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 - 예쁜 여자가 되는 법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
(부제; 박지민, 그리고 댄스부)
드디어 샀다! 입가에 웃음을 잔뜩 매달고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날 붙잡기도 전에 방문을 잠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창문도 제대로 닫혀있는지, 커튼은 잘 쳐져 있는지 확인하고는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씨디를 꺼냈다.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 촌스러운 굴림체로 쓰여있었지만 내겐 그 무엇보다 소중해보였다. 입에서 자꾸만 흫ㅎ 하는 웃음소리가 나왔다. 엄청 바보같은.
요즘 유명세를 탄 게임이었다. 'TOTO' 라고 우리나라 최고의 게임회사에서 새로 낸 게임이었다. 흔하디 흔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지만 입소문을 타는 것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었다. 가상의 NPC를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사람, 그러니까 플레이어를 공략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공략에 성공하면 현실에서 만날 방법을 찾아서 만나면 되는 것이니 사람들의 만족도도 높아졌고, 그로 인해서 입소문을 타 어느새 매출 1위를 달성하게 되었다. 아, 게임 이름 앞에 굳이 방탄이 붙는 것에 대해서는 소문이 무성한데 가장 유력한 게 이거다. 게임회사 사장 이름이 방토토인데, 바로 이 방씨의 손을 탄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어쨌거나 가장 유력한 가설이고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한정판으로 나온 리미티드 에디션이 바로 학교판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이었다. 매번 친구에게 자랑만 듣다가 언젠가는 꼭 살 거라고 마음 먹었었는데, 결국 질렀다. 용돈을 아끼고 아껴서. 아마 엄마가 들었으면 잘했다며 등짝을 때릴 거다. 괜히 엄마의 손길이 상상되어 소름이 끼쳤다.
어쨌든, 또 다시 헤실거리며 컴퓨터 앞으로 가서 앉았다. 으어. 괜히 긴장되는 기분에 크게 숨을 한 번 몰아쉬고는 컴퓨터에 씨디를 넣었다. 곧 파일 하나가 생성되고, 그 파일이 생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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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검은 공간이었다. 나 홀로 서있는 공간에서 두리번거리며 상황판단을 하고 있으려던 차에 하얀 글자들이 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딱 내 눈 앞까지 떠올라 멈춰선 글자들은 한 문장을 만들어 내었다.
[SYSTEM] 이름을 입력해주세요.
잠시 고민하다가 입 밖으로 소리를 냈다. 김탄소. 친구한테 들었을 때 그냥 소리내서 얘기하면 괜찮다던데 진짜 괜찮은 것 맞나? 내 걱정을 들은건지 곧바로 여자 목소리의 기계음이 들린다. '김탄소' 님 반갑습니다. 공략 상대를 정하시겠습니까?
기계음 소리에 잠시 고민하다가 네. 하고 답했다. 기계음은 성함을 입력해달라는 소리를 낸다. 또 잠시 입술을 물어뜯으며 고민하다가 작게 박지민. 하고 답했다. 잠시 답이 없던 기계음은 곧바로 박지민. 하고 또박또박 바르게 소리를 낸다. 찾았습니다. 게임이 재부팅 됩니다. 그 말이 거짓은 아닌듯 곧 띡, 하는 소리가 들렸다가 곧이어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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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곳이었다. 노래소리가 쿵쿵거리고, 많은 사람들한테 여기저기 치이는 곳. 인상을 쓰며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다가 누군가 내 팔을 잡아오는 손길에 고개를 들었다. 서영희. 명찰을 똑바로 단 여자아이 하나가 내 팔을 꽉 잡고 있었다. 정신 좀 놓지 말라고. 곧이어 내 팔을 놓은 영희는 내 등짝을 때려온다. 등짝 때리는 솜씨가 우리 엄마 저리가라 할 정도이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픈 영희의 손에서 겨우 벗어나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예쁘게 생긴 여학생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조금 더 고개를 들어보니, 동아리 발표회. 하고 촌스럽게 쓰여진 현수막이 보인다.
노래가 끝났는지 다함께 허리를 접어 인사한 여학생들이 쪼르르 무대 밖으로 달려나간다. 그리고 곧바로 올라오는 남학생들. 잔뜩 멋낸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나온다. 시끄러운 환호소리가 들리고, 영희 역시도 내게서 관심을 끄고는 무대를 보며 환호한다. 그런 아이들을 따라 다시 무대로 시선을 옮겼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는 남학생 하나가 보였다. 박지민. 박지민이다.
[SYSTEM] ★공략 상대 발견★
이름; 박지민
나이; 18
특이사항; 댄스부, ?
난이도; ★★
노래가 시작되자 활짝 웃으며 춤을 추는 박지민이 보인다. 댄스부 한다더니, 진짜로 댄스부 하나보다. 멍하게 박지민만 바라보다 작게 웃었다. 그래도 여전히 멋있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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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다. 박지민과, 그리고 다른 댄스부 아이들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홀린 것처럼 다가갔다. 이미 무대에는 다른 동아리가 올라오고 있는 중이었고, 댄스부 애들은 강당을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박지민에 애타는 마음으로 뛰기 시작했다. 잡았다. 박지민의 어깨를 잡고는 뒤로 돌렸다. 숨을 고르며 박지민을 보는데 얘는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옆의 친구들은 이야~ 하며 박지민의 어깨를 한 번씩 툭툭 쳐주고는 사라진다.
무슨일이야? 낭랑한 박지민의 목소리가 들린다. 순간 당황해 어버버거리자 싱긋 웃은 박지민이 응? 하며 내 대답을 재촉한다. 일단 저지르고 본 일이라 딱히 볼 일이 없는데. 어쩔 줄 몰라하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 꺼내니 복숭아맛 사탕이다. 이거. 박지민 손에 사탕을 쥐어주고는 뒤로 돌았다. 그리고 빠르게 걸어 다시 영희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미쳤어. 미쳤어!!!
자리로 돌아오자 영희는 내가 사라진 줄도 몰랐다는 반응이다. 어느새 영희 옆에는 박순이. 라는 명찰을 단 여자애 하나가 더 서있다. 순이와 영희는 밴드부의 열렬한 팬인지 밴드부 아이들이 올라오자 발까지 동동 굴리며 좋아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아,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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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긴 뭘 어떡해. 어차피 나랑 박지민은 존나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서 마주칠 일도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건 며칠 뒤였다. 불현듯 깨닫고는 씁쓸한 기분이었지만. 여전히 먼 사람이라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내가 매번 허공만 바라보고 한숨을 쉬자 영희와 순이는 답답한듯 나를 붙잡고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결국 내 비밀아닌 비밀은 그녀들에게도 넘어갔고, 영희와 순이는 그렇게 놓칠거냐며 나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댄스부 연습실을 염탐하기 시작했다. 박지민은 상당한 연습벌레라 늘 남아서 연습을 한다.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는데 도무지 말 걸 타이밍을 못잡겠다. 그건 아마 내가 쭈구리라서 그렇겠지. 오늘도 글렀다. 혼자 한숨을 푹 쉬면서 뒤로 도는데 갑자기 연습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나온다. 너.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안봐도 박지민이다. 뻣뻣이 굳어있는 내 모습을 본 박지민이 한숨을 작게 쉬며 내 어깨를 돌려세운다.
"할 말 있어?"
"어? 아니... 그게..."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박지민과 눈이 마주치자 뭐라고 입을 떼야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마이 끝만 잡고 안절부절 못하자 박지민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낸다. 아, 저번에 사탕은 고마워. 갑자기 생각났다는듯 해맑게 웃은 박지민은 내 답은 듣지 않은채로 연습실 문을 잠그기 시작한다. 짤그락거리며 문을 잠그고 다시 뒤를 돈 박지민은 여전히 제 앞에 서있는 나를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나 가야되는데... 뒷말을 흐리는 박지민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는데 갑자기 박지민의 발목이 눈에 들어온다. 정확하게 말하면 파스와, 붕대를 감은,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멍들이. 내가 갑자기 쪼그려앉자 당황한듯이 박지민도 함께 쪼그려앉는다. 그 짧은 순간에도 아픈지 아. 하고 작게 말한 박지민과 잠시 눈이 마주친다.
다친거야? 내가 손을 대자 또 박지민은 아. 하고 소리를 낸다. 여기를 또 다친거야? 이거 때문에 무용도...! 다그치듯 말하던 내가 아차하는 마음에 입을 다물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박지민과 눈이 마주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른 뒤로 돌려는데 그 전에 박지민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 무용한 건 어떻게 알았어? 여기, 다친 건...? 박지민의 물음에 뭐라 답하지도 못한채 서둘러 발을 뗐다. 어느 정도 떨어지고 나서야 급히 옮기던 발걸음을 멈췄다. 진짜 입이 방정이야, 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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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박지민과 내가 만난 것은 중학생 때였다. 박지민은 귀엽고, 잘생기고, 성격도 좋아서 인기가 많았고, 나는 뚱뚱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손가락질 당했었다. 나는 내 스스로가 충분히 매력적이고, 마음이 이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철없는 아이들의 눈에는 외면의 모습이 더 중요했던 것인지, 그 누구도 내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뒤에서 수근덕거리면 수근덕거렸지.
여느날과 다름없는 날이었다. 반에서 제일 늦게 나가게 되어 문을 잠그고 복도를 천천히 걷다가 모퉁이 넘어 들리는 말소리에 발을 멈췄다. 우리반 여자아이들이었다. 나를 얼마나 잘 안다고, 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시시덕거리며 내 이야기를 하는 말소리에 그냥, 저절로 몸에서 힘이 빠졌다. 내가 무슨 잘못을 그렇게 했기에. 아이들이 들을새라 서둘러 몸을 숨기고 입을 틀어막았다. 이 때까지 잘 참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상처는 쓰리고 컸는지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아이들의 말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누군가가 내 앞에 멈춰섰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환한 미소가 보이고, 곧 눈가에 따뜻한 체온이 닿았다.
울면 못난이 되는데.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한 아이가 다시 한 번 내 눈가를 꼼꼼히 닦아주었다. 어느새 환해진 시야로 보이는 얼굴은, 학교에서도 유명한 박지민이었다. 연습을 하고 가는건지, 손에 무용 신발이 담긴 종이가방을 들고는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을 보자, 이상하게도 더 눈물이 나왔다. 내가 더 심하게 울기 시작하자 당황하더니 서툰 손길로 내 어깨를 토닥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나와 박지민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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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없어 점심을 먹지 않겠다는 내 말에 영희는 세상이 무너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세상에 망하려나보다. 작게 중얼거린 영희는 내 이마를 짚었다. 아파? 그래도 나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은 영희에게 고개를 젓고는 책생에 엎드렸다. 아프지 않다는 내 말에 영희와 순이는 곧바로 수긍했다. 야, 그럼 김탄소 학번으로 급식 두 번 먹자. 영희의 제안에 믿었던 순이마저 좋다며 사이좋게 교실을 나간다. 썩을 년들.
잠에 빠져들랑 말랑 하는데 누군가 내 앞에 와서 선다. 김탄소.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괜히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박지민이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작게 웃고 있는 박지민의 얼굴이 보인다. 내 책상 위에 복숭아맛 사탕을 올려놓은 박지민은 시간 좀 내 줘. 하고 말한다.
그래서 박지민이랑 학교 뒤편으로 향했다. 손에는 박지민이 사준 빵과 우유를 들고. 벤치에 앉아 박지민의 눈치만 보는데 박지민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는다. 그리고는 대뜸 입을 연다. 여기, 다친 거 맞기는 한데, 별 거 아니야. 가벼운 멍 정도고. 춤추는데 아무 이상없어. 여기 다쳐서 무용 못하는 건 맞는데... 그렇다고 춤까지 못 출 정도는 아니야. 천천히 말을 쏟아낸 박지민이 나를 보고는 또 싱긋 웃는다.
왜 안 먹어? 손수 빵과 우유를 뜯어 내 손에 다시 쥐어준 박지민의 표정은 요상하다. 뭔가 다 안다는 표정같기도 하고, 그냥 평소처럼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만히 빵과 우유를 내려다보는데 다시 박지민이 입을 연다. 안우니까 훨씬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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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과의 첫만남 이후로, 나는 박지민을 쫓아다녔다. 그러니까 박지민 몰래 쫓아다녔다고 해야 맞는거겠지. 인기도 많고, 주위에 사람도 많은 박지민을, 그러니까 나는 동경을 하게 되었다. 어느순간부터는 짝사랑으로 변했지만. 몰래 공연도 보러가고, 괜히 박지민 만나면 힐끗거리고. 그런 나를 박지민은 전혀 몰랐겠지만.
그리고 그러다가 문득, 현타라는 것이 왔다. 박지민은 너무나 빛나고 햇살같은 존재인데 감히 내가 마음으로 품어도 되는 사람일까. 하는 자조감이. 내 마음을 온통 채운 그 마음은 좀처럼 떨어져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박지민 주위의 여자애들은 날씬하고, 이쁘고... 박지민이랑 정말 잘 어울리는 아이들이던데. 거울을 바라보다 내 얼굴을 만져보았다. 나도 충분히 너랑 어울리는 사람인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니겠지?
그래서 죽을 각오로 살을 뺐다. 그냥, 미친듯이 운동하고, 미친듯이 다이어트를 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에 결국 원하던 몸무게만큼 감량하는 것에 성공했고, 나를 무시하던 아이들도 없어졌다. 그리고 박지민에게 고백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날, 나는 박지민이 다쳐서 무용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결국 나는 고백하지 못하고 박지민과 다른 학교로 떨어지게 되었다.
간간히 친구의 친구를 통해 박지민의 소식을 듣다가, 박지민이 이 게임을 한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소문을 들었다. 그만큼 간절하고 다시 보고 싶었기에, 그러니까 중학교 시절의 내가 아니라, 지금의 나로 다시 시작하고 싶은 욕심에 무리해서 게임을 샀다. 그러니까, 박지민이 너무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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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박지민은 또 싱긋 웃는다. 여전히 웃는 모습이 앳되어 보이고, 빛나고, 너무나도 예뻐서. 자꾸만 눈물이 나올 것 같다. 그러니까,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건가.
"못 알아볼 뻔 했는데... 너, 누군지 알겠어."
"..."
"좀 긴가민가하기는 했는데."
그 때도 예뻤는데, 더 예뻐졌네. 말을 마친 박지민은 또 잔잔히 웃는다. 그 웃음이 잔잔한 내 마음에 큰 일렁임으로 다가와서, 그러니까, 나는 또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나 혼자서만 박지민을 붙잡고 있던 것이 아니라서. 박지민도 나를 기억하고 있어서. 그러니까, 내가 죽을만큼 고생한게 헛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그렇게 또 울음을 터뜨린다. 여전히 달래는 것에는 서툰 박지민은 내 등을 천천히 토닥인다. 너 맨날 내 공연보러오고... 나랑 눈마주치고 그랬잖아. 그래서 말 한 번 정도는 걸어줄 줄 알았는데. 장난스럽게 말한 박지민은 또 웃음을 터뜨린다.
힘들었지. 고생 많이 했겠다. 내 마음을 다 아는 듯, 이제 박지민은 내 등을 천천히 쓸어주며 입을 연다. 너, 여전히 예뻐.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은 박지민이 내 눈을 바라본다. 이제 울 일 없지? 괴롭히는 애들도 없고... 그러니까, 너, 음... 행복하지? 조심스러운 박지민의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것 같던 시간을 버티자 신기하게도 친구가 생기고, 행복해졌다. 박지민이 없어도, 빛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내 내면이 아닌, 외면으로 사람들이 다가와준다는 게. 그래서 더 박지민을 만나는 것에 집착했을 지도 모른다. 내 내면을, 처음 알아봐준 사람이니까. 박지민은 내 대답에 다행이다. 하며 천천히 웃음을 터뜨린다. 그 웃음소리가 좋아서, 결국 나도 웃고 만다.
[SYSTEM] '박지민' 님의 호감도가 +100 상승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박지민'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
넹. 예여되는 짐니편이었어요! 아니 근데 세상에 여러분들 그렇게 귀여울 일? 제가 제일 좋다는 거 그냥 장난으로 넣었는데 왜케 많이 투표했어요. 뽀뽀해주고 싶게. 흫ㅎㅎ
하여튼 이제 센빠이편 하나 남았네요! 어느새 방연시도 빠빠이 할 때가 되었어요!
음... 사실 지민이 편이 가장 생각없이 쓴 것 같기는 한데, 그냥 그녀는 예뻤다랑 이것ㅈㅓ것 생각하다보니까 이렇게 쓰게 되었네요. 내면의 아름다움도 볼 줄 아는 우리 애깅이ㅠㅠㅠㅠ 여러분 사람은 내면이 중요한 거에요. 외면만 반지르르하면 뭐해요. 내면이 썩어문드러졌으면 그게 아닌데. 그래서 사실 쓰면서도 좀 마음 아팠어요ㅠㅠㅠ 우리 탄소...ㅠㅠㅠㅠㅠ 이씨. 얼마나 마음 고생 많았을ㄲㅏ요. 그래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봐준 짐니를 좋아하고 동경하게 되었을 거에요. 하여튼, 여러분. 내면이 아름다운 겁니다. 사람은 외면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에요!
어... 그리고 사실 동화 시리즈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 논란인, 네, 그걸 보니까 생각이 많아지더라구요. 저는 그냥 단순히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와가지고 글을 쓰는데 보는 사람이 어떻게 보냐에 따라서 많은 해석이 나올 수도 있고, 불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중이에요. 그리고 아직 두, 세 편 밖에 짜지 않기도 했구요. 그래도 동화 시리즈를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넹... 고민해보겠습니다.
어, 그리고 또. 사실 어린아빠를 먼저 쓸 줄 알아서 어린아빠에서도 이야기하고, 또 방연시에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제가 이번주를 술과 함께 달렸네여...^_ㅠ... 죄송함다. 요즘 과제도 폭탄이고 신경써야 할 것도 너무 많아서 바쁜데 거기다가 힘드렁어어어ㅓ! 하면서 술까지 마시니까 댓글만 맨날 달고 글을 못썼어여... 어린아빠는... 조만간 올리는 것으로.
하여튼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요. 제 독자님들 중에서 유독 고3이신 분들이 많아요. 지금 수능도 5일... 남았죠? 남은 거 맞죠? 이제 다들 생각하는 게 다를 거에요. 붙은 사람도, 떨어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잔뜩 긴장하는 사람도, 그리고 해탈한 사람들도 있을 거에요. 그 시기를 거쳐온 사람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사실 입시라는 것이 정말 모를 일이에요. 정말 붙을 것 같던 곳도 떨어질 때가 있고 정말 떨어질 것 같은 곳이 붙을 때도 있어요. 그만큼 입시는 복잡하고 모를 일이에요.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하지말아요. 제 독자님들은 모두 원하는 학교에 붙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제 진짜 며칠 안남았으니까 몸관리도 잘하고, 여태 공부하고, 또 준비했던 것들 찬찬히 정리하면서, 그 날 후회없이 쏟고 왔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 얘기를 지금하는 이유는 월요일이 시작되면 여러분들이 거의 안올 것 같아서요...ㅎㅅㅎ 음. 마지막으로 책의 한구절을 말해주고 싶어요. 사실 책은 아니고, 제가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의 작가의 말인데. 얼마 전에 우연히 메모를 발견했어요. 이 책의 내용은 약간 따돌림이나 왕따에 관한 내용이라 좀 무거운 주제고 어두운 주제인데, 어, 그래서 민감한 주제고 안어울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고민했어요. 그래도 굳이 쓰려고 하는 건, 지금 힘든 모두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도 작가의 말의 그 구절을 힘들 때마다 보곤 했거든요. 음,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뭐라 설명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할게요. 주저리는 그만하고 진짜 구절쓰고 저는 가겠습니당. 허허.
'언제까지나 지속되리라 생각했던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는 건 아무래도 나한테 달린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쯤은 내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터널 끝에 손톱만한 빛이라도 비쳐야만 그 빛을 따라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불행히도 그렇게 아름다운 곳만은 아니다. 이 고비만 넘기면 좋아져, 라고 말해줄 수가 없다. 이 시기를 지나도 또 다시 힘든 순간은 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이 나올 것 같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터널을 터벅터벅 걸어 나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딘가에 또 어두운 터널을 홀로 걷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므로. 긴 터널을 지나온 사람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얼굴을 보며 나는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조그맣게 중얼거릴 것이다. 잘 견뎌냈다.'
모두들 힘내요. 우리 존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