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 어린 연하남과 알콩달콩 썰 01 (부제 : 우리의 첫만남은)
-@-
급하게 전해 줄 것이 있다는 친구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학교 기숙사에만 박혀 있다가 오랜만에 집에 와서 그런지 나가기 싫은 마음이 매우 컸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가 반가워 선뜻 옷을 입고 나섰다. 지옥같던 고쓰리 시절 내내 길렀던 머리는 셀 수 없는 펌과 염색으로 그 끝이 많이 상해있어 머리를 손질하는 것에만 굉장한 시간이 들었다. 빗질만 슥슥 하고 나가려다가 오랜만의 (정상적인 모습으로의) 외출인 것 같아 머리 끝에 웨이브를 줬다. 오늘따라 고데기가 잘먹는군, 하는 뿌듯한 마음으로 산뜻하게 집을 나섰다.
두 달만에 돌아온 우리 동네는 지독히도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저마다 다들 행복해 보여 괜스레 나도 웃음이 났다. 우리 동네와 옆동네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오고 가는 걸 보면서 나도 일년 전엔 저렇게 귀여웠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단정한 교복치마와 굽이 없는 운동화들을 보니 문득 고등학생 시절이 그리워졌다. 비록 일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나는 참 행복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었지. 남들 하는 만큼 공부를 했고, 남들 하는 만큼의 스펙을 쌓았으며, 남들 하는 만큼의 대학을 지원했다. 내신 성적이 그다지 특출난 건 아니었지만, 면접의 결과가 좋았던 건지 나는 그렇게 대학에 합격했다. 그와 동시에 2년 동안 만난 첫 남자친구와 이별했다.
그 생각은 할때마다 눈가가 시큰해진다. 첫 남자친구, 첫 키스. 그냥 평범한 단어 앞에 붙는 '첫'이라는 말은 나를 설레게도, 힘들게도 만들었다. 그 때의 상처가 너무 큰 탓일까, 나는 대학에 들어온 뒤로 단 한명의 남자친구도 사귀지 못했다. 여중 여고 여초과의 계단을 순차적으로 밟은 나는 무엇보다 남자를 대하는 방법을 몰랐고, 흔히들 말하는 '밀당'의 기술도 없었다. 소개팅도 나가보고 미팅도 나가봤지만, 나와 끝까지 연락을 하고 싶어하는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중 한명은 내게 이렇게 말했지.
"탄소야, 넌 여자친구로서는 아닌 것 같아"
이 말을 들은 뒤로는 그냥 내 팔자에 남자가 없구나, 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호감을 느끼는 사람이 생겨도 뒤에서 바라만 봤고, 말도 못건네고 혼자 얼굴만 빨개졌다. 그렇게 1년간의 대학생활을 마무리 짓고 나니, 남는 건 (그나마) 좋은 성적과 의리!를 외치는 남자사람친구들 뿐이었다.
생각이 너무 길어졌는지 내려야할 역을 놓칠 뻔했다. 항상 동네에 오면 첫 남자친구의 기억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 한숨을 내쉬었다. 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친구와 만나기로 한 카페에 도착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건지 보이지 않는 모습에 먼저 주문을 해야겠다 싶어 카운터로 가 아메리카노 한잔과 캬라멜 마끼야또 한잔을 주문했다. 자리를 잡고 어디쯤이냐는 카톡을 보내자 3분 안에 도착하니 기다리라는 답을 받았다. 커피를 받아와 창밖을 보며 멍하게 있으니, 곧이어
"탄소야!!!!!!!!!!!!!!!!!!!!!"
하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학을 간 뒤로 얼굴을 맞대고 만난건 오랜만이라 나도 "여기!!!!!!!!"하며 손을 휘휘 저었다. 고등학생때 부터 옆 남고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친구는 대학에 가서도 한달에 한번씩 남자친구가 바꼈다. 카톡에 올라오는 커플셀카의 옆자리가 바뀌는 것을 보며 참 대단하고 부럽기도 하다는 생각을 늘 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손에는 예쁜 커플링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강 얘기를 들어보니 대기업에서 인턴으로 일을 배우고 있는 오빠를 만난다고 했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배려심이 깊어 이번엔 오래 갈 것 같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행복해 보이는 그 얼굴에 나도 모르게 함께 웃고 말았다.
"아 맞다, 이거 너 줄게. 선물!"
"이게 뭔데?"
"컬러링북. 유행이 좀 지난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 언니가 주는 선물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걸 사줘?"
"너 이맘때면 우울해 하잖아. 고딩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거라도 하면서 기분 좀 다스리라고"
내 생각을 해주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괜히 코끝이 찡했다. 내가 친구 하나는 정말 잘 뒀구나, 하는 생각에 입가가 절로 올라갔다.
"야 김탄소 넌 요즘 만나는 남자 없어?"
"내가 무슨 남자를 만나ㅋㅋㅋ없어"
"이제 좀 만날때도 됐잖아 왜 예쁜 나이에 연애를 안하냐"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거네요~"
이야기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내 연애사로 넘어갔다. 매번 만날 때마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대쉬를 해라, 인생은 한방이다 라는 명언아닌 명언을 쏟아내는 친구는 오늘도 나에게 엄마보다 심한 잔소리를 가했다. 얼굴이 심각하게 못난 것도 아니고, 성격이 심각하게 모난 것도 아닌데 남자친구가 왜 안생기는 건지 모르겠다며 홀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친구를 보니 푸스스 웃음이 났다. 왜 웃냐고 진지하게 받아드리라는 말에 곧 다시 정색을 하긴 했지만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해 지꾸 웃음이 비죽비죽 새어나왔다.
"점심 먹고 들어갈래?"
"미안, 나 오빠랑 점심약속 있어.."
"데이트? 어쩐지 오늘 화장이 매우 정성스러워 보이더라ㅋㅋㅋ"
"ㅎㅅㅎ나 예쁘지?"
투닥투닥 거리면서 역 앞에 도착했다. 친구는 끝까지 맘에드는 남자가 보이면 가서 번호를 물어보라고 제발 용기를 갖고 살자고 말했고 나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았는지 지하로 내려가자마자 지하철이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빈자리에 잽싸게 착석해서 친구와의 카톡창을 켜고 카톡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 컬러링북 고마웡 열심히 할겡
>야 그거 할 시간에 연애를 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님.. 난 못하는 거라니까여..?
>할수 있어 쨔샤! 나도 하잖아ㅋㅋㅋㅋㅋ
실실 웃으면서 카톡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굉장히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에 성시경의 '잘자요'를 다로 녹음해 매일 듣고 자는 나는 남자의 목소리에 굉장히 약했다.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니 앳된 티가 나는 남자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전화를 엿들으려고 한건 아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정신과 구가 온통 그 남자에게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데 동안인건가? 잘생겼다..여자친구 있겠지?여기 근처 사나?왜 한번도 못봤지?같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렇게 몰래몰래 목소리를 엿듣다가 '학교가 일찍 끝나서 알바 시간이 늘어났어. 알바비 더 받을 듯ㅎㅎ'하는 말을 들었다. 고등학생인가? 아님 종강한 대학생? 아무것도 하지 못할 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남자가 대학생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듣기좋은 목소리가 자꾸만 내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 남자의 목소리를 노래삼아 멍하니 있다보니 우리 집이 있는 역에 도착했다.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오르는데 동글동글한 뒷통수가 내 이목을 끌었다. 머릿결이 굉장히 좋은 것인지 빛을 받으면 머리에 예쁜 링이 생겼다. 오버사이즈의 남색코트, 가지런한 초코색 뒷통수, 부담스럽지 않은 핏의 검정스키니까지. 내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이 느껴졌다. 걷는 도중에도 얼굴이 홧홧해지고 자꾸만 목도리에 얼굴을 묻게 되었다. 내 앞에서 걷고 있는 남자를 보고 있자니, 20년 인생동안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용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말을 한번 건네 볼까, 번호를 물어볼까 하는 생각에 손이 떨리고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았다.
우연인지 인연인지 나와 가는 방향이 똑같았다. 어쩌지 하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친구의 말이 내 귓가를 때렸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먼저 좀 다가가고 그래. 언제까지 그럴꺼야.'
남자와 나는 빨간불의 횡단보도 앞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자의 코트자락을 잡아 쥐었다.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인지 핸드폰에만 집중된 얼굴에 오기가 생겨 남자의 콘트 자락을 살살 잡아 흔들었다. 그제서야 나에게 고개를 돌린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서글서글 하게 접히는 눈매가 내 눈을 진하게 응시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건지 뒤늦게 깨닫고 코트자락을 황급히 놓았다. 그사이에 신호등은 초록불로 바뀌었지만, 남자와 나는 그자리에서 서로를 마주보고만 있었다. 뒤늦게 상황파악을 한 내가 발발 떨며 입을 열었다.
"저기 죄송한데..제..제가..."
".."
"저..제가 그쪽이 마..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
"버..버..번..번호좀.."
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번호를 달라고 해놓고 핸드폰을 건네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목도리에 코까지 파묻고 시선을 이리저리로 굴렸다. 손이 새 하야질때까지 핸드폰을 꽉 잡고 있는 나를 본 남자가 웃으며 내 손에서 핸드폰을 빼냈다. 내 핸드폰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고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 그 모습을 나는 멍하니 바라만 봤다.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무슨일이지?
"저기요"
"네?"
"몇살이에요?"
"저..전 스..스무살.."
"어? 누나네. 저 19살인데ㅋㅋㅋ"
그 순간 머리를 스치고 간 생각은 엄청나게 부끄럽다는 것이었다. 내가 미성년자의 번호를.. 아직 고등학생의 번호를.. 하며 머릿속이 초토화 되었다. 설마 설마 했지만 정말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확인받고 나니 내가 무슨 짓을 한건가 하는 후회가 가장 크게 밀려 왔다. 핸드폰을 빼앗듯이 건네 받자마자 뒤를 돌아 달리려고 했다. 없었던 일로 하고싶다고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고 뛰려고 하는 순간 다시한번 기분 좋은 목소리가 귓가를 타고 흘러왔다.
"누나!! 저 이런적 처음이에요!! 연락 꼭해요!!! 기다릴게요!! 아니면 내가 하고!!!"
나는 내 인생 최고 속도로 그 학생에게서 벗어났다.
헉쓰 쓰고 나니 노잼스멜이 스멀스멀..
배경설정이 너무 길어졌..(망해따) 다음편부턴 태형이와 탄소 이야기 중심으로 흘러갑니당
잘 부탁 드립니당^ㅁ^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김태형] 한살 어린 연하남과 알콩달콩 썰 01 (부제 : 우리의 첫만남은)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60617/4c3f85e5f8415eb2924a4756ed924e62.gif)
![[방탄소년단/김태형] 한살 어린 연하남과 알콩달콩 썰 01 (부제 : 우리의 첫만남은)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08/22/e1e9363fae81352aa31e5d24014412d4.jpg)
조진웅 "제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