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텀블러
파아란 너의
[안녕, 루한.]
바다는 아름답다. 나는 어릴적부터 바다를 좋아했다. 해안가 근처에서 태어난것도 이유중 하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그 파아란 빛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연한 하늘과 파란 바다의 조화 그리고 새하얀 구름은 나를 미치게했다. 태양의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래사장도 그 아름다움을 더욱 확대시켜주었다. 발을 넣으면 울렁이면서도 투명하게 발의 모습을 보여주고 몽환적이게도 파아란 빛을 띄워준다. 아름다웠다. 나는 꼭 다짐했다.
나의 죽음을 바다에서 맞기로, 그리고 난.
[너도 알다싶이 나 민석이야.]
파아란 바다처럼 빛나는 민석이를 만났다. 바다에서 만났다. 장난스러움이 얼굴에 가득찬 그 귀여운 얼굴이 햇빛에 하얗게 보여 찐빵같았다. 바지는 무릎위로 구깃하게 접혀있었고 양 손에는 모래가 여기저기 묻은 신발을 한짝씩 들고있었다. 갈색 눈동자가 반짝였다. 모래사장 처럼, 아름다웠다. 나를 보며 씩 웃는 그의 입모양은 특이했지만 귀여운 얼굴과 잘 어울려 나도 모르게 입을 멍청하게 벌리고 있었다. 민석이 눈을 옅게 웃으며 말했다.
"너, 바다를 닮았어."
그게 민석이와 나의 첫만남이었다.
[루한, 너는 바다를 닮았어.]
첫만남을 기억하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가슴이 아릿하다. 새벽녘의 바다는 미칠듯이 아름답다. 흑색 구름과 흑색 하늘이 다를 미치게 만든다. 나를 빨아들이는 흑색 바다는 넓고 공허하다. 마지막 만남은… 정확히 59일전이었다. 민석은…. 민석에게는, 우주가 있었다. 내가 바다를 닮았다면 민석은 우주를 닮았다. 아름답고 무(無) 를 갖고있는 우주는 민석과 꼭 닮았다. 우주처럼 민석은 공허했다. 장난끼가 가득하고 좋아보이지만 민석에게는 공허함이 있었다. 민석은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남의 감정을 읽지 못했다. 공감능력이 없었다. 그런 민석이가…,
[무슨 이유인지는 알수가 없지만 널 보면 항상 숨이 막혔어. 누가 조르는 것 처럼,]
신발을 벗었다. 양말도 가지런히 벗어 신발에 곱게 접어 넣었다. 까슬까슬 할것만 같은 모래사장은 민석의 품처럼 부드러웠다. 민석은 나를 보면 항상 말했다. 숨이 막혀온다고, 근데 도저히 이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자신이 어딘가 아픈게 아닐까 하고 항상 말했다. 아직도 이 문장을 생각하면 민석의 특유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머물렀다. 앞이 뿌얘서 흑색 하늘과 바다가 온통 까맣게 보였다. 그리고 내 자신도 너무나 까맣다. 한발짝 내딛을때마다 민석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한심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내가 밉지는 않았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싶었어. 평범하게 누군가와 사랑하고 손을잡고 거리를 걷고 그리고 또….]
민석은 평범한 사람이 될수 없었다. 그 평범이라는 것도 사랑이라는 감정도 민석은 오직 공허함 뿐이었다. 민석은 그 공허함에 의해 목이 조여 저 멀리 흑색 하늘 뒤로 가버렸다. 민석은 갔다. 민석이는 정말 우주가 되었다. 자신처럼 공허하던 우주가 되었다. 민석이는… 우주처럼 공허했지만 별처럼 아름다웠다.
민석아.
[루한, 난. 모르겠지만.]
새벽녘의 바다는 차갑다. 아직 초가을이지만 한겨울의 바다처럼 차갑다. 만족스럽다. 내 아픔을 이 날카로운 고통으로 잊혀줄것만 같았다. 편히 눈감을수 있을것 같았다. 민석이는 우주로 가고 난 바다로 간다. 하지만 우린 만날것이다. 밑을 보니 흑빛의 새하얀 발이 마주하고 있었다. 다시 고갤 들었다. 흑색의 하늘과 잡아먹을듯한 흑색의 바다 그리고 흑색의 눈물, 울지않으리라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꾹 닫은 입술사이로 흐느낌이 세어나왔다. 민석이를 만나러 가는데 왜 이리 가슴이 아픈걸까, 민석이도 이렇게 아파하며 갔을것만 같아 걱정이 되는걸까 혹은 민석이를 못만날까 두려운걸까 혹은, 두려운걸까 죽음이.
민석아,
[루한, 나는 너를
점점 조여오는 바닷물이 가슴팍에서 찰랑인다. 더이상 어느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희미하게 보인다. 민석이가 보인다. 민석이가, 민석이가…. 민석아…. 희미하게 목소리가 아른거린다. 점점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손에 들려있던 편지도 물에 잠겨 형채를 알아 볼수가 없지만 그래도 보인다. 나는,
[느낄수가 없어. 그래도.]
민석아, 너는 우주를 닮았어. 나는 바다를 닮았니?
희미하게 민석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가지는 말이야. 너는 바다를 닮았어. 아름다운데…, 공허해.]
너랑 나는 닮은것같아. 민석아. 눈을 감았다. 더이상 고통스럽지 않았다. 나는 우주로 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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