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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뷔민] 공감각 1 | 인스티즈



   사탕을 볼 한쪽에 옮겨 물은 채 교실 문을 열었다. 며칠 전부턴 냄새나는 1번의 신발 사물함을 뒤적이지 않아도 됐다. 나는 물던 입 속 표면을 혀로 훑어 달랬다. 단 맛에 꺼끌하게 성났다. 키들거리며 제법 대차게 미닫이 문을 연 행동과는 달리 우뚝 서서 한 곳을 응시했다. 책상 바닥에 엎드린 등이 작게 오르락 내리락 했다. 나는 대강 손바닥 두 뼘 정도면 가득 찰 그 애의 등을 잠시 쳐다보다 그 애에게 다가갔다. 아직 내가 왔는 걸 모르나보다. 작다. 참 작다. 나는 그 애를 보며 그 애 몸체 만하게 웅얼였다. 흰 목덜미를 보다 회갈색 머리가 거슬려 그 애의 동그란 머리통을 물끄럼 쳐다봤다. 까치집이 졌다.

나는 숨을 흡, 하고 들이쉬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해도 덜 떴다. 희붐한 새벽에 힘입어 그 애의 까치집을 정돈해주었다.

성경에 어긋나는 짓을 하는 것 같았다. 

 
2교시가 좀 지나서야 그 애가 부스스하게 눈을 떴다. 손바닥을 제 눈에 부벼대며 작게 하품하는 것을 보며 작게 웃었다. 그러자 그 애가 코를 찡그리며 내 쪽을 쳐다봤다. 아, 너무 크게 웃었나, 나는 코를 긁적이며 모르는 체 눈을 도록 굴렸다. 웃음을 참느라 입술이 흐물댔다. 모를 리 없다. 꽤 한참 전 부터 쳐다봤는 걸. 꿈을 꾸는 내내 뒷통수가 따가웠을 거다. 이젠 나도 얼굴이 따갑다, 햇살처럼 따사롭게.


그 애가 끙끙거리며 눈에 붕대를 감았다. 나는 턱을 괸 채 그것을 쳐다보았다. 하얀 붕대가 엉성하게 눈을 덮었다. 네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자꾸만 코 끝으로 내려앉는 붕대를 신경질적으로 치켜올리던 손이 내가 손을 뻗자 주춤거리며 아래로 향한다. 나는 그 애가 자주 하던대로 두어 번 감아 풀리지 않게 묶었다. 안녕, 매듭을 끝낸 내가 인사했다. 나는 입술을 오물거리는 그 애를 보며 긴장했다. 첫, 너의 목소리는 처음이다. 바짝 몸을 세워 그 애 쪽으로 약간 기울였다. 

"고마워."

말갛다, 샐그러진다. 나는 그것을 예찬적이라고 정의했다.

 
그 애의 껍데기 소문은 이미 거대했다. 이름만 불러도 소나기 처럼 쏟아졌다. 아, 그 색청? 첫마디가 그랬다, 색청. 소리를 들으면 눈으로 색이 인식되는 장애.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동정했다. 칼을 쓰는 애가 어쩌다가. 떠벌리던 입술이 혀를 차면 그 애 이야기는 끝이났다. 그래서 이름 부르기가 겁났다. 혀 끝에서 휘발되는 이름을 더듬어 불렀다. 박지민. 그리고 수도 없이 불렀다. 박지민 박지민 박지민 박지민… 나는 와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윤기형이 보면 미쳤냐며 베개를 던졌을 거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써서 잔뜩 웅크렸다. 이젠 귀가 간지럽겠다, 지민아.

 
마스크를 안에 더운 입김이 짙은 여름 같았다. 쫒기듯 마스크를 내던진 나는 항상 여름이었다. 거친 숨이 몸을 나른하게 했다. 결국 몸을 크게 펼쳐 누웠다. 오늘따라 플레이 더럽네, 김태형. 따라 옆에 누워 숨을 고르는 윤기 형이 손등으로 번들대는 이마를 문질렀다. 아 드러. 내가 입술을 일그리며 모로 눕자 형의 발바닥이 내 허벅지를 제법 세게 쳤다. 아, 형! 

"그러니까, 얼빠진 소리 하지말고."
"아니거든요, 형 완전 드릅거든."
"얼빠진 경기도 하지말고."
"…내가 언제!!"

우물쭈물대는 변명에 얕은 신음소리와 함께 자리서 일어난 형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웃었다. 즐.


아까까지만해도 쟁쟁하더니 까만 밤에 희끄므레한 실선이 줏대없이 그였다. 아, 비온다. 나는 땀이 밴 목덜미를 매만지며 바디 와이어 선을 대충 밀어두곤 학교 강당을 뛰쳐나왔다. 급히 갈아입고 나왔는지라 삐뚠 와이셔츠가 제멋대로 바람에 뒤집힌다. 습관처럼 고개를 치켜들다 환한 창문 하나에 툴툴대며 피던 장우산을 다시 접었다. 미술실. 나는 역주행했다. 근처에 다 닿아서야 겨우 숨 죽여 문 앞에 섰다. 

"우산!"
"아!"

비명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패인 손바닥을 쥔 채 입술을 깨무는 모습에 성큼 다가가 교복 와이셔츠를 벗어 손바닥에 대강 묶어주었다. 해야겠다는 일말의 생각도 하지 않고 일어난 일이었다. 괜찮아? 많이 다친 거 아니야? 꿰매야 하는건, 나는 말을 뱉어내다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애가 색청이라는 것을 어렴풋 다시 상기 시켰다. 미안. 나는 사과했다. 그 애는 어물쩍 웃었다. 왜 왔어 여기. 조각도를 정리하는 희다란 손가락을 바삐 쫓다 놀라 멍청한 대답을 했다. 우산…, 없을 것 같아서. 귀까지 빨개졌을 거다. 나는 고갤 푹 숙이며 입 안 여린 살을 약하게 씹었다.

"나 우산 없는데, 마침 잘 됐다." 

내 와이셔츠가 묶인 손이 제 목덜미를 긁는 행동에 스친다. 나는 그 동선을 따라 너를 좇길 바빴다. 분명 거무죽죽한 소나기인데 내게 햇살이 따가웠다. 나는 내가 쥐던 장우산을 내밀었고 너는 내 와이셔츠가 감긴 손으로 우산을 받았다. 우리는 동시에 따사롭다.

주위가 깜깜해서 마치 눈을 감고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간간히 들어선 가로등 마저 빛바랜 모노톤이었다. 나는 그 빛에 의지해 너의 뺨을 힐끔 쳐다봤다. 조금 상기 된 얼굴이었다. 나는 웃었다. 귀여워. 실실 웃음이 터졌다. 너와 걷기만 했는데도 그렇다. 비가 굳세졌고 나는 희끗한 앞을 보다 그 애 쪽으로 우산 대를 기울였다. 다행이다, 바람이 불지 않아서. 빗 속에 죽어버린 말에 그 애가 걸음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 봤다.

왜? 동그란 눈이 나의 언어를 추궁한다. 귀여워. 나는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터질 듯한 뺨을 겨우 가라앉혔다.

바람 소리 나면 너 무섭잖아.
미쳤냐, 차라리 빗소리가 더 크다.

그 애가 짧게 키득거리곤 고른 숨과 함께 명랑하게 대답한다.
안 무서워.

빗소리는 무슨 색인데? 차마 묻지 못한 것이 입매에 가득 매달린다. 우리는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다.

"부서지는 초록색이야, 소나기."

그리고 다시 걸었다. 걸음마다 초록색이 부서졌다. 그리고 나는 
그 때 부터 너를 지민아, 라고 불렀던 것 같다.


재업입니다'ㅅ'
참고로 태형이와 윤기는 펜싱부이고 지민이는 조소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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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물나게 이쁜 글이에요ㅠㅠㅠㅠㅠ뭐라 말로 표현이 안되네요...막 표현하고 싶은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허류ㅠㅠㅠㅠㅠ우리는 동시에 따사롭다니...부서지는 초록색..참 이쁠것같아요 색청에 대해 좀 더 찾아봐야겠네요ㅠㅠㅠ신알신하고 갑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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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쪼이
감사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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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쪼이
보여드리고 싶은 걸 다 표현 하고싶은데 제가표현력이 부족해서..8ㅅ8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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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ㅏ 세상에 .. 저도 예전부터 공감각은 꼭 한번 다뤄보고싶은 소재였는데 아아아.. 예뻐요
글이 정말 정말 예뻐요. 표현도 분위기도.. 예쁜글 감사해요♥ 잘 읽고 가요 다음 글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

아 그리고 혹시 bgm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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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쪼이
엇 그렇군요! 좋은 소재라서 한 번 쓰고 묵혀두다 재업한 건데 예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BGM은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입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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