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지우개 좀 빌려줘"
고3이 시작된 3월
1,2학년때보다 이상하게 더 놀고싶은 그런 수험생이 되었을 때 전학생이 왔다.
전학생의 등장에 무슨 3학년이 전학이냐며 사고친거 아니냐고 반 애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장난을쳤지만 담임을 따라 들어오는 그의 모습에
우린 모두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 얘 진짜 사고쳐서 왔구나
전학생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강렬했다. 모든 아이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어 그런지 담임 옆에서 민망해하며 자신의 뒷머리를 매만지는 전학생은
솔직히 말해 무서웠다. 키는 커서 그런지 평범하기 그지 없는 우리학교 교복이 어울렸고, 남자답게 그을린 피부에 눈매는 살짝 날카로웠다.
딱 벌어진 어깨라인이 부러웠고, 혈기왕성한 우리들이 원하는 그런 남성상이라고 생각했다.
소개하란 담임의 말에 전학생은 짧게 '이름은 김종인이야' 라고 입을 떼곤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우리도 그것에 맞추어 박수를 쳐주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박수소리는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 같다.
남자들의 시기와 질투랄까.
여튼 그렇게 한달이 지났고 겉돌 것 같던 김종인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잘 적응해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더 질투가 나게 성격이 좋았다. 강인한 인상 뒤로 웃으면 한없이 소년스러워 지는 녀석의 모습때문일까 벌써부터 그 주위에는 친구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전학온 다음날부터 매일 녀석이 내게 건낸 말은 저것
"야 지우개 좀 빌려줘"
하루도 빠짐없이 1분단에 있는 자식이 4분단에 있는 나에게 매일 다가와 하는 말.
처음엔 뭐지 이새끼? 눈만 꿈뻑이며 쳐다봤었는데 이젠 자연스레 녀석의 손에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한 표정으로 지우개를 건네주는 내가 있었다.
그런 날 보곤 녀석은 개구지게 웃는다. 한달 째 매일매일. 한결같이
그리고 그 지우개를 녀석이 한손으로 받아들면
"고마워 도경수"
늘 같은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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