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이 참 예쁘네요 上
모든 범죄는 계획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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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변백현
나이: 19살
직업: 고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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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씬도 않으려던 학교에 다시 발을 딛게 된 것은 순전히 변백현 때문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와 함께 자퇴 서류를 작성하던 그 굴욕의 순간에 난 다시는 이곳에 발 들이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금니를 악물고 학교를 빠져나오며 돌아봤던 교정은 참 예뻤는데. 다시 본 학교는 3년이라는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부유하지 못했던 집안 덕분에 학교에선 입학을 하자마자 혼자가 되어야 했다. 평범한 고등학교에 진학하던 친구들과 달리 나는 음악이 하고 싶었다. 편곡 작업이 유일한 취미였고, 노래를 하는 것이 유일한 특기였다. 하지만 부자 학교의 세계란 생각보다 자비롭지 않았다. 매일 거지 취급을 받으며 업신여겨지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 욕은 참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없던 내게 반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거지 년이 창년 짓해서 낳은 거지새끼 아니야?' 앉아서 가만히 듣고 있기엔 치욕적이었고 나는 참지 못했다. 일어나서 걷어차고 멱살을 잡았다. 밀어 눕히고 죽여버리겠다며 욕지기를 했다. 그리고 주먹질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스무명의 발길질을 감당해야 했다. 일주일간 학교를 가지 않았고, 담임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왔다. 내겐 아는 척도 않은 채 거만한 태도로 어머니께 자퇴 권유를 했던 기억이 났다. 그렇게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
자퇴 후에는 미친듯이 공부만 했다. 없는 형편에 독서실까지 다녀가며 매달린 결과 6개월 만에 검정고시를 땄다. 하지만 대학에는 가지 못했다. 돈이 없어서라는 말을 차마 아들에게 꺼내지 못한 어머니는 내게 나이에 맞춰가라며 2년만 쉬라고 하셨다. 어머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에 나는 순종적인 태도로 알았다고 했고 대학 등록금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때까지 우리 집은 더할 나위 없이 평탄했고 나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평탄함에도 그해를 못 넘겼다. 언제부터 애인이 있었던 건지는 몰라도 어머니는 당신의 생일에 재혼을 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어머니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엄마, 아버지는요.' 어머니는 대답없이 방으로 들어가셨고 얼마 있지 않아 재혼을 하셨다. 그렇게 나는 등록금을 위해 벌었던 돈으로 독립을 했다.
2012년 3월, 고등학교를 자퇴하며 탈퇴했던 미니홈피에 다시 가입했다. 중학교 친구들과 연락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내게 창년의 아들이라고 욕을 했던 놈의 근황이 문득 궁금해졌다. 도경수. 흔한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에 검색 한 번으로 찾아갈 수 있었다. 열려있던 사진첩에서 처음 변백현을 봤던 것 같다. 그게 아마 화근이었던 것 같다. 개새끼 친구치곤 귀엽네하고 넘겼지만 그날 밤 꿈에서 나는 변백현을 봤다. 그리고 쌌다. 첫 몽정이 사진으로 한 번 본 남자 새끼라니, 허탈함에 웃었다. 그리고 도경수의 미니홈피에서 다시 한 번 변백현의 얼굴을 봤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도 이렇게 귀여운 애가 있었나. 그렇게 그의 미니홈피에 매일 출석 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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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볼 때마다 감정은 깊어졌다. 그것을 인식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처음엔 왜 이런 새끼를 보고 싼 거지? 싶을 정도로 의아했다. 잘사는 놈에 대한 동경인가 싶었지만 나도 모르게 또 그의 미니홈피에 들어가보게 되었다. 설명할 수 있는 이유도 없이 그냥 손이 이끌렸고 5분이고 한 시간이고 넋 놓고 사진을 보다가 잤다. 그렇게 한 달을 반복하자 그런 행동이 일상으로 자리잡혔는지 변백현의 사진을 보지 못하면 우습게도, 잠이 오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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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변백현의 미니홈피 사진첩이 닫혔다. 매일 사진만 보는 데에 치중했지, 다이어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눌러 본 다이어리에는 자신이 느끼는 그리움에 대해 쓰여 있었다. 여자친구가 있었나? 생각해보니 웬 기집애와 찍은 사진이 여러 장 있었는데, 그 년이 여자친구였구나. 어울리지 않게 못생긴 기집애를 만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미니홈피를 닫고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 평소처럼 누웠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후려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화가 나는 건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밤을 새웠다. 새벽쯤 겨우 잠들었다가 알람을 듣고 일어나자마자 다시 그의 미니홈피로 들어갔다. 사진첩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좌절감이었다. 그렇게 사진첩이 닫혀 있던 일주일 동안은 잠도 설쳤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에도 멍을 때리기 일쑤였다. 정신 차려보면 생각의 끝에는 늘 변백현이 있었다. 그리고 알았다. 18년 인생 처음으로 음악 외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남자 새끼구나.
하지만 지금 감정에 대한 정의를 사랑이라고 내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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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 변백현은 다시 미니홈피를 열었고 나는 그의 사진을 모조리 저장했다. 그 씨발 같은 년이 나온 사진을 자르기 위해 포토샵이란 것도 배웠다. 그리고 일주일간 일어나자마자 저장된 사진을 슬라이드 쇼로 돌려봤다. (물론 밤에는 미니홈피 확인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손님이 없을 때에는 변백현 생각이 났다. 4월 29일, 핸드폰에 사진 넣는 법을 배웠다. 귀엽게 브이를 하고 찍은 사진을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지정했다. 연락 올 곳도 없는 핸드폰을 수시로 봤다. 일주일에 한 번만 충전하면 되던 핸드폰을 3일에 한 번씩 충전하게 되었다.
5월 1일, 친구들과 나눈 일촌평과 방명록을 뒤진 끝에 사는 곳을 알아냈다. 이사를 결심했다.
5월 11일, 월급이 통장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5월 12일부터 14일, 변백현의 집 근처에 집을 알아보러 다녔고 다행스럽게도 5분 거리에 풀옵션 원룸에 빈방을 찾았다. 앉은 자리에서 계약을 했고,
5월 15일, 살던 곳의 보증금을 빼고 이사를 했다. 실제로 만나보고 싶었다.이사의 이유는 그게 다였다. 이삿짐을 다 옮기고 나서 피곤함에 침대에 누웠을 때 처음 변백현 꿈을 꾸고 몽정을 했던 날처럼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변백현을 좋아한다는 것을 조금씩 인정하고 있었다. 백수로 한 달을 살며 그의 아파트 주변을 기웃거렸다. 시간대가 맞지 않았던 건지 한 달 동안 한 번도 변백현을 보지 못했다.
6월 20일, 변백현의 집 앞 편의점에 야간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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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 변백현이 제 발로 찾아왔다. 집 앞 편의점을 구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변백현은 매일 보던 사람처럼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 그가 편의점으로 들어온 시간은 새벽 2시가 다 된 시간이었는데, 비틀거리는 걸음새에 설마 했더니 가까이 올수록 술 냄새가 났다. 취기가 올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은 배실 배실 웃고 있었다. 사진으로 볼 때는 마냥 귀여웠는데 실물은 예쁘기까지 했다. 몸이 무거운지 계산대에 가까이 오자마자 풀썩 몸을 기대었다. 가만히 서있지도 힘든지 고개를 푹 숙였다. 여드름 하나 없이 깔끔한 이마는 아기처럼 보드라워 보였다. 만져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 계산대 아래로 주먹을 쥐었다. 참자, 참아야지. 하지만 하얗고 빨간 변백현이 내 앞에 있다. 미친듯이 가슴이 뛰어왔다. 마음속으로 애국가 사절까지 다 불러갈 때쯔음 변백현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빨간 입술을 한참 오물거렸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가 웃었다. 감성이 앞섰다면 턱주가리를 잡고 키스할 뻔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정말 참을 수가 없어 눈을 감았다. 보지 말자. 안 보는게 낫겠다.
"알바가 바뀌었네?"
"예, 바꼈어요."
6월 24일 새벽 2시 2분 처음으로 변백현의 목소리를 들었다. 딱히 기대한 것도 없었지만, 꽤 남성적인 목소리에 조금 실망감이 들었다.
"형."
동갑내기한테 듣는 형이란 호칭은 순간적으로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친한 척이 하고 싶은 건지, 내가 정말 형으로 보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뭔가 변백현보다 우위에 있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동갑인데."
"동갑? 어떻게 알아요?"
나도 모르게 말실수를 했다. 박찬열 미친 새끼. 짧은 시간 속으로 온갖 욕을 하며 자책하는데, 변백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봤다. 빨갛게 충혈된 눈동자는 변백현이 취했다는 걸 한 번 더 입증해주고 있었다. 그래, 얜 취했어. 어물쩍 넘어가도 모를 거야.
"동갑같이 생겨서요."
"에이, 내가 더 귀여운데?"
변백현은 지랄을 해도 예뻤다. 가슴이 설레였다. 더 있다가는 정말 가만히 못 놔둘 것 같아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그래서 뭐 사실 건데요."
"켄트 클릭 주세요."
양아치 새끼. 결국 찾는다는 게 담배였다. 헛웃음이 났다.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슬쩍 변백현의 표정을 보니 상당히 불안한 듯 눈을 이리저리 굴려댔다.
"신분증."
"안 가져왔는데."
"가져 오세요."
"한 번마안."
"가져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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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도덕적이었나 싶을 정도로 단호하게 굴었더니 애처럼 조르기 시작했다. 몇 차례의 실갱이에 변백현은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입이 댓 발 나온 모습에 또 한 번 키스 욕구가 일었지만 남은 이성을 최대한 끌어내었다. 참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괜히 폐기 정리라도 하듯 계산대를 나와 삼각김밥 코너로 향하자 변백현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터덜터덜 편의점에서 나갔다. 새벽 2시 10분, 나는 핸드폰을 꺼내어 멀어져가는 변백현의 뒷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그게 내가 본 변백현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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