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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 . 거기서 허리를 더 꺾어야 돼."

 

 태형은 호석에게 안무를 배우는 중이었다. 익히고 있는 안무는 타이틀 곡과 몇 개의 잘 알려진 곡들이어서 다가오는 팬미팅에서 보여줄 거리가 필요했다. 팬이 불시에 춤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멤버들은 연습실의 구석에서 목을 축이는 중이었다. 잠시 호석의 얼굴을 봤더니 도움을 요청했을 때보다 낫빛이 어두워져 있어서 태형은 괜히 미안해졌다.

 

"이제 저 혼자 해볼게요.도와줘서 고마워요."

 

"괜찮아. 그나저나 우리, 앞으로 같이 지낼 사이인데 말 놓자."

 

 호석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태형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내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는게 아무렇지도 않나? 태형은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호석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한 채로 고개를 약하게 끄덕였다. 태형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호석이 멤버들을 향해 돌아섰다.

 

"우리 태형이랑 다 말 편하게 하자!"

 

 숙소에 들어간지 일주일이 겨우 넘었다. 그 사이에 태형과 멤버들의 사이는 아주 조금 발전했다. 멤버들은 이대로 가면 눈치 빠른 팬들 앞에서 들키는건 시간 문제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호석의 말에 모두들 동의했다.

 

"지민, 너도 괜찮지?"

 

 쉬는 시간이 시작했을 때부터 지민은 묵묵히 휴대폰만 쳐다 보고 있었다. 슬슬 읽을 기사도 떨어졌고 오는 연락도 더 안왔는데 뜨거워진 휴대폰만 잡고 앉아 있다. 지민의 무반응에 멤버들이 하나 둘씩 돌아보자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그러자고 했다. 쉬는 시간이 끝나자 멤버들은 다시 일어나 춤을 연습했다. 태형은 형을 닮아 춤에 소질이 있는건지 본인도 춤을 춰 왔었는지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태형을 멤버들은 만족스러워했지만 속으로는 뭔가 잘못 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대중을 속인다는 것? 죽은 태혁의 자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채운 것? 아니면 평범하게 살던 태형을 이 자리에 끌고 온 것? 고된 연습에 땀이 나 몸은 가벼워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그들이었다.

 

"김태형."

 

"?"

 

 점심 식사를 위해 하나 둘 연습실을 떠났다. 지민은 입고 왔던 후드집업을 찾고 있는 태형의 앞에 다가 섰다.

 

"우리 서로 말은 편하게 하는데, 네가 먼저 나한테 말 걸지는 마."

 

 태형의 벙 진 표정을 확인한 지민은 미련 없이 뒤돌아 연습실을 나갔다. 태형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번에는 형의 운동화를 신지 말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말을 걸지 말라고 하는 지민이 이상했다. 입술을 잘근잘근 뜯으면서 골똘히 생각해 봤지만 자신이 형과 똑같이 생겨서 거슬리는 것 말고는 마땅한 이유가 없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태형의 찡그린 표정이 어느 순간 풀렸다. 그러고 보니 형이 예전에 자신에게 소개시켜 주려 했던 사람이 있었다. 어딜가나 붙어 다녀서 회사에서도 그렇게 절친일 수가 없다고 소문이 났다고 자랑했었다. 가수 생활이 힘든데 가족들을 볼 수 없을 때면 항상 옆에서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었다. 결국에는 서로 시간이 안맞아 만날 수가 없었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 대충 감이 잡혔다. 태형은 확신에 찬 발걸음으로 매니저를 찾아 갔다.

 

"."

 

"?"

 

"지민이랑 저희 형 친했어요?"

 

"태혁이처럼 눈치가 빠르네."

 

"얼마나 친했어요?"

 

"항상 서로 챙겨주고 또 챙겨줬어. 아니다, 챙겨주는건 지민이가 더 많이 했지. 누가보면 사귀는 줄 알 정도였으니까."

 

 태형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매니저도 알고 있었다. 태형의 영입을 누구보다도 반대한 것도 지민이었고 태형과 같이 생활하면서 가장 불편해 한 사람도 지민이었다. 지민은 성격 상 매니저에게 본인의 심정을 털어 놓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매니저는 그저 그 둘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지민이가 차갑게 대하면 너도 먼저 다가가지 마."

 

"."

 

"적응되면 걔가 먼저 말 걸거야."

 

 알겠다고 대답한 후 태형은 차에 탔다. 예상하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듣고 나니 마음이 더 편해진 태형은 이어폰에서 나오는 노래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렸다. 일주일동안 숙소에서 지낸 결과 태형은 멤버들이 얼마나 재미있고 서로를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서먹한 관계지만 언젠가는 자신도 그들 사이에 섞일 수 있을거라고 조그만한 희망을 가지게 됐다.

 

 

 

*

 

 


"태형아."

 

"?"

 

"나와, 같이 피자 먹자."

 

 석진이 방 안에 있는 태형을 불렀다. 아침을 못 먹어 배가 고팠던 태형은 단숨에 거실로 나갔다.

 

"박지민이랑 전정국, 조금만 옆으로 터. 태형이 앉아야 된다."

 

 남준이 말하자 둘은 옆으로 엉덩이를 꿈틀거려 자리를 냈다. 자리라고 하기엔 비좁았지만 몸이 얇은 태형은 자리에 편안하게 앉을 수 있었다. 총 세 가지 종류의 피자를 살펴본 후 태형은 페페로니 피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짭조름한 페페로니와 고소한 치즈가 자신의 입에 들어올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침이 고였다.

 

","

 

 

 공교롭게도 지민의 선택과 겹쳤다. 태형이 피자의 옆 부분을 들어올리려 했을 때 지민은 크러스트 부분을 집었다. 태형은 당황스러워서 뜨거운 것이라도 만진 것처럼 후다닥 손을 뗐다. 지민은 손을 거두고 다른 피자를 들었다.

 

"너 먹어."

 

"...."

 

 태형은 먹으려고 했던 피자를 잡고 소심하게 대답했다. 지민이 힐끗 쳐다보자 태형은 작게 미소 지었다.

 

"고마워."

 

 지민은 작은 비눗방울이 터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웃는 모습마저 태혁과 같았다. 목소리도 같았고 가는 몸선도 같았다. 둘은 분위기에서 차이가 났는데, 태혁은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에 태형은 게구지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자신이 멍을 때리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지민은 넋을 놓고 태형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런 지민을 알아 챈 남준이 콜라를 가져와 달라고 부탁하기 전까지 말이다.

 피자를 다 헤치운 후에 멤버들은 각자 방으로 흩어졌다. 윤기와 같은 방을 쓰는 태형은 깨달은 것이 있다. 최대한 조용히 움직일 것, 윤기가 부탁하는 것은 다 들어줄 것, 거슬리게 굴지 말 것. 윤기는 그룹의 모든 곡의 작업에 참여하는만큼 숙소에 와서도 끊임없이 멜로디를 구상하고 가사를 적는 모습이었다.

 

"태형아. 일로 와봐."

 

 가만히 노트북을 바라보던 윤기가 태형을 불렀다. 가까이 다가서니 보이는 것은 작곡 프로그램의 화면이었다. 태형이 온 것을 확인한 윤기는 노트북 옆에 있는 종이를 가리키며 태형에게 말했다.

 

"비트 듣고 아무렇게나 노래해봐."

 

 황당한 부탁에 태형의 표정은 놀람 그 자체였다. 그런데 윤기의 진지할 때마다 꽉 다물게 되는 입술을 보니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태형은 비트를 열심히 들었다. 안정감 있게 느린 비트는 슬픈 감정에 어울릴 것같아서 태형은 약하게 낮은 음들을 흥얼거렸다. 어느 정도 음을 짠 태형은 윤기가 비트를 다시 한번 재생시켜주자 종이 위의 가사를 멜로디에 맞춰서 불렀다. 태형이 슬픈 가사에 어느새 몰입이 되서 눈을 감자 윤기는 조용히 녹음 버튼을 눌렀다.

 

"원래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

 

"그냥 즐겨 듣는 정도?"

 

"멜로디가 괜찮다. 곡 쓰는데 참고할게."

 

 뜻 밖의 칭찬에 태형의 얼굴에 천천히 웃음이 번졌다. 이어서 윤기는 이 부분은 네가 부르면 좋을 것 같고저 부분에서는 지민이 화음을 맞춰주면 어울릴 것 같다는 둥 곡을 자세하게 구성하기 시작했다. 태형은 작곡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옆에서 고개를 마구 끄덕여 줬다.

 

"노래하는 목소리가 태혁이보다 더 거치네."

 

"조금 더 부드럽게 부를까?"

 

"괜찮아, 티날 정도는 아니야."

 

 자신이 기계음으로 다듬어주면 될 거라고 생각한 윤기는 태형에게 가 보아도 좋다고 말했다. 태형이 화장실에 들어가자 윤기는 이어폰으로 태형의 노래를 다시 들어봤다. 그러다 문득 의문점이 생겼다. 태혁만큼 춤도 잘 추고 노래는 오히려 태혁보다 더 감각있게 부르는 태형의 실력은 일반인이었던 것치곤 너무 뛰어났다. 노래를 이렇게 깔끔하게 부르려면 레슨을 받아야 했을텐데. 가수 준비를 했었나? 음악을 좋아하거나 개인 사정이 있을거라고 대충 결론을 내린 윤기는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태형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거실의 벽에 붙어 있는 시계는 어느새 2시가 지났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자다가 목에 갈증이 나 일어난 태형은 최대한 발걸음 소리를 죽여서 부엌에 들어갔다. 정신 없게 쌓인 설거지 거리들과 완전히 닫히지 못한 쓰레기통의 뚜껑이 이 곳에는 남자들 밖에 살지 않는다고 티를 내는 것 같았다. 난방이 부엌까지는 들어오지는 않는지 마룻바닥에는 찬 기운이 서려 있었다.

 

"물컵, 물컵, 물컵... 어디 있더라?"

 

 불을 켤 생각도 하지 못한채 태형은 선반은 더듬으면서 물컵을 찾았다. 결국 시리얼 박스를 넘어뜨려서 더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방 안에서 누군가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방문이 열렸고 그 사람은 터벅터벅 걸어 나와서 부엌의 불을 켰다. 도둑질하다가 걸린 것처럼 태형의 몸은 굳었다.

 

"석진이 형."

 

"태형아 뭐해?"

 

", 저 물 마시고 싶어서 나왔어요."

 

 석진은 눈이 부신듯 눈을 미세하게 뜬 채로 태형에게 물컵을 찾아주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형의 잠을 깨운 것 같아서 태형은 얼른 물을 마신 뒤 방으로 들어 갔다.

 

"히익!"

 

 태형은 이불을 들춘 뒤 몸을 밀어 넣었는데 사람이 누워있었다. 굴러 떨어질 위치에 간당간당하게 몸을 걸친 태형은 옆에 누운 사람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윤기 형?"

 

"..."

 

 윤기는 잠에 취한 듯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려 누워서 태형의 몸에 팔과 다리를 둘렀다. 왜 자신의 침대로 옮겼는지 영문도 모른 채로 태형은 가만히 윤기의 품에 안겨 있었다. 윤기 형,윤기 형! 속삭이자 윤기는 잠 때문에 갈린 목소리로 자자고 태형을 달랬다. 본인과 체구가 비슷하지만 왠지 포근한 윤기의 품에 태형은 머리를 기대고 잠들었다.

 그날 밤 태형의 꿈에 두 명의 사람이 나왔다. 요즘 들어 자신의 꿈에 출연이 잦은 형은 익숙했지만 처음 등장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지민이었다. 태형의 꿈에서 지민과 태혁은별 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음악에 대한 얘기를 진지하게 하기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둘이 장난칠 때에 대게는 이런 식이었다. 태혁이 먼저 지민을 놀리거나 건드리면 지민은 발끈한 척을 했는데 지민을 잘 모르는 태형의 눈에도 그건 발끈한게 아니었다. 어린 딸을 놀아주는 아버지의 눈처럼 다정했다. 태혁은 더 까불었고 지민은 웃으면서 때리는 시늉을 했다. 이런 식으로 의미 없는 장난을 치면서 둘은 시간을 보냈는데 정말 행복해 보였다. 자신의 일도 아닌데 괜히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잠이든 태형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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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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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오오!!안냐세여!!!!독방에서 놀러왔습니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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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 ㅠㅠㅠㅠㅠㅠ 맴찢이여요.. 짐니도 어서 마음을 열었으면 하는데 사람 마음이란게 쉽지가 않으니까요 ㅠㅠㅠㅠㅠㅠ 처음에 독방에서보고 글잡 오셨다길래 바로와서 신알신했는데 진짜 잘한것같아요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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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흐어ㅠㅠㅜㅜㅜㅠㅠㅠㅠ지민이가 빨리 태형이랑 친해졌으면 좋겠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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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태형이맴찢ㅠㅠㅠㅠㅠ언넝지민이랑친해져라ㅠㅠㅠㅠㅠㅠ오늘도잘보고가여!!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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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이거 완전 내취향인데ㅠㅠ 더 써주세요ㅠㅠㅠㅠ엉엉ㅇ 다음화...!다음화가 시급합니다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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