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민석아, 나 갔다올게" 나의 갔다온다는 말에 민석이는 나를 한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여. 민석이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보호해달라며 내 앞에 나타나서는 그 날 이후로 계속 우리집에 계속 같이 살고있어. 내가 뭘 물어봐도, 얘기를 해도 첫만남 이후로 민석이는 그저 날 바라볼 뿐 여태 말 한마디 한번 하지 않았지. 말을 못하는것도 아닌데 말이야. 학교를 갔다오면 나 혼자 사느라 아무도 없는 집에 반갑게 맞아주는 민석이. 강아지 한마리를 키우는것 같기도하고 그래.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길. 밤이라 주변은 온통 깜깜하고, 그나마 있는 가로등 하나만이 깜박깜박거려. 매일 지나가는 길인데도 오늘따라 왠지 무서운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 드디어 집앞이 보이고, 얼른 들어가려고 하는데 앞에 누군가 서있는게 보여. 순간 흠칫해서 그 자리에 멈췄는데 자세히 보니 몸이 작은게 왠지 민석이인것 같기도 하고. 나 데릴러 나왔나? 나는 반가운 마음에 뛰어갔어. 그런데 이게 왠일, 민석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서있는거야. 깜짝 놀라서 말도 못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대뜸 내 손목을 잡고 말해. "김민석 이 안에 있지" "ㄴ...네?" "민석, 김민석 말이야" "가..갑자기 이게 무슨" 내가 손목을 빼내려 하자 상대방이 더 세게 내 손목을 움켜쥐고는 당기며 말했어. 손목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아픔과 무서움에 나는 곧 울기 직전이었어. "빨리" "이거 좀 놔주세요"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놔주지 않길래 소리를 지르려고 할 때 즈음, 현관문이 열리더니 민석이 걸어나와. 나와 그 사람이 동시에 민석이를 쳐다봤지. 민석이가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지금 내 상태로서는 그게 문제가 아니었지. "들어가자" 민석이 붙잡혀 있던 내 손목을 잡아채고 말하더니 날 이끌고 집으로 들어가. 만났을 때 이후로 듣는 민석이의 목소리는 굉장히 낯설어서 나도모르게 부르르 떨었어. 그걸 알았는지 민석이 내 어깨를 감싸 안아주면서 다시 가던 길을 갔지. 그리고 갑자기 멈추더니 돌아서서 멍하니 혼자 서 있는 그 사람한테 말해. "가서 전해, 난 안돌아간다고. 영원히" 그리고 '영원히' 라는 단어에 내 어깨를 감싼 민석이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가는게 느껴져. 루한 꺼져, 아무리 내가 말해봤자 절대로 비킬 의향이 없어보이는 루한. 아, 정말. 나 늦었는데 "언제올거야?" "나도 몰라" "빨리 와, 오늘 알지?" "아 좀 비키라고!" 현관문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는 루한을 밀치고 겨우 나왔어. 정말 한번 나올때마다 매일 이러는 루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감이 없지 않아 있는 나야. 오늘은 친구랑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인데 결국 루한 때문에 늦고 말았어. 루한이 왜 이러는지 잘 알고 있는 나이지만 이럴때마다 곤란해지지. 겨우겨우 만난 친구와 뭐처럼 잘 놀고 있는데, 독촉전화가 오기 시작해. 발신자는 분명 루한이겠지. 한숨을 쉬면서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자 친구가 또 남자친구 냐면서 물어보는데 사실 루한과 나의 관계는 연인사이가 아니야. 단지 서로한테 필요한것을 주고받는 사이일 뿐이지. "여보세요" "왜 안와" "아직 좀 더 있어야 돼, 루한" "오늘 무슨 날인지 ㅇㅇ, 너가 더 잘 알잖아" "아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좀!" 순간 화가 나 울컥한 내가 그만 큰 소리를 치고 전화를 끊어버렸어. 옆에서 친구가 분위기가 별로인걸 눈치를 챈건지 오늘은 그만 가자고 먼저 말을 해. 루한 때문에 남아있는 친구도 별로 없는데 그나마 제일 친하던 친구도 지금 잃어버릴 것 같은 느낌에 나는 불안해서 그만 나도모르게 울었어. 집으로 가는 길에도 계속 울다가 루한 한테는 울었다는걸 들키기 싫어서 급히 눈물을 닦고 집안으로 들어갔지. 그런데 집안은 불을 키지 않아서 온통 깜깜해. 루한? 불렀는데도 대답이 없어서 불을 키려고 하는데 내 손을 막는 손길이 느껴져. "안돼" "루한이야?" "지금," "......" "지금 당장, ㅇㅇ." 아이같이 떼를 쓰는 루한에 한숨을 쉬고는 뒤를 돌아 루한을 마주봤어. 분명 어둡지만 얼굴은 보이는듯 했지. 루한의 얼굴을 내가 쓰다듬자, 내 손을 감싸는 루한. 그리고 내 목에는 순간 날카롭고 따끔거리는게 느껴져.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우리의 관계는, "루한. 우리는 그저 약속된 관계일 뿐이야. 연인이 아니야" "........" 점점 잃어가는 의식속에서 내가 중얼거렸지. 금방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눈을 감으려는데 들리는 비웃는 것 같기도 하는 낮은 목소리. "우리는 평생 함께야, ㅇㅇ. 벗어날 수 없어" 크리스 학원에 다니면서 만난 무려 4개국어를 할 줄아는 원어민 선생님. 내 입으로 말하기엔 좀 그렇지만 나의 수준은 낮지않은 높은 수준이어서 반도 우등생반이야. 우등생반에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인데, 키도 엄청크고 얼굴도 잘생겨서 인기가 많지. 이 선생님 보려고 많은 학생들이 일부러 우리학원에 올 정도랄까? 아무튼 그 정도인데. 어느 날, 내가 학원에 남아서 복습과 예습을 하고 있는데 이 선생님이 모르는걸 가르쳐 주신다며 들어오신거야. 혼자 할 수 있는데 기꺼이 도와주는 선생님이 조금 부담스러웠어. 옆에서 내가 푸는걸 보고 있으면 잘 못하는데. 그래서 과외를 안하고 학원에 다니는건데. 이러쿵 저러쿵 생각하다가 그냥 없는 셈 치고 묵묵히 문제만을 풀고 있었지. "틀렸어" "네?" "그게 아니야" 내가 푼 문제가 틀렸는지 바로 지적해주시는 선생님에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서 가르쳐주시는건데, 그냥 얌전히 듣고 있기로 했어. 계속 듣다보니깐 은근 조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바로바로 알려주시는 덕분에 계속 틀리던 문제들도 풀 수 있게 되었지. 시간이 흐르고, 밤 늦게까지 학원에 있다가 이제 집에 가려는데 크리스 선생님이 나를 데려다 주시겠다면서 차에 타라는거야. 어차피 혼자가는것도 무서운데 잘 됐다 싶어서 얼른 얻어탔지. 선생님이랑 학원에 있을 때 빼고 사적으로는 처음이라 어색한데 다행히 이것저것 물어보는 선생님 덕분에 분위기는 나름 괜찮았지. "ㅇㅇ, 요즘 세상 무서워. 오늘같이 늦게까지 남아서 공부할거면 선생님이랑 같이 들어가" "아 그래도 돼요?" "그럼. 당연하지" 얘기를 하다가 어느덧 집앞까지 도착하고, 차 문을 열어서 내렸어. 창문으로 고개를 숙여서 선생님한테 인사를 하고 이제 막 가려고 했지. "아, 맞다" "네? 왜요?" "나도 조심해야 해, ㅇㅇ." "네?" "너 피부 되게 얇은거 알아? 살짝이라도 찌르면 피 나올 것 같아" "맛있을 것 같아, 굉장히" 레이 유난히 달이 밝게 비추는 밤, 침대에 누워서 자려고 했더니 얼마나 밝게 비추던지 눈이 부실정도야. 왠지 오늘은 그냥 잠들기 싫어서 침대에 일어나 겉옷을 걸치고 베란다에 나갔어.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하늘을 좋아해서 취미로 천체망원경을 사서 보고있는데 오늘은 꽤 잘 볼 것 같아서 천체망원경으로 하늘을 봤지. 달이 너무 밝아서 그런지 아니면 구름이 잔뜩 낀건지, 이상하게 별은 하나도 안보여. 그런데 달만 저렇게 밝게 비추니 이상하면 이상하다 싶었지. 그래도 신기해서 계속 보고 있는데 순간 뭔가 슥- 하고 지나갔어.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피는데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지. 그냥 날파리 한마리가 지나갔나? 하고 생각했어. 별거 아닌걸 확인하고 나는 다시 천체망원경을 들여다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내 앞에 인기척이 느껴져.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수가 없어 간신히 고개만 들고 앞을 봤는데 이게 왠걸, 사람이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거야. 굉장히 놀라서 비명한번 못지르고 어버버하고 있는데 사람이 난간에 내려와서 나한테 조금씩 다가왔지. 뭔가 눈이 빨간거 같기도 하고. 무서워. 어떡하지? 이 시간에 사람이 왜 이곳에 "너 맞지?" "ㄴ..네?" "피"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점점 가까이 오는데 목소리도 안나오고 미칠 것 같은거야. 어쩌지, 하고 그냥 눈을 확 감았다 조용해져서 다시 눈을 뜨니 그 사람은 없어졌어. 내가 헛걸 본건가? 한숨을 쉬면서 이제 그만 자야겠다 싶어 방으로 가려 뒤를 돌았는데 그 사람이 떡하니 서있는거야. "레이" "......." "내 이름, 널 데리러 왔어" "네?" 갑자기 바로 대뜸 날 데리러 왔다고 말하는 레이. 절 어디로 데려가시는 건데요? 당신, 저승사자야!? "저승사자가 뭔데?" 내 생각을 읽었는지 바로 대답도 하고. 이게 대체 무슨상황이래 "겁 먹을거 없어, 그냥 넌 나한테 피만 주면 돼" "피!? 갑자기 무슨.." "내가 피가 있어야 해. 조금만 주라" "무슨 뱀파이어세요!?" "아, 응. 나 뱀파이어" "헐" "그러니까 피!" 안 웃을 것 같던 사람이 웃는데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쫙 끼쳤어. 그러고는 내 손을 가져가더니 이를 세워 깨무는거야. "뭐하는거에요!" 마치 헌혈을 하는 것처럼, 내 몸 구석구석에 있던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고 나는 바로 쓰러졌어. "축하해, 영원한 삶을 가지게 된것을" 김종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비 오는 날씨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이 비가 너무나 반가워서 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 거의 날아다녔지. "야, ㅇㅇㅇ" 그리고 내 짝인 종대는 우리반 대표 비글인데, 나랑 완전 절친이기도 해. 왠만한 탯줄친구를 뛰어넘는 관계랄까? 서로 왠만히 아는건 다 아는 사이라 아무리 종대가 남자라도, 내가 여자라도 우리는 서로를 이성으로 안봐. 뭐 내 친구들은 남사친이다 뭐다 해서 좋겠다, 그러는데 딱히 난 별로. "왜" "조별과제 내일까지인데 우리 하나도 안했어" "헐, 맞아. 잊고 있었다" "이따 우리집 와서 같이 하자" "콜" 수행평가에 들어가지도 않는 숙제를 왜 해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종대랑 나는 숙제라면 꼭 해가야하는 성격이라서 이런 조별과제 같은 경우에 둘이 콤비로 하면 우리는 항상 1등을 했지. 아무튼 이따 학교 끝나고 저녁에 종대네 집으로 가기로 하고 남은 오후수업을 들었어. 학교가 끝났는데도 비는 그칠줄 모르고 부슬부슬 계속 내려. 나는 옷부터 갈아입고 가야할 것 같아서 집에 먼저 들렸다가 종대집으로 갔어. 초인종을 누르는데 안에는 인기척이 없는 것 같아. 얘가 그새 어디라도 잠깐 나갔나? 들어가서 기다려야지 하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갔어. 비가 와서 아직 해가 질 때도 아닌데 집안은 온통 캄캄했지. 불을 키려고 하는데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종대 방에서 들리는 소리 같은데, 나는 무서워서 쉽사리 손잡이를 돌리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지. 방안에서는 계속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들리고. 설마 무슨 일이 있겠나 싶어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는데 앞에 보이는것은. "ㅈ..종대...." "........" 비린내가 가득한 방안에는 종대가 쪼그려 앉아있었어. 앉아있는 종대가 고개를 뒤로 돌렸고 입 주변에는 피가 가득 묻어있었지. 바닥에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피를 흘리며 누워 있었고. 아악! 내가 소리를 지르면서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앉아버렸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사람이 과연 종대가 맞을까, 아니면 지금 이 상황이 혹시나 꿈은 아닐까 하면서 생각하고 있었지. "...너 오기 전에 끝내려고 했는데" 곧 울듯한 표정인 종대가 스리슬쩍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으며 말해. 밖에는 비가 계속 내렸지. "아쉬워라" 타오 친구와 늦게까지 놀다가 집으로 가는 길. 술에 취한 감이 아예 없지않아는 있어서 내가 느끼기에도 비틀비틀거리며 걷고 있었어. 왜, 외국영화에서는 꼭 이런여자가 납치범이라던가, 괴물을 만난다거나 그래서 죽게 되던데. 나 혼자 생각하면서 피식피식 웃으면서 한걸음 한걸음 가고 있었지. 다행히도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은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 혼자 살고 있기는 한데, 부모님이 항상 걱정하셔서 사람이 많은 곳에 살고 있었어. 뭐, 나야 안무섭고 좋긴 해. 어깨에 맨 가방끈이 흘러내려 다시 고쳐 매는데 어떤 남자와 부딪혀서 넘어질뻔 한걸 그 사람이 잡아줬어. "아, 죄송합니다." "아..네..네." 꾸벅 인사하고 혹시나 가방 안에 뭐가 안없어졌나 확인하는데, 이게 무슨 소설이냐?! 내 지갑!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아까 부딪힌 그 남자가 내 지갑을 가져가는 바람에 내 정신은 번뜩이면서 술이 바로 깼지. "야, 너 거기 안서!?" 내가 소리지르면서 잽싸게 쫓아가는데 어느덧 그 남자도 같이 달리기 시작했지. 저 새끼가 진짜 잡히면 죽었어! 이래봐도 나 달리기 맨날 1등했다고! 전력질주를 하면서 달리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남자라 내가 따라잡기에는 무리였는지 간격이 좁아지기는 커녕 점점 더 벌어지기만 했어. 밑져야 본전으로 그래도 끝까지 따라가기는 했는데 어쩌다보니 번화가가 아닌, 아무도 없는 곳까지 와버린거야. 정신이 더 바짝 들었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지. 그냥 집에 돌아가야겠다, 하고 돌아서려는데 어디서 맞는소리가 들려. 뭐지? 하고 깊숙한 골목으로 살금살금 들어가 봤더니 내 지갑을 가져간 남자가 맞고있고 또 다른 남자가 그 사람을 때리고 있었어. 헐, 대박.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내 지갑을 그 사람한테 뺏고는 발로 한번 차고는 골목을 나오려 하는거야. 나는 빨리 아무 상관 없는것처럼 가려고 하다가 그 남자한테 붙잡혔지. "저기요" "..네?" "지갑" 내 눈앞에서 바로 지갑을 흔들면서 내 손에다 쥐어주면서 그 남자가 말했어. "앞으로는 조심해요, 요즘 소매치기 장난이 아니던데" "아,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집이 어디에요? 데려다 줄게요" "안그러셔도 되는데.." 거절하려고 했지만 방금 일어난 일을 생각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같이 집까지 갔어. 집 앞까지 그 남자가 날 데려다 주고, 나는 또 다시 감사하다며 인사를 했지. "그렇게 감사하면," "네?" "저도 뭐 하나 해줘요" 남자가 웃으면서 말하는데 굉장히 잘생겼다고 내가 생각했지. 아니,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뭔데요?" "음.. 다음에 또 만나요!" "네? 만나자구요?" 네! 그 남자가 말했고, 나는 왠 횡재야 싶어 알았다 하고 연락처를 주고 받았어. 내가 잘 들어가는지 집안에 들어갈때까지 남자가 서 있는게 보였어. 나는 손을 흔들었고 남자 역시 손을 흔들며 웃었지. 집안에 들어가서 불을 탁 켜고 아직 있나 창 밖을 봤는데 역시나 있어. 그리고 울리는 핸드폰. '다음에 만날땐 기대할게요' '당신의 피는 얼마나 맛있나' 2개의 문자가 연속으로 왔고 그 남자는 집 안에 있는 나를 보며 씨익하고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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