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요
- 차디 찬 빗방울의 온기
1.
머리가 띵- 하고 울릴정도로 술을 마신 그 날. 너와 깨지고 난 바로 그 날은 내가 마실 수 있는 한 가장 많이 술을 퍼 부어마신 날이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아직도 네가 참 좋다. 또 한 면으로는 너무 미워서 마주치기만해도 몸을 떨어버릴것같은, 이중성이 돋보였다. 볼에 말라붙어버린 눈물이 눈을 뜨고 입을 움직이자마자 볼을 따갑게 만들었다. 아니, 사실 볼이 따가운것조차 느낄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이미, 자잘한 고통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자리가 남아있지 않으니.
너와의 첫데이트에 입었던 하얀색 미니원피스는 어느새 나의 옷장 제일 왼쪽에 위치했고, 네가 예쁘다고 칭찬했던 하얀색 단화는 신발장 바로 앞에 가지런히 모아져있었다. 따지고보면 내가 저 옷을 사고, 저 신발을 산 이유는 너 때문이었다. 어떻게 입어야 너에게 잘 보일까. 한참을 고민해서 산 옷과 신발은 어느새 나에게 가장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아끼고 아껴서 너와의 3주년에 짠 하고 입으려 했다만, 이젠 그런 행복한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여보세요."
"헐, 너 목소리 왜 이렇게 잠겼어 혼자 달렸냐?"
"...왜"
"나와, 이 언니가 세상을 밝혀주지."
"..."
삼 분 준다. 하는 친구의 말과 함께 꺼져버리는 핸드폰을 보다가 식탁에 핸드폰을 올려두고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개새끼. 지금 일어난거 알면서.
2.
사실대로 말해서 지금의 삶이 미친 듯이 싫냐고 물어본다는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것 같다. 매일 남자 한 명을 잊으려고 술과 노래방, 외박을 밥먹듯이 해버리는 나를 보면 왜 이렇게 변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다가도 길에서 너와 닮은 사람만 봐도 구석으로 달려가 숨어버리는 나의 모습에 친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멍청아, 걔가 뭐가 그리 좋냐. 기생오라비처럼 생겨가지곤. 술이 취해 들려오는 친구의 말에 눈물을 흘리면서 답했다.
"그러게, 그런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놈한테 매달리네."
3.
'있잖아, 나는 네가 흰 옷을 입으면 그렇게 좋더라.'
'왜?'
'순수한 네가 더 순수해 보여서 예뻐.'
나를 설레게하던 너의 말이 이제는 가시가 되어 나에게로 돌아왔고, 그 뒤로부터 나는 항상 흰 옷을 멀리하고 검은 옷을 입었다. 순수한 면을 나에게서 찾아 볼 수 없게. 옷장을 차지하던 흰 옷들은 그 원피스를 제외하곤 모두 다 검은 옷으로 바꿔버렸다. 그 남은 원피스를 검은 옷으로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아직까지 버리지 못한 희망때문이 아닐까.
나를 잡지도, 불러 세우지도 않은 너에게 물어보고싶은 말이 생겼다. 나를 정말 다 잊은건지, 아니면 너무 놀라 말이 떨어지지 않았던건지. 물어보고싶었다.
4.
친구와 함께 들른 카페의 문 앞에는 정말 믿기지 않게도 네가 서있었다. 너는 나를 발견하지 못 했고, 나는 너를 보고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대로 자리에 얼어버렸다. 우산을 때리는 빗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쿵쿵거리는 심장소리만이 나의 귀를 때리는 듯 아려왔다. 우산을 들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카페 앞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리는 너는 내가 그리워하던 너의 모습 그 자체였다.
"야, 다른데 갈까."
"...됐어, 그냥 가자."
친구의 팔에 꼈던 팔짱을 빼곤 우산을 꽉 잡곤 카페를 향해 걸어갔다. 내가 걷는 방향으로 너 역시 걸어왔고, 너와 나의 손등이 스쳐지나갔다. 깜짝 놀라 우산을 떨어트릴 뻔하다가 다시 고쳐잡고는 너를 지나쳐걸었다.
추운 날씨에 떨어진 빗방울이 묻어있는 너의 손은 여전히 온기가 가득해 따듯한 손이었다.
+ 과외선생님 정국이는 연중을 내릴까합니다...
미안합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여러분.
정국이가 공부를 잘 하는 캐릭터로 잡아 놓은 글이 아니라서
점점 어떻게 써야할지 방향을 못 잡는게 사실입니다.
과외선생님을 기다리신 독자여러분들께 사과의 말씀드리며,
원래 후속 예정이었던 좋아해요를 올려드리고 사라집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독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