. 아니 혼난적이 없다.
대성형은 테이블 정리 담당이나 홀 청소를 하는거라 원두커피를 뽑는거랑 너무 거리가 먼사람..
결국 나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한다.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척 하는게 오히려 편하다고 느끼게 됬으니 말이다.
내가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을 늘어놓고 있을때 냄새타령 손님은 계속 내가 커피를 뽑는걸 지켜보고 있다.
무섭고 섬뜩하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시하고자 맘을 먹고 커피를 뽑는데 역시 향이 끝내준다.
"카푸치노 나왔습니다."
"저기요. 여기는 왜 일하는 사람들이 남자밖에 없어요? 커피프린스 .. 뭐 그런건가?"
"사장님이 여자알바생은 머리카락 떨어진다고 자제하셔서요. 시럽이랑 설탕은 왼쪽편에 있습니다."
"그쪽은 일한지 얼마나 됬어요?"
뭘 자꾸 이상한것들만 꼬치꼬치 캐묻는거지.
냄새타령 님 이상해.
엄마 나 무서워 이사람 왜 이러는걸까.
냄새타령 님좀 말려달라고 대성형이랑 승현형에게 헬프미! 를 맘속으로 외쳤지만 본체만체..
결국 어쩔 수 없이 내가 좀 나서기로 햇다.
"손님, 뒤에 주문하실 분들 많으셔서.. 주문 다 하셨으면 옆으로 좀 비켜주실래요?.."
"아.. 그러네.. 흠.. 나중에 또 올께요."
안와도 됩니다. 내가 언제까지 웃으면서 빠이빠이를 해줘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냄새냄새 거리는 냄새타령님 맞장구 쳐줄 시간 없으니 ..
커피만 사서 빨리 나가주세요.
냄새타령님이 나가고 주문도 모두다 받으니 사람들도 안오고 시간이 널널하다.
이럴때에 공부나 좀 할까 하고 내 캐비넷을 열었다.
캐비넷에는 사진과 메모가 덕지덕지 붙혀져 있다.
두장의 사진에는 엄마와함께 찍은사진, 또 다른 한장에는 대성형과 승현형과 함께 찍은사진이고
메모에는 기말고사날짜와 시험범위가 적힌 메모들이다. 보기만 해도 토나오는 메모다.
왠지 어지럽고 뜨거운 머리를 부여잡고 의자에 앉아서 쉬기로 했다.
주문대에는 승현이형이 있으니 말이다..
...
조금.. 많이.. 잠이 든것같다.
눈을 떠보니 대성형과 승현이형이 날 뚤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승현아, 정신 좀 들어?"
"네?.. 어.. 여긴 어디에요?"
"병원이야. 몸살났으면 말을 하고 쉬던가 해야지. 바보처럼 일하는게 어디있냐."
"죄송해요 대성형, 승현이형."
"내가 사장형한테 내일 너 쉬게 좀 해달라고 해줄테니까 알바비는 걱정말고 푹 쉬어라. 학교도 말해놓을테니까."
"아.. 괜찮아요. 히히-"
승현형과 대성형한테 괜찮다고 말했더니
둘다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일어나려던 나를 병원 침대로 눕혀버린다.
팔은 대성형이 다리는 승현형이 잡고있다.
내가 놔달라고 다리로 발버둥치니 승현형이 맞았나보다
그러더니 흥분해서는 발음이 또 엇나가 버린다
"야 이승현! 너 지굼 뭐화눈궈야! 어? 아푸니꽈 병워네서 과뫈히 이쑤라는 궈좌나!! 놰가 눨 주귀뉘!!! 이쒸 쥔쫘!!!"
"큭큭- 그래 승현아 승현형말대로 좀 쉬어라....크흐... 하하하하하하하!!"
"야 강뒈쉉 눠꽈쥐 놔 무쉬화눈궈야? .. 구뤠 눌궈숴 솨뢈도 아뉘롸 이궈쥐?"
대성형이 왜 웃고 싶은지 왜 이해가 간다.
나 또한 역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저 잘생긴얼굴로 왜 저런 말투가 나오는건지 모르겠다.
말투는 참 귀여운데 ...... 으아아 얼굴이랑 말투랑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아!!
결국 푸하하- 하고 병실이 떠나가라 대성형과 나는 웃어댔다.
옆에서 자꾸 우는시늉을 하는 승현이형.
나이만 많은 큰아가나 다름없다.
그렇게 어지럽던 사람들이 가고 병실엔 나혼자만 있다.
사실상 이병실은 2인실인데 한분이 2일전 사이에 퇴원한것 같다.
주스병이 침대밑에서 나뒹굴고 있다.
그 주스병을주으러 갔는데 창문밖이 보인다... 밖은 깜깜하다.
겨울이라 눈도 온다.. 하아- 눈오는날 쓰러지다니! 이런 악재도 악재가 없다.. 슬프다.
밑을 보니 대성형과 승현이형이 눈을 던지면서 신나게 뛰어가고 있다.
진짜 저사람들은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맞나?
어떻게 생각하는게 나랑 동급일 수가 있는거지?
어지러운 생각들을 다 버리고 하루라도 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마음이 편안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하얗고 차가운 눈처럼 내 마음도 머릿속도 하얗고 시원히 물드는것 같다.
왠지 오늘은 깊게 잠을 잘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지만 약간은 커피향이 그립기도 하다.
자려고 침대에 누운순간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수신자를 보니 모르는 번호다.
확인해보니 [많이아파요?] 라고 문자가 와있다. 나는 피곤해서 답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더니 또 문자가 왔다.
[커피향은 여전해요?] .. 설마 아까 그 냄새타령 님은 아니리라 생각해본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절대 빗나가지 않잖아!!!-
나한테 향어쩌고 냄새어쩌고 할 사람은 냄새타령 밖에 없단 말이다...
왠지 냄새타령 앞에서 방귀 뀌였다간 뭐먹었는지 금방 들킬것같은 삘이다.
이거.. 무서운데?
답장을 안하자니 매상을 생각해서라도 답장을 하기로 했다.
[지금은 괜찮구요 커피향은 여전한것같네요. 근데 제 번호 어떻게 아셧나요]
곧바로 문자가 도착햇다. 내 답장을 기다린것 같다.
[제가 아는사람한테 물어보니 곧바로 번호를 알려주더군요.]
[괜찮으시면 연락 해주 실 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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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oh oh oh 첫작이라 두근두근 oh oh oh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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