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생각해
"ㅋㅋ그게 그렇게 억울했어? 알겠어~ 나도 이제 찍으면 보낼게. "
"약속했어요! 진짜다! 이래놓고 맨날 오늘 못생겼다고 안 보내주기만 해봐. 영상통화 받을 때까지 걸 거예요. "
원우야. 그건 다메요... ^^ 너의 시력을 위해서 누나도 늘 참는단다. 방금 씻고 나온 촉촉한 너와 영상통화를 하고 싶은 것이 솔찍헌 누나의 심정이지만, 감히 내 민낯을 너의 두 눈에 담게 할 수는 없는 게 누나의 마음이야. 떨리는 동공으로 그것만은 안 된다고 애원했지만, 원우는 도리도리 고갯짓만을 고수했다. 결국 원우에게 앞으로 셀카 잘 나오는 날은 낭낭하게 사진을 보내줄 것을 손가락까지 걸며 약속한 후에야 사전 협의 없는 영상통화는 걸지 않겠다고 다짐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한 천 장 쯤은 찍으면 겨우 하나 나오려나.. 미안하지만 잘 나오는 날 따위는 없을 예정이다.
오늘은 예전부터 오고 싶었던 분위기 좋은 카페를 드디어 원우랑 함께 왔다. 다른 사람이랑 함께 올 수 있는 기회는 있었지만, 사실 원우가 저번에 내가 이 카페에 오고 싶다고 말한 걸 기억해두고 있는 거 같아서 일부러 거절했었다. 카페 이름을 말해주니 맹-한 얼굴로 카페 이름을 몇 번을 되뇌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 전원우 귀여워. 귀여워...! 귀엽다고...!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당연하다는 듯이 바로 내 손을 잡아 입가로 끌어가 호호- 불어준다. 다른 곳에 비해서 유독 차가운 손을 원우는 늘 신경 써주곤 한다. 사실 원우 손도 따뜻한 건 아닌데 매번 자기 손을 열정적으로 비벼가며 내 손을 감싸준다. 내가 손을 잘 안 씻는 이유가 뭔지 알 거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 잘생기고 멋지면 다정함 정도는 없어도 되는 건데 전원우는 다정하다. 심지어 정말, 매우, 심하게. 어째서 다들 원우 안 하지? ;
"누나. 오늘도 아메리카노에 마카롱 먹을 거죠?"
"응! 아, 근데 오늘은 내가 사는 날인데?"
"다음 데이트에 누나가 사요~ 오늘은 내가 오자고 한 거니까 내가 살 거예요."
혹시라도 내가 사겠다고 할까 봐 후다닥 일어나서 카운터로 가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커플은 매번 데이트마다 서로 돌아가면서 계산을 하자고 약속을 했는데 원우는 늘 그게 불만인 모양이다. 내가 계산을 하는 날이면 그 메뉴판에서 제일 싼 메뉴를 고르곤 해서 언젠가 내가 정색하며 그러지 말라고 했더니 그다음부터는 두 번째로 싼 메뉴를 고른다. 아, 몇 번을 봐도 귀여워. 다음 데이트 때는 나도 저렇게 튀어 나가서 제일 비싼 메뉴 시켜버려야지.
흐뭇하게 원우가 카운터 앞 줄에 서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아니, 지금 내가 이걸 내 두 눈으로 만 보고 있을 일이야? 가방 속에 있는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초대형 렌즈 장착한 대포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모자라지만 그래도 이 디카가 건져낸 원우의 레전드 샷이 수두룩하다고! 원우가 카페의 메뉴판을 보기 위해 고개를 살짝 들고 있는 옆모습에 초점을 맞춰서 찍었다. 오, 갓. 전원우 리즈 갱신. 매분 매초 실시간으로 리갱하시는 원우느님이고요? 메뉴판을 진지하게 정독하고 있는 눈동자와 손을 포옥 덮고 있는 니트의 소매, 이 순간조차도 잘생김 자기주장이 쩌는 얼굴의 옆라인까지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흥분해서 마구 셔터 버튼을 누르고 있는 내 모습을 옆 테이블에서 다소 의아하게 여기는 듯했지만, 그런 거에 연연할 저 덕후가 아니고요; 저 바쁘고요;
드디어 앞사람들이 다 주문하고 원우가 주문할 차례가 왔다. 곱게 뻗은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가리키기까지 하면서 예쁜 입을 오물오물 열심히도 주문하는데 이건 솔직히 영상각이잖아요..? 손까지 벌벌 떨어가며 동영상 촬영 모드를 켠 나는 동영상이 켜지는 순간부터는 일말의 움직임도 없이 원우의 움직임을 담아낸다. 여기서 카메라 흔들고 나면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내 뺨을 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심각할 정도로 예쁜 원우의 모습에 심장을 부여잡고 싶은 욕구를 몇 번이나 느꼈지만 꾹 억누른다. 원우는 숨만 쉬어도 이벤트인데 심지어 걷기도 하고, 말도 하고, 나한테 커피랑 마카롱도 사준다. 진짜 최고다, 최고.
원우가 주문하는 내내 속으로 일개 감탄사로는 담아낼 수 없는 격한 애정을 욕으로 승화시키고 있던 나는 주문을 마친 원우가 카운터에서 조금 떨어져 가만히 서있는 걸 발견했다. 원래 같으면 팔랑팔랑 뛰어와서 '누나, 잠깐 못 본 건데도 보고 싶었어요ㅋㅋ' 라거나 '누나, 저는 딸기요거트 시켰어요. ' 와 같은 잔망 잔망한 발언을 해줘야 하는데...! 8ㅅ8 이제까지와는 다른 의미의 심쿵을 당하는 와중에도 원우 미모는 열일을 시전 중이라 또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는 나란 덕후. 기럭지 다 담기게 전신으로도 찍고, 원우 턱선도 한번 찍어주고, 니트가 덮고 있는 손도 접사로 한방 박아주는 동안 뭔가 원우가 포즈를 잡는 듯 슬쩍 각도를 달리한 거 같긴 한데... 덕후렌즈 때문에 그냥 자세 바꾼 건데도 포즈로 보이는 거겠지...? 사스가 우리 원우. 흑흑. 찰칵찰칵.
그렇게 몇 분 후 주문한 음료와 마카롱들을 들고 온 원우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기를 올려보는 나를 보고는 씩 웃는다.
"누나는 마카롱이 그렇게 좋아요? 눈에서 아주 꿀이 떨어지네, 꿀이~"
"아냐! 누나는 너 보고 있는데?!"
"ㅋㅋ 알겠어요. 저보다 마카롱이 더 좋은 거 맞죠? 얼른 먹어요. "
손수 마카롱의 포장을 뜯어 내 손 위에 올려준 원우는 정작 본인은 마카롱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턱에 손을 괴고 뚫어져라 나는 바라본다. 길가의 응가 묻은 개가 날 그렇게 쳐다봐도 부담스러울 텐데 우주 미남 원우가 날 쳐다보면 나는.. 나는... 그래도 마카롱은 잘 먹는다. 냠. ㅇㅅㅇ..ㅋ 미안하지만 먹을 때는 원우 눈치 보지 않기로 했다. 원우도 나 잘 먹는 게 좋다고 했.. 했어...! 3일은 굶은 걸뱅이 마냥 허겁지겁 마카롱을 씹어대는 날 보고도 비위가 상하지 않는 것인지 원우는 그저 예쁘게 웃으며 날 본다. 심지어 내 머리도 쓰다듬는다.
"누나. 우리 이거 다 먹으면 같이 스티커 사진 찍으러 갈까요?"
"엥? 진짜? 원우, 너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진짜 찍어줄 거야? 진짜? 와!!!"
분명 그런 거 싫어한다고 저번에 말한 거 같은데... 한 번은 꼭 찍어보고 싶었던 스티커 사진이었지만 원우가 싫다길래 눈물을 삼키며 포기했던 건데 원우가 직접 제안하다니 정말 이토록 행복할 수가! 원우는 싱긋 웃으며 잔뜩 흥분해 마구 흔들고 있는 내 손을 덥석 잡는다. 그리고는 아까처럼 자기 손으로 감싸 마구 비벼댄다.
"핸드폰에 누나 사진 좀 붙이려고요. 아, 그리고 책이랑 다이어리에도. 또 책상에도! 어, 또 어디 붙이지...?"
"... 원우야..."
"안 된다고 하지 말기~ 자, 얼른 커피도 마셔요. 식겠다. 마카롱도 먹구. "
원우야... 일단 내가 먹는 게 바빠서 먹긴 할 건데 스티커 사진 너 독사진으로 찍어달라고 하면 화낼 거지...? (우적우적) 원우 전용 나만의 사진앨범에 붙이고 싶은데... (냠냠)
<한편 너봉덕후 전원우는...>
드디어 누나가 저번에 말했던 카페를 갔다. 마카롱 좋아한다고, 이 카페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었던 날, 그날은 카페 이름을 까먹지 않으려고 데이트 내내 애썼던 기억이 선명하다. 집에 돌아와 그 카페에 무슨 마카롱이 유명한 지, 커피는 맛있는지, 또 알바생은 남자인 지, 남자라면 잘생겼는지 따위를 조사한다고도 애썼다. 누나는 날 좋아하니까 아마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매번 이렇게 알바생들에 대해서도 찾아보곤 한다. 나보다 잘생기면 안 된다.
나는 사실 누나가 몰래 내 사진을 찍는 걸 알고 있다. 분명히 날 향하는 카메라를 봤는데도 본인 셀카를 찍은 거라길래 처음 몇 번은 의심쩍어도 그러려니 했는데, 이제는 모르면 바보일 정도로 누나는 거짓말을 못한다. 그런데도 매번 물어본다. 지금 나 찍었냐고. 그럼 누나는 그야말로 동공 강진을 일으키며 그 작은 머리를 세차게 도리도리 흔든다. 절대로 아니라며, 자기 셀카를 찍었다고 큰 소리를 빵빵 치는데 그 모습이 당장 집에 있는 캠코더를 꺼내 들고 와 4k 화질로 찍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그래서 또 매번 속아준다. 근데 내가 속아준다는 걸 전혀 모르는 것 같다. 그것도 귀엽다. ㅋㅋ 아,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귀여워서 미칠 거 같다. 너봉, 보고 싶네.
그리고 하나 더 숨기는 게 있는데, 사실 나도 누나 사진을 매일 n장씩은 찍어 간다. 누나한테는 내 모습을 카메라 말고 눈으로 찍어두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러기엔 우리 너봉이 너무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처음에는 누나한테 들킬까 봐 뒷모습만 줄곧 찍었는데 이제는 스킬이 늘어서 예쁜 옆선도 찍고, 전신샷도 찍고, 가끔은 용기 내서 앞모습도 덜컥 찍어버린다. 누나 본인은 눈치가 엄청 빠르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아마 내가 본인 사진 찍은 건 상상도 못 할 거다. 나중에 기념일 때 포토북 만들어서 선물해볼까? 아, 너무 스토커 같으려나? 흠. 그럼 내 거만 만들어서 소장하지, 뭐. 이참에 2016 캘린더도 하나 주문해볼까? 오늘 집 가서 사진 좀 정리해봐야겠다. 너봉 캘린더라니... 너무 좋잖아... (입틀막)
원우덕후 |
안녕하세요. 원우덕후입니다. 나름 빨리 온다고 왔는데.. 그만큼 내용이 허접하네요. 제 상상과 망상은 어마어마한데 필력이 모자라 이 따위로밖엔 글이 안 써져요 ㅋㅋㅠㅠㅠㅋㅋㅋ 하지만 더 열심히 한번 써볼게요.. 소재고자 필력고자.. 원덕 파이팅......... 아, 저번 편에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번 편도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이 힘이 됩니다!!!!!!!!! 보고 싶으신 거 있으시면 막 던져주고 그래주셔도 돼요!!!!!!!! 새벽에 쓰기 시작해서 벌써 아침 6시가 넘었네요~ 다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럼 안녕 '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