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백설공주 ; Snow White in Wonderland
Prologue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어떤 것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고 간과하는 때가 있다. 사회에 만연한 상식이자 이야기이니 그것의 단편만을 보고 편협한 생각을 갖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 평화로운 겉면 속에 어떤 무시무시한 것이 잠복하고 있을 지는 생각조차 하려 들지 않는다. 그들의 상상 속 세계에는 오로지 푸른 구름들과 들판에서 뛰노는 사슴들 뿐이니까. 굳이 그런 평온한 세상을 깨부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과연 어떤 것이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상투적인 의견들에 응하며 그저 그런 사람들의 그저 그런 생각과 동조하며 살아가는 것? 아니. 그 반대이다.
“백설공주가 왜 죽었다고 생각해?”
“마녀가 준 독이 든 사과를 먹었으니까?”
“그럼 그 사과는 무슨 색이었을까?”
“빨간색이었겠지, 뭐.”
그건 너무 뻔하고 지루해. 따분하기 그지없고. 씁쓸한 시트러스 향을 내뿜으며 담배를 피우던 종인이 경수의 말에 입꼬리를 올렸다. 병이 또 도졌군. 이상한 그림들이 잔뜩 그려진 유아용 동화책을 보고 있던 경수가 입에 물고 있던 검은 펜으로 공책에 무언가를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
“and the violent shaking shook the piece of poisonous apple….”
“또 뭔데 그래?”
“잠깐만.”
하더니 공책을 홱 집어 던져놓곤 눈을 감는 경수다. 너 이럴 때마다 무서워, 알아? 종인의 말은 들은 채도 안 하고 계속해서 중얼중얼…. 하루에 커피 다섯 잔은 족히 먹어야 편하게 잠을 잔다는 카페인 중독자인 도경수가 오늘은 저 괴기스러운 책을 하루종일 붙들고 있는 덕에 오후 6시까지 커피를 단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라는 건 조금 심상치 않은 일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에 덩달아 진지해진 종인이 경수가 눈을 감고 있는 사이 슬그머니 무릎에 있는 책을 가져다가 펼쳤다. ‘Snow White.’ 하루 종일 심오하게 들여다 보던 책이 겨우 백설 공주. 참 알 수 없는 성격이야. 잔뜩 닳아서 먼지 끼인 페이지들을 생각 없이 넘기던 종인이 조금씩 표정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이건 유아용이 아닌데? 그저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인 줄 알았건만 누군가가 급하게 휘갈긴 듯한 영어 필기체에, 매 장 마다 오른쪽 면에는 다소 흉물스러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동화책이라고 하기에는 여간 잔인한 그림들이 아닐 수 없었다. 검붉은 잉크들로 그려진 그림들 속의 눈이 마치 저를 꿰뚫고 있는 듯한 소름 끼치는 기분에 종인은 바로 책을 덮었다.
“이거 뭐야?”
“뭐긴, 백설공주지.”
“근데 좀, 이상한데.”
“니가 봐도 그래?”
번쩍 눈을 뜬 경수가 날카로운 눈매로 종인을 쏘아 보았다. 아니, 그냥, 그림이 이상하다고. 라는 말을 내뱉자 바로 김 빠진 한숨을 내뱉었지만.
“그림만 이상한 게 아냐.”
“근데 경수야, 나 배고픈데 우리 밥….”
“사과에는 몇 개의 색깔들이 있을까.”
뭘 기대했던 것인가. 냉철한 철학자가 된 도경수에게는 커피도, 물도, 밥도, 그리고 김종인도. 모두 무용지물인 것을. 아니지, 그 전에 나는 그의 범주 안에 들어있기는 한 걸까. 일말의 씁쓸한 표정을 짓던 종인이 조심스레 경수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음. 내가 아는 건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그래. 그리고 백설공주는 빨간색 사과를 먹고 죽었지.”
“그래서, 뭐가 문젠데?”
“이 책은 17세기 초반에 쓰여졌어. 누가 썼는지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이게 지금 백설공주 최초의 원문이야.”
경수의 말에 종인이 휘둥그레했다. 그거 좀 어마어마한 거 아냐? 그걸 니가 왜 가지고 있는데? 설마 또 훔쳤어? 따발따발 말을 뱉어내는 종인의 입에 경수가 테이블에 놓여져 있던 크래커를 물렸다. 좀 닥쳐봐.
“그러니까.”
이 책을 바탕으로 해서 지금 사람들이 흔히 알고있는 ‘백설공주’ 라는 동화가 각색되었어. 그리고 사람들은 백설공주의 죽음의 원인이 마녀가 준 빨간 독사과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일종의 고정관념처럼 그들의 머리에 박혀있어. 자, 봐봐. 이 책은 북유럽에서 쓰여졌어. 그리고 빨간 사과는 맨 처음에 일본에서 재배되기 시작했지. 그리고 그게 북유럽으로 건너간 건 1900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때 유럽의 사람들은 사과가 실제로 존재하는 과일인 줄도 몰랐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황금 사과처럼 신들의 음식인 줄만 알았지.
“어때, 이상하지 않아?”
“그러니까, 이 작가가 글을 쓸 당시에 유럽에는 사과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래.”
“신화에는 나왔었다며. 그러니까 빨간색 사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쓴 걸 수도 있지.”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까.”
경수가 내민 책의 페이지에는 채색된 빨간 사과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도통 알아볼 수 없는 수식들과 사과의 내부로 추정되는 것이 그려져 있었다. 열매의 가운데에 있는 씨방과 그 주변에 흐릿하게 그려진 특유의 무늬까지. 확실히, 상상으로만 그 내부를 그려냈다고 하기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다.
“이때 당시 유럽의 사람들은 사과라는 과일이 존재한다는 것만 알았어. 그 어디에도 사진이나 그림같은 건 없었지.”
“그럼 이 사람은 어떻게…?”
“종인아.”
경수가 몸을 돌려 종인의 양손을 꼭 붙잡았다. 그리곤 달싹이는 붉은 입술을 보면 이따금 진지한 상황에서도 입을 맞추고 싶어진다.
“이건 동화가 아니야.”
내가 지금 너한테 입을 맞추면 너는 무슨 반응을 보일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따분한 말들을 내뱉을까? 아니면 동그랗게 뜬 눈을 하고선 볼을 붉힐까.
“이건 실화야, 종인아.”
네가 만든 허구와 망상 가득한 동화책 속에 평생을 갇혀 사는 것만 같았다. 물론 그렇고 그런 해피엔딩의 아름다운 동화가 아니라 잃어버린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끝나버리는, 끝끝내 자신의 다리와 목소리를 맞바꿔줄 사람을 찾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되어 수면 아래로 잠식해버리는 그런 잔혹 동화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지만 말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지금 니가 이 상황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지만.”
내 부족한 이해 능력으로는 한참이나 더 설명이 필요한 이 복잡하고 지랄 맞은 상황에서도.
“니가 필요해.”
니가 날 원한다면, 난 널 위해서 기꺼이 두 눈 감고 독이 든 사과를 통째로 베어 물 수도 있다는 것만 알아주길.
이게 당최 무슨 내용이냐고 물으신다면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 교수님께서 백설 공주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듣자 마자 이상한 영감들이 떠올라서 못 참고 결국 이런 망측스러운 글을 써버렸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 다들 아시겠죠? 이건 백설 공주, 정확히 말하면 책으로 엮어지기 전에 북유럽에서 구전되오던 백설 공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내용을 접목시킬 예정입니다. 제목처럼요. 그냥 쉽게 말해서 말도 안 되는 내용이죠 뭐... 그나저나 누가 지었는지 제목이 참...^^ 판타지라고 장르를 명명하기에는 스케일이 그닥 크지도 않고, 그렇다고 현실적인 내용은 절대 아니고. 그냥 해괴스러운 글이겠거니, 하고 넘어가주세요ㅎㅅㅎ 연재를 하겠다고 프롤로그라고 써놓긴 했지만, 저는 그냥 제가 내킬 때 글을 쓰는 편이라서 연재텀이 하루가 될지 한 달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최선을 다해서 써보겠다고 밖에는 말씀 못 드리겠네요.. 커플링을 뭘로 정할까 한참이나 고민했습니다. 카디와 세준 중에서 극심한 번뇌를 겪었지만 카디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하지만 세준에 대한 애정도 놓을 수 없어 후에 세준도 서브로 넣을 예정입니다. 제 필력이 두 커플을 감당해낼 수는 당연히 없지만 그래도 초보 글쟁이의 패기로 한 번...! 그리고 배경이 어둡고 브금이 이렇게 음침하다고 해서 결코 막 무거운 내용은 아니라는 점 알아주시길. 가끔 저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개드립이 난무할 수도 있어요. 혹시나 내용이던, 둘의 관계성이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물어봐주세요! 그럼 다음 편에서 또 봐요 :->읽으셔도, 안 읽으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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