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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아리는 삐약삐약 잔디 위에서 잘만 놀고 나는 조용히 병아리를 흑백 단어 프린트에 갖다 박았다. 나름 귀엽네 싶어서 얼른 손을 움직였다. 내일 초딩들에게 나눠 줄 것들이었다. 초급 중국어 단어 100개. 필히 단어가 언어의 핵심이라 주장하는 원장의 입김으로 인해 회화 수업은 어느샌가 조금씩 문법위주로 바뀌어 가는 중이었다. 고등부에서 초등부로 내려온 것이 심기가 꽤 불편했는데도. 나는 분명 학원의 원어민 강사로서 아이들이 평상시에도 중국어를 적용할 수 있도록…. 뭐, 됐다. 애들도 학부모도 불만이 없으면 뭐든 좋은 수업이리라. 어흐. 이상한 소리를 내며 완성한 파일을 메일로 보내는 동안 방금 밖에서 가져온 편지를 뜯었다. 겉봉에 쓰인 주소가 한자로 되어있어 당황했고 두번 째는 이상하게 낯설지 않은 주소가 불안했다. 여기 내가 살던 중국 집 주소와 거의 흡사하다. 그런데 아주 조금 동이 다른 편지에는….

20**년 *월 *일 세 시 인천공항. 我想看看(보고 싶어).

 반강제적으로 나가야 할 날짜와 장소가 적혀있었다. 상상도 못했던 내용에 나는 당황했다. 중국에서 나에게 보고 싶다라고 보낼 주소는 딱 하나다. 발신자로 되어있는 '你的很烂(너의 짜증)' 여전한 모습이었다. 짧은 편지 내용을 몇 번이나 다시 읽다가 자연스레 학원 시간표를 확인했다. 세 시에는 아까 만든 프린트를 나눠 줄 초등부 수업이 있었다. 시간을 빼기가 곤란하다. 그를 2 년만에 만난다. 나는 이 두가지 일에 대해 조금 고민할 시간이 절실해졌다. 

 

 

 편지에 적힌 대로 나는 그를 짜증이라고 불렀었다. 비록 한달 정도 였지만 지금 생각해도 역시 짜증이란 말이 가장 떠올랐다. 평생 비행기 못타보고 죽는 건 나뿐인가 싶었던 내가 한국으로 오기 한달 전 나는 그에게 마지막을 통보했다. 마음이 식었다기보다 그때의 나는 한국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있었기에 쉽게 말이 나왔던 것 같다. 내가 말을 꺼내자 뭐든 쿨하게 넘기던 그 답게 첫번째는 웃으면서 넘어갔었다.

'…나 다 그만두기로 했어. 한국 가려고.'

'뻥치네.'

'어? 뻥 아니야. 나 한국 간다니까. 벌써 집도 알아뒀고 돈은 환전만 하면 되는데. 짐도 싸고 있어.'

'씽. 힘들어서 그래?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고….'

'….'

 

 한창 짐을 싸고 어색한 한국어를 연습하던 도중 다시 그를 만났다. 3일이 흐르는 동안 그는 아무렇지 않게 연락을 했고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말을 못꺼내던 상황이었다.

'장난 치는 거 아니야. 한국에 가서 아이들 가르치고 싶어.'

'여기서도 할 수 있잖아. 너 조금만 더 하면 붙는다니까. 저번 시험 얼마나 아쉬웠어. 그래서 이러는 거야? 말도 안되는 걸로?'

'…아니라니까. 짜증나게 왜 그래.'

'짜증? 고집 부리기 전에 언제 나한테 살갑게 해줬는지나 생각해.'

 내가 한국에 들어가기 일주일 전 그는  나에게 화가 났는지 어쨌는지 영 소식이 닿질 않았다. 왜 이게 거짓말이고 고집이 되는 걸까. 오래 만나왔지만 언제나 독특해서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눈 앞에 나타나지 않은 그에게 나는 끝을 알리는 문자를 보냈다.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나 내일 가. 그래도 고마웠어.] 비행기의 문이 닫힐 때 나는 내 뒤에 달린 꼬리 하나가 문에 낀 것처럼 불안해졌다.

 

 

 매듭이 지어지지 못한 연애의 연장선이 즐거울 순 없지만 머릿속으론 내심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자꾸만 들었다. 교사 시험을 준비하며 대학에서부터 만난 사람이고 내 20대의 대부분을 차지한 사람이지만, 짦은 다툼이 2 년이라는 긴 시간으로 돌아올 줄 몰랐던 것처럼. 지금 그가 나에게 보낸 편지 속 말은 어쩌면 내가 그에게 전하고 싶던 얘기일지도 몰랐다. 그를 생각하면 시험을 준비하며 많이 울고 힘들었던 시간이 떠올랐지만 한국에 와서 힘들 때 생각하는 것 또한 그였음을 똑똑히 알고 있으니까. 가만히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그때 얘기들. 오래 만났지만 교사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던 우리라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더 있었음에도 꾹 참아야 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도서관에 앉아 혹시라도 방해될까봐 조심조심 써내려 갔던 '하고 싶은 일'리스트는 지금 한국에 있는 내방 구석 작은 상자에 들어있다는 걸 그는 몰라야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컴퓨터를 껐다. 부쩍 커져가는 부팅 소리가 잦아들자 집안은 전자 노이즈로 가득 메워졌다. 수업과 그. 그와 수업. 많이 살아보진 못했지만 나름 안다고 생각했던 인생이란 건 여전한 미스테리였다. 내가 지금 한국에 와있는 것 자체가 그랬다. 그러니 나는 지금의 선택 또한 어떤 결과와 과정을 거치게 될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귀로 소음이 익어갈 무렵 다시 컴퓨터를 부팅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가야 할 것 같아서였다.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 학원 동료 루한에게 카톡을 보냈다. [루한..내가 내일 급한 사정이 생겼어요..공항에 마중을 나가야 하는데..내일 수업이 단어 나눠주고 진도만 조금 나가면 되는 거라..루한은 실력이 워낙 좋잖아요..초등부는 눈감고도 할 수 있잖아요..] 루한에게 답장이 오기도 전에 나는 그의 이메일로 단어 파일을 전송시켰다. 한참을 책상에 앉아 있었더니 무릎이 한대 맞은 듯이 멍멍했다. 이제 늙었나 하는 마음으로 통통 두들기다가 문득 그의 이름을 작게 불렀다. 크리스. 그의 이름에서 나온 푸른 생각이 혀 끝에 닿으며 알싸하게 퍼졌다. 무릎이 찌릿했고 그 아래 발 끝까지 나는 몸을 들썩여야 했다.

 

 루한은 다행히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답장을 했다. [알겠어요. 대신 나중에 내 수업도 맡아주기!] 이것저것 일이 쌓여있는 것 같더니 루한의 말 한마디에 모두 사라지고 그저 그를 만나는 일 하나만이 남게 되었다. 근데 참 이상하지. 나는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

 

"들어와요."

"…응. 근데 참 너다."

 인천공항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집까지 별 말 없이 고분고분 캐리어를 끌고 오던 그는 집에 들어오면서 문득 그렇게 말했다. 처음 든 생각은 집을 안치워서 그런가보다 싶어 부랴부랴 눈에 보이는 것들을 치우는데 오히려 그는 옷가지를 치우지도 않고 털썩 그 위에 주저앉았다.

"뭐해요. 옷을 왜 깔고 앉아. 아, 빨리 일어나요."

"옷이야? 어쩐지 방석치곤."

 옷 여러벌이 겹쳐 있던 터라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그가 청소하는 뒷꽁무니를 쫓는 것을 느끼며 집안을 부리나케 돌아다녔다. 얼마전에 치웠다고 생각했는데. 탁자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진 물컵 두어개를 싱크대에 넣는 것으로 집의 외양은 볼만하게 변해있었다. 미리 확인 좀 하고 나올 걸 너무 긴장한 나머지 빨리 나간다는 게 세시간 정도 이르게 나간 건 공항에 도착해서야 알 수 있었다.

"집이 정말 너 같아."

"…그게 무슨 뜻이예요."

"… …작다."

 작다는 말은 초딩들 사이에 치여 살며 듣지 못한게 오래된지라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말이 좋은 말이었는지 나쁜 말이었는지를 곰곰히 생각했다. 그러나 후루룩 국수를 빨아들이 듯 순식간에 지나간 어제, 오늘에서 나는 이 작은 집에 작은 나와 큰 누군가가 살게 되는 일은 싱크대 아래에 핀 작은 곰팡이 만큼도 의심하지 못했다.

 

 

 


역시 사람은 안하던 일을 하면 안됩니다

 

맨날 짧게 쓰려다가 길게 써보려니 머리도 안돌아가고 글도 흩어지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차라리 하던 대로 하는 게 낫다 싶어 올려요,.너무 많이 기다리게 한 죄도 있궁..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번에 실수로 올린 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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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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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구독료!! 어차피 제 글 읽어 주시고 글 남겨주시는 분들은 한정 되어있으니까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안받기로 했어욘@-@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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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청강!!청강!!안녕하세여 갸아아아악!!!클레만세!!작가님때메 저도 클레쓰는거 앎요?ㅠㅠㅠㅠㅠ사랑해여하트♥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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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왕!!! 청강님이당~~~~~~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ㅀ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도 사랑해여 하트 하트 하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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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암호닉 다시 신청이요~ 초로기에요 ㅎㅎㅎ 우와 ㅜㅜ그리웠던 클레 ㅜㅜ 요즘 클레에 목말랐었어요 ㅜㅜㅜ 차차님.. 닉이 아직 어색하지만 기다렸습니다~ 짧아도 좋으니까 너무 눚게오지마셔여 ㅎㅎ 아 그리고 구독료 받아도 되는데 ㅜ 차차님 글은 구독료 받아도 되요 ㅜㅜ 그만한 가치가 있어요! 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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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옹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흐ㅡ르글흘그그모래모래자갈자가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빨리빨리 돌아올게욤!!!!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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