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백현은 이 말을 21세기에 이르러 다시 곱씹는다. 이 짧은 말 속에 진리가 들어있다고 백현은 생각했다.
할 것 없는 백수의 표본마냥 리모컨을 만지작거린다. 한 코미디 프로그램을 켜놓고 백현은 생각한다. 요즘 티비 프로그램은 종류도 많다. 시트콤, 드라마, 예능.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그리고 결정적으로 재미있다. 그래서 요즘 현대인들 취미 1위가 티비 시청아닌가. 시간도 적게 들고 몸 움직일 일도 없고. 티비 켜기는 쉬워도 끄기는 어렵다. 그러다가 눈 버리고 몸 버리는 거지 뭐.애늙은이 같은 생각을 하며 바깥 소음에 귀를 기울였다. 차가 지나가는 소리, 벌레가 울어대는 소리, 남고생들이 떠드는 소리...
"야!병신아 멈춰봐!!"
"아 뭐 새끼야!! 꺼져."
당장이라도 녹음해서 부모님께 보내드리고 싶어지는 소리였다. 나랑 도경수도 저랬던 때가 있었는데..하고 과거를 회상하게끔 하게 된다. 도경수랑 나는 그 지역에서 지역에서 그냥저냥한 인문계고등학교를 나왔다.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도경수'라는 애가 학교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이 지역 얘들이 잘 안가는 대학교에 진학했다. 가고 싶진 않았지만 의무상 오티에 갔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아는 얼굴이 없어 혼자 구석에 있는데, 있었다. 도경수가.
첫째로, 반갑진 않았다. 친하지 않았으니까. 둘째로,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몰랐다. 나는 도경수를 알지만, 도경수는 나를 모르니까.
얘가 참 시원시원하게 생겼다,는 생각을하며 얼굴을 뜯어보았다. 어깨가 조금만 넓었다면 세계를 평정했을 텐데. 참 아쉽다,이딴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딱
.
시선이 마주쳤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부끄러운 계집애처럼 고개를 휙, 돌렸다.
아.
남자 가오죽게.
돌리지 말 걸.
온다. 술병들과 떡이 된 동기들을 헤치고 도경수가 온다.
"변백현?너도 이 학교 왔구나?"
이 와중에 나는 도경수가 나를 아는 구나,하고 안심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야 반갑다!"
띵동-
치킨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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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익후 돌만 던지지 말아주십사 합니다..
이건 뭐 팬픽도 아니고 망상글도 아니고 조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글을 싸질렀네요.
달달한거 기대하고 오신 분들에게 암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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