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인형
W, 김향수
※맞춤법 주의, 오타 주의, 뗘쓰기 주의※
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사촌에게 인형을 받았다. 남자애가 받을 선물이라고 생각도 해보지 못 했던 빨간색 후드티와 청반바지를 입은 인형이었다. 사촌은 나에게 인형을 주면서 누가 사라져도 이 인형은 항상 네 옆에 있을 거라고 하셨다. 난 인형에게 이름을 붙혀 주었다. 종인이. 김종인. 처음엔 말도 걸고 옆에 끼고 다녔으나 내가 중학생이 될 때 인형은 내 방 어딘가에 있었다. 인형을 찾지도 않았고, 찾을려고 시도 조차 안 했다. 게임과 농구에 빠졌으며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좋았다. 대학생이 됐을 때에 집에서 나오고 혼자 자취 생활을 했다. 좁디 좁은 방이라 다 집에 놓고 왔지만, 인형을 들고 왔다. 오랜만에 본다. 이름이... 종인이였던가? 자취 생활은 꽤 힘들었다. 보고 싶은 가족들, 애인, 친구들. 다 놓고 생활비를 구하기 위해 이것 저것들을 뒤지고 살펴보았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알바는 몸만 피곤해질 뿐이었다. 며칠 전 난 신기한 일을 경험했다. 알바 끝나고 집에 온 후 침대에 곧바로 누웠다. 피곤한 탓에 침대에 눞자마자 금방 잠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빨간색 후드티에 청반바지를 입고 때가 탄 건지 피부는 어두웠다. 아니, 어째서, 왜? 왜 내가 이런 남자 애랑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거지? 이불과 침대의 감각은 분명 내 방이 맞는데, 왜? 얘는 어디에서 온 거지? 혹시, 밤에 누가 문을 따고 들어와 버리고 온 걸까... 말을 건내려고 어깨를 툭 칠려는 때, 남자 애는 눈을 살짝 떴다. 쌍커풀이 진하고, 머릿결에는 먼지가 많이 묻어 있었다. 비몽사몽한 눈으로 남자 애는 날 바라봤다. 아니, 보면서 말을 했다.
"세후… 세… 세에… 세후은!"
내 이름을 알고있다? 적대감을 들지 않았다. 남자 애의 목소리를 들을 때, 데자뷰가 이러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남자 애는 날 보며 웃음을 지었다. 웃는 게 참 인형같다. 남자 애는 자기 입에서 나온 말이 신기한지 계속 말을 했다. 하는 게 좀 저능아 같고, 어눌하지만 더 듣고 싶었다. 들으면 들을 수록 너와 내 사이가 뭔지 더욱 더 알것만 같았다.
"세… 세… 후나! 세, 세에… 바어."
"어, 뭐라고?"
"조, 조… 종, 이인! 세… 세, 세에훈, 보, 보고 이써어."
"어, 그래. 우리 지금도 보고 있잖아."
맞아. 인형 이름이 종인이였지. 그래서 인형 닮았다고 생각했구나. 말이 어눌해도 꽤 귀여웠다. 뭐라고 말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종인은 계속 말을 해 왔다. 보고 다음에 할 말이 까먹었는지 매번 보고만 반복했지만 뭐 어때. 생각 나면 그떼 말 하겠지. 종인이 말을 하게 된 순간 어떻게 사람이 된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지금 종인의 상태를 보고 말 문이 완벽하게 트이면 묻기로 했다. 보고 다음 말이 생각 안 나서 울먹이는 것도 귀엽다. 왜 이리 귀여운 걸 뒤 늦게 알게 된 걸까. 빨리 사람이 되고 싶었을텐데. 먼지 낀 곳에 넣어둔 게 미안해졌다. 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좋았다. 나쁘지도 않았다. 다만, 이름 부르기가 아직 쑥스러웠다.
***
종인은 먼지가 많은 곳에서 왔다는 걸 티내는 듯이 머리에는 먼지가 많이 끼고, 피부는 더러웠다. 종인을 씻기는 게 우선일 거 같았다. 세훈은 온수를 틀고 화장실에 갔다. 종인은 자기를 두고 가는 줄 알고 세훈을 울면서 봤다.
"세… 세후나아… 조, 조오, 종이인, 이인이두 가… 가아… 흐으."
아, 어디서 이런 귀여운 게 곧바로 나한테 떨어졌을까. 화장실 앞에서 울지 말고 들어오라고 말 했다. 종인은 히끕, 끄으읍 하면서 울음을 멈출려고 조금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종인은 침대에서 나오더니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다리를 덜덜 떨며 한 두 걸음을 걷고 푹 쓰러졌다. 종인은 일어설려고 낑낑거렸지만 힘이 없는지 일어날 수 없었다. 종인은 멈췄던 울음을 다시 흘리기 시작했다.
"흐, 흐으… 조, 조이, 흐응… 아야. 여기이 으… 흐응… 히익!"
아직은 인형인 거 같았다. 제대로 걷 지도 못하고, 누가 걷는 거만 보다가 걸을려니 힘들지? 아는 것도 없고 제대로 못 챙셔줘서 미안해. 세훈은 종인에게 다가가 꼬옥 끌어 안았다. 종인은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세훈은 괜시리 더 미안해져서 종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종인아, 미안. 미안. 미안해.
To be continued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