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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찌 전체글ll조회 368


남우현이 죽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다. 사인은 자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고등학생에게 자살은 신문의 맨 끄트머리 지분도 차지히지 못할 만큼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죽음이었다. 성적 비관 스트레스라는 뻔하고 어설픈 잔상으로 남우현의 죽음은 급하게 꾸역꾸역 목구멍에 밀어넣듯이 묻혔다. 남우현의 '친구' 였던 소년들은, 또래한테서 보이는 무모한 정의감 하나 없이 그렇게 우현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 이상은 딱히 슬퍼하고, 울고, 기억을 되새김질하며 그리워하는 일에 체력을 소모할 필요가 딱히 없었다. 그들에겐 현실을 짊어지고 숨쉬는 것조차 너무 벅찬 과제였으므로.

남우현X김성규

Defensive Pessimist

담배가 말렸다. 주머니 속을 신경질적으로 흔들어봐도 나오는 건 말라 비틀어진 먼지뿐이었다.

"담배 있냐?"

"아니."

건조한 질문에 건조한 대답이었다. 건조한 이호원과 건조한 김성규, 물기 없이 쩍쩍 갈라지는 논밭같은 말투에 공기가 시렸다. 김성규는 원래 담배를 가지고 다니지 않고 이호원은 그걸 안다. 결국 그냥 말 붙여본거다. 김성규는 이에 무미건조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서로가 알지만 조심조심 살얼음 깨질까 쉽사리 살갑게도 못 군다. 우현의 죽음 이후론 늘 이랬다. "종 울린다."

"가봐."

오늘도 아무런 수확이 없다. 늘 조심스러웠다.

특히 김성규한테는 더 그랬다.

연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허옇게 뿜어져 회색으로 타들어가는 연기가 예술작품 같다, 라고 성규는 생각했다. 콧속부터 편도선까지 호흡기관을 전부 희롱해놓고 모른다는 듯이 달아나는, 강간당하는 걸 즐기는 여자의 그런 쾌감, 담배는 그런 맛에 피는 거다. 날 누군가 망가트려 주면 좋겠는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으니까 자신의 목구멍을 칼로 찌르며 자책하는 일종의 자해다. 성규는 그렇게 자신의 손목늘 칼로 긋는 것 조차 무서워 덜덜 떤다. 피가 무서워 담배를 피고 본드를 마신다. 공포는 또다른 공포를 낳는다. 성규는 그런 생각을 하며 미처 뜯지 못한 본드를 떨리는 손으로 개봉했다.

"뭐해."

귀찮은 훼방꾼이다. 성규는 재떨이와 타들어가는 꽁초, 피폐한 생활의 잔해들을 이불 속에 어설프게 밀어넣었다.

"형 뭐해."

"아냐."

"뭐하냐고,"

쳐다보는 눈초리가 믿음직스럽다. 내 동생 김명수는 나랑 참 달라, 그치? 배시시 웃는 성규에 명수는 할 말을 잃었다. 담배에 본드까지 건드려놓고 이 무슨 장난인가. 제 나름대로 감춘다고 감췄지만 틈새로 허술하게 보이는 증거들에 명수는 실소를 터뜨렸다.

"왜,왜 웃어? 뭐가 그렇게 재밌어?"

알코올에 찌들어서 분열증 직전까지 간 사람한테 내가 뭘 바라는게 잘못인가? 분명 이 남자의 속은 독에 찌들어 시커멀텐데 얼굴은 말갛다. 분명 저와 한 핏줄에서 태어나 유년의 기억을 공유한 사이임에도, 모르겠다. 라고 명수는 생각했다. 알수록 모르겠고, 모를 수록 알 것 같은 사람이다.

야심한 토요일새벽.

짤막한 조각글 올리고 갑니당

그럼 여러뷴 규나잇하시길 바랄께여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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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아 저 이런거 너뭉좋네요;;;;
13년 전
대표 사진
연찌
이런 허접한 조각글 읽어주셔서 감사함다! ^*^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시점이 어떻게 되는거죠...좋긴한데 저한테 어렵네요 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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