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과자가 먹고 싶다며 온갖 떼를 써 겨우 엄마의 손을 잡고 마트를 갔던 날.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 놀이터에 혼자 쪼그려앉아 훌쩍이는 남자아이가 보였다.
잡고 있던 엄마 손을 놓으며 장을 본 봉지를 뒤적여 내 간식들을 챙겨 그 아이에게 달려갔다.
" 야! 너는 남자애가 왜 울고 그러니? "
6살 이란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제법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외쳤다.
그러자 고개를 드는 건... 외국인?
순간 당황했던 나는 아는 영어를 총동원했었다. 기껏 해봐야 하이라던지... 바이라던지...
" 어... 음... 하이! 어... 아씨 야 너 이거 머글래? 이게 머냐면... 어 에그! 맞아 에그야! 에그 까자야!
난 이거 조아하는데... 너도 조아? "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 외국인처럼 보이는 남자아이는 큰 눈을 끔뻑이다 입을 열었다.
" ... 내 영어 할 줄 모른다, 그거 계란까자 아니가? 에그가 먼대? "
충격에 휩싸여 놓쳐버린 계란 과자, 우리 둘 사이에 떨어진 계란 과자.
여기 까지가 바로 우리의 첫 만남이다.
위 내용의 웃지 못 할 황당한 첫 만남의 남자 주인공은 바로 내 옆에 엎드려 주무시고 있는 최승철이다.
어쩌다 보니 11년이 흐른 지금까지 항상 함께하고 있다.
그때 내가 만약 엄마 손을 잡고 그냥 갔더라면...
내 인생에서 제일 후회되는 순간이 바로 그 첫 만남이다, 아니 최승철까진 버틸 만 해.
근데 왜 얘 친구들은 다 정상적이지 못해?
" 야 000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민규 둘리보더니 막 울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생긴 건 존나 쎄인데 왜 소녀감성ㅋㅋㅋㅋㅋㅋㅋ? 생긴대로 놀자 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하 한심한 것들... 진짜 고개를 돌리니 그 긴 다리를 꾸겨 앉아 훌쩍이는 김민규가 보였다.
김민규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인 눈물을 닦더니 둘리 만화책을 들어 보인다.
" 아니... 됐어... 난 안 볼래..."
쟨 진짜 반전이라니까...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바람빠진 웃음을 짓다가 다시 책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어느새 잠에서 깬 최승철이 웃으며 내게 묻는다.
"... 좋아? "
처음 만난 날 내가 최승철의 마음에 문을 두드렸 듯이 최승철은 날마다 이렇게 내 마음을 두드린다.
입 밖으로 차마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 대답해본다.
응, 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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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 겨울추어오 따뜨탄 댓글이 피료해오!
똥글인데 댓 다시구 포인트 받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