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공포퇴폐적/빙의글] 우지호편 (부제: 살인죄)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b/9/0b975f29444c7c3dd3c567d7700e647c.jpg)
아주 오래전, 내가 갓난아기 시절일 쯤
우리아빠는 티비 뉴스속에 나와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었다.
이유는
살인죄
-
아버지는 자신과 같은 한 가정의 아버지를 죽였다고 한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으나 그로부터 몇 년 뒤 그 가정의 어머니는 약물중독으로 목숨을 잃고
그나마 살아있던 두 아들 중 첫째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한다.
완전히 그 가정을 박살내버린 우리 아버지.
그런 사실을 꽁꽁 숨기며 살아온지 18년...
내 어두운 과거를 감추며 살아오느라 나조차도 어두워졌는데
그런 어두움을 밝게 빛나게 해준 사람,
내 남자친구를 만났다.
이름은 우지호,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낯익은 이름.
" 넌 내 어디가 좋았던거야? 난 얼굴이나 몸매도 별로고 돈도 없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
" 사람이 좋은데 이유가 있나, 그냥 좋으니까... "
날 꼭 껴안아주는 손길이 좋았다,
사귄지 200일이 되었을 땐 내 모든걸 주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가족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지호에게서 받았으니까,
그 후로 난 지호와 몇 번의 성관계를 가졌다.
결혼까지 하자며 사랑스럽게 웃어주던 지호를 난 우리집에 초대했다.
단짝친구도 한 번도 데려오지 않았던 우리집,
나도 우리집에 오면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아 가출을 몇 번 한적이 있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지호를,
나와 평생 함께할 지호를 데려오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 실례하겠습니다, 우지호라고 합니다 "
" 내 남자친구야 엄마 "
예상치 못한 남자아이의 방문이라 그런지,
처음 사귄 딸아이의 남자친구의 인사라 그런지,
우리 엄마는 굉장히 많이 놀라셨다. 그 후로도 엄마는 땀을 삐질 흘리셨다.
" 왜그래 엄마? 안색이 안좋아보여 "
" 아.. 아니야, 엄마가 오늘은 좀 몸이 안좋아서.. "
" 약이라도 사다드릴까요? "
" .....넌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니? "
다짜고짜 물어오는 가족관계,
엄마를 걱정해주는 지호가 잠시 뻘쭘해졌다가
아무 말이 없어졌다. 난 그런 지호를 한 번, 엄마를 한 번 보곤
그냥 고개를 숙였다.
엄마는 답하지 않는 지호를 계속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셨다.
" 엄마가 잠시 착각을 한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이만 가라 "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말만 하셨다.
-
지호를 데려다 주는 길, 왠지 모르게 우리 둘은 어색해졌다.
지호는 갑자기 내 손을 꽉 잡으며 얘기했다.
" 우리집도 잠깐 들릴래? "
잠깐 흠칫했지만 난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200일 넘도록 가보지 못했던 지호의 집.
가는 길은 어쩐지 매우 낯익었다.
지호의 집으로 가는 길엔 언젠가 한 번 많이 와본 듯한 길의 느낌이 있었다.
지호는 점점 표정이 식어가고,
내 손을 더욱 세게 잡아 손에 땀이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 지호야.... 나 손아퍼 "
" 응? 아, 미안.. "
지호가 손을 풀어주었다,
그대신 내 손목을 세게 잡았다.
예전과는 정말 다르다... 갑자기 섬찟해지는 느낌이 싫어 지호에게 아무말이나 걸었다.
" 지호야, 아까 왜 엄마 질문에 대답 안했었어? "
그러고보니 지호와 나는 모르는 것이 참 많았다,
그냥 좋다고만 느끼고 데이트만 많이 했을 뿐
서로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가족관계나, 어디 살고있는지 등..
지호는 내 물음에 갑자기 걸음을 우뚝 멈추어 서더니
고개를 돌려 나와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예전과 같은 미소를 띄웠다.
" 집에 가서 말해줄게 "
-
" 다왔다- 여기가 우리집이야 "
지호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지호와 내 앞에 있는 것은 어느 건물이나 집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다 썩어 곧 허물어질 것 같은, 쓰레기로 뒤덮인 단칸방.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몰라 멍하니 앞만 보고있자,
지호는 내 어깨를 툭툭 쳤다.
" 왜그렇게 멍때리고 있어 "
" 아, 아니 그게.. "
말을 다 잇지도 못했는데, 지호는 그저 날 꽉 끌어안았다,
지호는 언제나 그랬다,
언제나 날 이렇게 꽉 끌어안았다.
이런 느낌이 좋기도 했지만, 너무 꽉 끌어안아서 답답한 적도 있었다.
" 내 가족관계 물어봤었지? "
" 어...? 응... "
" 내 가족관계는 말이야... "
"응.. "
" 너희 아버지가 죽인 우리 아버지랑, 약물중독으로 돌아가신 우리 엄마,
교통사고로 죽은 우리 형, "
푹-
무언가 내 등을 강하게 파고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뇌에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이 들며
방금 지호가 말한 것이 내 머릿속에 윙윙 맴돌았다.
" 그리고 지금 널 죽이고 있는 나.
이렇게 네 명이야. "
지난 200일간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처음부터 날 만난 것도 모두 계획된 것.
" 이렇게 널 끌어안을 때마다... 언제나 이렇게 등에 칼을 꽂아버리고 싶었어. "
" 아..흑....으... "
" 너희 아빠도 이렇게 사람을 죽이셨겠지? "
칼이 점점 내 몸 속 깊게 들어오는 것 같았다.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고통이 온 몸을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슬픔보다
내 남자친구가
우리아버지가 죽인 사람의 아들이었다는 것이
날 더 슬프게 만들었다.
" 날 원망하지마, 원망하려거든 니 애비를 원망해 "
마지막, 희미하게 들려오는 지호의 목소리는 전혀 떨림이 없었다.
-
거의 20일만에 나온 우지호편이네요ㅜㅜㅜㅜㅜ죄송합니다
저번편과는 다른점이 몇가지 있는데 공포적인 요소를 추가한거랑
글이 훨씬 길어진점ㅋㅋㅋ
공포는 다음편에도 넣을까말까 고민하는 중ㅇ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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