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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비 전체글ll조회 1082

 

 

 

 

 

 

 

 


"정말, 꼭 그래야만겠어? "

 조용히 단도를 챙겨드는 경수 곁에 다가선 종대가 걱정스레 물었다. 경수가 부산스레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종대를 바라보았지만, 그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제 팔을 붙들고 저를 만류하는 종대의 손을 가만히 잡아 뗀 경수가 작게 웃어보였다. 마치 괜찮아, 그리 말하는 듯.
 
"경수야. "

 다시 한 번 저를 만류하려 드는 종대를 바라보는 경수의 표정이 서글펐다. 이미.. 늦었어. 궁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그 때 말렸어야 했어.
자책하듯 내뱉는 경수의 말에 종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안타까운 듯 입만 벙긋이는 종대에게 다시 한 번 작게 웃어보인 경수가 몸을 돌렸다.
걱정하지마. 갔다올게. 속삭이듯 인사를 내뱉은 경수가 곧,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왜 그랬어? "

 나지막히 내뱉어진 종대의 물음에 범이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한 참 경수가 사라진 자리만을 바라보던 종대가 뒤로 돌았다. 범을 마주한 종대의 눈에
물기가 서렸다. 여직 저희를 도와오던 경수가 발을 빼기에는 이미 늦은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잡았어야 했다. 막았어야 했어.
종대의 한탄 어린 목소리가 밤을 울린다. 왜 경수여야 했어…왜… 울음과 함께 되풀이되는 물음이 어둠을 적셨다.

 

 

 

 

"경수야! "

 막 정박한 배에서 내려 짐을 옮기던 경수의 귀에 낮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민석아! 반가운 목소리에 짐을 잠시 바닥에 놓은 경수가 달려와 안기는 민석을 마주안았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경수를 꼭 껴안은 민석이 곧 품에서 떨어져 저도 돕겠다며 짐을 들어올린다.

"다음 출항은 언제야? 닷새는 머물러 있을거지? "

 신이 난 민석이 경수를 앞서가며 묻는다. 그 말에 가만히 미소를 지은 경수가 나, 이제 바다 안나가. 하고 말했다. 응? 경수의 말에 당황을 감추지 못한 민석이
고개를 돌려 경수를 바라본다. 왜? 혹시나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을까, 민석의 물음이 조심스러웠다.

"그냥. "

 무슨 일있거나,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 걱정을 지우지 못한 민석의 말에 경수가 말없이 웃으며 고개만 두어번 끄덕인다. 그런 경수를 가만히 바라보던 민석의 얼굴에
그제야 웃음이 피었다. 잘됐다! 그리 외친 민석이 다시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니가 우리집 살면 되겠다! "
"집은 구하면 돼. 괜히 불편하게 무얼 그래. "

 고개를 젓는 경수에 민석이 아!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말하지 않았구나, 나 궁에 들어가. 들뜬 민석의 목소리에 경수의 발걸음이 자리에 멈춰섰다. 어디에 들어갔다고..?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 경수에도 불구하고 민석은 알아채지 못한 듯 고조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궁!! 어렸을 적에 내가 궁에 들어가겠다고 했던 거, 기억나? 나 이번에 궁에 들어가게 되었어! "
"무얼로? "

 인상을 찌푸리며 묻는 경수의 말에 민석이 당황한 듯 입이 굳었다. 응, 그냥… 얼버무리며 눈을 피하는 민석을 보는 경수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김민석. 나봐.
낮게 제 이름을 읖조리는 경수의 말에도 차마 경수를 마주하지 못한 민석이 슬며시 고개를 숙인다.

"설마.. 아니지? "

 따라 몸을 숙이며 제게 눈을 맞춰오는 경수의 채근에도 민석은 대답이 없었다. 그것 말고도 궁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많잖아! 너, 여태 그리 되고 싶어 궁에 들어가겠다 한거야?
경수의 언성이 높아지고 다시 한 번 윽박지르려는 찰나, 민석이 고개를 든다.

"내가!! 무엇때문에 들어가려 했는지. 너도 모르는 거 아니었잖아. "

 올곧게 저를 바라보는 민석에 경수의 눈앞이 아찔했다. 그래, 모르지 않았지만. 하지만, 정말 이런 식으로까지 네가…. 경수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
조그맣게 내뱉어진 뜻모를 사과에 경수가 조용히 눈을 감는다.

"......궁에 들어가면 아주 못나오는거지? "
"일단은 나도, 후궁이니까. "

 경수의 목소리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언제 들어가는데? 그리 물으며 경수가 멈추었던 발걸음을 뗐다. 잠시 경수의 등을 바라보고 서있던 민석이 그 뒤를 따르며 닷새 뒤. 하고 답했다.
그래서 그리 물은게구나. 무얼? 닷새는 머물러 있을거지? 라고 물었잖아. 내가 언제 그리 바보같이 말했어!! 짖궂은 경수의 모사에 민석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런 민석을 보며 소리내 웃은 경수가 웃음을 멈추었다.

 

 ..민석아, 너는 그게 좋으니? 응, 나는 좋아. ....그래, 그러면 되었어.

 

 

 


그 날의 너와 내가 추억 속에 번진다.
아련히 번지는 웃음 속에 너를 보냈던 것은 네가 내게 미안해 하지 아니했으면 하였으니까.. 나는, 그렇게 너를 보냈어, 민석아.

 

 

 

 

 

 

 

 

 

 암흑 속에서 잠시 회상에 잠겼던 경수의 눈에 촛점이 돌아왔다. 이제 이 문을 열면. 문 앞에 선 경수가 단도를 굳게 고쳐쥐었다.

'우리는 축시가 되면 움직이기로 했어. 그 전에 니가, 움직여야만 해. 시간은 축시 전까지, 그 전까지 니가 일을 마쳐야만 해. '

 믿을 사람이 너밖에 없어. 그리 말하는 범의 목소리에 미안함이 묻어나왔다. 내가 아니면… 제 앞에 굳건히 자리한 문을 바라본 경수의 눈에 살풋 살기가 어렸다.
민석이 저를 미워해도… 어쩔 수 없겠지. 씁쓸한 미소를 감춘 경수가 저를 다잡았다.  나지막히 한숨을 쉰 뒤 문을 연 경수가 제 눈 앞의 인영에 시선을 고정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경수의 발걸음에 소리가 없다. 자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꼿꼿히 세운 허리가 그의 마지막을 부정하는 듯 미동조차 없었다.
마지막까지 저는 고귀한 세자전하라, 이건가. 경수의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저멀리 희미하게 반란의 시작됐음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다.

"..악의는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우매함만 탓하며 가십시오. "

 조용한 방 안에 경수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퍼졌다. 단도를 치켜든 경수가 내리치려던 찰나였다. 인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경수와 눈을 마주했다. 경수의 눈동자가 크게 일렁였다.

"...민석아. "

 깜깜한 암흑 속에 고개조차 숙여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도포를 입고 꼿꼿히 앉은 그림자에 당연히 세자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저와 눈을 마주하고 있는 이는, 분명 민석이었다.

"...니가, 왜… "

 떨리는 목소리를 여직히 드러낸 경수가 민석에게서 한 발짝 물러섰다.

"오랜.. 만이야. 경수야. "

  나직히 내뱉어진 목소리는 저가 여지껏 그리워하던 민석이 맞았다. 어떻게… 차마 말을 잇지못하는 경수에 민석이 희미하게나마 보이던 미소를 슬프게 굳혔다.
얼마 전에 집으로, 아이 하나를 보냈었어.

"네게 답신이 오질 않아서, 혹시 내 서신을 받지 못한건가. 아니면 무슨 일이라도 생긴걸까, 걱정이 되서… 근데 그 아이가... 네가, "
".. 어떻게 알았느냐를 물은 것이 아니야. 왜 니가, 어떻게. 여기 있느냐, 그리 물었어. "

 내가, 저하께 말씀드렸어. 민석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경수야. 나 이 나라에 관심없어. 네가 반란을 일으킨다 하면 차라리 너 죽지나 않게 성공이나 했으면, 다치지나 말았으면... 그리 생각했으면 하였지…. 근데 너 알잖아. 내가 왜 궁에 이렇게까지 들어오려했는지. "

 저하를 살리고 싶었어. 단호히 내뱉는 민석의 말에 서글프던 경수의 눈이 일순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럼 같이 가버리지 여긴 왜 남았어. "

 원망하듯 묻는 경수의 목소리에 민석이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가 가버리면. 너는 어떡해. 나중에, 네 얼굴을 어찌 봐. 민석의 말에 경수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너를... 어찌해야할까 민석아. 너를 어찌해야… 한참을 정적 속에 말이 없던 경수가 입을 열었다.

"나는 이곳에 오면서 사람을 너댓명도 넘게 죽였어. 그런 내가, 너를 살려두면, 어찌되는지 알아? "

너 또한 반역자가 되는거야. 경수가 눈을 떠 가만히 민석의 눈을 응시했다. 알고 있어. 그리 말하는 듯 민석의 눈에는 동요가 없었다. 경수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반역자가 되어도 상관 없어? "

 경수의 말에 민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민석이 고개를 숙였다. 반역자가 된다는 것은 제가 그토록 바라보던 제 님을 등진다는 것. 예상치 못한 것도 아니었건만.
민석은 경수의 물음에 섣불리 답할 수가 없었다. 말없이 고개를 숙인 민석을 바라보는 경수의 얼굴에 자조적인 미소가 띄었다. 눈을 지긋이 감은 경수가 제 손의 단도를 세게 쥐었다.
눈을 뜨고 여전히 미동없는 민석을 한 번, 제 단도를 한 번 번갈아 본 경수가 발걸음을 옮겨 민석에게 다가갔다.

"민석아, 날 죽여. "

 무릎을 굽혀 민석과 눈을 마주한 경수가 민석의 손에 단도를 쥐어주며 말했다. 무슨… 민석의 눈에 당황이 서렸다.

"네가 죽던지, 내가 죽던지. 둘 중 하나야. 네가 반역자가 되지 않으려면, 반역자인 내게 네가 죽던가, 반역자인 나를 네가 죽이던가. 그것 뿐이야. .....나는 너를 죽일 수 없으니
니가 나를 죽여. "
"...못 해. 너도 하지 못하는 일을 어찌 내게 하라 해 경수야… "

 경수의 말에 다급히 고개를 젓는 민석의 눈이 크게 일렁였다. 나는 못 해. 나는 못 해. 그 말을 반복하며 기어코 눈물을 쏟아내는 민석을 가만히 지켜보던 경수가 고개를 저어보였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민석아. 어렵지 않아. 그리 말하며 단도를 쥔 민석의 손을 감싸쥔 경수가 제 목을 향해 단도를 겨누었다. 그런 경수의 행동에 기겁을 한 민석이 재차 못한다 말하며
단도를 제 품으로 끌어안았다.

"차라리 나를 죽여 경수야. 내가 죽을게. 제발 이러지 말아… "

 어린아이처럼 엉엉 우는 민석을 바라보는 경수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그저 담담히 민석의 손을 잡으며 한숨을 내쉰 경수가 다시 한 번 제 목으로 단도를 끌어왔다.

"왜 이리 바보같이 굴어! 반란은 실패야. 어짜피 난 죽어! "
"아니야, 아니야 경수야. 내가 잘못했어. 그러지마 제발.. 너 살 수 있어, 내가, 내가 죽을게. 내가 죽으면..! "

 다급히 외치며 단도 쥔 제 손에 힘을 주어 빼내려 애쓰는 민석의 손을 단단히 붙든 경수의 눈에 눈물이 그렁했다. 멀리서 발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없어.
경수가 제 손에 좀 더 힘을 가했다.

"석아. 미안해. "

 그 말을 끝으로 경수가 미소를 지은 채 눈을 감는다. 경수의 눈에 맺힌 눈물이 볼을 타고 내리는 동시에, 제 목의 단도를 내리 그은 경수가 그제야 손에 힘을 풀고 민석에게서 떨어졌다.
문이 열리고 병사가 들어섰다.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경수가 곧 바닥으로 쓰러진다. 그런 경수를 바라보는 민석의 눈에 촛점이 없다. 피가 범벅된 제 손을 한 번, 바닥에 떨어진 단도를 한번,
그리고 다시 쓰러진 경수를 한 번. 바라본 민석이 억눌린 신음을 내뱉었다.


 병사들이 달려와 민석을 감쌌다. 괜찮으십니까? 민석은 제게 묻는 말이 들리지 않는 듯 경수에게서 고정된 시선을 떨어뜨리지 못했다. 석아. 미안해. 제 귀를 맴도는 듯한 경수의 한 마디에
민석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언젠가 너와 들렀던 책방에서, 그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서양에 전해내려 오는, 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인어가 결국,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는 슬픈 동화이야기.

그 언젠가. 꼭 나와 같다 생각했던 그 이야기는. 어쩌면... 아니 실은 너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물거품이 되는 것은 네가 아니야. 끝내 몰라야했던… So Baby don't cry cry 내 사랑이 널 지킬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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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부끄러움은 여러분의 몫입니다(하트)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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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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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흐흗........ 슈밍도 경수도ㅠㅠㅠㅠ
왕이누군지 궁금하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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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비
세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백현이예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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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쉽네요 ㅜㅜ 재밌는데 단편이라니.. 다른작품도기대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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