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보여줄게 집착이 어떤 건지
(순영시점)
'멈춰... 제발...가지마!!!'
서류를 보다 깜박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잡아보려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겨우 그 악몽에서 깨어나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악몽이 계속될수록 그녀가 꿈처럼 곧 사라질 것만 같아서 늘 불안했다. 당장 그녀가 잘 있는지 확인해야 진정이 될 것 같았다.
곤히 잠들어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또 울다 잠들었는지 그녀의 얼굴이 젖어 있었다.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그녀의 모습에 잘해줘야겠다 싶으면서도 그녀가 나를 거부할 때마다 화가 났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가지고 싶은 내 욕심이 점점 그녀를 죽이고 있는 게 아닐까... 후회하면서도 난 또다시 독한 말로 그녀의 숨통을 조르고 있었다.
"이런 내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다들 욕해도 너만은 나를 이해해주길 바랐어..."
"............."
"숨이 막혀 네가 내 곁에 없단 상상만 해도 죽을 것 같아... 제발 내 곁에만 있어... 도망 치려하지 마..."
"............"
"사랑해...여주야..."
***
"저 아저씨들이랑 먼저 가 있으면 엄마가 금방 따라갈게"
"엄마... 싫어 나 엄마랑 같이 갈래 "
"우리 순영이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잖아 응? 뚝 그치고 자 약속 엄마가 꼭 금방 따라갈게 알았지?"
"싫어!! 거짓말!! 나 안 갈 거야!! 엄마랑 있을래 엄마!! 엄마!!"
목청껏 소리치고 울부짖어도 엄마는 나를 낯선 남자들에게 떠밀었다. 제발 가지 말라고 나 혼자 가기 싫다고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끝내 뒤 한번 돌아보지 않는 엄마의 모습이 시야에서 점점 사라졌다. 지쳐서 잠이 들었고 깨어났을 땐 한국이 아닌 홍콩이었다. 그리고 내 앞에 갑작스럽게 아버지란 사람이 나타났고 나를 호시라고 불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보다 죽이는 방법을 먼저 배웠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혹독한 후계자 수업을 통해 나는 호시로 다시 태어났다. 아무도 나를 무시하지 못 하게 나보다 더 강한 상대일수록 더 혹독하고 잔인하게 찍어 눌렸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어느새 나는 먹이사슬의 제일 꼭대기에 올라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그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이 버린 아들이 이렇게 최고가 되었다고
"아이고~ 총각 또 왔나?"
"떡볶이 주세요"
"여기 쪼매 앉아있어~ 맛나게 만들어서 금방 가져올게~"
엄마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방의 한 작은 도시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엄마는 많이 야위고 많이 늙어있었다. 그 긴 세월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그때 왜 나를 버렸냐고 지키지도 않을 약속은 왜 했으며 나를 왜 그 지옥 속으로 밀어 넣었냐고 한순간도 행복한 적 없었다고... 그리고 많이 보고 싶었다고... 하지만 막상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날 알아보지 못하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야 이년아!! 돈 가져와!!"
"악!! 여보 제발! 내가 잘못했어요 이러지 마요 여보!!"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멀찍이서 보고 미련없이 한국을 떠나려 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남자에게 발길질당하고 있는 엄마를 보았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그렇게 날 버리고 갔으면 보란 듯이 잘 살았어야지...
"그만해-"
"뭐야 이 자식은!! 내가 내 마누라 때리겠다는데!! 안 꺼져!!"
"이 개자식!!"
눈에 뵈는 게 없었다. 그냥 미친 듯이 그 남자를 짓밟았다.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 차 내 밑에서 잘못했다고 살려만 달라고 벌벌 기는 거 모습이 우스웠다. 그리고 그 남자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고 방아쇠를 당기려던 순간
"안된다!! 순영아!! 안돼!!"
엄마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조차도 잊고 살았던 순영이란 이름을 내가 순영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모른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한 것이었다. 남자에게 맞아서 입술은 터지고 눈가와 뺨이 온통 멍으로 뒤덮인 엄마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며 애원했다. 제발 죽이지 말라고 그 남자를 감싸고 있었다.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꼈다. 또 다시 버림받은 기분이었다. 애원하는 엄마 앞에서 보란 듯이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엄마는 남자의 시신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그러길래 나를 왜 이렇게 만들었어 왜!!!"
"흐윽.. 흑 흡.... 여... 여보.. 흐윽..."
"금방 따라온다고 약속했잖아... 왜 그랬어... 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왜 했어 왜!!!"
"흐윽.. 흑 흡.."
"제발... 나 좀 봐 엄마... 나야 순영이 엄마 아들 순영이라고!!"
"흐윽.. 흡.... 흐윽... 수.. 순영.. 흐윽... 허억.. 허억!"
"엄마!!"
총기 소지가 불법인 국가에서 우발적으로 총기를 사용해 사람을 죽였다. 뒷 수습을 하느라 좀 애를 먹었지만 다행히 조용히 정리가 되었다. 시신은 흔적을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해 분쇄해서 물고기 밥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다시 엄마를 찾았을 땐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내 아들 순영아... 이런 엄마 모습 많이 실망했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끝까지 너에게 상처만 주고 떠나서 미안해 그래도 많이 보고 싶었어 너 그렇게 보내고 후회도 많이 했어... 내 배 아파서 낳아 가지고 7년을 품에서 키웠는데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 어리석은 내 선택이 착한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들어 버렸구나... 미안하다 하지만 네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에도 또 이렇게 어리석은 선택만 하는구나... 아들아 부디 이런 못난 엄마는 잊어버리렴...]
엄마는 기다려도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영영 떠나가 버렸다. 그렇게 난 또다시 버림받고 혼자가 되었다.
봐주세용~ |
이번편은 순영이 시점으로 써 봤습니다. 여주가 알지 못하는 순영이의 과거 이야기죠 어찌 보면 순영이의 집착은 애정결핍에서 비롯된 것인데... 어릴적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게 순영이에게는 큰 트라우마였죠 그리고 그런 엄마를 자살로 몰고 간것도...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로 인해 순영이가 병적으로 집착하게 되고 여주로 인해 그것이 각성된 것입니다. 내용이 참 복잡하죠... 저도 쓰면서 이걸 어떻게 독자 여러분께 이해 시켜 드러야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마 다음편도 순영이의 시점일 것 같아요. 다음편 까지 보아야 순영이의 집착이 좀 더 이해가실 겁니다 한편에 다 담으려고 했는데 뭔가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도 안나고 얼른 오고싶은 욕심에 그만ㅎㅎ 다음편도 조금 더 다듬어서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아 그리고 계속 암호닉 신청 받고있으니 망설이지 마시구 적극적으로 들이대주세요ㅎㅎㅎ 그런거 매우 좋아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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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