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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온앤오프 성찬 엑소
육일삼 전체글ll조회 662l 2









제인. 한글명 강진주. 대진그룹 차녀로 영문학에 관심이 있어 미국 유학. 김여주와 같은 대학을 다니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추정. 졸업 후 호텔조리사로 일하다 현재 개인 레스토랑 오픈 준비 중.
이안. 한글명 전정국. JK그룹 막내아들로 건강상의 이유로 미국에서 지냈으며 김여주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고 졸업. 같은 대학을 다녔으며 미국 계열사를 맡아 주가를 폭등시키고 한국지사에서 호텔 경영……

급하게 팩스로 받은 서류들을 갈기갈기 찢어 담장 너머 용희네 닭장에 쑤셔 넣었다. 읽을수록 머리가 복잡해졌다. 가야 한다는 생각과 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한 데 뒤엉켰다.



“어, 태형이. 오늘 출근날 아닌데?”
“머리 복잡해서 그냥 왔어요.”
“네가 복잡할 때도 있어?”
“무슨 뜻이에요?”
“아, 아니야. 많이 복잡한가보네.”



평소와 달리 살벌한 눈빛에 진중이 뒤로 물러섰다. 언젠가 용희가 넌지시 이야기하면 나도 느꼈노라고 말할 건덕지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래봤자 태형에게 타격감 따위 없을 테지만.



“형.”
“응?”
“형은 여자친구가 동창회 가면 어때요?”
“같이 가야지.”
“그죠?”
“내가 동창인데.”
“아…….”



형 진짜 도움 안 되네요. 태형이 말을 삼키고 의자를 끌어 앉았다. 동창이 아니니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리를 떨고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정신없이 굴자 묵묵히 철근을 옮기던 용희가 그를 발견하고 발을 헛딛을 뻔했다.



“그, 저, 그, 태형 씨가 여기 웬 일로.”
“내 직장인데.”
“아니, 그러니까, 오늘 출근 안 하는 줄 알아가지고.”
“너야 말로 여기 왜 있냐.”
“저, 진중이형 일 도와주러…….”
“과수원 안 바빠?”



태형이 용희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여주가 있을 때는 나름 부드러웠던 말투가 이제 개의치 않는 건지 뭔지 툭툭 뱉어 날카로웠다. 게다가 여전히 그 눈빛을 한 채라 용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다 훌렁 가벼워지는 손에 눈을 뜨면 벌써 저쪽까지 철근을 옮겨놓은 태형이 보였다.



“네가 대답해 봐.”
“뭐, 뭐를……”
“여주 말이야.”
“저, 저 여주 씨한테 아무 감정도 없습니다!”



순간 작업장이 조용해졌다. 메아리처럼 울리는 습니다, 습니다, 습니다가 귀에 박혔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모양새가 되어 용희는 진땀을 뺐다. 억울해도 이렇게 억울할 수가. 고모가 도움을 많이 받은 집안 손주의 부부라길래 그냥 도와준 것뿐이라고. 말하려니 구구절절이라 입도 안 떨어졌다. 그렇다고 눈을 마주할 용기는 없어 작업장 바닥이나 구경했다. 구경이라기에는 떨리는 시선이 갈 곳을 잃은 듯했지만. 태형이 픽 웃지 않았으면 용희는 혼절했을지도 모른다.



“그거 물은 거 아니다.”
“그, 그럼……?”
“여주가 동창회엘 갔거든.”
“그게 무슨 상관……네. 갔구나요.”
“너 같으면 여자친구가 동창회 가면 따라갈 거야?”
“거길 왜 가요……?”
“하, 씨발.”
“헙…….”



거칠게 머리를 헝크는 태형에 용희가 뒷걸음질 쳤다. 이로써 오늘 태형을 보고 뒷걸음질 친 사람만 둘이다.



“그러니까, 이유를 만들어 보라고.”
“이유가…… 왜 필요한데요?”
“……그럴 일이 좀 있어.”



순간 용희는 태형의 얼굴에서 알 수 없는 그리움을 보았다. 그 감정이 퍽 애처로워, 벌벌 떨 때는 언제고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유 같은 게 필요한 사이가 아니잖아요.”
“……왜?”
“태형 씨는 아까 저보고 ‘여자친구’가 동창회에 갔을 때를 말했지만…… 실제로는 여주 씨가 간 거잖아요. 태형 씨 ‘아내.’”
“……아.”
“아내가 동창회에 갔는데…… 동창회 끝나고 픽업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억! 잠시!”



이 소리는 태형이 용희를 껴안고 머리를 마구 헝크는 소리로, 후에 용희는 정말 저 인간은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라며 투덜거렸다는 후일담이 있을 예정이다.















[방탄소년단/김태형] 농촌 느와르 5 (完) | 인스티즈




농촌 느와르
5부: 장르 변경




태형은 천천히 손을 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적절히 넘겨줄 후임을 찾고, 피 묻히는 일은 저를 끝으로 일어나지 않게끔 사업을 정리했다. 모든 게 정리되면 여주를 찾으려 했는데, 서두른 이유는 여주가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들어서였다. 그것도 같이 진흙탕을 구르며 커온 상대기업 이사에게. 갑자기 사라진 외동딸의 행방을 궁금해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디까지 뒷조사를 한 건지. 당장이라도 옆에 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더 이상 때를 기다릴 수 없었다. 여주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장면들도 들켜가면서, 여주와 함께일 수밖에.

결론적으로 그것은 여주와 태형 모두에게 잘 된 일이었다. 단 한 번도 잠을 제대로 자 본 적 없는 태형이 늦잠을 잘 정도로 푹 잘 수 있었으며, 항상 태형의 손을 놓는 악몽을 꿨던 여주는 눈을 떴을 때 제 손을 꽉 잡고 잠든 태형을 볼 수 있었으니. 가끔 험한 일을 하고 돌아오면 여주는 이를 귀신같이 알고 태형을 욕실로 끌었다. 함께 물줄기를 맞으면 여주의 향이 피 냄새를 덮어버렸다. 잊어. 다 잊자. 우리만 생각하자. 너도 나도 서로에게 빚진 것이 있으니 우리 그러도록 하자. 이제 서로가 서로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 되었다.



“제주도.”
“제주도.”
“아니면 네 고향은 어때. 거창.”
“거창.”
“어떻냐고.”
“너랑 가면 다 좋아.”
“하…….”



매번 이런 식인 건 조금 불만이었지만.

태형의 고향이 거창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태형보다 여주가 그곳에 더 애착을 가졌다. 태형이 인간 김태형이기를 바라왔기 때문인지 누구보다 태형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싶어 했다. 제자리가 본인 옆이라는 것을 언제쯤이면 깨달을까.



“윤 비서. 싸인 해.”
“아, 넵.”
“용식이도 싸인 해.”
“넵!”



혼인신고를 먼저 하는 것은 여주의 신변을 위해서라고는 했지만, 실은 태형의 욕심이 더 컸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외갓집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정말 내 것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여주에게 법적으로 쥐어주고 싶었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그것. 태생부터 존재했던 그것.



“너네는 이제 증인이다. 그럼 이제 여주를 뭐라고 불러야 돼.”



목줄.



“사모님?”
“나 이제 회장 아니다 용식아.”
“어 그럼, 여, 여주 씨……악.”
“사모님 호칭이 부담스러우시면 여주님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윤 비서가 용식의 팔을 치고 말했다. 여주와 최대한 거리를 두면서 예의 차리는 호칭을 둬야 함을 안 것이다. 원래였으면 제 자리에 태형이, 태형의 자리에 여주가 있었어야 하는 것 또한.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의 목줄 끝에는 여주의 손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차차 알아가는 중이겠지만.



“그냥 편할 대로 불러주세요…… 제발…….”



여주는 모르겠고 그냥 집에 가서 자고 싶었다. 신혼집으로 옮길 짐이 한 가득이었다. 그저께부터 짐 싼다고 애먹었다. 미국에서 옮긴 짐이 자취방에 그대로 있었고, 본가에도 쌓아놓은 짐이 한가득이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갈지가 근래 여주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냥 다 가져가자.”
“그럴 수는 없어. 불결한 물건은 버리고 가야 해.”



가령, 이곳에서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를 만한 물건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태형의 고향에 가져갈 수는 없다는 의견이었다.



“상관없어. 거긴 내가 태어났을 뿐이지 자란 곳은 여기잖아.”
“그래도.”
“내 고향은 여기야. 여주야.”



두 번째 재회에서 날 서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표정은 굳어 있어도 목소리는 한껏 나긋했다. 전체적으로 학창시절보다 더 고분고분해진 게, 꼭 뒤에 꼬리 하나 달고 있는 것 같아 여주는 웃었다. 이런 아이를, 그렇게 자라도록 한 게 여전히 아팠지만 이제 이것들도 다 두고 가야 할 기억들이었다. 여주는 뒤에서 안아오는 태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지붕은 초록색으로 칠하자.”
“응.”
“밭에는 뭘 심을까? 옆 집 고모님이 방울토마토 같은 건 마당 텃밭에서 키우는 게 낫댔어. 밭에는 좀 더 농사스러운 걸 해 보자.”
“좋아.”
“그리고 그 전에, 우리 신혼여행부터 가야지.”
“응 그러자. ……응?”



태형은 파묻었던 얼굴을 들었다. 품에서 여주를 돌려 저를 보게 만들었다. 씩 웃는 얼굴에서 농담의 기운은 찾기 힘들었다.



“우리 결혼한 지 꽤 됐더라? 일도 거의 다 정리 됐고.”
“…….”
“늦었지만 신혼여행은 가야지.”
“여주야.”
“나 신혼여행은 제주도로 가고 싶어.”



태형은 당장 티켓을 끊었다. 여주는 바로 코앞인 날짜에 무슨 말을 못하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한껏 웃으며 카메라를 챙기긴 했지만.

혼인신고를 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가을에 부부가 되었지만 봄의 신랑, 신부가 되어 유채꽃밭을 거닐었다. 결혼식을 생략하자는 건 여주의 의견이었다. 부르고 싶은 사람도 없었거니와 둘의 결혼은 서로만이 진심으로 축복해줄 것임을 알았다. 그러니 차차 둘이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갈 예정이었다.

여주는 디지털카메라를 목에 걸고 필름카메라를 태형의 손에 쥐어주었다. 아주 어릴 때, 둘이 가지고 놀던 것이었다. 현상 하는 법을 몰라 그대로 둔 필름은 서울에 올라가면 인화되어 있을 터였다. 그러면 그 사진 옆에는 오늘 찍은 사진을 두자. 여주가 삼각대를 설치했다. 태형에게 저쯤에 가 보라며 시키고 조금만 오른쪽, 조금만 왼쪽, 말하는 모양새가 꽤나 전문가 같았다. 여주가 타이머를 누르고 냉큼 태형 옆에 섰다.



“우리 지금 웨딩사진 찍는 거야.”
“응?”



찰칵.



“아, 사진 찍을 때는 렌즈를 보라고. 어떻게 어릴 때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냐.”



“다시 찍자…….”



혼인신고도 하고 신혼여행까지 온 마당에 웨딩사진이 무슨 대수일까. 하지만 태형에게는 대수였다. 순서는 뒤죽박죽이지만 부부가 되는 과정을 착실히 이행하는 스물아홉의 여주에게서, 제 손을 이끌고 영화관, 분식집, 한강 등을 데려갔던 열일곱 여주의 뒤꽁무니가 겹쳐졌다. 와중에 찍힌 사진에는 표정이 하나도 없어 혼났지만. 태형은 행복했다.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서울 본가는 별장처럼 두었다. 말은 본가지만 가는 일은 거의 없을 테다. 이제 진짜 집은 이곳, 초록 지붕의 신혼집이니까. 태형은 외가 식구 납골당의 유골함을 저보다 더 애틋하게 바라보며 인사하는 여주가 꿈같았다. 얼굴도 모르고 사진 한 장 없어 그리움보다는 낯섦이 가득한 이름들인데. 여주는 태형에게 이름을 기억하기를 종용했다.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름들이라며. 태형은 여주가 미국에서 공부한 게 사랑스러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여주가 들으면 등짝 때릴 말이라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처음 해 보는 농사지만 소규모에다 이리저리 도와주는 이웃이 많으니 수월했다. 태형은 용희네 고모의 소개를 통해 철공소에 취직했다. 같은 쇠붙이지만 다른 쇠들을 덜그럭거리니 정말 인간 김태형이 된 것 같았다. 아침이면 함께 아침밥을 먹고, 각자 밭과 철공소에 갔다가 저녁이면 같이 저녁을 먹고. 이런 소소한 것들이 잃어버렸던 무엇을 찾아주는 듯했다.



“어, 태신랑~ 어디 좋은 데 가는 갑네?”
“아, 넵.”
“이야, 이래 입으니까 절세미남이구만! 어데 가는데 그렇게 차려입고 가노? 주새댁 떼놓고 가는 기가?”
“아니요. 여주 데리러 가요. 서울 갔거든요.”



그러니까, 이기심과 같은 질투라 해도 꼭 가야겠다.

태형은 장장 3시간을 운전해 서울에 다다랐다. 본가에 들러 트럭을 세단으로 바꿔 타고(백미러에 걸어둔 웨딩사진을 옮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윤 비서가 미리 언질 한 장소까지 운전해갔다. 와중에 중간중간 오는 여주의 연락에는 재밌게 놀라며 답장까지 한 채였다.

시간은 벌써 저녁에서 밤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레스토랑 건너편에 주차한 태형은 때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것이라면 이제 이골이 났지만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했다. 10년을 기다렸는데 몇 시간을 못 기다릴까. 점점 답장 속도가 느려지고 오타가 많아지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 무르익다 식어가는 분위기인 듯했다. 데리러 갈까? 1이 사라졌지만 답장이 없는 것에 초조해졌다. 2분, 5분, 10분. 이 정도면 많이 참았다.

클로즈 간판을 세워놨지만 안에서는 불빛이 새어 나왔다. 입구 옆 데크로 세운 작은 테라스에는 남자 한 명이 서 있다. ㅇㅓ떻게 데리 ㄹ러 와? 오타 난 답장을 확인한 태형은 코트자락을 정리하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김태형.”
“…….”
“맞죠? 이름.”



태형이 시선을 돌려 테라스 쪽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파악한 얼굴은 제가 아침에 갈가리 찢어 닭장에 쑤셔 박았던 사진과 일치했다.



“반가워요. 전정국입니다. 그쪽이 뒷조사를 했다면 아마 이안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겠죠?”



태형은 이안이 내민 손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를 응시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태연히 손을 거둔 이안은 피우려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들어가려는 태형의 발걸음을 잡아 세웠다.



“여주는 항상 자기 잘못이라고 했어요.”



부러 여주 이름에 힘주어 말하면서. 태형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이었다. 태형이 미묘한 표정으로 이안을 쳐다보았다. 몇 시간을 고민하다 몇 시간 동안 운전해 와서 처음으로 보는 얼굴이 이 얼굴이라니. 할 수만 있다면 종이처럼 갈가리 찢어 닭장에 쑤셔 박고 싶은데. 저 입에서 여주의 이름이 나온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

한편 이안은 서늘한 얼굴을 마주하자 실감이 났다. 여주의 집안과, 여주가 선뜻 내비치지 못한 과거들이. 떠오르는 기억들이 파편처럼 꽂히는 동안 태형의 이목구비를 뜯어봤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궁금했다. 얼마나 잘났기에 여주의 삶을 다 가져가 그 넓은 땅덩어리에서도 자신을 찾게 했는지. 얼마나 목숨을 걸었기에 여주가 신분을 숨기려는 이름도 당신을 섞어 만들었는지. 얼굴만 본다고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조금은 악다구니가 담긴 오기로 묻고 싶었다.

저와 닮은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제게서 이 얼굴을 찾았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았다.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사랑을 했는지, 그리고 하고 있는지까지 실감이 나서 헛웃음이 나왔다. 거짓으로 과거형 고백을 했던 때가 떠올랐다. 보란 듯이 행복하라고는 했으나 순순히 행복을 빌어줄 깜냥은 못 되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그래서 얼굴도 모르는 그쪽 원망 많이 했는데.”
“본론만 짧게 해줬으면 하는데.”



물론 그건 태형도 마찬가지였다.



“여주가 미국에 있을 때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그쪽이 좀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태형은 문손잡이에 올렸던 손을 내려 이안 쪽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 하라는 표정이었다. 내가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드나보군. 이안이 속으로 웃었다.



“근데 그쪽 얼굴 보니까 안 말하고 싶네. 나만 알고 싶어.”



담배를 지져 껐다. 내리깐 눈을 서서히 들어 올리며, 약 올리듯.



“여주가 직접 말할 때까지 기다려요. 몇 년 동안 여주가 당신만 기다린 것처럼.”



오기로 내뱉는 순애보는 여기까지였다. 이안은 태형을 지나쳐 먼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잔뜩 취한 이들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뒤 이어 들어오는 태형에 여주의 표정이 바뀌는 걸 보면서 다시금 마음을 정리하기로 했다.



“태형아!”



행복을 빌어줄 깜냥은 못 되어도, 행복을 빌어주는 척 정도는 해줄 수 있었다. 함께 이곳을 빠져나가는 둘을 보며 이안은 픽 웃었다. 그에게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시간은 여주에겐 무용지물이라는 걸 알아서. 그래, 10년을 기다렸는데 또 무엇에 흔들리겠냐만은.



“여주, 방금 행복해보였지?”



제인이 물었다. 이안은 제 앞에 놓인 와인을 홀짝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봐온 시간들 중 가장.”



아마도 태형 또한, 여주를 가장 인간 김여주로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진짜아, 어떻게 온 거야?”
“운전해서 왔지.”
“깜짝 놀랐잖아.”
“그럼 서프라이즈 성공이네.”



태형이 웃으며 프런트에서 키를 받아왔다. 이미 여주가 몇 호에 묵는지까지 알고 있었지만 부러 호실을 묻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호텔을 옮기고 싶었지만 여기서 묵는 건 그것대로 나름의 계획이었다. 일부러 여주를 이용해 제 심기를 건드렸으니 돌려줘야했다. 그렇게 혓바닥을 놀려봤자 들개와 집개의 차이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려줄 테다.



“나 안 보고 싶었어?”
“계속 연락 했으면서…….”
“안 보고 싶었다고?”
“보고 싶었지이.”



태형이 여주를 더욱 끌어안았다.



“왜 이래. 숨 막혀.”
“나도 보고 싶어서 왔어. 너 화낼까 봐 안 오려고 했는데. 보고 싶어서.”
“내가 화를 왜 내, 태형아.”
“이런 거 싫어하잖아…….”
“윤 비서한테 또 알아보라고 했구나?”
“웅…….”



여주의 코트 속에 파묻혀 어른거리는 대답을 냈다. 여주가 웃음을 터뜨리며 태형을 일으켜 세웠다. 꼭 주인에게 혼나기를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얌전한 모습이었다. 어쩐지 순순히 보내준다 싶었던 오전의 태형을 떠올렸다. 속으로 또 얼마나 끙끙 앓았을지.



“난 내 친구들한테 너 소개시켜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진짜?”
“응. 오지 말라고 한 건 너 힘들까 봐 그런 거였어.”
“너 보러 가는데 왜 힘들어…….”
“운전하는 것도 일이잖아.”



살살 달래며 머리를 정리해주는 손이 익숙하다. 태형은 눈을 감고 그 손길을 가만 받고 있다 다시 와락 껴안았다. 그곳에서 잔뜩 묻혀온 냄새는 제 것으로 덮어버리겠다는 듯이. 그리고 레스토랑 입구에서의 일을 지워냈다. 저와 여주 사이에 있었던 시간의 공백보다 훨씬 긴 세월을 채워나갈 것이라 다짐하며 곳곳에 입 맞췄다.



“술 마신 건 난데 왜 네가 취한 것 같지?”
“여주야.”
“으응.”
“나 사랑하지?”
“당근이지.”
“그럼 키스해줘.”



살살 어루만지는 손이 애타게 주인의 명령을 기다렸다.



“나 술 냄새 나는데…….”
“내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쓴 적 있어?”
“그건 아니지만…….”



극한 느와르가 농촌로맨스코미디가 되는 데 평생이 걸렸다. 물론 아직 중간중간 느와르가 섞여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여주에게 희석될 것.



“해줘. 빨리.”



희석되고 희석되어 스며들 것.



“씻고 하면 안 될까?”
“안 돼. 빨리.”



다가오는 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여유를 준 그에게.



“사랑해.”



평생 목줄을 바칠 것.



















Behind. 1

태형아.
응.
애들이 다 너 잘생겼대.
그래?
응. 다들 취해서 말이 격하게 나오긴 했지만. 잘생겨서 좋겠다는 뜻이었어. 너 어릴 때도 인기 되게 많았다? 고등학생 때는 얼굴이 복지라는 말도 들었었어.
나는 들은 기억이 없는데.
내가 들었어.
질투 났어?
아니? 뿌듯했는데.
나는 질투 났는데.
뭐가? 잘생긴 건 넌데…….
그런 게 있어.
김태형 이렇게 귀여운 거 세상 사람들 다 알아야 하는데, 아쉽다.
너만 알아줘도 돼.
알아. 그냥 한 소리야.
주디.
뭐, 그 이름 어떻게 알았어!
무슨 뜻이야? 나도 알려줘.
이안이 만났구나.


안 알려줄래.
왜.
그냥, 너 애타라고.
그럼 호텔 숙박 늘려도 돼?
야, 잠시만. 잠시만!


Behind. 2
여주(Ju) + 태형 생일 12월(December) = Judee
Judy 아니라고 해명하고 다녀야 했음.








농촌 느와르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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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Good
3년 전
독자2
ㅠㅅㅜ 끝이났네요 ㅠㅅㅠ
같이 지옥에서 탈출하게된건 너무 기뻐요!
슬픈 이별따윈 없는!!!!! 알콩달콩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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