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검게 내린 어둠 속에서 차게 식어간 준면에겐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Gloomy Sunday, 上
준면은 어릴 적부터 곧은 사람이었다. 모든 부분에서 꽤 뛰어났고, 음악적인 부분에선 굉장한 재능을 보였다. 건반 위를 유영하는 준면의 손가락은 강약을 조절할 줄 알았으며, 모든 표현에 섬세했다. 어지러이 흩어진 음표들도 어렵지 않게 쳐내는 준면은 세기의 천재였고, 한 가정의 자랑스런 아들이었다. 그리고, 좋은 친구나 선생님이기도 했다.
준면은 굉장한 재능에도 연습을 쉬지 않았다. 자신들의 제자를 가르칠 때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연습에 쏟아부었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준면은 천부적인 자신의 재능을 노력으로 승화 시키는 사람이라고.
핏기가 가신 준면의 흰 얼굴을 보며 모든 사람들은 애도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동생인 종인도, 과외를 받던 학생인 경수와 세훈도. 뒤늦게 알게된 준면의 친구인 찬열이나 백현도 마찬가지였다. 아직은 어린 세훈과 경수, 동생인 종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제 2의 준면이라 불리던 세훈은 트라우마로 인해 피아노를 관두었다고 했다. 6월 21, 준면은 어떠한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 측에서 나온 대답은 늘 같았다. 범인은 굉장히 치밀한 사람이고, 증거라고 할 것들도 없었다고. 한 가지의 증거는 포스트 잇에 남겨진 LO라는 글자 뿐이었다고. 사람들은 한 번 더 준면을 애도했다.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된 준면은 더 이상 말이 없다.
종인: 아, 형이요? 형은 굉장히 착했어요. 자기 자신보다 남을 더 존중하고, 배려하는 그런 사람이기도 했어요. 상금이 있을 땐, 꼭 그 돈으로 가족들에게 선물을 사요. 사고 남은 돈은 대부분 기부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형은 자기가 배부른 것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배부른 게 좋다고 했거든요. 참 정이 많죠. 그리고, 준면이 형은요..
경수: 준면이 형은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재능은 남들과 다르고, 좋은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자기에겐 그렇지 않다고도 했죠. 형은 참 물렁한 사람이에요. 모든 사람에게 경계심이 없거든요. 저번엔 모자를 푹 눌러쓴 사람이 와서 준 음료수를 먹으려고 하더라고요. 의심이요? 저와 세훈이가 당연히 했죠. 그거 먹지 말라고 그랬더니, 자긴 마실 거래요. 세훈이가 뺏어서 바닥에 부었어요. 결과는 참혹했죠. 칼날이 여러개 있더라구요. 형은 그래도 웃었어요. 이런 것도 관심표현의 한 방법이라고. 굉장히 착하고, 순한 사람이죠. 그리고, 형은요..
세훈: 형은 속이 깊은 사람이에요. 제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음을 잔뜩 틀렸는데도 문제점은 꼭 짚어주면서,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다독였어요. 가끔은 초콜렛이나, 음료수를 사주기도 했어요. 또, 제가 어려워하는 부분은 직접 쳐주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굉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곤 했어요. 한 마디로 줄이자면 동경의 대상이라고 할까요? 형은 그런 사람이에요. 제가 아닌 사람도 동경하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준면이 형은요..
찬열: 준면랑요? 준면이랑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예요. 속칭 불알 친구라고도 하죠? 아, 그런 친구예요. 피아노 때문에 힘들어할 때 같이 있었던 것도 저고, 아.. 이런 거 말해도 되려나? 준면이 첫 키스도 저예요. 서로 좋아한 것도 꽤 오래 됐고. 수사 중이라서 말씀 드리는 건데 저는 준면이와 연인 사이였어요. 처음으로 키스하고 서로 고민 많이 했거든요. 그리고 도출된 결론이 연애였어요, 참 풋풋했죠. 그리고, 준면이는요..
백현: 준면이요? 자기 천재인 것에 대해서 굉장히 싫어하던 애였어요. 자긴 노력에 비례한 결과를 얻은 건데, 다들 천재의 천부적인 재능이라고 떠벌리니까요. 많이 힘들다고 했어요. 아, 준면이가 원한 산 적이 있냐고요? 설마요. 그렇게 착한 애가 원한을 사봐야 누구에게 사겠어요. 열등감 느끼는 사람들이 죽인 거 아니냐구요? 그런 사람들도 다들 준면이를 옹호하고 있을 거예요. 열등감은 자신보다 잘난 사람에게 느끼는 거잖아요. 준면이는 착하고, 착한 애니까요. 아, 그리고 준면이는요..
수사 결과: 준면은 원한을 살 사람이 아니고, 찬열과는 연인 관계이며, 세훈에게선 동경을 비롯한 미묘한 감정선이 보였으며, 경수는 동성애에 대해서 혐오함을 실토했다. 경수는 굉장히 불안한 기색을 보였으나, 대화론 티가 나지 않았다. 백현은 보다 많은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최측근인 종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포스트 잇엔 지문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준면의 집은 지인들이나, 가족들 밖에 모르는 공간이라고도 했다. LO, 무슨 뜻이 담겨있는 암호인가. 자신을 나타내는 암호라면, 왜 굳이 남겨두었는가? 수사는 7월 25일,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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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와 같이 연재할 예정입니다. 준면 총수라고 했지만 준면 총수보다는.. 준면이 중심이죠. 같이 범인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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