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부부 (부제:행복의 증거)
((글 따뜻한 은하수))
"어… 눈 오네."
12월의 중순을 달리고 있는 지금, 모든 회사가 연말정산으로 분주해지며 야근이 잦아졌어. 늦은 밤 부장의 눈치를 보다 사무실에서 기지개를 한번 거하게 편 후 손을 문지르며 추운 밖으로 나왔어. 연말이라 그런지 길바닥에서 술쳐먹고 누워있는 아가씨들 아저씨들이 오늘따라 많아 보이는건 기분탓? 생각보다 더 추운 밤공기에 후드를 뒤집어 쓴 후 차가워진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지하철 역으로 향했어.
"아, 깜짝이야… 여보세요?"
"자기야!!! 어디야? 왜 안와? 많이 늦어? 오늘 안 늦는다며… 근데 왜 늦어? 지금 나랑 장난해? 야, 너 지금 내 말 듣기는 해?"
오늘도 어김없이 오는 인간알람전화, 스크린에 터치를 하자마자 쏟아지는 잔소리에 휴대폰을 귀에서 뗀 뒤 표정을 찡그렸어.
"그래서 지금은 어디야?"
"지금은- 집 거의 다 온것 같은데?"
"거짓말! 너 맨날 거짓말할때마다 티 다 나거든"
응 맞아 거짓말이야 사실 회사에서 나온지 얼마 안됬다. 요즘 맨날 늦게 온다고 김민규 시어머니처럼 잔소리하는데 듣기 싫어서 거짓말 좀 했다.
"오늘 인턴이 실수해서 부장 눈치보느라… 부장이 지금 퇴근해서 나도 지금 가는거야."
"아 뭐야 진작에 말을 하던가"
"그런데 권이름 밖에 눈오는거 알아? 우산 챙겼어? 장갑은? 회사에 또 놓고 온 건 없는지 확인 다하고 나오는거야?"
다 챙겼나, 중얼중얼 휴대폰을 고쳐들고 습관처럼 김민규가 작년 결혼기념일 선물로 준 장갑을 가방에서 꺼내들었어. 처음엔 선물이니까 고맙다고 하고 받기는 했는데 내 취향이 아니라서 과연 내가 끼고 다닐까 걱정했는데 예상외로 너무 따듯하고 안들고 갈때마다 김민규가 엄청 삐져서 요즘 애용하고있어.
"근데 그거 알아?"
"뭐가?"
"내가 오늘 집 청소도 다하고 우주 밥도 다먹이고 응, 또…"
갸우뚱거리며 한참을 길거리에 서서 생각해보니 요즘 내가 계속 폐인처럼 아침에는 일찍 나가고 밤에는 늦게 들어와. 안그래도 우주가 요즘 무럭무럭 자라서 유치원도 데려다 줘야되고 밥도 먹어야 하고 김민규가 집안일 도맡고 있다고 맨날 나만 보면 찡찡찡찡대는데 전화까지 해서 자기가 오늘 한일 생각하면서 말했을 김민규를 생각하니까 너무 귀여운거야ㅋㅋㅋㅋㅋ 그래서 평소에는 힘들다고 전화통화도 먼저 끊고 그러는데 오늘은 애가 너무 귀여워서 그냥 고개 끄덕끄덕거리면서 계속 들어줬다? 막 칭찬도 해주면서? 그런데 이새끼가 하는 말이…
"그러니까 올 때 메로나"
여튼
……빡치지만 이 시간을 빌려 우리 가족 소개를 할게^^
우리집 병풍 가장 김민규(22세), 집에서는 완전 빙구임 빙구. 내가보기에 정신연령은 우리 딸 김우주(4살)이랑 똑같다고 느껴ㅋㅋ철없고 찡찡거리고 능글능글하고 맨날 내가 뒤치닥거리 해줘야 되. 어쩔때 걱정해주고 챙겨줄때보면 동갑인데도 오빠같고 막 아빠같고 그래..근데 그게 1년에 몇번 안되는게 함정이긴 하지만ㅋㅋㅋ 아! 그리고 얘가 20살 초반이라 그런지 막 외모에 관심도 많고 막 옷 스타일도 지가 막 엄청 신경쓰고 그런다? 그래서 같이 외출하면 여자애들이 내가 옆에 있는데도 막 번호도 따!! 우리 우주랑 내가 옆에 있는데! 근데 웃긴게 번호는 안주긴 한데 표정 보면 막 히죽히죽 좋은티 엄청 낸다...^^ 여튼 같이 외출해도 우리가 어려서 그런지 부부로 안봐! 우린 혼인신고도 하고 결혼식..!은 못했지만 여튼 공식적으로 부부인데 말이야! 우리 가족이 이런것에 대해 되게 얽혀 있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건 우선 나중에 하려던 말 하고 할게!
***
"뭐야, 다 자는거야?"
꽁꽁 언 손으로 덜덜 키패드를 치고 거실로 들어오니 쥐죽은듯이 집안이 조용해. 방금 전까지 신명나게 잔소리하더니 부들부들..대충 겉옷을 벗고 안방으로 들어오니 서로 꽉 껴안고 자고있는 우주랑 김민규가 보여. 생각해보니까 와이프가 메로나까지 사왔는데 자고있는 김민규가 미워서 우주 깨지 않게 살금살금 다가가서 김민규 귀를 앙! 물었어. 그랬더니 애가 반응이 오더라ㅋㅋㅋㅋㅋ
"민규야 자?"
""씨...깜짝이야… 권이름 왜이렇게 늦게와…"
"너 안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나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미안미안, 진짜 오늘 너무 피곤해서 우주 재운다고 잠깐 누워있었는데 잠이 들었나봐"
"아 진짜 나 오늘 힘들었는데"
"너만 힘든 거 아냐."
나도 투정좀 부리고 싶어서 서서 찡얼찡얼대니 김민규가 큰손으로 내 허리를 감싸서 품속으로 끌어당겼어. 그런데 허리만 숙이게 되서 자세가 이상한거야 그래서 내가 다시 김민규 품으로 제대로 안기는 자세로 누웠어. 샤워를 한지 얼마 안됬는지 몸에서 익숙한 김민규 향기가 너무 좋은거야ㅋㅋㅋㅋ 안그래도 피곤한데 누워있지, 익숙한 분위기지, 잠이 노곤노곤 밀려오더라고.. 대답을 해주려는데 자꾸 잠이 와서 계속 횡설수설 말하게 되는거야.
"응… 응 그러니까.. 오늘 그니까..응...회사에서...그러니까 오늘...회사에ㅅ…"
"야 아무리 졸려도 씻고는 자야지, 목소리에서부터 나 졸려요 말 그만 시켜요 하는데 내가 너랑 대화를 할 수가 있나.."
"그래야지…"
끄덕끄덕 틀린말은 아니었기에 축 쳐진 몸을 일으켰어. 아니 근데 이새끼가 허리를 안놔주더라고 허리를 키도 큰데 힘도 드럽게 세가지고 빠져나올수가 없는거야! 하지말라고! 나 씻어야된다고! 찰싹찰싹 손등 때리기를 시전했는데도 말은 안하고 손은 안놔주더라고 그래서 안겨있는채로 뒤돌아서 김민규 얼굴을 마주보고 귀에 바람 불었지. 김민규가 평소에 간지럼 되게 많이 타는데 귀에 바람 불면 애가 진짜 미치거든ㅋㅋㅋㅋ 그제서야 힘을 빼더라고
얼마 안되서 다시 잡혔지만 말이야..^^
"이거 놓으시지?"
"아- 뽀뽀 한번만 해주면 되잖아! 오래만에 우리 둘이 있는데?"
"아니 나 씻고와서 얘기하자고 응?"
"아 왜-! 우리 이러고 있는거 오랜만이잖아!! 자꾸 튕기면 나 삐져서 확 집 나가버린다!"
"허-?! 하지도 못할 행동 내뱉지나 마시지!"
"내가 못해? 내가 못할 것같아?"
김민규가 정색을 하면서 손을 놨어. 항상 매사에 티격태격하는 둘이라 나는 대수롭지 않게 멀뚱멀뚱 서서 쳐다보는 김민규를 뒤로하고 다시 욕실러 발걸음을 향했어. 분명 이러면 흥! 이러면서 방에 들어가야되는데 애가 그자리에 가만서서 내가 욕실에 들어갈때까지 쳐다보는거야. 금방 풀리겠지, 항상 매사에 삐지고 화해하고를 반복했던 우리라 신경쓰지 말아야지 되새기며 욕실 불을 켰어. 근데 이새끼, 설마 아직도 서있나?
"권이름."
"………뭐."
"너 요즘 진짜 이상해, 너가 아닌 느낌인 거 알아?"
"무슨 소리야, 내가 요즘 너한테 뭐 잘못한 게 있어? 너야말로 매일 짜증내는거 몰라?"
"… 됐어. 그만해, 우주 깨겠다."
매사에 이런 식이지. 서운한 감정이 제일 먼저 느껴졌어. 그래, 그만하자. 생각하며 욕실로 향했어. 찝찝한 기분이 들어 등을 돌리니 방으로 들어가는 김민규가 보였어. 남들이 보기에도 항상 티격태격하고 금방 꽁냥거리는 우리였어. 이번에도 별 일 아니겠지. 김민규니까 금방 풀릴거야. 화장이나 지워야지. 솜을 꺼내 얼굴을 슥슥- 닦고 있는데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 뭐야? 갸우뚱거리며 욕실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어. 얇은 후드 하나만을 걸치고 운동화를 고쳐신고있는 김민규가 보였어.
"뭐야, 늦었는데 어디가?"
"…………"
"김민규 대답해, 어디가냐고 물었잖아."
"그냥 요 앞에."
"그니까 어디, 말하고 가."
"운동하러가."
"왜? 지금 늦었잖아. 너 지금 나한테 화난 거 맞지."
"아니, 그냥 속이 답답해서 나가는거야."
"밖에 엄청 추워! 나갈거면 옷 더 걸치고 나가!"
괜찮아.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짧막한 대답만을 한 채 김민규가 현관문을 열고 터벅터벅 나갔어. 얼굴에는 폼을 잔뜩 묻힌 채로 김민규가 나간 현관문을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쳐다봤어. 어떡하지… 이렇게까진 사이가 틀어진 적이 없었는데… 김민규가 나간 현관문을 쳐다보며 별의별 생각을 다 했던 것같아. 이런 생각하면 안되지 할정도로 머릿속에서는 이
근데 솔직히 뽀뽀안해줬다고 삐지는 애가 어디있어? 요즘들어 얼굴도 잘 못보고 맨날 집에 오면 피곤해서 빨리 자기만 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저러나?
"치… 빨리 들어오겠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욕실로 들어갔어. 그런데 오늘 엄청 춥던데.. 이 추위에 얇은 후드만을 걸치고 나간 김민규가 생각났어.
***
자정을 훨씬 넘긴 이시각, 품속에서 계속 뒤척뒤척하는 우주 때문에 잠이 다 깨버렸어. 얘가 갑자기 왜이러지?하는 생각에 이불을 겉고보니 세상에… 식은땀이 우주의 몸을 뒤덮고 심지어 몸은 너무 뜨거운거야. 너무 놀래서 옆에서 전쟁나도 자고 있을 김민규를 깨우려 손을 뻗었어. 휙휙 손이 허공을 가르게 되더라 .이새끼 아직도 안들어왔구나를 직감했지. 지금 시간이 몇신데… 김민규가 안들어와서 화나 났다기 보다는 옆에서 끙끙대며 앓고 있는 우주가 너무 걱정이 되서 머리가 새하얘졌어. 내가 뭘 어떻게 해야될지를 모르겠고 지금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될지 모르겠어서 눈물이 핑 돌았어.
"우주야! 엄마좀 봐봐, 괜찮아?"
우주야! 일어나봐… 품속에서 우주는 많이 아픈지 숨만 몰아쉬고있었고 우주를 안고 있던 나는 정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어. 이런 상황이 너무 무서웠어. 항상 김민규가 우주를 데리고 병원갈때 나는 그 상황이 너무 무섭고 힘들어서 김민규 뒤에만 숨어있었거든. 민규야 민규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키패드를 다급하게 눌렀어.
"민규야…전화 좀 받아, 제발"
"고객님의 전원이 꺼져 있습니다." "음성사서함으로 연결시 통화료가 부ㄱ.."
어떡하지..늦은 새벽, 밖에 다니는 택시도 없을 텐데, 한손으로 우주를 안고 병원에 데려가려 옷을 입히면서도 한손으로 덜덜 떨며 계속 민규에게 전화를 했어. 속으로 늦게 들어와도 뭐라고 안할테니까 제발 전화만 받아달라는 내 기도는 들리지도 않나봐, 급하게 전화를 끊고 내 유일무이한 핏줄 권순영한테 전화를 걸었어. 우주가 품속에서 축 쳐저서 그냥 숨만 몰아쇠고 있는데 진짜 미치겠더라. 신호음이 오늘따라 왜이렇게 더 길게 느껴지는지 초조함에 입술만 물어뜯고있었어. 오랜 신호음 끝에 승관이의 목소리가 들려. 받자마자 졸려죽겠는데 왜 전화했냐며 갈라진 목소리로 짜증내는 권순영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눈물이 나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어.
"권이름 왜 전화했냐고- 5초안에 말 안하면 그냥 끊을거니까 그렇게 알아!"
"…오빠."
"뭐야, 권이름 너 울어? 왜? 김민규랑 또 싸웠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권순영에게 말을 했어. 내 목소리로 눈치를 챘는지 김민규가 어디있는지 지금 뭘하고 있는지 물어보지 않고 권순영은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어. 우주를 옷으로 꽁꽁 싸매고 한참을 기다리니 아파트 앞에서 빵빵 클락션을 울리는 권순영이 보여. 냉큼 달려가 가까운 응급실로 좀 데려다 달라 했어. 권순영이 나를 한참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어. 입고 있던 패딩을 덮어줬어. 생각해보니 급해서 가디건밖에 안걸치고 나왔더라고. 조수석에 앉아 가는데 권순영이 히터를 틀어놨는지 정말 후끈후끈한데 왜이리 몸은 떨리는지… 덜덜 떠는 나의 모습을 보고 권순영이 손을 잡아줬어. 괜찮아, 괜찮다고. 별일 아니야 라며.
밖은 눈이 내리고 있었어. 정말 새하얀 눈이 내리는데 어찌나 속이 검게 타들어가는지.
***
"괜찮습니다. 흔한 감기 증상인데 애가 몸이 약해서 좀 심하게 온 것같아요. 약 잘 챙겨먹으면 다 낫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연신 고개를 꾸벅였어. 한숨 돌렸네. 고개를 들어보니 권순영은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는 우주 옆에서 이미 잠이 들어버렸어. 미친놈. 조카가 아파서 끙끙대고 있는데 잠이 오나? 새벽의 응급실은 한없이 조용하기만 했어. 창 밖을 쳐다보니 여전히 눈보라가 세차게 치고 있었어. 우주와 권순영이 혹시라도 깰까 싶어 살금살금 침대에 걸터앉았어. 우주를 바라보려는데 권순영의 손에 들려있는 휴대폰이 눈에 들어왔어. 화면은 아직 꺼지지않았고 대화창엔 익숙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었어. 누구냐고? 당연히 김민규였지.
민규야 어디니? 오전 3시 03분
형혀여혀여형ㅠㅠㅜ 권이름 보셨어요? 우주랑 둘 다 없어졌어요ㅜㅜㅠ 오전 3시 05분
전화도 안받아요ㅠㅠㅠㅠㅜㅜㅜㅜ 어디있는지 아세요?
전화받아라 너 내가 죽인다. 오전 3시 05분
아, 생각해보니 이새끼 집나갔었지. 맞다… 우주한테 신경쓰느라 까맣게 잊고있었던 애증의 김민규가 생각났어. 급하게 휴대폰을 뺏어들어 통화기록을 살폈어. 10분전? 육두문자가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어. 권순영이랑 통화했으면 꽤나 깨졌겠네.항상 권순영이 나랑 김민규 싸울때마다 중재해줬거든ㅋㅋㅋ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잘한 거 없으니 전화나 해보자는 심경으로 출입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어. 긴장이 풀리니까 몸에 힘이 다 빠져서 땅바닥만 쳐다보고 터벅터벅걸어가는데 누군가가 응급실로 뛰어 들어왔어. 헉헉대며 큰 키에 헐레벌떡 들어오는 남자, 뭐지?싶어 고개를 들고 쳐다봤어.
김민규였지.
"저기요ㅠㅠㅜ 간호사님ㅠㅠㅜㅜ 여기 혹시 김우주라고ㅜㅜㅠㅠ 애기 응급실에ㅜㅜㅠㅠ"
"야, 김민규"
네ㅠㅠ? 발을 동동 굴리며 애꿎은 간호사 붙잡고 우주를 찾고있은 김민규가 보였어. 애가 얼마나 뛰었는지 한겨울에 땀을 흘리고 있었어. 지금 눈오잖아, 이 바보야. 목이 멕혀서 목에서는 자꾸만 이상한 소리가 나왔어. 김민규는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 등을 돌아 나를 쳐다봤어. 멀리서 보는데도 한숨을 쉬는 김민규가 보였어. 도저히 발걸음을 뗄 용기가 안나서 그 자리에 서 팔을 벌렸어. 민규야, 안아줘. 입모양으로 뻐끔거리면서
김민규가 이마를 쓸어넘기면서 천천히 다가와 내 머리를 감싸안았어. 솔직히 처음에 얼굴 볼 때는 너무 미웠다? 너 내가 이렇게 마음 고생할동안 어디있었어.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그런데 이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어. 아니, 내뱉어지지가 않았어.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안고 있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이 김민규라서 좋았어.
"…야.. 그만 울어.."
"미안해 권이름. 다 내 잘못이야. 그냥 서운한 마음에 행동해버렸어."
애가 얼굴묻고 눈물젖은 목소리로 계속 미안하다 하는데 진짜 덩치만 큰 애기같았어. 가까스로 얼굴을 떼고 작은 손으로 민규 얼굴을 붙잡았어. 얼마나 울었는지 김민규 눈이 퉁퉁부은거야ㅋㅋㅋ 김민규랑 서로 얼굴 붙잡고 쳐다보고있는데 갑자기 울컥하는거야, 근래에 민규한테 짜증냈던 거, 뭐 등 별의별게 다 생각나서 그냥 엉엉 울어버렸어. 나 우는 거 보고 당황했는지 막 눈물 닦아주면서 다시 꼭 안아주는거야. 그래서 그냥 내가 먼저 키스해버렸어. 깊게 들어오는 민규를 밀어내지 않았어. 한참을 병원 복도에 서있었어. 적막한 병원에는 우리 둘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어.
"아흑… 눈갱.. 아 제발, 이러지 말자."
야 우주 깼거든? 권순영이 짜증내며 두 눈을 가렸어. 나랑 민규는 민망해서 스프링처럼 둘이 서로 떨어졌어. 내가 먼저 권순영을 부르며 달려가니까 뒤에서 김민규가 내 손목을 잡아챘어. 아 하지마! 내가 얼굴을 붉히며 말하니까 김민규가 특유의 능글능글한 표정을 취하며 손 깍지를 꼈어. 으ㅋㅋ손에 땀난거 봐, 내가 은근슬쩍 손을 빼려하자 김민규가 더 꽉 쥐었어.
"좋으면서ㅋㅋㅋㅋ 우주가 나 안찾았어?"