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내가 입술 뜯지 말랬지.”자꾸만 손으로 입술을 뜯어내는 여주에 정국이 그녀의 손을 저지하고 하지 말라며 타박했다.“아, 잠시만 이거만 뜯고. 이거 뜯으면 진짜 쾌감 오질 거 같아.”“뜯지 말라고.”아-.아무리 하지 말라고 말려봐도 기어코 입술을 뜯어 결국은 피를 보는 여주에 정국이 한숨을 쉬며 손으로 여주의 양 볼을 잡았다.“이거 봐. 또 피나는 거 보라고.”“자기야.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잘생겼지? 자기가 내 볼 잡고 있으니까 더 설레는 거 같아.”흐흥. 정국에게 한 소리라도 덜 듣기 위해 눈웃음을 뿅뿅 날리는 여주가 오늘따라 더 여우같았다. 꼬리 달렸나 확인해야 돼 진짜. 정국이 여주의 볼을 잡아 당기며 한숨을 쉬었다. “너 진짜 혼날래?”“아 왜애.”“예쁜 입술 다 찢어진 거 봐. 이거 내 건데 왜 내 거 망가뜨려.”참나, 이게 왜 네 거야. 여주가 어이없다는 듯 양 손을 올리며 액션을 취하자 정국이 “내 거니까” 하고는 자연스레 여주의 손에 깍지를 꼈다.“내 얼굴에 붙어있으면 내 거지 이게 왜 네 거야. 너 보기보다 되게 뻔뻔한 스타일이구나?”여주가 검지손가락을 꼿꼿히 세워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열 띤 해명을 하자, 정국은 그 모습이 미치게 귀여워 씰룩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놀리고 싶네.“내 거라니까?”“증거있어?”자신만만하게 증거를 내놓으라는 여주에 정국이 잠시 멈칫하는 표정을 보이자, 여주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할 말 없지?’ 하는 눈빛을 보였다. 이게 뭐라고 당당하게 고개를 잔뜩 치켜 든 여주의 모습은 참 누가봐도 김여주다 싶었다. 오늘따라 자꾸만 귀엽게 행동하는 여주의 모습은 정국에게 놀려먹기 딱 좋은 먹잇감이었다. 정국이 오른손으로 턱을 쓸며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증거?”이 애매한 한마디를 끝으로 갑자기 거침없이 다가오는 정국에 여주가 뒷걸음질 쳤다. 신혼집은 방음이 좋아야 한다며 정국이 마구 두드려댔던 그 벽에 여주의 등이 닿았다. 부딪힌 벽이 차가운 탓인지, 아직 밤도 아닌데 달라진 정국의 눈빛에 놀란 탓인지, 토끼처럼 작은 여주의 등이 흠칫 떨렸다.그리고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포개진 입술에 여주가 당황하자, 그 틈새를 놓치지 않은 정국은 열린 입술 사이로 자비없이 들어왔다. 거칠게 오가는 숨소리와 달리 곧바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여주의 팔은 자연스럽게 정국의 목을 감았다.
사진 터치 후 저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