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신발 앞코만 툭툭 하고 바닥에 내리 찧었다.
"괜히 후드집업만 입었나. 아으.추워.."
저도 모르게 한숨이 푹 하고 나왔다. 면접에 떨어진 것도 아니고 누가 죽은 것도 아닌데 사춘기가 또 한번 세훈에게 찾아온건지 우울하고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오후 5시, 학생들은 하교를 하고 사람들은 다들 안식처를 찾아 바삐 움직였다. 얼굴에는 피곤함과 지침이 가득했지만 세훈에 눈에는 미소도 보였다.
가끔 이렇게 나와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네 라고 생각했다. 세훈은 후드 집업의 소매를 주욱 내려 손을 덮었다.
눈을 이렇게 저렇게 굴리며 지나가는 사람을 보는 도중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는지 세훈은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머지않아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아 헤어졌지. 그랬지. 그래서 그런거 였나. 세훈의 머리속에는 온갖 생각이 스쳐지나고 지우고 다시 스쳐지났다.
준면이 형. 그 형은 참 따뜻했다. 마음도, 몸도, 모든게. 모든게 따뜻했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추운 겨울 목도리가 있으면 자신보다 나에게 먼저 건내주기 바빴던, 같이 우동을 잘 못먹어서 배탈이 났던 그 때 마저 나를 먼저 생각해 주던. 그런 사소한 것 마저 김준면 자신보다 나를 먼저 생각해주는 다신 찾을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는 금지된 사랑에 사춘기 시절 고 1에 남자에게 빠져버렸다.
처음엔 인정 할 수 없었다. 난 여느 남고생같이 소녀시대도 좋아하고 여자만 보면 좋아서 미치고 친구들과 같이 모여서 야한 영화도 보는 그런 평범한 남학생이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찾아온 그 감정은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난 그저 그 친절함이 좋았던 거야. 그런 형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아. 그래 그런거야. 수백번 잠들기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난 그럴수록 더 보고싶고 안아보고싶고. 사랑과 비슷한 감정들이 그 사람을 보면 나왔다. 내가 더 챙겨주고싶고 그 사람을 항상 걱정해주고싶고.
내가 19살이 되던 날 준면이 형은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 갔다. 그 2년 동안 난 잊었다. 준면이 형을 잊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바삐 살아오는 도중 벌써 2년이란 시간이 끝나고 형은 제대를 했다.
"세훈아!"
"형?"
"많이 컸다? 2년 동안 키 좀 컸나보네?"
다시 눈을 마주하는 순간 2년동안 죽여왔던 감정이 다시 싹텄다.
홧김에 뱉어버린 내 고백은 준면이형에게 큰 충격이였나보다. 준면이 형은 그렇게 3달 반 동안 연락이 없었다.
4달 째 되던 날 준면이 형은 그 감정을 받아드리고 우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내치고 확인하고 또 내치고, 언젠가 부턴 당연하듯 우리 둘은 같이 있고 그 감정은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졌다.
다들 말하는 권태기라는게 우리에게 찾아오고 타이밍이 무섭게 나에게는 영장이 날라왔다.
우린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별을 하고 다시는 연락하지도 만나지도 같이 이야기를 나누지도 안부의 문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마주친적은 꽤나 많았다. 우리의 집은 가까웠다.
하지만 헤어지자고 말한 것도 아닌데 얼굴을 마주하기 불편하고 힘들었다.
그래서 항상 외면했다. 언제 한번은 둘이 눈이 마주쳤을 때 준면이형이 나에게 말을 걸으려는 것 같이 입을 오물거리면서 말을 꺼내려던 찰나에 난 그 자리를 떴다.
그 후는 정말 한번도 마주한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눈 앞에 지나간다. 목구멍 까지는 김준면 이라는 이름이 차올랐지만 차마 뱉을 용기가 없었다. 심장이 요동쳤다.
난 그냥 집으로 달려갔다. 뛰었다. 심장박동수가 빨라졌다. 더 빨리 뛰니 숨이 더 가빠오고 심장은 더 빨리 뛰었다.
그래, 뛰어서 그런거야. 단지 뛰어서 그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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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똥망이니 구독료는음슴......................아련한거보고싶었는데......이게ㅇㅁ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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