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이클
“…….”
언제부터였는진 모르는데 하늘을 보고있으면 현기증이 일었다. 왠지는 모르고, 심한건 아니었지만 몇 분동안 못 걸을 정도는 되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경수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벤치에 쓰러지다시피 누웠다. …어지러워…. 종인이한테 늦는다고 문자라도 보내야….
그러다 저도 모르게 잠깐동안 정신을 잃었나보다. 다시 돌아오는 정신에 눈을 뜨려는데,
“드디어 찾았…… 디오? 디오야! 왜 이래? 어디 아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듣기 좋긴 한데, …디오가 누구야….
“엑소플래닛이었으면 레이처럼 치유라도 해줬을텐데…, 미안. 오느라 힘을 다 써버려서.”
겸연쩍게 웃고 있는 훈남 페이스를 가진 사람을 멍하니 보다가 벤치에서 일어나서 옷에 묻은 먼지나 흙을 툭툭 털고는 주저없이 자리를 떴다.
가까운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모양이네, 나랑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는 거 같은데. …불쌍하다.
“어어? 잠깐만, 디오야!”
“…저요?”
“그럼 디오가 여기에 너 말고 또 있…, 어. 혹시,”
갑자기 심각해지는 얼굴에 경수는 자신이 뭘 잘못 했나, 생각했다. 왜 저렇게 심각해져….
“…나를 보고도 기억을 못 하나….”
중간의 말은 중얼거리다시피해서 못 들었지만, 마지막 말은 확실히 들은 경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역시, 그냥 미친 사람인가봐.
다시 주저없이 자리를 뜨려는 경수를 멍하니 보고만 있던 남자가 경수의 팔을 힘없이 잡고는 물었다.
“지금의 이름은 뭐야?”
“…네?”
“내 원래 이름은 수호, 이쪽 이름은 김준면이야.”
“…도경수요.”
방금전의 초능력 타령하는 중2병의 남자와 지금의 진지한 표정의 남자중 어느 모습이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경수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자신을 준면이라고 소개한 남자를 보다가 도경수요, 라고 말해버렸다. …왠지는 모르지만, 그 정도는 해야 할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구나, 경수…. 그럼 경수야. 나 이 곳 처음인데 같이 동행 좀 하면 안 될까?”
처음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을 놓는 남자를 어이없게 쳐다보다가, 자신보다 연상인 거 같아서 그 거에 대한 반박은 하지 않고 아무런 말 없이 그냥 고개를 저었다.
“저 약속있거든요, 헐, 맞아. 나 약속있는데!”
경수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신이 잠깐동안 정신을 잃은 시간이나, 준면을 상대하는 시간이 꽤 길었던 모양이다. 경수는 종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수가 뭐하는지 지켜보고 있던 준면은 스마트폰이 신기한 모양인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 괜히 고개를 돌린 경수는 그제서야 전화를 받는 종인에게 급하게 말을 걸었다.
“종인아, 미안. 나 좀 늦을 거 같아.”
[…상관은 없는데,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냥, 좀.”
[알았어요, 늦어도 상관없으니까 너무 급하게 오진 말고.]
경수는 한숨 돌리며 전화를 끊었다가 어느샌가 자신의 얼굴 쪽으로 얼굴을 내민 준면을 보곤 식겁했다.
“뭐, 뭐에요!”
“방금, 그거. 카이?”
“…네?”
이 사람이 또 뭐라는거야. 경수의 표정을 본건지 어색하게 웃은 준면이 아, 하는 덜떨어진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종인이라고 했지. 내가 아는 애인거 같아, 나랑 같이 가자.”
믿기지 않아서 그냥 쳐다보고만 있자, 진짠데, 하면서 종인이의 습관이나 취미등을 세세하게 말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에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엑소플래닛이라거나 초능력의 이야기가 잠깐 껴있긴 했지만 그 쪽은 그냥 무시했다.
“저 사람들은 왜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거야?”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물어오는 준면에 시선을 돌렸다. 커플티?
“둘이 사귀고 있으니까 커플티를 입는거죠.”
“사귀면 입는거야?”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재촉하려는데, 준면이 덧붙인 말에 저도 모르게 멈춰섰다.
“그럼 우리도 입어야겠다.”
“…네?”
“우리도 진짜 오래 사귀었잖아.”
내가 게이라는걸 눈치챘나? 어떻게 남자끼리 사귄다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가 있지…. 방금전까지의 표정과는 달리 진지한 얼굴에 경수는 그냥 고개를 돌려버렸다.
저 얼굴에 목소리는 자신의 취향 직격이었지만, 정신병자는 싫다.
“종인아, 미안!”
자신이 그렇게 급하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뛰어온 모양인지 숨을 헐떡이는 경수에게 자신이 마시던 아이스티를 건넨 종인의 얼굴이 경수의 뒤를 보곤 일순 얼떨떨해졌다. 경수는 의아하게 자신의 뒤를 보다가 아, 역시 모르는 사람이었구나! 라는 생각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종인아, 역시 너 모르는 사람이지.”
얼떨떨한 얼굴로 준면을 바라보던 종인이 경수의 말에 얼굴을 굳혔다. 종인과 알아오면서 그런 종인의 모습은 처음본 경수는 자신이 생각이 너무 짧았다며 자책을 했다.
“경수 형,”
“어, 어? 미안, 종인아. 내가…”
“기억 못 해요?”
“……어?”
“수호 형 기억 못 해요?”
수호? …무슨 소린가 하다가, 원래 이름은 수호니 뭐니 했던 남자의 말이 떠올랐다. 진짜 이게 무슨 일인데….
“오랜만에 만났는데 표정 좀 풀자. 그리고, 준면이라고 불러. 여긴 엑소플래닛도 아니잖아.”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준면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종인이 한숨을 푹 내쉬고, 경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 눈동자만 굴리고있고, 준면은 경수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하더니 자기는 자연스럽게 그 옆자리에 앉았다.
“내가 그래서 이거 싫다고 했죠…. 그리고 형은, 지금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에요?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몇 년이나,”
“저기, 종인아….”
종인은 우물쭈물 자신을 부르는 경수를 보고는 괜히 머리만 만졌다. 그리고는 경수와 눈을 똑바로 맞추며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둘이 사귀잖아. 자기 목숨 걸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하잖아.”
그게 무슨 소리냐고, 자기도 모르고 연애를 하고 있는거냐고 웃어 넘기려던 경수는. 너무나도 진지한 표정으로 해오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 장난도 곧 잘 치고 농담도 잘 하지만, 종인은 절대 거짓말을 한다거나 허언을 내뱉는다거나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몇 년 밖에 안 된 관계였지만 그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그만해. 경수가 혼란스러워 하잖아.”
“…형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렇게 갑자기 경수라고 부를 수 있어요? …난 아닌데. 난 꼬박 1년이나 걸렸는데.”
“카이.”
“그 기억들이 없는데 어떻게 경수형이 온전한 디오형이야…. 난 수호 형을 보면 당연히 디오형이… 기억을….”
머리가 울리고 이명이 들려왔다. 종인의 말을 듣고나니, 처음 종인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을 아무런 호칭도 없이 형이라고만 칭했던 게 생각났다. 그 당시에는 별 생각 없었는데…. 경수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어깨쪽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놀란 눈으로 자신의 어깨, 어깨에 올려진 팔, 준면의 얼굴로 시선을 돌린 경수의 표정이 멍해졌다.
“상관없어, 디오든 경수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란거 변하는거 아니니까.”
왜일까, 분명히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인데. 이 익숙한 느낌은.
“수호 형.”
“우리의 추억 잊은건 좀 슬프지만. 그거 기억하고 있는 디오든, 기억 못 하는 경수든 사람 자체가 달라지는거 아니야. …그리고,”
자신을 보며 저 웃는 모습을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것만 같다.
“이미 경험이 있는데, 한 번 더 나한테 고백하게 하는건 일도 아니잖아. 다시 시작하면 돼. 새로 덧씌우면.”
그 말을 하고는 장난스럽게 웃어버리는 준면의 얼굴에 뭔가 울컥해져서 경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옆에서 당황해서 어디 아픈거냐고 물어오는 목소리가 퍽 상냥하다. 경수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약 팔지마. …형이, 형이 먼저 고백했잖아….”
수호는 멍하니 디오를 바라만 보았다.
| ++++ |
카디 쓰려했는데 판을 하나 더 벌려놓다니.. 사실 목표는.... 엑소멤버 모두랑 경수랑 엮어보는거.. 엑소케이는 어느 정도 이미지 다 잡혀있고, 엠쪽에서도 크리스 루한 레이 타오 쪽도 쓰고싶은게 있는데.. 불마크 달아서.... 근데 그건 아직까지는 무리...
사실여기에 기승전급전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고했었는데.. 사실 저게 끝이 아니라서 저럽니다.. 이제 기타등등이 나와야하는데... 경수가 기억을 찾아(?)서 이런 저런 중요한 내용이 뒤...에 나오는데.. 손발이 오글거려서소멸..ㅜㅜ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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