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셔츠가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두통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눈을 감았다.
아, 이대로 사라진다면.
비가 왔다. 너봉이는 가만히 창문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쳐다봤다. 비가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미간을 찌푸리고 기분 나쁘게 흐려진 하늘을 쳐다보았다. 비가 오는 하늘은 언제나 기분 나쁘다.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듯이, 너봉을 우롱한다. 축축하게 젖어가는 느낌에 고개를 돌리고 교과서를 바라보니 붉은 색 액체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좆됐다. 팔을 들어보이자 와이셔츠가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일주일 전에 난 상처는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채 붕대로 감싸져 있을 뿐이였다. 밀려오는 두통에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울리는 종소리에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저, 오늘 조퇴 좀 할게요."
"야! 너 상처…!"
"조퇴하게 해 주세요 선생님."
외상 또는 병결처리를 위한 조퇴, 결석은 보건 선생님의 허락을 요구한다는 학교의 방침 때문에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이미 팔에서는 붉은 색 액체가 바닥에 한 방울 씩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너봉을 본 보건 선생님은 너봉이의 팔을 보고는 놀란듯 하였으나 말을 자르고 다시 부탁하는 너봉을 보면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는 조퇴증을 휘갈겼다. 꼭 병원가라. 보건 선생님의 단골 대사는 잊지 않고. 조퇴증을 받아 든 너봉이는 현관에 서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다가 오늘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서둘러 뛰기 시작했다. 집이 가까워서 다행이다,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집 근처 골목에 서서 집 주변을 한 두번 둘러본 너봉이는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았다.
"벌써 왔네?"
"………."
"오늘 일찍 마치는 날 아닌데?"
"…누구세요."
"니가 요즘 제일 보기 싫어하는 사람."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문고리를 잡고 있는 손이 가만히 떨리기 시작했고 밀려오는 두통이 더 심해졌다. 검은 색 우산을 쓰고 너봉을 보고 있는 남자는 분명 '그 사람들'의 우두머리일터. 모든 무채색 속에서 그 남자의 노란색 머리는 너봉이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가만히 웃으며 너봉을 쳐다보던 남자는 "나한테 할 이야기 있지 않아? 일단 들어가자" 하고 문고리를 잡고 있던 너봉이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치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빨리와. 하고 뒤를 돌아보며 말하는 남자에 너봉이는 문고리를 잡고 있던, 아직까지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부여잡았다. 손도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휘감아 가는듯이 아주 빠르게 붉은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안녕. 난 권순영. 니가, 김너봉지?"
"………."
"부모님은 어디 가셨어? 너봉아. 널 두고 어디 가셨어?"
"………."
"1억 8천은 니가 감당할 수 있는게 아닌데, 그지. 어디 가셨을까."
1억 8천. 어마어마한 돈의 액수가 너봉이의 귀에 박히자마자 너봉이는 온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팔에 상처가 생긴지 1주일, 부모님이 자신을 여기 놔두고 떠난지 1주일,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지 1주일. 그리고 권순영이라는 남자가 찾아왔다. 너봉이는 고개를 올려 순영을 쳐다보았다. 앉아있던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했다. 너봉이는 외면하고 있던 순영의 얼굴을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담배 향이 곧 방을 뒤덮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래, 너봉아. 이거 너 어디다가 팔아도 다 못갚아."
"………."
"인생이 참 재밌어, 그지?"
순영이 담배를 고쳐 물고 너봉을 쳐다봤다. 너봉이는 자신이 말을 배우지 않았었던건지 의심이 될 정도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 누가 순영의 말에 대답할 수 있었겠냐마는, 너봉이는 말문이 막혔다. 너봉이는 살고 싶었다. 어딘가에 팔려가고 싶지도, 죽고 싶지도 않았다. 살고 싶어서 그 고통을 참아냈고, 지금까지 견뎌왔다. 담배를 장판에 비벼끈 순영은 앉아있던 너봉을 한번 쳐다보고는 단숨에 두 손목을 손에 쥐고 뒤로 넘어뜨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너봉이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순영을 쳐다보았고, 그러한 너봉을 순영한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내려다보았다.
"김너봉."
"………."
"대답해. 김너봉."
"……네."
짧은 대답에도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왔다. 순영이 조금 더 세게 손목을 쥐자, 상처의 고통에 너봉이 눈을 질끈 감았다. 순영은 질척한 느낌에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쳐다보고 잠시 너봉을 쳐다보았다. 너봉이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순영은 너봉이의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이미 제 기능을 잃어버린 붕대를 풀었다. 손목의 동맥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길게 난 상처를 쳐다보던 순영은 짐짓 놀란 눈으로 가만히 그 상처를 쳐다보았다.
"………."
"1주일…전에,…아,……아버지가,"
"아버지가,"
"나가시기…전에……."
"칼을 휘둘렀다?"
"아버지가,…엄…,엄마를,…엄마가…나,나는,……아무것도,…."
힘겹게 입을 뗐다.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마치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보라는 듯한 눈빛이여서. 더 이상은 이 사람에게서 벗어날 수 없겠다는 것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너봉이는 필사적으로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않았던, 다시는 떠올릴 줄 몰랐던. 목소리가 계속해서 떨렸다. 눈을 뜰 수 없었다. 너봉이는 더 이상 말 하지 못했다. 엄마는 나를 지키려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서웠다. 무서웠다. 무서웠다. 너무 무서웠고 무서웠다. 죽고 싶지 않았다. 죽고 싶지 않다. 순영은 손목을 잡고 있던 팔으로 너봉이의 눈을 덮었다. 너봉이는 세상이 어두워짐을 느꼈다. 자신의 세상은 원래부터 빛이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듯, 어두웠던 세상이 더욱 더 어두워졌고, 정신을 잃었다.
"미치겠네, 김너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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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안녕하세요 저 글잡에 글올렸... 대박 완전 쩌네요 느낌 이상해...
브금 계속 들으면서 써서 이제 저 노래 들으면 노이로제 걸릴것 같아요
이번에 처음 글쓰게 됬어요! 쏜밤이예여! 쏜! 밤!
클리셰 덩ㅇㅓ리 완전 사랑해요 완전 사랑함 클리셰는 인생의 진리져.
이쯤되면 아시겠지만 사채업자 권순영 X 고등학생 너봉 이예요!
시작할 때 어마어마하게 시작해서 이건 거의 12353452645분의1이라고 할 수 있겠네여ㅜㅜ
그리고 남겨진것들을 어마어마하게 시작한게 아니고 뭐라그래야되지.. 인물 관계? 엄청나게 시작했어오..
완전 대박 스케일 커요 제가 잘 할 수 있을지는 1도 모름 (코쓱)!
완전 잘 부탁 드립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